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론과 자동차 (150/200)

드론과 자동차

“회장님, 김동혁 사장님의 전화입니다.”

“신성자동차의 김동혁 말인가요?”

김동혁이 무슨 일이지?

“예, 최진수입니다. 김동혁 사장님께서 무슨 일이시죠?”

“하하, 전부터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해외 출장 중이라고 하시더군요. 귀국하셨다는 말을 듣고 연락을 드린 겁니다.”

“예, 최근에 해외에 좀 일이 많았죠. 그런데 저에게 하실 말씀이라는 게?”

“사업 문제입니다. 전화상으로 이야기를 들이기는 좀 긴 내용이라 언제 시간이 되시면 한 번 만날 수 있을까요?”

“음, 그러면 내일쯤 가능할까요?”

“좋습니다. 내일 만나기로 하죠.”

조만간 브라질로 출국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일들도 최대한 빨리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

한남동, 하이엔드 레스토랑, 솔베이지

집과도 가깝고 가끔씩 사업차 귀빈들을 만나러 오는 솔베이지로 약속 장소를 잡았다. 김동혁 사장도 멀지 않은 프레스티지힐에 살고 있어서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괜찮은 장소였다.

“최진수 사장님도 신형 S클래스를 사셨군요.”

“하하, 뭐, 요즘 인기 있는 차종이라고 하더군요.”

“하긴, 그렇죠. 한국인들의 벤츠 사랑이 좀 유별나기도 하고요.”

“신성자동차 입장에서는 조금 섭섭할 수도 있겠네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벤츠의 기술력이야 워낙 유명하고, 그 중에서 S클래스는 출시될 때마다 자동차 시장의 하나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는 모델이니까요.”

“그건 그렇고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가 뭔가요?”

“저희 신성자동차도 지금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주로 만들고 있지만 이제 점점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죠.”

“미래라면? 전기차를 말하시는 건가요?”

신성자동차와는 이미 전기차 분야에서는 협력을 하고 있었다. 이카로스그룹의 핵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고, 지난번 원통형 배터리를 신성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전기차도 그렇지만 저는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그 이상이라? 전기차 말고 또 뭐가 있을까요?”

“전기차도 미래의 먹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 아주 먼 미래는 아니죠. 그리고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를 비롯해서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의 각축장이기도 하고요.”

“그렇기는 하겠네요.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죠.”

“그래서, 전기차차는 당연히 투자를 하는 거고 전기차 그 이후에는 뭐가 있을까? 그런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전기차 이후라면? 전기차 이후라면 또 뭐가 있을까?

“전기차 시대도 아직 도래하지 않았는데, 그 이후는 상상하기 어렵네요. 전기차 다음은 뭐가 될까요?”

김동혁 사장은 잠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희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자동차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무슨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그런 이야기잖아?

“하하, 자동차가 하늘을 날 수 있나요? 그러면 비행기가 아닌가요?”

“뭐, 그 이야기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가 개발하려는 미래형 자동차, 정확히는 교통수단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기존의 바퀴가 달린 내연기관으로 지상에서 움직이는 그런 자동차와는 다른 개념이니까요.”

“그럼, 정말 하늘을 나는 교통 수단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김동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확히는 드론에 가까운 개념이죠.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드론이라고 할까요?”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드론? 드론이라면 이카로스항공의 드론의 기술력이 상당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미국에서 수출 중인 농업용 대형 드론인 옥토퍼스가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었다.

옥토퍼스는 이미 미국에 수출하기 전에 자구아눔 제도에서 내가 직접 그 성능을 테스트해본 드론이었다.

사람보다 훨씬 무거운 황금상자들을 무리없이 정확하게 정해진 목적지로 보낼 수 있는 드론이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람을 태우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드론이라면, 이카로스항공에서 만들고 있는데 혹시 이카로스항공의 기술력을 원하시는 겁니까?”

“예, 이카로스항공에서 옥토퍼스라는 대형 드론을 만들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성능 면에서도 아주 인상적이더군요. 자율비행 기술도 상당하고요.”

김동혁은 신성자동차와 이카로스그룹이 힘을 합쳐서 미래형 자동차, 드론자동차를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드론과 전기배터리 기술을 가진 이카로스와 자동차 생산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신성자동차가 힘을 합쳐서 미래형 자동차, 김동혁의 말을 빌리자면 하늘을 나는 드론형 자동차를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어떻습니까? 미래에는 그런 드론이 마치 택시처럼 사람들을 빠르게 실어나를 수도 있을 겁니다. 복잡한 도심에서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 되겠죠.”

“그렇기는 하겠군요.”

거기에 현재의 드론이라는 것은 전기 배터리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 같은 환경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라면 사람을 태우는 드론이라는 것은 안전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었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비행체인 드론형 자동차라면 사고 시에 더 위험할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동차와 달리 드론을 조정하기 위해서 비행기 조정 내지는 드론 조정 면허가 따로 필요할 수도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안전의 문제가 있을 것 같군요. 사고 시에 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그건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하지 않은 교통수단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죠. 모든 일에는 위험부담이 따르는 법이니까요.”

“그렇기는 하겠죠. 하지만 자동차 회사가 일종의 비행기를 개발한다는 것인데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비행기와 자동차가 그렇게 다른 물건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롤스로이스 같은 회사도 전투기를 개발한 역사가 있죠.”

