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의 가치
나치의 약탈 황금, 늑대의 눈물을 찾은 것이다. 상자마다 금괴가 가득 들어 있었고 그 외에 금화와 보석들이 들어 있는 상자들도 있었다.
“와, 대체 이게 더 얼마나 되는 거지?”
자구아눔 제도에서 찾은 야마시타 골드와 비교를 하자면 금괴나 금화의 양도 더 많았고, 황금 외에도 각종 보석류도 많이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 반지나 목걸이 같은 것들이었다.
전체적으로는 보물의 양은 훨씬 더 많은 것 같았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충 15조에서 20조 정도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스바야, 엄청나지 않냐?”
스바딜파리는 토굴 아래로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아래쪽의 사정이 궁금한지 입구 쪽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한테, 당근으로 빌딩을 지어줄 수도 있는 보물들이야.”
막대한 황금과 보석들 엄청난 행운을 발견한 셈이지만 동시에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이 황금과 보석의 주인들은 모두 잔인한 운명을 맞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70년이나 지난 일이고 내가 죄책감을 느낄 일은 아니었다. 나는 단지 행운이 이끄는 대로 이 보물들을 찾았을 뿐이었다.
일단, 엄청난 황금을 찾았고 이제는 이걸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
전에 하던 대로 전동 도르래부터 설치했다. 그리고 토굴 안쪽의 상자들을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다.
스바딜파리에게도 뭐라도 일을 시킬 수도 있었지만 큰 도움도 안 될 테고, 스바딜파리에는 휴식을 주었다.
대신 운송용 드론인 옥토퍼스가 지하세계에서 꺼내온 황금들을 제이콥 섬의 창고들로 옮기는 일을 수행했다.
혹시 누가 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주변을 확인해 보았지만, 포클랜드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제이콥 섬에 나를 감시하거나 바라보는 시선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일단 서쪽 해안의 좌표에서 성공적으로 황금 발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일단은 성공이군.”
하지만 제이콥 본섬에는 아직 한 군데의 좌표가 더 남아 있었다. 동시에 두 군데의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일정상 한 곳에 두 번 머물기도 어려워서 이번 기회에 동쪽 해안 지대의 좌표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서쪽 동굴에서의 발굴 작업을 대충 마무리 짓고 서둘러 동쪽 해안으로 향했다.
동쪽 해안은 서쪽과는 달리 기암괴석 지대가 아니라 완만한 언덕들이 보이고 있었다. 언덕 위로는 낮은 풀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었다.
음, 좌표상으로는 여기 쯤인데...동굴 같은 것이 있을 줄 알았지만 보이는 것은 낮은 언덕 정도였다.
뭐지? 동굴이 없잖아?
지금까지 찾은 황금들은 모두 천연 동굴의 지하에 판 토굴 같은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동굴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스바야, 이번에는 뭔가 좀 다른데, 하지만 지도가 있고 행운의 과자도 있으니까, 찾기 어렵지는 않을 거야.”
입구를 찾기 위해서 이번에도 좌표가 가리키는 지점 일대에 선을 긋고 여러 개의 지역으로 분할을 해보았다.
그리고 행운의 과자를 꺼내 하나 천천히 입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온 번호는 7이었다.
“럭키 7이군. 언제나 난 운이 좋다니까.”
7번이라? 7번이면 이쯤인데, 그냥 보기에는 언덕 아래쪽의 평지였다. 그래도 행운의 과자가 선택한 곳이니까 한 번 아래를 파보기로 했다.
그렇게 파워 슈트를 입고 삽질을 계속하자, 해안가 언덕 아래쪽으로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을 파 내려가자 뭔가 삽 끝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지하로 내려가는 철문이 나타났다.
찾았다. 이번에도 지하 토굴을 발견했어...
철제 문으로 된 입구를 지나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역시 비슷한 규모의 지하 토굴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서쪽 동굴에서 찾은 정도의 황금과 보석들이 담긴 상자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상당한 양인데?
야마시타 골드가 매장되었던 동굴들에서 찾은 것보다 양도 많고 거기에 한 번에 두 개의 토굴을 발견해서인지, 그렇게 제이콥 섬의 창고들로 이동된 황금과 보석류의 가치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일단, 작업을 대충 마무리하고 리우데자네이루의 정박해 있는 플라잉 폭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작업이 예상했던 기간보다는 빨리 정리가 되어서 남은 시간이 며칠 있었다. 남은 시간에는 섬을 둘러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낚시도 하고 해안가를 돌아다니면서 나름 해안 지역 탐사도 하고 오랜만에 시간이 생겨서 스바딜파리와 산책도 하고 말이다.
보물들을 찾으러 무인도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처음에는 황금을 찾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었지만, 지나고 나서 남는 것들은 무인도에서의 시간들, 추억들이었다.
편의점 알바를 할 때, 내 꿈은 돈을 벌어서 전세계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이국적인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나 아니면 남극에 가까운 포클랜드같이 한 번쯤 와보고 싶었던 곳들이 많았던 것이다.
편의점 알바로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한 일이었고 또 세상 어딘가에는 내가 모르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세계가 존재할 거라는 상상도 했었고 말이다.
아무튼, 황금을 찾는 일을 하면서 여기저기 전에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롤 가게 된 것은 내 꿈을 이룬 셈이었다.
그렇게 제이콥 섬을 돌아보고 있는데 섬의 남쪽 끝의 해변에 뭔가 사람 같은 것들이 보이고 있었다.
뭐지? 무인도인데, 사람이?
약간, 긴장을 했지만 가까이 가보니 펭귄들이었다. 두 발로 걷고 있는 모습이 얼핏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제이콥 섬의 남쪽 끝은 절벽과 그 아래로 바위들이 이어지는 구조였는데, 바위 위에 펭귄들이 모여서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스바야, 제게 바로 펭귄이야. 세상에, 동물원도 아니고 섬을 산책하다가 펭귄을 다 보네..신기하지?”
