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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만한 사람들 (144/200)

믿을 만한 사람들

브라질에서의 꿈같은 시간도 지나가고 다시 한국으로 귀국을 했다.

한남동, 프레스티지 힐. 김덕수 소장의 집.

“브라질에 갔었다고, 역시 이번에도 야마시타 골드를 찾아온 건가?”

“예, 이번이 벌써 4번째니까요. 아마존 문서에 적혀있는 야마시타 골드도 벌써 절반 이상은 찾아낸 셈이군요.”

“그래, 벌써? 하기, 최진수 자네가 야마시타 골드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많이 듣고 있었네, TV에도 자주 나오잖아.”

“하하, 저만 부자가 된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아냐, 나도 아파트도 있고, 자네가 한 번씩 송금해 주는 돈이 모여서 이제 나도 수백억 자산가니까 말이야.”

김덕수 소장의 말대로 야마시타 골드를 찾을 때마다 꾸준히 김덕수 소장에서 일정 금액을 송금해 드렸다.

일종의 로열티라고 해야 하나? 물론, 내가 찾은 야마시타 골드의 액수에 비하면 굉장히 작은 돈이었지만, 그렇게 여러 차례 송금을 해서 김덕수 소장이 받은 금액이 수백억대는 될 것이었다.

그걸로 김덕수 소장도 부촌으로 소문난 이곳 프레스티지 힐에서 번듯한 입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소장님도 좋아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이 노인네를 찾아온 이유가 뭔가? 사업 때문에 엄청 바쁠 텐데 말이야.”

“보여드릴 게 있어서 말이죠.”

브라질의 오스제미오스에서 찾은 정체불명의 암호문, 그 암호문을 해독해 줄 사람은 김덕수 소장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와 암호 해독을 하는 거래를 꾸준하게 해왔고, 나이가 많은 김덕수 소장이 더 이상 황금 보물에 욕심을 내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이카로스그룹의 회장으로 암호든 뭐든 전문가에게 해독을 맡기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 해독한 암호문의 내용의 비밀을 지킬 수 있는지 신뢰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김덕수 소장은 검증된 암호해독가라고 할 수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암호문인가?”

“하하, 눈치가 빠르시군요. 맞습니다. 브라질에서 제가 찾아낸 비밀 문서죠. 사실은 이게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군의 비밀문서인가? 야마시타 골드에 대한?”

“야마시타 골드는 아니지만, 뭔가 2차 세계대전 무렵의 황금과 관련된 비밀문서일 가능성이 큰 것이죠.”

“야마시타 골드는 아닌데, 2차 세계대전 시대의 비밀 황금이라고? 그렇다면 역시 늑대의 눈물인가?”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문서를 보시면 알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숫자로만 되어 있어서 말이죠.”

“숫자로만? 역시 암호문이겠군.”

“백문이 불여일견, 한 번 보시죠.”

숫자들의 조합들로 이루어진 문서, 일명 오스제미오스 문서를 꺼내서 김덕수 소장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암호문이군. 독일군의 암호 같은데.”

“해독이 가능할까요?”

김덕수 소장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독일군의 암호라면 이미 암호계에서는 많이 알려진 고전이라고 할 수 있지. 당시로서는 강력한 암호체계였지만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아마추어들도 재미 삼아 풀어보는 정도가 됐으니까. 암호 자체를 푸는 것은 어렵지 않아.”

“그렇겠네요. 아무튼, 그렇게 쉬운 일이라고 해도 저는 할 능력이 없으니까요. 아무튼, 이번에도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걱정할 거 없어요. 내게 문서를 주고 가면 내가 해독을 해 놓을 테니까.”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

종로, 센트럴 타워. 26층.

오랜만에 돌아온 센트럴 타워의 사무실, 열대의 낙원 브라질도 좋지만 다시 대도시인 서울로 돌아온 것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특히, 빌딩의 탑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시티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망이었다.

“여보세요.”

“김영석입니다. 지금 화물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요? 화물은 이상 없겠죠?”

화물이라는 것은 나와 김영석 사장 간의 은어였다. 일종의 암호였다. 어쨌든, 두 사람만 알아들으면 되는 것이니까.

화물은 당연히 야마시타 골드를 말하는 것이었다.

“화물은 조만간 처리가 될 겁니다.”

“그래요? 이번에도 역시 코인으로 거래를 하는 건가요?”

“예, 어쩔 수가 없네요. 그쪽에서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쓰고 싶어 하니까요.”

“뉴스를 보니까, 코인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괜찮은 겁니까?”

“역시, 위험부담이 있기는 합니다. 최종 결정은 최진수 회장님이 내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황금의 대금을 코인으로 받아서 상당한 이익이 생기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변동성이 너무 커진 것 같았다. 그리고 각종 암호화폐의 가격이 하락세라 코인으로 대금을 받았다가는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고 말이다.

거래액이 10조 상당이라, 코인 가격이 급락하면 단번에 몇조의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 문제는 좀 더 생각해 보죠. 1시간 후에 다시 연락을 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행운의 과자병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도 홍콩의 금거래상들과 코인으로 거래를 할지 행운의 과자로 결정을 하려는 것이었다.

선택지는 간단했다.

거래를 하는 것이 좋으면 1번,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면 2번이다.

과자를 꺼내서 천천히 입안에 밀어 넣었다. 브라질에 갔다 다시 돌아온 서울은 떠나기 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행운의 과자도 전과는 좀 달라진 느낌의 맛이었다.

뭔가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신선한 향취가 입안에 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익숙한 듯 새로운 향취가 사라질 때쯤, 입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종잇조각에 적혀있는 것은 2였다.