“롤스로이스가 말입니까?”

롤스로이스라면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럭셔리한 자동차를 만드는 자동차 메이커로 알려져 있는데 롤스로이스에서 비행기를 그것도 전투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일이었다.

“원래, 비행기라는 것도 엔진으로 추진력을 얻어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자동차와 원리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비행기든 자동차든 핵심 기술은 바로 엔진에 있죠. 롤스로이스는 지금은 벤츠에 밀려있지만 한 때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엔진을 만들어내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면 롤스로이스에서 만들었다는 그 전투기가 뭔가요?”

“아마, 최진수 회장님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최초의 수직이착륙기인 해리어 전투기죠.”

“해리어요?”

전투기나 비행기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는 진수였지만, 해리어라는 이름은 들어서 익숙한 이름이었다. 어렸을 때 뉴스나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해리어라는 비행기는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한 신기한 비행기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나치의 황금을 찾으러 가려는 포클랜드 제도와도 큰 인연이 있는 전투기였다.

“해리어라면 포클랜드 전쟁에서 활약한 영국의 해군 전투기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걸 개발한 회사가 바로 롤스로이스죠. 롤스로이스는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엔진 개발 능력이 있기도 했기 때문에, 영국 해군을 위해서 신형 전투기,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해리어의 개발을 맡게 된 거죠.”

김동혁은 해리어기가 개발된 전후 사정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2차 세계대전은 세계 초강대국이었던 영국의 위상을 떨어뜨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데, 그 이전까지 세계 최강의 제국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우던 대영제국은 2차 세계대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국력이 크게 쇠락하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로 더이상 세계 각지의 식민지를 지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구와 내수 시장 면에서 거대한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과 경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국력이 쇠퇴한 영국으로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해군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항공모함도 제대로 보유할 수 없었고, 대형 항공모함을 가지지 못한 채. 경항모를 운영하게 되면서 해상에서의 전력도 크게 위축이 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경항모에서 전투기를 운용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 바로 해리어기였다.

미국처럼 대형 항공모함을 운용할 국방비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경항모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수직이착륙기를 개발하자는 아이디어가 주목을 받았고, 그걸 개발한 것이 당시 최고 수준의 엔진 개발 회사였던 롤스로이스였던 것이다.

그렇게 최초의 해리어기는 전투기라기보다는 수직이착륙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거대한 상자 같은 모양으로 일종의 침대에 가까운 모양이어서 나는 침대로 불리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직이륙 능력만을 가지고 시작했던 해리어기의 개발은 개발을 거듭하며 본격적인 전투기로 거듭나게 되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롤스로이스는 어쩌면 비행기가 아니라 최초의 나는 자동차를 만들 수도 있었겠네요?”

“사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개념은 여러 발명가들에 의해서 개발이 되기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실용적인 소형 비행체를 개발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였죠.”

“그러다가 드론이 개발된 거군요?”

“그렇습니다. 드론은 비행능력을 가진 소형 비행체였지만, 정교한 비행 조정이 가능하고 그리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대형화가 되었던 거죠. 이카로스항공의 옥토퍼스처럼 말입니다. 이제는 그 정도 드론으로 사람을 태우고 비행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게 된 거죠.”

“그래도 전기차가 먼저 아니겠습니까? 전기차는 미래의 새로운 성장산업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요.”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당장은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기술적인 문제인가요?”

“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신해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죠.”

“전기차에 대한 반발요?”

김동혁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을 비교하자면 내연기관에 비해서 굉장히 구조가 심플하죠, 당연히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 수도 적고 조립과정도 단순합니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배터리 비중이 굉장히 크다고 하더군요. 부품이 줄어서 더 만들기 쉬운 거 아닌가요?”

“그렇기는 하지만 인력이 그만한 줄어들게 되는 거죠.”

인력이 줄어들게 된다? 기업입장에서는 노동력이 줄어들고 인건비가 줄어들어 좋은 일이기는 한데,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일거리가 줄어들게 되니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는 것인가?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비가 절감되겠지만 일자리가 줄어들겠군요?”

김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문제죠. 게다가 아직은 전기차로의 완벽한 전환기라기보다는 일종의 과도기입니다. 테슬라가 세계 1위의 전기차 회사라고는 하지만 아직, 연간 순익 면에서는 신성자동차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예, 많이들 착각을 하는 부분이죠. 테슬라의 주가가 엄청나게 뛰고,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고 하니까, 전기차가 엄청나게 팔리고 고수익을 낸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산업의 여명기 정도입니다.”

“아직, 밝은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다는 말이겠군요? 하지만 언젠가는 태양이 뜨고 눈부신 햇살이 비추지 않겠습니까?”

“하하, 다들 그걸 기대하고 테슬라의 주식에 투자를 하는 거겠죠. 아무튼, 테슬라 같이 시작부터 전기차를 생산한 경우라면 부담이 없지만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생산이 늘어난다고 해도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전기차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강하고요. 그래서 전기차도 전기차지만 드론형 자동형 같은 전기차 외에 다른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는 거죠.”

“하늘을 나는 자동차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롤스로이스가 하늘을 나는 침대라고 불리던 실험체를 기반으로 해리어를 개발한 것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이카로스항공의 드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의 교통수단을 개발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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