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한성일보에서 저에게 관심을 가지는 줄은 몰랐습니다. 경제부도 아니고 사회부라니 더더욱 뜻밖이네요.”
이수진은 30대 중반 정도의 날렵한 인상이었다. 얼굴은 약간 지적으로도 보이고 동시에 여성적인 아름다움도 느껴지는 얼굴에 단발머리는 잘 어울리면서 동시에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인상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사회부 기자라면 또 여기에 나를 취재를 하러 올 정도로라면 어느 정도 경력도 있고, 이른바 산전수전 다 겪은 사회부 여기자인 것인 셈이다.
“최근에 최진수 회장님에 대한 관심이 대단해요.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사회적 현상요? 하하, 그건 좀 너무 과한 평가네요. 그저 드라마에 제가 가진 물건들이 나오니까 관심을 받는 정도죠. 그것도 제 개인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제가 가진 럭셔리한 물건들과 라이프 스타일 그런 것들 아닐까요?”
이수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말씀대로 회장님의 명품들이 대중의 이목을 끄는 것도 사실이겠죠. 하지만 그보다도 최진수 회장님처럼 젊으신 나이에 이런 재벌 기업을 소유하시고 그리고 계속해서 과감하게 기업들을 인수하시는 분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기업들은 연속으로 인수한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에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고요.”
“신성자동차와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 같은 거 말이죠? 제가 경제부 기자들에게 듣기로는 신성자동차에서는 드론 자동차를 개발한다는데, 이카로스그룹도 같이 참여를 해서요. 그게 현실성이 있는 사업인가요?”
“콜롬버스의 달걀이라는 이야기가 있죠.”
“해보기 전에는 불가능해 보인다는 건가요?”
“그런 셈입니다. 사실 불가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라든가 전기차의 보급 같은 것들을 상상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드론이라는 것도 장난감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산업용으로도 많이 개발되었죠.”
“이카로스항공에서 개발한 옥토퍼스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무거운 화물들을 잘 나르고 있죠.”
옥토퍼스라면 누구보다 나를 위해서 여러 가지 작업을 해준 고마운 녀석이었다. 거기다 최근에는 미국으로의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고, 나름 성공적인 제품으로 각인이 되고 있었다.
거기에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야와의 꾸준한 공동연구로 드론 전용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었다.
“이카로스항공과 이카로스이노베이션 같은 기업들은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셈이겠네요?”
“그렇습니다. 이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어떤 한 분야가 독자적으로 움직인다기보다는 전체가 한 덩어리로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요?”
“한 덩어리로요? 그렇다면 한국식 재벌기업들은 이런 시대에는 적합한 건가요?”
“하하, 수직계열회된 재벌기업 말이군요? 뭐, 적당하게 순기능을 한다면 괜찮겠죠.”
한국의 재벌기업의 특징이라면 하나의 기업이 성공하면 문어발식으로 다른 분야로 확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성공한 기업이 자신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서 쉽게 성공하는 것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다.
각 분야의 셀럽들이 다양한 상품의 홍보나 마켓팅에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는 일들도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 분야의 성공을 발판으로 다른 분야로 계속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전반적인 덩치를 키우는 것에는 잇점이 있겠지만 개별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게 된다.
특히, 한 기업의 부실이 다른 기업으로 이어지며 연쇄 부도를 맞는 사례도 많고 말이다.
“이카로스그룹은 좀 특이한 기업집단인 것 같아요. 어떤 분야를 주력으로 한다기보다는 여기저기 투자를 하는 느낌도 좀 있던데요?”
“하하, 여기저기에 투자를 하는 건 좀 너무하군요. 유망한 비즈니스 분야에 투자를 한다고 해두죠. 아무튼, 인터뷰는 제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해서 한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아, 그랬었죠. 사실, 드라마 재벌 변호사 때문에 재벌들에 화려한 일상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많아진 것 같아요. 특히, 드라마에 나온 으리으리한 사무실과 헬리콥터, 요트 같은 것들은 기존의 재벌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던 스케일이거든요.”
