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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행적 (145/200)

의외의 행적

그리고 얼마 후 김덕수 소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암호를 푸신 건가요?”

“뭐, 암호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 2차 세계대전에 독일군이 쓰던 에니그마거든.”

“에니그마요?”

“그래, 나치 독일군이 쓰던 암호체계지, 당시에는 최고 수준의 암호로 해독이 어려운 복잡한 암호체계였지만, 연합군에 의해서 암호가 해독되기도 했고, 이제는 암호해독 동호회에서 간단한 어플을 만들었을 정도니까.”

“그래요? 그렇다면 그 문서는 그러니까, 오스제미오스 문서는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만들어진 거라고 봐야겠군요?”

“뭐, 그럴 수도 있고, 에니그마는 군사용으로는 나치의 패망과 함께 사용이 중지되었지만, 그 후에 민간 상업용으로는 계속 이용되었거든, 영국이나 미군에서는 이미 에니그마를 완벽하게 해독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런 암호체계가 민간에 다 공개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군사용으로는 가치가 없었지만 민간에서는 암호로 70년대까지는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지.”

“그건 그렇다고 치고 오스제미오스의 문서의 내용은 대체 뭔가요?”

“그건, 전화로 말하기는 그렇고 우리 집으로 와보게.”

***

한남동, 프레스티지힐, 김덕수 소장의 집.

김덕수 소장은 간단한 인사치레를 하고는 거실의 테이블 위에 해독한 자료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게 다 뭡니까?”

“지도야, 오스제미오스 문서에서 나온 그 내용은 일종의 화물에 관한 내용이었네.”

“화물요?”

“그래, 그 화물의 내용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독일에서부터 폴란드를 거쳐 아르헨티나까지 비밀리에 이동을 시킨 것 같아.”

“폴란드요?”

“그래, 독일에도 함부르크 같은 항구가 있지만 일부러 폴란드의 그단스크에서 이 화물들을 아르헨티나로 보낸 거지.”

“왜 폴란드일까요?”

“폴란드는 나치의 황금열차가 사라진 곳으로도 유명하지, 패망이 가까워 오면서 독일 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폴란드로 일단 황금 같은 자산을 빼돌리려고 했던 모양이야. 그리고 폴란드를 거쳐서 다른 곳으로 황금을 빼돌리려고 했던 거지.”

폴란드는 독일의 접경지역이다. 2차세계대전 시기에는 초기부터 독일에게 점령당한 곳으로 독일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지만 독일 본토는 아니었기 때문에 연합군의 타겟이 된 곳이 아닌 곳이었다.

나치 입장에서는 독일 본토보다는 연합군의 공격이나 감시한 덜하다고 판단을 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폴란드를 거쳐서 아르헨티나로 그 화물이라는 것이 이동이 되었다는 거군요?”

“그래, 아마도 그 내용물에 대해서 언급하기 어려운 비밀 화물이었겠지.”

우연인지 최근에 김영석 사장과 통화를 할 때도 야마시타 골드를 화물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황금이라는 것이 노출될까 봐 조심하는 것인데, 내용물을 암호문에도 단순히 화물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보안을 요하는 것이라면 역시 엄청난 가치가 있는 물건이고, 아마도 나치의 약탈 황금, 늑대의 눈물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르헨티나라면 어디쯤인가요?”

“여기, 그 화물을 보낸 곳들의 좌표가 있네. 꽤나 정교한 좌표야, 알겠지만 독일은 그 당시에 최고의 과학 강국이기도 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정밀한 산업이 발달한 나라잖아. 아마도 정밀한 좌표를 표시해 놓았을 거야.”

“그렇겠네요. 일본인들도 그렇고 독일인들도 꽤나 꼼꼼한 민족들이죠.”

그런 철저하고 정밀한 능력을 엄한 곳에 썼다는 게 문제지만 아무튼, 기술력 면에서는 당시나 지금이나 독일의 실력은 인정할 만한 것이다.

나치도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가진 집단이었을 테고, 강력한 암호체계 외에도 전쟁 후를 대비해서도 뭔가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황금백합작전처럼 패전을 앞두고 전쟁 이후의 나치 재건을 꿈꾸며 막대한 자금을 남미로 보내는 그런 작전 말이다.

