소설리스트

코코넛 아일랜드 (140/200)

코코넛 아일랜드

바타타 진수의 리조트

오늘은 리조트의 수영장에는 엔젤라 대신 한나와 에니카가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쌍둥이 마을의 나치 의사의 주택 문제는 엔젤라가 상파울루에 있다는 집의 주인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회장님, 이 리조트 정말 마음에 드는데요.”

“그래요?”

에니카는 풀장의 끝에서 끝까지 인어처럼 날렵하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에니카와 한나 모두 오랫동안 요트에서 크루 생활을 해서인지 수영 실력들이 대단했다.

리조트의 널찍한 수영장을 평형, 자유형, 배영, 접영 등으로 자유롭게 수영을 하며 누비고 다니고 있었다.

한참 수영을 하던 에니카가 물 밖으로 나왔다. 에니카는 금발 머리에 잘 어울리는 레드 비키니 차림이었다.

나도 마음에 드는데...

물에서 나온 에니카는 내가 누워 있던 선베드로 다가왔다.

“요즘은 어깨는 어떠세요?”

어깨라? 최근에는 힘든 일은 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목과 어깨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있으니까 시간이 있을 때, 마사지를 미리 받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깨야 항상 안 좋은 편이지.”

“그래요? 그러면 마사지 좀 해 드릴까요.”

에니카가 나의 얼굴에 닿을 듯이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그..그래...”

선배드에 엎드리자 뒤에서부터 에니카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수영장 쪽에서 물소리가 나더니, 한나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저도 같이 해드릴게요.”

직업에 충실한 마사지사들이군. 하긴, 내 덕분에 이런 열대의 낙원에서 일 년 내내 놀고먹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요트에서 마사지를 받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개인적으로 다른 크루들과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선베드에 엎드려서 어깨는 물론이고 허리와 등 그리고 다리까지 두 명의 금발 미녀들에게 마사지를 받고 있으니까, 몸이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오른쪽 허리와 엉덩이 쪽이 좀 아픈 느낌도 있었다.

“아..거기, 오른쪽 허리가 좀 아픈 것 같은데.”

“정말 그런데요. 오른쪽 엉덩이도 좀 뭉쳐있고요. 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꼬고 않으세요? 회장님의 골반 쪽이 비틀린 것 같아요.”

“그래?”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운동도 안 하고 자리에만 앉아 있었던 것 같았다. 뭐, 사업을 하고, 이카로스그룹을 창설하고 많은 일들을 하는 것 같았지만, 회장이라는 자리가 가만히 앉아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최근에는 비서실까지 생겨서 더더욱 몸을 움직이지 않았더니, 뭔가 체형도 안 좋아지고 허리에도 무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까, 몸이 좀 균형이 안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나?”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둘이 동시에 양쪽에서 마사지를 하면서 밸런스를 맞추어드릴게요.”

“그래? 그러면 고맙고.”

한나와 에니카 둘 다 금발의 미녀들이기도 했지만 크로아티아 출신이라 키도 크고, 손의 압도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뭔가 동양의 여자들에게서 받는 마사지와는 차이가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남자 마사지들과도 또 다른 특유의 맛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에니카와 한나에게 마사지를 받으면 며칠 시간을 보내자 비틀어졌던 몸의 균형도 밸런스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

바타타 진수의 리조트, 헬기 착륙장.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 대의 헬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내가 에어버스에 주문해서 브라질로 보냈었던 슈퍼 푸마였다.

대형 헬기가 바람을 일으키며 리조트의 헬기 착륙장에 내려앉자 한나와 에니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헬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장님, 저건 무슨 헬리콥터예요?”

“어, 내가 한국에 가 있을 때 새로 산 헬리콥터야 에어버스에서 만든 슈퍼 푸마라는 기종이지. 유럽 출신이니까 에어버스는 잘 알고 있지?”

“그럼요. 유럽 회사잖아요? 그런데 저게 회장님 헬리콥터라는 거죠?”

