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 라이프 (156/200)

럭셔리 라이프

한 해도 저물어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거리에는 캐롤과 화려한 분위기의 트리들이 선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SNS 등에서 크리스마스와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드림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드라마인 재벌 변호사였다.

신인인 홍성진 PD와 역시 아이돌 출신의 신인급 연기자인 민소희, 그리고 젊은 차세대 라이징스타 정수현 등이 참가한 트렌디 드라마로 KBC에서 드라마가 방영되자마자 큰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가 된 것은, 드라마에 재벌 3세이자 변호사로 나오는 정수현의 자동차 부가티 시론 에르메스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남다른 디자인의 부가티 시론 에르메스, 물론, 내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대를 가지고 있는 바로 그 부가티였다.

나는 부가티 외에도 다른 차가 많기도 하고, 아무리 좋은 부가티라고 해도 계속 타고 다니기도 지루하던 참이어서 드라마에 일종의 협찬을 한 셈이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재벌 3세라는 정수현의 극 중 역할을 위해서 빌려준 차였는데, 정수현이 첫 회에 부가티 시론 에르메스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자, 시청자 게시판이 난리가 난 것이었다.

다행히, 비난을 하는 그런 게시물들은 아니었다. 정수현이 드라마에서 타고 나오는 차가 뭐냐? 너무 예쁘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이다.

멋진 차도 아니고 예쁘다? 는 반응이 좀 생소하기는 했지만, 드라마의 주 시청층이 젊은 여성들이고, 부가티 시론 에르메스도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콜라보로 화려한 인테리어와 컬러감을 보여주는 럭셔리한 차라 그런지, 부가티 특유의 스포츠성이나 하이퍼카라는 느낌보다는 예쁘고 고급스러운 럭셔리한 자동차로 인식이 된 모양이었다.

그렇게 첫 회부터 나의 부가티 덕분인지 드라마는 큰 화제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부가티가 세계에 하나뿐인 에르메스 콜라보 모델이고 가격이 70억이 넘는다는 것이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더더욱 화제가 되고 있었다.

“너, 그거 봤어?”

“뭐?”

“재벌 변호사, 정수현이 나오는 거 있잖아?”

“나도 봤지, 진짜 정수현 잘생기지 않았니? 딱 귀티가 나는 게 진짜 재벌이나 그런 거 아닌가?”

“그러게 재벌들도 그 정도 얼굴이 되어야 재벌 느낌이 나는 거지. 아무튼 정수현 부가티 진짜 예쁘더라, 인테리어도 에르메스 에디션이라고 하잖아, 그냥 자동차가 에르메스인 거야.”

“그러게 진짜 미친 거 아냐, 그거 70억이라잖아.”

“그런 차는 대체 누가 타고 다니는 걸까? 그거 진짜 한국에 주인이 있다고 하던데.”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가 들려왔다.

여대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었는데, 한동안 재벌 변호사, 정확히는 정수현의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부가티도 진짜 예쁘고, 정수현이 일하는 사무실도 엄청 럭셔리하던데.”

“그러게, 무슨 사무실이 그렇게 크지? 난 아무리 재벌이라는 설정이지만, 무슨 빌딩 한 층을 개인 사무실로 다 쓰냐고? 너무 오바 아냐?”

“야, 그게 그 이카로스그룹 최진수 회장의 진짜 사무실이라잖아.”

“최진수 회장? 이카로스그룹이라면, 그 전기차 배터리 그런 거 만드는 회사?”

“그래, 배터리도 만들고, 드론도 만들고 그러는 회사래. 거기 회장이 진짜 젊은 재벌 3세라고 하잖아. 진짜 돈도 많고, 정수현 부가티도 그 사람거래.”

“정말? 사무실도 그 사람 거고, 부가티도 다 그 사람 거야?”

“그래, 그 최진수 회장이 재벌 변호사 제작사 오너거든, 자기가 만드는 드라마니까, 다 장소고 부가티고 협찬을 해준 거지.”

“와, 진짜 드라마 속의 재벌 3세가 현실에도 존재하는구나. 진짜 그런 사람 눈앞에서 만나면 막 광채가 나고 그러는 거 아냐?”

“후훗, 광채?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런 재벌 3세를 우리 같은 서민들이 어디 마주칠 일이 있겠어?”

바로 코앞에 있는 나를 못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하긴, 내가 돈이 많은 재벌이기는 하지만 딱히 티를 내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

차나 요트, 건물에는 흥미가 있지만 옷 같은 것은 수수하게 입고 다니는 편이었다. 예외로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 정도는 손목에 차고 다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파텍필립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차라리 롤렉스 정도라면 아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파텍필립은 진짜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는 그다지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니까 말이다.

부가티를 오늘 타고 왔다면 저 여학생들을 놀라게 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옆자리에 무심하게 커피를 마시던 평범한 남자가 알고 보니, 그들이 말하던 그 최진수 회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런 상상을 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아무튼, 드라마 재벌 변호사는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었다. 민소희가 그다지 주목을 받고 있지 못 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뭐, 그건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었다.

***

센트럴 타워, 26층 진수의 사무실.

“한성일보에서요?”

한성일보라면 우리나라 3대 메이저 일간지 중에 하나였다. 중도 성향으로 판매 부수 면에서는 국내 1위의 신문으로 평가를 받는 거대 신문사, 당연히 영향력도 엄청난 언론사라고 할 수 있었다.