그건 사실이었다. 드라마는 물론이고 진짜 한국의 대기업의 회장들도 드라마에 나오는 나의 화려한 요트들이나 슈퍼카들을 보고 놀랐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진짜 재벌들도 이렇게 화려하고 럭셔리한 사무실이나 요트를 가지고 있지는 않죠.”
“그러게요, 국내 대기업의 회장님들도 국산차를 많이 타고 오히려 좀 검소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실제 생활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요.”
“한국의 재벌들은 아무래도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죠.”
“최진수 회장님은 좀 다르신가요?”
“저야, 따로 눈치볼 사람도 없고요. 그저 제가 내키는 대로 인생을 살 뿐입니다.”
“거제도에서 건조하고 있는 초호화 요트도 그런 자유분방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건가요?”
“아틀라스 말이군요. 하하, 그 요트는 이카로스조선에서 처음으로 건조한 요트라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도 하고요. 아무튼, 당장 1조짜리 배를 쉽게 팔수도 없을 것 같아서 일단은 제가 구매할기로 한 상태입니다.”
“1조요? 배 한 척의 가격이 1조 원이라는 건가요?”
이수진은 놀랍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엇다.
“그 정도 가격에 판매를 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아틀라스에 이어서 다른 초호화 요트들도 계속 건조하려고 하고 있죠.”
“지금도 플라잉 폭스라는 요트와 루머니시티 같은 호화요트들을 가지고 계신데 요트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배나 자동차는 둘 다 남자들의 로망이죠. 일단 기동력이 있어서 어디든 갈 수도 있고요, 남자들의 본능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새로운 것을 탐험하는 일종의 사냥꾼들 아닌가요?”
“구석기 시대의 사냥 채집 이런 거 말인가요?”
“맞아요. 남자들은 먼 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하고 여자들은 좁은 지역에서 채집을 하면서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듣기로는 사냥보다는 채집이 더 효율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사냥은 가끔씩 좋은 고기를 얻는 정도지만, 채집은 꾸준하게 먹거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하하,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위험한 모험과 탐사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면서 이루어진 겁니다.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요.”“신대륙이? 원래 인디언들이 살던 곳 아닌가요?”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하니까요. 저는 이미 쇠락한 인디언들이 아메리카대륙의 주인이라는 생각도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승자는 어차피 유럽의 앵글로 색슨족이니까요.”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역시 재벌 회장님에 걸맞는 말씀이시네요. 그러면 최근에 대중들이 최진수 회장님에게 열광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자본주의 시대의 승자이기 때문인가요?”
“하하, 저에게 열광을요? 정말인가요? 드라마 주인공인 정수현 씨가 인기가 있는 거 아닌가요?”
이수진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정수현 씨도 인기지만 제가 최근에 취재를 해본 결과는 재벌 변호사라는 드라마의 인기의 이면에는 인기 스타나 아름다운 로맨스 스토리를 넘어서 드라마 안에서 보여지는 재벌가의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래서 최진수 회장님을 직접 인터뷰 하려고 한 것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회장의 멋진 모습에 열광을 한다는 말이겠군?. 상당부분은 제가 가진 고가의 명품들과 연관이 있는 것일 테고요. 아마도 명품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비싸고 그래서 쉽게 소유할 수 없는 일종의 판타지죠.”
“판타지요?”
“판타지는 현실과 연관이 있죠. 현실에서 도피하는 곳이 판타지의 세계일 테니까요. 역설적으로 현실은 판타지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죠.”