“음, 여기는..섬인가요?”

“포클랜드 제도라는 곳이야.”

포클랜드 제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지도에서도 아래쪽으로 남극에 가까운 대서양에 가까운 섬이었다.

“포클랜드라면 무슨 전쟁을 하던 곳 아닌가요?”

김덕수 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포클랜드라네, 82년에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했던 곳이지.”

“들어는 봤는데, 왜 전쟁을 한 겁니까?”

“내가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대충 내가 아는 선에서 설명을 하자면, 원래는 남미 대륙의 관문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섬이네. 지금은 파나마 운하가 있지만, 예전에는 유럽에서 미국 서부나 남미의 서부 지역 혹은 아시아로 가기 위해서 배들이 운항하던 필수 코스였지.”

나는 김덕수 소장의 말에 아르헨티나와 남미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김덕수 소장의 말대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항로라면 파나마를 거치지 않고 가려면 이 포클랜드를 거쳐야 할 것 같은 위치였다.

“유럽에서 남미 대륙을 우회하는 항로의 기점 같은 곳인데 프랑스인들이 처음 정착했고, 그 후에 스페인이 남미 대륙을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곳이지 파나마 운하가 나오기 전에는 주요 항로의 기점으로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었고.”

김덕수 소장의 말로는 스페인 식민 지배 시대가 종식되면서 영국인들이 스페인들을 몰아내고 결과적으로 다시 무인도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에 들어온 것들이 독일인들이었다.

“독일인요?”

“그래, 남미 일대에는 독일계 이주민이 많았지, 남미뿐 아니라 신대륙에는 독일계 이주민의 수가 대단하지. 독일은 각 지역이 분열되서 30년 전쟁을 치르면서 국토가 황폐와 되기도 하고 전쟁의 참상에 진절머리가 나서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았거든.”

“음, 어디서 들어본 것 같네요.”

“그래서 북미 지역에도 이주를 많이 했고,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도 많은 이주민들이 들어왔지. 그리고 스페인과 경쟁 관계에 있던 대영제국은 스페인의 힘이 남미에서 약화되자, 스페인인들을 몰아내고 포클랜드에 독일인 이주를 장려한 거야. 그러다가 남미 지역이 완전히 독립을 하게 되면서 아르헨티나의 주민들을 이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작업도 하고.”

영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스페인에게서 빼앗은 이 섬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독일인과 아르헨티나인들을 끌어들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결국 아르헨티나계 주민들이 아르헨티나로의 합병을 원하면서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지정학적 중요성도 있고 그게 아니어도 주변 해역에서 석유가 많이 개발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영국은 이 지역은 아르헨티나에게 양보할 수는 없었던 거야.”

“그래서, 해리어기가 활약한 그 유명한 포클랜드 전쟁이 벌어진 거군요?”

“그래, 아무튼, 그건 현대사 쪽이고 근현대사로 가면 이 지역은 남미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

“상선들이 자주 오고 가던 요충지고, 독일계 주민이 많던 곳이라는 곳이죠?”

“그래, 남미 지역에는 각 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이 특히 많이 모인 곳들이 있는 곳인데, 포클랜드는 독일계의 주민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곳이야. 1800년대 후반까지는 이곳에 독일계 해적들이 많았다고 하더군 지나가는 상선들을 노리던 곳이지, 이후에는 해적 소탕을 이유로 영국군이 이곳을 장악하고 영유권을 주장했지만, 1950년대까지도 이곳에는 별다른 개발이 이루어진 건 아니었지.”

1950년대에도 이 지역은 해적의 후예라고 할 만한 독일계 주민들이 사는 무인도에 가까운 곳이었다.

이 섬이, 본격적으로 분쟁 지역이 된 것은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부 때부터였다.

파나마 운하 개발 이후로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던 이 섬을 아르헨티나의 영토로 편입하겠다고 아르헨티나가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조사의 주요 목적에는 인근의 남극과 연결된 거대한 유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영국과 본격적인 영유권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석유를 개발하려고 했다는 겁니까?”

“석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페론 정권이 이 지역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었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아르헨티나에서 나온 언론의 폭로에 의하면 아이히만과 페론 정권 간에 오랜 유착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

“아이히만요? 그 나치 말인가요? 모사드에게세 체포당해서 교수형에 처해진?”