“예, 사회부 이수진 기자라고 하는데, 회장님과 인터뷰가 가능하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비서실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 것이었다. 이카로스그룹을 창설한 후로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온 적은 몇 번 있었다. 대부분 갑자기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카로스그룹의 행보에 궁금증을 보이는 경제부 기자들의 요청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왠지 꼬치꼬치 캐물을 것 같아서 인터뷰 요청은 모두 고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카로스그룹의 성장의 원동력인 자금의 출처라든가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였다.

기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이카로스그룹의 구성원들도 내가 어디서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가져와서 기업들을 인수하고 투자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궁금증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돈의 출처보다는 돈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선가 정체불명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이 궁금하고 호기심도 생기겠지만, 그보다는 그 자금력으로 운영되는 사업에 동참하거나 기업에서 월급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호기심들은 충분히 자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그런 질문들이 나올 때마다 대충 농담처럼 넘어갔고 그 이상을 물어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가장 궁금증을 느낄만한 김영석 사장도 나의 황금들을 처분해주는 대가로 받는 자신의 수수료에 만족하며 더 이상의 호기심은 나타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전혀 다른 부류의 인간들이다. 나와 어떤 사업적 이익을 공유한다기보다는 나에게서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어 감으로써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만나봐야 피곤하기 때문에 피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회부 기자라는 것이었다. 사회부라면 보통 신문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부서로 편집장이나 기타 사장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사회부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문 기자들 세계에서는 엘리트 코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넓은 영역을 담당하기도 하고 사건 사고나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기 때문에 기사를 쓸 일도 많고, 기사가 주목을 받기도 쉬운 위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부에서 무슨 일이죠? 경제부도 아니고? 내가 따로 사고를 친 것도 없을 텐데..”

“최근에 드라마 때문에 회장님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나에 대한 관심?”

들어보니, 인기를 끌고 있는 화제의 드라마 재벌 변호사 때문에 덩달아 그 재벌 변호사의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나, 즉 이카로스그룹 최진수 회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회장님의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특히 관심이 있다고 하네요.”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

이수진이라는 기자가 원하는 것은 이카로스그룹이나 나의 자산에 관한 내용은 아니고 재벌 변호사에 등장하는 화려한 소품과 배경들의 실제 주인인 그래서 판타지 드라마의 현실 버전인 나의 일상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잠시 고민이 되었다. 내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카로스그룹이 급성장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다양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있었다. 매번 모든 걸 다 거절하기도 어렵고, 한 번 정도는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할 타이밍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언론과 인터뷰를 할 거라면 경제부 기자들보다는 사회부 쪽이 좀 더 편할 거라는 판단도 있었다.

“이수진 기자라고 했나요?”

“예, 한성일보 이수진 기자입니다.”

“한 번 인터뷰 일정을 잡아봐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

그리고 일주일 후,

한성일보의 이수진 기자가 센트럴 타워의 26층으로 나를 찾아왔다.

“와, 진짜 여기가 사무실이군요?”

“예, 보시다시피, 드라마에 나오는 것과 같은 사무실입니다. 따로 세트를 만든 게 아니예요.”

이수진 기자는 재벌 변호사의 정수현의 사무실로 나오는 나의 센트럴 타워 26층 공간으로 들어오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되게 넓게 묘사게 되어서 설마 사무실이 그렇게 큰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과장이 아니었네요.”

“하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냥 제가 쓰는 사무실입니다. 좀 넓은 건 이 빌딩이 제 소유라 좀 큰 공간을 쓰고 있는 거죠.”

“센트럴 타워를 1조 5천억에 인수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오피스빌딩 거래로는 최고 수준의 가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죠. 더 큰 빌딩을 사옥으로 쓰는 회사들도 하지만 예를 들면 신성자동차그룹 신사옥은 유명하죠. 하지만 대기업의 사옥으로 직접 건설하는 경우를 제외라면 최고 수준의 오피스빌딩 거래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단독으로 26층 전체를 사무실로 쓰신다는 거군요. 와, 아무튼 어마어마한 곳이네요.”

“비서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셈이죠. 그리고 위층이 옥상이라서 헬기를 타고 바로 어디든 갈 수도 있고요.”

“그거 드라마에서도 봤어요. 정수현이 여기서 전화를 딱 받고 바로 헬기 타고 부산으로 떠나잖아요? 맞죠?”

“그럴 겁니다. 드라마는 저도 다 보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 바로 위가 헬기 이착륙장이니까요.”

“그리고 이건 살바토르 문디인가요?”

이수진은 벽에 걸려진 그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알아보시는군요.”

“당연하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이잖아요? 드라마에서도 이 그림 이야기가 나와요.”

사실, 드라마 촬영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완성된 드라마를 직접 본 것은 첫 회 정도였다. 드라마나 영화에는 취미가 없어서 그런지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홍성진 PD는 드라마를 만들면서 특히 재벌가의 주인공을 표현하기 위해 내 사무실과 자동차, 그림들, 시계까지 다양한 소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극 중에서 그것에 대한 세세한 설명까지 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나의 부가티 시론 에르메스나,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 살바토르 문디 같은 최고가의 컬렉션들도 대중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보통은 진짜 주인인 나보다는 정수현의 명품들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드라마도 인기를 얻고 있었고 더불어 드라마 속에 등장한 명품들도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었다.

박영수 사장은 드라마에 너무 화려하고 럭셔리한 명품들이 나오면 위화감을 조성해서 비난을 받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뭔가 시대가 변한 느낌이었다. 과거와 달리 대중들도 부자들의 럭셔리한 삶에 그다지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보다는 마치 판타지의 세계와도 같은 그들만의 세계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호기심을 눈치챈 언론에서도 그런 최고 재벌의 일상을 취재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고 말이다.

“대충 구경을 하셨으면 이제 인터뷰를 시작해 볼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