에니카와 한나와 리조트에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여기서 마사지만 받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 아무튼, 나는 이제 일하러 가야 해서.”

“어디로요?”

“코코넛 아일랜드라는 섬이야.”

“어머, 코코넛요? 이름이 귀여운데요.”

나는 한나와 에니카를 뒤로 하고 헬기에 올라탔다.

이번에 가는 곳은 코코넛 아일랜드, 자구아눔 제도의 마지막 황금의 섬이었다. 이번에는 슈퍼 푸마를 타고 코코넛 아일랜드까지 가기로 했다.

슈퍼 푸마가 이륙하자 두 명의 금발 미녀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나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회장님은 행운을 타고 나신 분이군요.”

헬기 기장은 리조트와 두 명의 미녀들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셈이죠. 운이라면 좋은 편입니다. 이번 비행도 운이 따르면 좋겠네요.”

“하하,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슈퍼 푸마는 최고의 컨디션이니까요. 그럼 코코넛 아일랜드로 출발하겠습니다.”

수직으로 이륙하던 헬리콥터는 충분히 고도를 높이자 수평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비행을 하던 헬리콥터는 코코넛 모양의 섬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코코넛 모양의 섬이라더니, 헬기 위에서 바라보니 확실히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있었다.

“이름처럼 코코넛 모양이기는 하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헬기는 코코넛 아일랜드의 리조트 앞쪽에 빈 공간에 가볍게 착륙을 했다.

코코넛 아일랜드도 자구아눔의 다른 섬들처럼 내가 미리 리조트를 건설하게 하고 필요한 시설들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황금 발굴에 필요한 드론과 파워 슈트, 도르래 같은 장비들도 모두 운반이 된 상태였다.

헬기는 나를 내려놓고 다시 이륙해서 이번에는 플라잉 폭스로 날아갔다.

당분간은 플라잉 폭스에서 대기하며 나의 지시를 기다리게 될 것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할 시간이었다.

코코넛 아일랜드의 리조트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코코넛 아일랜드의 안내 지도였다.

지도 제작팀들이 섬을 자세하게 탐사해서 섬 여기저기의 정밀한 지도를 만들어둔 것이었다.

관광객들을 위해서 섬을 소개하는 지도처럼도 보였지만, 이 지도를 제작한 목적은 야마시타 골들의 매장지를 쉽게 찾기 위해서였다.

각 지도의 포인트에는 숫자들이 매겨져 있었다.

내가 행운의 과자로 숫자를 고르면 지도상의 어떤 지점에 야마시타 골드가 있는지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바타타의 리조트에서 며칠 동안 푹 쉬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더니 몸은 아주 가볍고 힘이 넘치는 상태였다.

한국에서 약간 지쳐있었던 에너지가 완벽하게 충전된 느낌이었다.

그래, 이렇게 힘이 넘치는데 당연히 일을 하러 가야지.

나는 행운의 과자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과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행운의 과자를 입안에 집어넣자, 고소한 과자의 맛이 느껴졌다.

행운의 과자는 인생의 맛처럼 매번 그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어떨 때는 같은 맛도 쓰게도 달콤하게도 느껴지는 것처럼, 행운의 과자의 맛은 하루하루가 똑같은 것이 없었다.

오늘의 맛은 뭐랄까? 쓴맛이 사라진 뒤의 달콤한 그런 맛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유를 하자면 매운 떡볶이를 먹고 난 후에 마시는 쿨피스의 맛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쓴맛이 사라진 후의 고소한 풍미가 사라질 때쯤 입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온 숫자는 17이었다.

끝자리가 7이군, 역시 좋은 징조야. 7은 행운의 번호이고, 17도 행운의 번호라고 할 수 있었다. 뭔가 일이 잘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래, 그동안도 잘 해왔고 오늘도 잘 되겠지...

