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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험 (149/200)

새로운 모험

문화 대학교 주차장.

어쨌든, 헛나왔든 뭐든 민영민에게 차를 구경시켜주겠다고 했으니까 약속은 지키기로 했다. 차를 너무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민영민은 신형 벤츠 S580을 보더니 살짝 감동을 한 표정이었다.

“와, 이 차 너무 궁금했었는데, 역시 선배님 덕분에 이 차를 이렇게 영접을 하게 되는군요. 영광입니다.”

“뭐, 그래봐야 차인데, 영접까지야. 너는 이번에 나온 신형 S클래스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지?”

“최고죠. 물론, 최진수 선배님이 가지고 계신 부가티 같은 하이퍼카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 차들하고는 철학이 다른 차니까요.”

하긴, 나도 어디서 듣기로 벤츠가 기술이 없어서 슈퍼카를 안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것은 벤츠지만 사실, 럭셔리카나 슈퍼카, 하이퍼카들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보다는 적당한 가격에 최적의 차를 판매하는 벤츠나 다른 대형 메이커들이 수익성이 더 좋은 것이니까, 벤츠도 전략적으로 최고 수준의 차량 기술을 절제하고 있다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 바로 벤츠의 전략인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적당한 가격으로 적당한 차를 만들어 팔아서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만들어 내는 셈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만들어진 벤츠의 S클래스는 서민들 기준으로는 최고의 드림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가진 부가티나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차들도 있지만, 그런 차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탈 수 있는 차는 아닌 셈이다.

극강의 스포츠성을 강조한 차들로 그다지 쾌적하거나 데일리카로 적합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S클래스 정도가 일반적인 수준의 중산층 혹은 그 상위 계층이 가져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꿈의 차가 아닐까?

아무튼, 2억 정도의 가격에 이 정도 안락한 차라면 내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이었다. 4억이 넘는 페라리 로마를 최근에 많이 탔는데 솔직히 페라리 중에서 편하고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페라리 로마지만 벤츠 S클래스와는 승차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날렵한 페라리가 더 멋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한 사업가로 대기업 계열사의 회장이 된 지금의 나의 위치에서는 S클래스 같은 차가 더 쓸모가 많다는 생각이었다.

“하긴, 내 생각도 그래. 슈퍼카들은 성능은 최고지만 데일리로 타기에는 승차감이 너무 별로거든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공간도 좁고 말이야.”

아무튼, 민영민은 신형 S클래스를 실물로 보게 되어서 너무 기쁜 표정이었다. 사실 S클래스라면 흔하다면 흔한 차다. 한국이 세계에서 S클래스가 3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라는 뉴스 기사도 있고 말이다.

벤츠의 본고장 독일에서보다 벤츠 S클래스가 더 많이 팔리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이라고 한다.

미국이야 천조국이니 그렇다 치고, 중국이야 대륙의 인구대국이라 그렇다고 해도 좁은 한반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참으로 대단한 나라인 것 같다.

“아무튼, 이 차 구하기도 힘들고 저 같은 파파라치들은 더더욱 찍기도 힘든 차인데, 선배님 덕분에 촬영을 잘했네요.”

“요새도 도산파파라치로 활동하는 거야?”

“물론이죠. 그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요 그리고 요새는 부업으로 민소희 로드매니저 일도 하고 있습니다. 소희가 타는 차 운전도 하고요.”

“그래, 면허도 있었나?”

“물론이죠, 저를 뭘로 보시는 겁니까? 이래 봬도 도산파파라치인데 면허도 없겠습니까?”

“그래? 잘됐네.”

운전은 민영민에게 시키면 될 것 같았다. 스포츠카라면 뒷좌석이 없어서 둘이 나란히 타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번에는 뒷좌석이 더 편하다는 쇼퍼드리븐 차량인 벤츠 S클래스니까, 나는 그냥 운전석에 앉으면 되겠지?

“뭐가요?”

“면허도 있겠다. 민 기사가 운전을 해봐. 민소희 기사도 한다면서.”

“아, 제가요? 와 그러면, 제가 직접 운전을 하는 겁니까?”

