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나
여수, 대경도 이카로스리조트, 슈퍼마리나
대경도의 이카로스리조트로 한 척의 거대한 선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색과 진한 푸른색 줄이 그어진 아름다운 요트, 아틀라스호였다.
배 안에 타고 있던 진수도 아틀라스호를 타고 경도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거제도에서 기자들은 대부분 하선하고 몇몇 일간지 기자들만 남아서 진수와 항해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민소희와 민영민도..
“회장님, 정말 멋져요. 요트를 타고 남해안을 일주하는 것도 매력이 있는데요.”
아직도 한 겨울이라 주변 풍경은 조금은 삭막한 느낌도 있었지만, 겨울바다를 요트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배가 도착한 곳은 이카로스리조트의 슈퍼마리나였다. 이카로스리조트는 이카로스그룹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었고, 그 리조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대규모 마리나가 있다는 것이었다.
요트 자체가 희귀한 한국에서 요트의 계류지인 마리나라는 것도 다소 생소한 편이기는 했지만 이카로스리조트에는 처음부터 싱가포르의 센토사를 롤모델로 아시아의 요트의 중심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출발한 곳이어서,
규모 면에서 센토사 빌리지를 능가하는 대규모 요트 마리나를 건설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슈퍼마리나라고 붙인 것이었다.
물론, 아직 마리나를 가득 채울 정도의 요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이성호 사장이 베네티 코리아의 요트들을 정박하는 계류장으로 이용하는 정도였다. 그 외에도 요트를 가진 소유자들에게 저렴하게 계류장을 빌려주는 실정이었다.
아무튼, 마리나는 아직 활성화된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니까 앞으로 더 번창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었다.
잘 되지 않겠어?
그리고 슈퍼마리나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슈퍼라는 이름답게, 거대한 초대형 메가 요트들의 계류시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외국의 대형 마리나에도 대형 요트 정박은 가능하지만, 대형 요트 전용이라고 할 곳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틀라스호만 해도 배가 높기 때문에 승선과 하선을 위해서는 계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텝카라고 불리는 계단차량이 필요한데, 보통은 그런 시설들이 마리나에 없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슈퍼마리나에는 스텝카들이 상시 대기중이어서 비행기를 탈 때처럼 승선과 하선이 용이한 편이었다.
그 외에도 대형 선박에 필요한 급유시설이나 각종 식량이나 식수의 공급 같은 것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시설을 확보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대형 메가 요트들을 위한 전용 마리나라고 할 수 있었다.
“회장님, 여기는 아무래도 대형 요트들이 정박하기에 최적의 조건인 것 같습니다.”
민영민은 나를 계속해서 회장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정말, 이카로스그룹에 들어올 생각인 건가? 사내신문이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런 목적으로 만든 곳이니까.”
다른 기자들도 나와 민영민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최진수 회장님이 슈퍼마리나에 대형 선박 계류장을 만든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 겁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요트를 타보니까, 아무래도 대형 요트가 편하거든요. 작은 요트들도 재밌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대부분 파도가 치는 바다에 들어가면 멀미도 하고 어지럽죠. 삼국지에도 그런 장면이 나오죠. 북쪽 병사들이 오나라의 장강에서 작은 배를 타고 나아가려다보니까 멀미도 하고 컨디션이 나쁘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배를 묶어서 다들 연결하잖아요?”
삼국지에서의 결론은 배를 묶어서 연결한 덕분에 홀라당 수군의 함선이 타버리지만, 아무튼 작은 배를 연결해서 판자를 서로 엮어 큰 배를 만들었더니 멀미도 안 하고 말도 태울 수가 있고 편하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오, 삼국지 말인가요?”
“그렇죠, 나관중이 선박과 멀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겠지만 큰 배가 흔들림도 적고 쾌적한 건 사실이니까요. 여러분도 아틀라스호의 항해에 큰 불편함은 없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그렇기는 하네요. 배가 크고 좋아서 그런지 멀미도 안 하고 정말 즐거운 항해였습니다.”
