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미래
하늘을 나는 드론이라? 신성자동차 김동혁 사장이 하는 말이 아니라면, 너무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공상과학 영화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차를 살까? 하는 생각도 든 것이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드론 자동차보다는 전기차 쪽이 더 유망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면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헬리콥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불분명하고요.”
“하하, 뭐, 그런 이야기들도 많죠.”
김동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반응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기차는 내부적인 반발이 상당합니다.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일은 노조나 협력업체들의 반발이 상당할 거라는 겁니다. 거기에 정부에서도 이런 현상을 그다지 반기지 않고요.”
“인프라 건설이 더딜 거라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사실, 일론 머스크를 제외하고는 전기차 시대가 오는 걸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죠. 정부에서도 전기차 기술 같은 것에는 관심은 많지만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라인이 멈추는 건 원하지 않아요.”
“애매한 이야기군요. 전기차 기술은 이미 상당히 발전한 걸로 아는데.”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려면 관련 인프라 특히 배터리와 충전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그렇겠죠.”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라면 배터리 충전일 것이다. 현재 기술로는 아직 내연기관 수준의 배터리 주행거리를 운행할 수도 없고 곳곳에 산재한 주유소에 비하면 배터리 충전소도 부족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한국에는 전기차 인프라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죠.”
“음, 그러면?”
“솔직히 말하자면 드론형 자동차라는 건, 잘 되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이 없는 패입니다.”
“드론 자동차가 목적이 아니라는 건가요?”
김동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드론 자동차도 전기 배터리를 베이스로 한 기술입니다. 전기차와 차이라면 드론처럼 하늘을 난다는 정도죠. 배터리와 자율주행 시스템 같은 기술은 전기차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고속 충전 인프라도 사실상 공유가 가능하죠.”
“그러면 드론 자동차를 이용해서 전기 충전소 인프라를 늘리겠다는 건가요? 일종의 연막작전이라는 개념으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장 전기차 인프라를 늘리겠다고 하고 특히 우리 신성자동차가 전기차 충전시설에 투자를 하고 충전소를 짓는다면 아마 여기저기서 반발이 클 겁니다.”
그 말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전기차 인프라가 늘어나고 충전 설비가 개발되어 전기차 충전기술이 개선되면 전기차 수요는 더 많아질 테고 가뜩이나 탄소 중립이니 뭐니, 내연차를 줄이라는 국제적인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내연기관 산업은 빠르게 몰락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짐이 보이면 기존 내연기관 산업 종사들의 반발도 클 것은 분명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라면 김동혁은 드론형 자동차를 핑계로 전기차에 관련된 고속 충전 기술과 자율주행, 그리고 충전 시설 개발을 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전기차와 드론형 자동차, 그러니까 드론 전기차는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내부 반발을 피해서 신기술 개발에 투자를 하고 그의 말대로 드론 전기차가 가능성이 보이면 그쪽으로 기술 선점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일종의 일거양득인 셈이다.
“속된 말로 양다리 걸치기라고 해야 하나요?”
“하하, 양다리요? 뭐 하지만 신성자동차의 목적은 전기차에 더 기울어 있다고 봐야겠죠.”
“역시, 노조나 그런 쪽의 시선을 돌리겠다는 건가요?”
“노조도 그렇고 정부에서도 전기차 산업에 대해서 까다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개발하는 건 미래산업이니까 또 친환경 산업이라 환영이라고 하면서도 뒤로는 인력 감원 문제는 절대 불가라는 식이죠.”
“기존 인력을 다른 식으로 전환하는 건 불가능한가요?”
“어려운 일이죠. 필연적으로 내연기관에 종사하던 인력과 협력업체는 타격을 받을 건 분명합니다.”
“그렇군요. 자동차 업계에서는 복잡한 문제겠군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처럼 애초부터 내연 생산인력이 없었다면 모르지만, 이제 와서 대량해고는 사회적인 부담이 클 테고.”
“그래서 일종의 편법으로 드론 자동차 개발을 내세우고 있는 겁니다.”
“그걸 이카로스이노베이션과 함께 하자는 겁니까? 규모가 상당한 사업이 될 텐데요?”
“앞으로 5년 동안 전기차와 드론 자동차, 배터리 개발 등에 20조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죠. 다른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을 하려면요.”
“그래서 이카로스이노베이션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솔직히 40조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자체 연구결과가 있지만, 기존 내연기관 사업에도 투자를 해야 해서 신성그룹 전체의 투자 여력으로는 자금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김동혁 사장 말로는 신성자동차 그룹이 총액 60조 규모의 투자 차세대 연구개발 플랜을 세웠지만, 전기차 분야에 배당된 것은 20조 정도에 머물렀다고 한다.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지만, 내부 사정이나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하느라 그 정도로 투자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기존 내연기관 부분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생각보다 전기차로는 대전환은 세계적으로도 느린 편이고.”
“하지만 언젠가는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은 분명하겠죠. 투자도 필요할 테고요.”
“최진수 회장님은 상당한 자금력을 가진 투자자로 알려져 있는데 신성자동차와 같이 전기차에 산업에 투자를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의 대주주이기도 하시니까요. 배터리와 자율주행, 고속충전 인프라 건설 같은 분야에 말입니다.”