“판타지는 현실에서 나온다. 재벌에 열광하는 것은 그만틈 삶이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요?”“그렇겠죠. 로또 1등에 당첨되어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사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오니까요. 평범한 사람들이 노력해서 신분 상승을 이루기는 이미 어려운 시대가 된 거죠. 그러다보니, 더 노력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기보다는 그저 저런 부자들, 재벌들, 이런 사람들은 우리와는 태생부터 다르고 따라갈 수 없는 부를 소유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그래서 일종의 동경을 한다?”
“워낙 격차가 많이 나는 시대다보니까, 질투를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요. 말그대로 부자가 되는 것은 판타지가 된 거죠. 그저 꿈 같은 일이 되어 버린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최진수 회장님에 열광을 한다 이거군요. 보통의 재벌들보다도 더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니까요.”
“하하, 다들 돈 걱정을 하고 사는 세상이니까요. 어쨌든 다들 어마어마한 자산가가 되어서 마음껏 돈을 쓰고 플렉스하는 인생을 살고 싶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니까, 대리만족을 하는 게 아닐까요? 먹방이 유행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먹방요? 스트리머들이 먹는 걸 보여주는 컨텐츠처럼 최진수 회장님이 돈을 쓰는 거, 그러니까 요샛말로 플렉스 하는 것을 사람들이 즐긴다는 거군요. 대리체험으로 만족을 느끼면서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 흥미로운 진단이네요. 그러면 마지막 질문인데, 앞으로도 그런 화려한 인생을 사실 계획이신가요?”
“물론입니다. 인생은 짧고 더구나 청춘은 더 짧죠.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나처럼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보다는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아틀라스 호도 그런 목적으로 만드시고 계신 거죠?”
“물론입니다. 조선 사업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요트를 만드는 일도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죠. 초대형 요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것은 말 그대로 남자들의 로망이고 저에게도 최고의 로망이죠.”
“배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신다고요? 플라잉 폭스라느 배를 타고 남미의 해안과 섬들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걸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사실이신가요?”
“하하, 저에 대해서 많을 걸 알고 계시네요.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죠.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요트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장면은 상상만으로 낭만적이지 않나요?”
“뭐, 여유가 있으면 좋기는 하겠네요. 하지만 저 같은 서민들이 그런 기회를 얻기는 어렵겠죠.”
“요트요? 요트를 타보신 적이 없나요?”
“예, 아직까지는 그럴 기회가 없었네요. 요트를 가진 재벌 3세와도 별로 인연이 없었고요.”
“하하, 그러면 제가 초대를 하면 어떨까요? 마침, 아틀라스 호의 진수식이 내년 초에 있을 겁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플라잉 폭스나 루머니시티 같은 요트들도 좋은 배지만 그걸 능가하는 정말 화려한 초호화 요트죠.”
“내년 초쯤요? 얼마 남지 않았네요.”
“다음 달입니다. 올해도 이제 마지막이니까요.”
연말의 분위기가 끝나면 또 새로운 한 해가 이어진다. 그리고 오랜시간 동안 기다렸던 나의 첫 번째 요트, 그러니까 내가 직접 건조한 초호화 요트인 아틀라스도 완성되는 것이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동시에 새해의 첫 달에 나의 사업에도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틀라스 호를 타고 뭘 하실 생각이세요?”
“일단은 시험 항해를 좀 해봐야겠죠. 유럽이나 남미는 많이 가봤으니까, 이번에는 인도양이나 아프리카 그런 쪽으로 항해를 할 생각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아틀라스는 내가 지금까지 소유했던 요트들 중에서 크기나 화려함에서 최고 수준의 배가 될 것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서 건조한 배이기도 했다. 다른 무엇보다 내가 가지고 싶고 타고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초호와 요트를 내가 소유한 조선소를 통해서 직접 생산을 한 것이다.
그리고 양극화로 늘어난 세계의 슈퍼리치들에 이런 배를 팔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이 다 됐네요.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입니다.”
“벌써요? 아무튼, 다음에 아틀라스 호의 진수식에서 다시 뵙는 걸로 하죠.”
“예, 꼭 참석하겠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