2라? 코인은 안 된다는 건데..역시, 코인 종류는 지금은 불안하다는 건가?

어쨌든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코인으로 대금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면 거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일단, 다시 김영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은 코인으로 대금을 받지말라고 통보를 해주어야 했다.

“여보세요. 회장님, 코인으로 지급받는 문제는 어떻게 할까요?”

“그건 좀 위험해서 안 되겠어요.”

“음, 역시 그렇군요. 저도 코인은 지금 너무 불안정한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면 금거래상에는 뭐라고 할까요? 그쪽은 코인으로 거래를 고집하고 있는데.”

“달러가 아니면 곤란하다고 말해보고, 그쪽에서 달러 지급이 안 된다고 하면 이번 거래는 없는 걸로 하고 화물은 당분간 쿠알라룸푸르에 보관하도록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야마시타 골드를 급하게 처분할 것은 없었다. 그것도 암호화폐의 유동성이 너무 커진 지금 무리하게 코인으로 대금을 받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직, 사업이나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을 사기 위한 자금은 충분한 상태였다. 보유 현금이 10조 아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었고, 당장 크게 돈을 쓸 일도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현금이 아니어서 그렇지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들까지 다 합치며 40조가 넘는 자산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좀 더 늘어나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급하게 서두를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맘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김영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예, 아무래도 홍콩 쪽에서 달러 지급은 어렵다고 하겠죠?”

“아닙니다. 처음에는 코인으로 거래를 하자고 하더니, 저희가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하니까, 다시 달러로 지급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예, 아무래도 각종 코인들이 급락하면서 다시 안전자산인 황금으로 수요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금시세가 올라갈 거라고 보는 거죠.”

“그래요?”

김영석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주식과 금 시세는 서로 보완적인 성격이 있어서 한쪽이 빠지면 다른 쪽이 올라가는 일들이 많다. 거기에 이제는 코인까지, 국제적인 돈의 흐름이 코인들에 쏠렸다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은 달러로 거래하는 걸로 하죠.”

“금시세가 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는데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요?”

“뭐, 그렇기는 하지만 금은 많으니까요. 일단은 처분해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쪽으로 진행해 주세요.”

그렇게 김영석에게 금거래상과 달러로 거래를 해라고 지시를 해놓았다.

일단은 금 값이 오르더라도 현금을 확보해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더 이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브라질과 필리핀에서 앞으로 발굴해서 거래할 황금은 많았다. 팔수 있을 때 팔아서 현금화를 꾸준히 해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역시 이익인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거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황금을 거래하는 일이라면, 김영석 사장이 잘 처리하고 있었다. 나는 기다리기만 하면 10조 이상의 달러가 나의 계좌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내가 없는 동안 드라마는 잘 진행되고 있는 건가?

드라마 제작은 윤아영 사장이 맡아서 하고 있는데, 진척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브라질에 가기 전에는 내가 일일이 신경 쓰고 있었지만, 이번에 나치의 황금도 있고 여기저기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이제 웬만한 일들은 각 분야를 맡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회장님, 윤아영 사장이 왔습니다.”

“어, 그래요? 들어오라고 해요.”

“회장님, 얼굴이 더 좋아지셨네요?”

“그래요? 뭐, 난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브라질의 무인도와 아름다운 해안가의 리조트에서 좀 푹 휴가를 즐기다 온 것도 있으니 얼굴이 좀 햇볕에 그을린 편이기는 했다.

놀다 온 것은 아니지만, 윤아영은 내가 브라질에 가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니까, 적당히 그렇게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리조트 개발이나 그런 걸 핑계로 열대의 낙원에서 휴가를 즐기다 온 것으로 말이다.

“그나저나 드라마는 어때요? 잘되고 있는 건가요?”

“예, 드라마 촬영은 문제가 없죠. 회장님 덕분에 촬영 장소 섭외도 쉬웠고요.”

윤아영의 말로는 내가 없는 동안 센트럴 타워의 26층 회장실에서 집중적으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했다.

“여기서요?”

물론, 브라질로 떠나기 전에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하기는 했었는데, 내가 브라질에 간 사이에는 주로 이곳에서만 촬영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여기는 회장님의 진짜 사무실이잖아요? 아무리 회장님이 촬영장으로 쓰라고 허락을 하셨다고 해도, 회장님 업무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회장님이 자리를 비우신 동안 여기서 필요한 장면은 미리 다 촬영을 한 거죠.”

하긴, 내가 만드는 드라마라고는 해도 계속 드라마 촬영장으로 쓸 일은 없으니까, 내가 없는 동안 미리 촬영을 다 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민소희는 어때요? 연기가 좀 늘었나요?”

“연기요? 회장님도 아시잖아요? 민소희 연기야 늘 그렇죠.”

윤아영과 민소희는 사실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은 편이니까. 예상된 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다른 계열사의 사장들도 하나둘씩 나를 찾아와서 그동안의 업무에 대한 보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아틀라스호는 어떻습니까?”

“내년 초에는 진수되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요? 나쁘지 않군요.”

“배터리 사업은 어떤가요?”

“차량용 배터리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신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차량용 원통형 배터리가 반응이 좋습니다.”

“드론 매출은 어떤가요?”

“농업용으로 개발한 옥토퍼스가 미국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카로스그룹의 계열사들의 사업들도 모두 순항 중이었다. 행운의 과자 덕분인지 내가 인수한 사업들도 인수 전보다 주가나 부동산 가치들이 모두 상승하며 나의 재산을 불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의 재산은 아직 일론 머스크나 빈 살만 왕세자 같은 세계적인 부자들에게는 미치고 있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은 야마시타 골드는 물론이고 나치의 약탈 황금, 늑대의 눈물까지도 모두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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