차를 좋아하는 민영민은 오히려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처음으로 뒷자리에 타보았다.

뭐지? 엄청 편하네, 벤츠 S클래스든 뭐든 내가 직접 운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뒷좌석에 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매일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만 운전하고 다니다가 최고급 세단의 뒷좌석에 딱 앉으니까, 이건 정말 신세계였다.

“차가 진짜 편하네.”

“하하, 제 운전 실력이 그 정도인가요?”

“운전 때문이 아니라 차가 진짜 편한 것 같아. 특히 뒷좌석은 대박인데.”

“선배님 차인데, 처음 타보는 것처럼 말하시네요.”

“사실은 이 차 오늘 처음 타본 거야.”

“정말요?”

한영모터스에서 차를 받아서 주말에 집에 내려갔다가 서울에서 와서 월요일에 차를 타고 학교에 처음으로 타고 온 거니까, 차도 처음 타는 것이기도 하고 뒤좌석에서도 처음 앉아보는 것이었다.

차를 급하게 구매하느라 따로 시승도 안 해보고 좌석에 앉아보지도 않고 산 차였다. 부모님 선물로 이거면 되겠다 싶어서, 두 대를 한꺼번에 구매한 거니까 말이다.

아무튼, 처음 타본 벤츠 S클래스의 뒷좌석은 기대 이상으로 안락함이 느껴졌다. 가격으로 치면 람보르기니의 보급형 버전인 우라칸보다도 싼 벤츠 S클래스지만, 가격과는 무관하게 타고 다니기에 편하고 고급스러운 차라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렇게 민영민을 기사 삼아 다시 회사까지 차를 타고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다시 올라오는데 회사 입구에서 민소희의 모습이 보였다.

“회장님 언제 돌아오신 거예요?”

“어, 지난 주에 돌아왔어. 드라마는 잘 되가지?”

“예, 뭐, 촬영은 그럭저럭요. 영민이 오빠는 또 웬일이야? 회장님하고 같이 있었던 거야?”

“어, 학교에서 만났어. 선배님이 오랜만에 학교에 오셨더라고.”

민소희에게 들어보니 드라마 제작은 이제 거의 후반부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요즘은 어디서 촬영을 해?”

“이곳 빌딩에서 찍는 씬은 다 끝나서 거의 다 야외 촬영 아니면 세트 촬영이에요. 그나저나 회장님은 브라질에서 잘 지내신 거예요?”

“하하, 나야 뭐, 놀러간 건 아니고 아무튼 또 해외로 가야 할 것 같아.”

“예? 지난주에 귀국하셨는데 또요?”

“선배님이야 글로벌한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이잖아. 요즘 같은 세상에 해외에 나가는 일이 뭐 대수라고.”

“오빠는 언제부터 회장님 일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안다고 그래.”

“하하, 자, 그만들 하고 난 바빠서 먼저 사무실로 올라갈게요. 두 사람은 만났으니까 같이 가면 되겠네.”

민소희와 민영민과는 대충 헤어지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드라마 촬영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소소한 일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드라마 제작에 들어가는 돈은 수백억 수준에 불과했다. 드라마가 성공해서 수익이 난다고 해도 크게 이익을 볼 정도는 아니고 말이다.

그에 비해서 포클랜드에 뭐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나치의 황금이 나온다면, 그건 최소 수십조에서 수백조에 달하는 막대한 가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일본이 독일보다 더 경제 대국이지만, 2차 세계대전 무렵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경제력이나 기술력 이런 분야에서 유럽의 독일은 최고 수준의 국가였지만 일본은 아시아의 변방 국가 수준이었던 것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었던 유럽을 장악했던 독일이었던만큼 그들이 약탈한 황금의 양도 일본의 야마시타 골드보다 더 엄청났을 거라는 걸 추측해볼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26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있었다.