“아무튼, 큰 배가 좋다는 겁니다. 특히 요트는 타고 고기 잡는 배도 아니고, 멋진 인생을 즐기는 배 아닙니까? 편의시설도 있고 즐길수 있는 선실도 있어야 하고 아무튼, 돈만 있으면 다들 크고 좋은 요트를 갖고 싶어하죠.”
기자들도 대부분 수긍하는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요트를 살 돈은 없죠.”
“세상은 넓으니까요. 부자들도 많고요. 서민들 기준으로는 작은 요트 하나만 해도 감당이 안 될 가격이지만, 이런 메가 요트를 찾는 부자들도 많습니다.”
“중동의 왕족들이나 그런 사람들 말인가요?”
“오일 머니를 가진 부호들도 그런 수요층이고요, 그 외에 새롭게 큰 돈을 번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신흥부자들 그리고 중국에서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재벌들도 그런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죠.”
돈을 가진 부자들도 많고 그들이 재산을 축적한 과정들도 다양하지만 보통 내가 생각하는 슈퍼 메가 요트를 살만한 고객들은 대충 그런 사람들이었다.
전에 내가 만난 적이 있는 빈 살만이나 대중에게 유명한 만수르 같은 중동형 부자들, 대부분 왕족이나 그런 계층으로 석유 산업에 기반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다. 특징이라면 개인 재산인지 국가의 재산인지 구별이 잘 안 간다는 것인데,
그런 이유로 돈을 펑펑 쓰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몰락해 버리는 일도 발생한다. 약간은 불안정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미국에서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IT 천재형이 있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IT 산업에서 재산을 모은 사람들인데, 2천년대 초반의 IT 버블이 있던 시절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2천년대 초반이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은 대단했지만 정작 기술에 기반한 수익 모델은 전무한 경우가 많았는데, 20년이 지난 지금에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IT 기술들이 일반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수익과 산업으로 연결되는 일들이 급속하게 벌어지고,
단지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면서 전에 없던 초대형 자산가들이 IT 산업 쪽에서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이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크게 보면 그런 부류라는 생각이었다.
그 외에 중국의 신흥 재벌들이 있는데, 솔직히 이 사람들은 정체를 모르겠다. 공산당과 연결된 그런 인물들이라는 정도..아무튼, 중국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막대한 자산가들이 나타나거나 막대한 자금이 해외나 코인 같은 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정보망을 통해서 어렴풋이 아는 정도였다.
아무튼, 그 외에 유럽이나 미국의 전통적인 부자들이나 일본의 재벌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내가 요트를 판매할 만한 경제력과 또 그만한 소비력을 가진 사람들은 중동의 왕족이나 미국의 IT 재벌, 중국의 신흥 재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아틀라스호 같은 요트를 구매할 거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저도 상당한 자산가로서 느끼는 점은 돈이 너무 많으면 살 물건들이 많지 않아요.”
“하하, 저희들 같은 기자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라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어떤 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제품을 만들 때 타겟으로 생각하는 계층이 있는 거죠. 보통은 중산층을 수요층으로 보고 만드는 게 판매가 용이하고 그보다 고급 제품이라고 해도 약간 상류층을 목표로 잡는 정도죠. 사실 최상위층을 위한 제품들은 많지가 않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고가의 제품이라고 해서 수익성이 좋은 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렇죠. 롤스로이스도 결국 벤츠로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벤츠와 롤스로이스는 자동차 자체로는 넘사벽이라고 할만한 브랜드다. 롤스로이스가 소위 말하는 최상위의 럭셔리 세단을 만드는 회사라면, 벤츠는 럭셔리의 아래 등급인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벤츠가 고급이기는 하지만 최고급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한 단계 아래 등급인 프리미엄 세단을 주력으로 하는 벤츠가 돈을 더 많이 번다. 박리다매라고 하면 좀 이상한 표현이지만 롤스로이스와 비교해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벤츠가 판매량이 많으니까요. 롤스로이스는 가격 때문에 판매량에는 한계가 있고요.”