매번 무인도에서 황금을 발굴하는 일은 쉽지는 않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라는 공간에서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황금을 찾고 그 황금을 안전하게 리조트까지 이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고독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만한 대가는 얻으니까 할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야마시타 골드 덕분에 나는 큰 부자가 되었고, 바타타 같은 열대의 파라다이스에 멋진 리조트도 가지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상상이 되었다.

일을 마치고 1주일 후에는 다시 바타타의 리조트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도 빨간색과 노란색의 비키니를 입은 에니카와 한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래, 일주일만 더 고생하자. 그리고 이번 일이 끝나면 쌍둥이 마을에도 가볼 생각이었다. 이변이 없다면 엔젤라가 그 상파울루의 사업가에게서 나치 의사가 살던 집을 구매할 것이고 그러면 거기에서 뭔가 나치의 황금에 대한 단서가 나올 것이다.

“왠지 일을 시작하려니까 목이 마르네...뭐 냉장고 마실게 없으려나.”

일단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브라질 음료수가 몇 가지 있었다. 캔을 따서 하나 맛을 보았는데, 뭔가 너무 단맛이 강한 것 같았다. 열대 지방이라 그런지 뭔가 단맛을 좋아하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맥주도 있었지만 낮술을 할 때는 아니고 아무튼 다시 지도를 살펴보았다. 17이라는 번호에 해당하는 지역은 역시 코코넛 섬의 해안에 있는 동굴이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산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일은 더 쉬워지는 셈이었다. 산에 오르고 거기서 뭔가를 이동하는 것 자체가 일거리라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해안에 있는 그 동굴을 찾았다.

리조트에는 내가 주문해 놓은 픽업 트럭도 있었다. 픽업 트럭을 타고 동굴까지 가보니 해안을 따라 평평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왠지 이번에는 운이 좋은 것 같은데. 산이 아니라 해안에서 이어진 동굴이라 트럭으로 쉽게 갈 수 있고 필요한 장비들도 쉽게 옮길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문제의 동굴로 직접 들어가 보았다. 동굴 안쪽은 모래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부드러운 흙으로 바닥이 바뀌고 있었다. 안쪽은 제법 넓은 공간이 있었다.

나는 등산용 지팡이로 동굴 안쪽의 넓은 공간에 선을 그어서 격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굴 안쪽 공간이 여러 개로 분할이 되었고 나는 각각에 번호를 매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행운의 과자를 꺼내서..과자 한 개를 입에..

아니지, 휴우...아까 하나를 먹었잖아?

행운의 과자는 하루에 두 개를 먹으면 죽게 된다. 행운의 여신 티케가 그렇게 말을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하루에 두 개를 먹게 되면 죽는 거잖아? 행운이 따르고 있는데 과욕을 부릴 것은 없었다. 오늘은 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동굴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에메럴드빛의 아름다운 열대의 바다가 펼쳐졌다.

전에는 돈이 없어서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면서 돈을 벌고 시간이 생기면 세계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작 돈을 벌고 시간도 많아졌는데 여행은 아직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 같았다. 인간의 판타지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판타지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정작, 그것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것이다. 하지만 나의 행운은 여전히 달콤했다.

일을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브라질의 자구아눔의 일대에서 열대의 파라다이스를 마음껏 즐기고 있으니까 말이다.

브라질은 정말 신의 축복을 받은 땅인 것 같다.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넓은 국토와 천연자원의 보고 그리고 기가 막힌 날씨와 아름다운 섬과 해변들, 돈만 있으면 이곳은 인간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물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행복을 누리고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야마시타 골드로 막대한 자산가가 된 나에게는 돈을 마음껏 쓰며 리조트든 섬이든 내키는 대로 사서 내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는 이곳은 낙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야마시타 골드 외에도 나치의 약탈 황금, 늑대의 눈물도 조만간 내 손에 들어올 수도 있었다.

지금도 물론 충분히 부자지만, 늑대의 눈물까지 찾을 수 있다면 지금과도 또 차원이 다른 부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섬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름답게 석양이 물들며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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