***

센트럴 타워 26층, 진수의 사무실

그나저나, 야마시타 골드에 이어서 나치의 황금, 늑대의 눈물까지 찾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오랜만에 센트럴 타워 26층의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시내 풍경은 아련한 느낌이었다. 저 아래로 보이는 번화한 시내 풍경, 자본주의 시스템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는 그런 세상의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저 까마득한 밑바닥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행운의 힘으로 이곳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또 이전과는 다른 한 단계로 도약하는 시점에 서 있다는 느낌이었다. 알뜨르에서 찾은 황금으로 상당한 부자가 되었고, 필리핀에서 찾은 황금은 재벌 수준으로 그리고 아마존 문서의 야마시타 골드를 본격적으로 찾으면서 이카로스그룹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야마시타 골드를 넘어설 수도 있는 새로운 황금을 찾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아직, 야마시타 골드를 다 발굴한 것도 아니었지만, 대략 100조 정도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계산이 되는 야마시타 골드에 비하면 늑대의 눈물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야마시타 골드 정도일까? 아니면 그 이상?

어쩌면 이미 아이히만이든 요제프 맹겔레든 그 황금을 어딘가에 사용하고, 남은 보물은 얼마 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망스러울 것은 없었다.

이미 난 야마시타 골드만 가지고도 어마무시한 재벌이 되었고 이번에 나치의 황금을 찾아서 더 큰 재벌이 되면 좋은 것이고 아니어도 상관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저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백문이 불여일견, 포클랜드에 가 보면 뭐가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 알 수 있겠지.

일단은 포클랜드는 바로 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필요한 장비들도 있어야 하고 그리고 아무래도 남미대륙에서 외떨어진 섬이기 때문에 플라잉 폭스를 타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일단, 지도를 보면서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김덕수 소장이 해독한 암호문에 나오는 화물이 보내어진 장소들은 모두 합쳐 12군데다. 구글 어스로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해 보니 포클랜드에 속한 제이콥 섬과 그 주변의 작은 섬들에 해당하는 지역이었다.

김덕수 소장의 말로는 이 지역은 과거에 독일계 해적들이 활동하던 지역으로 아마도 작은 섬들에 해적들의 비밀 기지 같은 것이나 보물을 숨겨둘 만한 동굴들이 있을 거라고 했다.

포클랜드의 수도는 스탠리로 유일한 항구이기도 한 곳이다. 면적은 전라남도와 비슷한 정도, 상당한 면적이지만 인구는 3천 명이 조금 넘는 정도다. 그나마도 항구인 스탠리를 중심으로 한 동포클랜드에 주로 인구가 몰려 있는 편이고 서부 지역은 인구가 적은 편, 그 중에서도 가장 서쪽에 있는 섬이 제이콥 섬이다.

포클랜드 기준으로는 가장 외곽에 있는 섬이기 때문에 눈에 뜨지 않는 곳이라고 할 수도 있고 영국이 19세기부터 지배하고 관할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군대와 과학기지가 들어선 것은 60년대 이후의 일이고, 그 전에는 무인도에 가까운 섬으로 해적들이 장악하거나 아니면 인근의 아르헨티나 군대가 점거했던 적도 있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남극에 가까운 외진 섬나라였던 것이다.

영국령이기는 했지만 세계대전 전후로 관리가 안 되던 지역이기도 하고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을 주장할 정도로 영국의 영향력이 큰 곳도 아니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나치가 포클랜드 지역에 몰래 비밀 기지를 건설했을 가능성도 크다는 생각이었다.

아무튼, 포클랜드의 제이콥 섬에 일단 필요한 시설들을 먼저 짓기로 했다. 명목은 이번에 대주주가된 포클랜드 아일랜즈 주식회사에서 사용할 창고와 직원들이 사용할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영국 본사에서 건물 신축허가를 영국 정부에서 받기로 했다. 그리고 건물을 짓기 위해서 브라질의 엔젤라 누네스를 통해서 바타타의 공사를 맡았던 건설팀을 포클랜드로 파견을 보내기로 했다.

자구아눔과 바타타 일대에서 나를 위해서 건물들을 건설했던 건설팀이었다. 이번에는 포클랜드의 제이콥 아일랜드에 비슷한 시설들을 만드는 업무가 주어졌다. 필요한 창고와 숙박 시설을 지어야 할 곳은 모두 12군데였다.

모두 오스제미오스 문서에 나온 좌표들과 가까운 곳들이었다. 그렇게 포클랜드로 떠날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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