“맞아. 하지만 그동안 알려졌던 것과는 실제는 많이 다르다네..”

김덕수 소장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와인을 꺼내왔다.

“한 잔 하지.”

“감사합니다.”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꽤 고급 와이이군요?”

“하하, 말했잖아, 자네 덕분에 나도 꽤 부자가 되었다고, 이 정도의 사치는 누리고 살 정도는 된다고.”

“샤또 무똥?”

“그래, 샤토 무똥 로칠드라는 와인이야, 한 병에 백만 원 정도 하는데, 맞이 그런 데로 괜찮아.”

“프랑스산이군요. 프랑스에서는 성이나 저택을 샤또라고 부르죠.”

“그래, 역사를 알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지.”

“그런데 아이히만과 페론 정권은 어떤 관계라는 겁니까?”

“일단, 아이히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네. 기존의 알려진 것과 다른 점만 말해주자면 아이히만은 나치의 패망 후에 남미로 도망친 게 아니라는 거야?”

“예? 그럼 어떻게 전범 재판을 피한 겁니까?”

“하하, 그거야 자세한 내막은 나도 잘 모르지.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아이히만은 나치가 패망한 후에 그냥 독일에 있었어 그것도 정부 관리로 5년 정도 일을 하면서 해외 석유 개발 사업을 담당했지.”

“석유 개발 사업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아이히만이라면 2차 세계대전에서도 가장 악날한 전쟁 범죄인 아우슈비츠의 독가스 학살을 주도한 인물인데, 그런 그가 전후에 독일에서 연합군 치의 독일 정부에서 정부 관리로 일을 했다고 그것도 석유 사업을 하면서?

그런 일이 가능한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신가요? 아이히만이라면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을 학살한 그 아이히만을 말하는 것일 텐데, 그가 어떻게 전범 재판을 피해서 연합군이 점령하고 있던 독일에서 정부 관리로 석유 사업을 한다는 겁니까?”

“그러게 말이야? 도대체 납득이 안 가는 일이지? 하지만 어쩌겠어? 그게 역사의 진실인 것을..”

김덕수 소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이히만은 전범으로 재판을 잘도 피해갔네. 그리고 오히려 독일 정부 관리로 승승장구하면 공직에서 성공하지 그리고 벤츠와 스탠더드 오일을 위해서 여러 가지 사업을 돕기도 하고 말이야.”

“벤츠와 스탠더드 오일요?”

벤츠라면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고 스탠더드 오일도 두 말이 필요 없는 거대 석유회사다.

벤츠라면 오래된 자동차 회사로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이니까, 같은 독일 출신인 아이히만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인데, 스탠더드 오일이라면? 미국 회사, 석유왕 록펠러가 소유했던 초대형 석유 기업 아닌가?

“스탠더드 오일이라면 미국 회사에 그나마도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독과점 문제로 해체된 회사 아닙니까?”

“맞아 잘 알고 있군. 하지만 캘리포니아 스탠더드, 저지 스탠더드, 뉴욕 스탠더드 같은 회사들로 분해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록펠러 가문의 영향력이 상당했었고 한동안은 스탠더드라는 이름도 유지가 되었지, 후에 캘리포니아 스탠더드는 쉐브론이 되었고, 저지와 뉴욕은 각각, 엑손과 모빌이라는 석유 회사가 되었다가 엑소모빌로 합병이 되기도 하고.”

“음, 그런데 미국 회사인 스탠더드가 나치 출신인 아이히만과 연계가 될 수가 있나요?”

“아이히만은 나치 제국에서 재무 담당이었네. 특히, 석유사업, 해외의 석유 개발 사업에 깊숙하게 관련되어 있었어.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의 산유국들과 연관된 일들을 하고 있었던 거야. 석유 채굴 기술이나 아니면 개발 자금 담당같은 그런 일들을 했을 거라고 추정되지.”

“믿기 힘든 이야기군요? 아우슈비츠 대학살은 2차 세계대전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악명 높은 사건인데, 아이히만은 그 일의 주동자 아닙니까? 어떻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던 거죠?”

“그건, 내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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