김동혁은 단순히 기업 간의 협력을 넘어 미래의 기술에 같이 투자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액수는 어느 정도를 원하시는 겁니까?”
“20조입니다.”
“이..이십조요?”
“하하, 뭐, 큰 액수이기는 하지만 신성그룹에서도 그 정도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요. 자체 연구결과로도 40조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뭐, 그것도 아주 충분한 투자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각각 20조를 투자해서 전기차 기술을 개발하고 그 이익도 같은 지분으로 나누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20조를 투자하신다면 이카로스이노베이션과 이카로스 항공, 그리고 신성자동차 이런 기업들의 기술협력도 가능할 테고요. 공동의 투자에 대해서는 지분을 50:50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뭐, 세부적인 것은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았지만 각각 20조와 기존의 배터리와 드론, 그리고 자동차 분야의 보유한 기술을 협력해서 차세대 전기차 기술을 개발하자는 제의였다.
“하하, 워낙, 큰 규모의 사업이라 일단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시죠. 천천히 생각해 보시죠.”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하루만 시간을 주십쇼.”
“하루요? 그걸로 충분하겠습니까? 검토할 사항이 많을 것 같은데요.”
20조를 투자하는 거대한 사업 제안이었다. 신성과 내가 각각 20조를 투자하고 신성자동차그룹과 이카로스그룹이 공동으로 차세대 전기 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니 말이다.
전문적으로 들어가서 하나하나 세부사항을 검토하려면 1년이 걸려도 모자를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식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 나에게는 행운의 과자가 있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언제나 나에게 최적을 해답을 주고 있었다.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어떤 사업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오죽하면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뉴욕에 폭풍이 휘몰아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소위 말하는 카오스 이론인 것이다. 예전에 군대에 있을 때 소대장님이 폭풍우가 치던 날 내무반에 모여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날씨 같은 혼돈계에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지만, 뜻밖에도 초기값을 정확하게 측정하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체적은 상황은 계속 혼돈을 일으키며 복잡해지지만 아주 초기에 이미 이런 혼돈의 크기와 지속이 결정된다는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문제일수록 가장 기초적인 초기환경의 제약을 받는다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물론 나는 어떤 초기값이 거대한 미래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인지 알 수 없지만 행운의 과자나 행운의 과자의 힘을 만들어준 행운의 여신 티케는 알고 있겠지?
아니어도 할 수 없는 일이고, 어쨌든, 어떤 식으로 미래를 예측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행운의 과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으니까 말이다.
***
김동혁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유엔빌리지의 빌라로 돌아왔다. 외국에 오래 있다 보니, 넓게만 느껴졌던 나의 빌라도 좀 작은 느낌이었다.
물론, 주거 공간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브라질에 바타타의 리조트를 통째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열대의 섬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넓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아무리 한국에서는 초호화 빌라에 몇백 평이나 되는 공간이라고 해도 브라질의 개인 리조트에 비하면 그저 겨우 답답하지 않는 느낌의 집이라고나 할수 있었다.
처음에는 기가 막히던 한강뷰도 이제는 좀 시들해진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태양의 나라, 해변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에 열대 해변에 비하면 한강은 좀 그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는 고향에 온 것처럼 푸근한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20조를 투자해달라는 건데, 뭐, 사업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전기차에도 응용 가능한 모빌리티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드론 자동차는 일종의 핑계고 그보다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개발하려는 그런 이중적인 투자계획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김동혁의 방식이 괜찮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의 말대로 노조라든지 정부에서 겉으로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일종의 모순적인 태도, 탄소중립을 내세우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인력감축에는 부정적인 것이다.
하지만 기존 자동차 업체의 경영진의 입자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던 인력을 전기차에로 모두 이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신성자동차 본사 직원과 별개로 협력업체들은 또 어떨 것인가?
전기차 시대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수반한다. 미래에 대한 장밋빛 예측만 하고 있지만 어두운 그늘에는 무관심하거나 애써 감추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자동차 회사 사장도 아니고, 그건 김동혁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나는 김동혁이 이끄는 신성자동차와 미래의 전기차 기술개발에 공동투자 하는 일만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다행히, 20조 정도의 자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계좌의 자금도 있고, 이번에 브라질에서 쿠알라룸푸르로 보낸 야마시타 골드의 매각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20조에 약간 부족한 액수기는 하지만, 앞으로 5년 동안 투자하는 금액이고 앞으로 필리핀과 브라질의 남은 야마시타 골드도 충분한 양이 존재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포클랜드 제도에서도 뭔가 엄청난 것을 찾을 수도 있었다.
일단은, 행운의 과자를 먹어보기로 하자. 김동혁의 제안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나는 행운의 과자병을 열고 과자를 하나 꺼내 들었다. 과자에서는 뭔가 미래지향적인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세련되면서도 약간은 차가운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입안에 과자를 넣자 날카로운 단맛이 혀끝에 닿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과연 나의 미래는?선택지는 단순했다. 1은 김동혁의 제안을 받는 것이고, 2는 거절이다.
날카로운 단맛이 사라지고 뭔가 담백한 고소함이 느껴질 무렵 혀끝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과자에서 나온 것은.. 1번이었다.
김동혁에게 전화를 걸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