스바는 당나귀라 그런지 펭귄을 봐도 시큰둥이었다.
사진이나 찍을까? 휴대폰으로 펭귄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남는 것 사진뿐이라고 하지 않던가?
펭귄들에게 다가가도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인지 도망을 가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인간이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고 낚시로 잡은 물고기 몇 개를 던져 주었지만 별 반응도 없고, 그저 자기들 사냥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남은 며칠 동안 스바딜파리를 데리고 섬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때쯤, 플라잉 폭스에서 연락이 왔다.
“회장님, 처음에 갔던 서쪽 해안으로 갈까요?”
“그래요, 그쪽으로 다시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무인도에서의 휴가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는 다시 브라질이든 한국이든 현실 세계로 되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
브라질 바타타 진수의 리조트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일단은 바타타의 리조트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할 일들도 많았지만 일을 하고 사업을 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인생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빈둥거리며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나...
“확실히 브라질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에니카는 다시 비키니의 계절로 돌아와 있었다. 물론 한나도 마찬가지였다.
“포클랜드는 좀 춥더라고.”
“당나귀랑 재밌게 시간을 보내신 거예요? 무인도에서?”
“낚시도 하고 펭귄들도 관찰하고,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죠.”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치의 황금, 늑대의 눈물을 발굴하기 위해서 포클랜드로 간 것이었지만, 이제는 몇 번 그런 황금을 찾아서인지 아무리 막대한 보물이 들어와도 약간은 덤덤한 기분이었다.
처음에 영동에서 고종 황제의 내탕금을 찾았을 때나, 문위 우표를 팔아서 수십억을 벌었을 때가 오히려 더 짜릿했던 느낌이다.
뭐든 자극이란 반복되면 무뎌지는 모양이야. 물론, 무뎌지지 않는 자극도 있기는 하다.
“아무튼, 추운 곳에서 고생을 하셨는데, 마사지라도 해드릴까요?”
“그것도 좋겠죠. 어쩐지, 어깨가 좀 뻐끈하기도 하고 말이야. 부탁해요. 에니카..”
에니카는 리조트 수영장 쪽에서 내가 있는 썬베드로 다가왔다. 그리고 익숙하게 나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특별히 더 무리한 작업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포클랜드가 좀 추운 곳이라 그런지 어깨가 좀 굳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에니카의 뜨거운 손길이 닿자 천천히 굳어있던 어깨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에니카가 나의 어깨를 마사지하기 시작하자, 한나도 어느새 다가와 내 허벅지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점점 편해지는 기분인데...이대로 잠이 들 것 같아....
***
잠에서 깨었을 때는 한국이었다. 비행기는 인천 공항에 착륙하고 있었다.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빠져 나오자 비로서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인천 공항은 언제나처럼 붐비고 있었다. 배낭을 매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들의 무리도 보였다.
***
센드럴 타워 26층.
귀국을 하자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윤아영이었다.
“그래, 잘 지냈어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빴죠.”
윤아영 말로는 제작 중인, 재벌 변호사의 촬영은 다 끝났고 이제 편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연말에는 방영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드림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제작 드라마가 되는 거죠.”
“아영 씨가 수고가 많았네요. 내가 자리르 비운 사이에 고생이 많았어요.”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감사하네요.”
드라마 제작은 잘 마무리가 되고 있었고 조만간 TV에서 방영이 될 것이다. 결과는 방영이 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행운의 과자가 선택할 일들이니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사업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았다. 거제도에서 건조 중인 아틀라스 호도 이제 완성단계가 되었고,
아틀라스 호의 진수가 이루어지면 본격적으로 초호화 요트 사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요트 사업은 수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취미라고 할 수 있었다.
거대하고 화려한 요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것은 나의 오랜 로망이었다. 돈이 없는 가난한 편의점 알바시절부터 상상으로나마 그런 공상을 즐긴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지금은 행운의 과자의 행운 덕에 그런 꿈을 이룬 셈이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플라잉 폭스보다 더 크고 화려한 요트를 만들어서 더 화려한 인생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돈이라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지금도 쿠알라룸푸르에는 이번에 포클랜드 제도에서 찾아낸 황금들이 김영석 사장이 관리하는 위장 수출입 업체의 창고로 보내져서 보관 중이었다.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김영석 사장이었다.
“하하, 그렇지 않아도 김영석 사장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를 주셨군요.”
“제 생각요? 이번에 보내신 화물들 생각을 하신 건 아니고요?”
“그게 그거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김영석과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친분이라기보다는 황금을 거래하는 거래 창구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김영석은 금괴를 처분해서 돈으로 바꾸어 주는 일종의 환전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김영석 사장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화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도 맞는 것이다.
“이번에는 양이 좀 많죠?”
“예, 저도 놀랐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대체 어디러 이런 화물들을 구하시는 건지?”
“하하, 뭐, 나름의 루트가 있죠. 깊게 더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군요.”
“예, 죄송합니다.”
돈의 힘으로 사람들의 친절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편리한 것은 사람들의 침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이 많으면 사람들은 그 돈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으려고 할 뿐, 나를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내가 고용한 사람들은 나에게 깍듯하고 친절하게 행동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를 귀찮게 하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공적인 관계인 것이다.
“아무튼, 대충 점검을 해보니까, 화물의 양이 엄청납니다.”
“그래요? 대충, 추정가가 어느 정도나 될까요?”
“30장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30장이라?”
30장이라면 30조라는 의미였다. 금괴의 양도 상당하고 거기에 보석류가 많아서 가치가 더 상승한 모양이었다.
30조라 나쁘지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