“맞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최고가 브랜드의 상품은 수량이나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것도 있어요. 판매할 수 있는 수요층이 한계가 있죠. 하지만 반대로 최상위의 부자들도 살만한 급의 제품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이런 초대형 요트는 사고 싶다고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거죠.”
“보통은 돈이 없어서 못 사지 않나요?”
“그건, 논외로 하죠. 제가 말하는 건 돈은 신경 쓰지 않는 진짜 슈퍼 리치들을 말하는 겁니다.”
1조짜리 요트를 판매하는 이야기를 기자들과 하고 있었다. 어쨌든, 세상에는 나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부자들이 많다. 그리고 수십조의 자산가들이라면 1조짜리 요트라고 해도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나도 그러니까 말이다.
그보다는 1조를 주고서라도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호화 요트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할 거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초대형 요트를 판매하고 대형 요트들을 위한 슈퍼마리나도 만들어서 아시아 지역의 고급 요트들이 경도를 찾게 만들자는 것이 나의 큰 그림이었다.
여수 앞의 작은 섬 경도를 아시아 요트 산업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다.
“경도 슈퍼마리나는 그런 슈퍼 리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메가 요트 전용 마리나죠. 물론 소형 요트들도 계류할 수 있는 곳이고요.”
“베네티 코리아도 이곳으로 본사를 이전했다고 하던데요, 사실입니까?”
“그건, 기자님이 잘못 알고 계시네요. 베네티 코리아가 아니라 베네티의 아시아 퍼시픽 총괄 본부가 들어옵니다. 한국지사도 포함되기는 하지만요.”
“아즈무트 베네티의 아시아 총괄 지사 말인가요?”
“예, 이카로스그룹과 아즈무트 베네티의 합작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경도 슈퍼마리나 부근에 베네티의 아시아 퍼시픽 본부도 유치가 되어서 아시아 지역의 부호들이 베네티의 요트들을 구매할 수도 있고, 그 외에 이카로스조선에서 만드는 초대형 메가 요트도 판매도 대행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경도가 정말 아시아 요트 산업의 중심이 되는 겁니까?”
“하하, 뭐, 계획이기는 하지만 그런 큰 그림을 가지고 일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아틀라스호는 이제 슈퍼마리나의 메가 요트 계류장에 완전히 정박했다. 주변에 대기 중이던 스텝카가 계단을 연결하고 진수를 비롯한 기자들과 일행들은 경도 슈퍼마리나에 발은 내딛고 있었다.
슈퍼마리나에서 바로 경도의 리조트 시설로 연결이 되는 셔틀 버스가 운행되고 있었다. 물론, VVIP들을 위한 리무진들도 있지만 오늘은 기자들이 많이 타고 있어서 셔틀 버스를 운행하기로 한 것이다.
진수도 다른 기자들과 셔틀 버스를 타고 리조트로 향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대로 럭셔리한 리조트네요. 겨울이라 좀 그렇기는 하지만 날이 풀리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남해안이라 겨울에도 그렇게 추운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하는 경도 리조트는 여름이 성수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죠. 하지만 4계절 모두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들과 리조트를 한 번 둘러본 후에 식사까지 같이 하고는 거제도에서부터 시작된 요트 투어는 마무리가 되었다.
아틀라스호는 슈퍼마리나에 정박해서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워낙 큰 배라 한국에는 아틀라스호 급의 메가 요트가 정박할 곳도 이곳이 아니고는 찾기 어렵기도 했고, 마리나에 정박한 대형 요트의 모습도 경도 리조트를 홍보하기에 좋은 그림이기도 해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었다.
아틀라스호가 도착하자 동진 마리나 개발의 서기호 사장도 나와서 진수를 맞았다.
“회장님, 아틀라스호는 당분간 이곳에 머무는 겁니까?”
“그래야겠죠. 하지만 오래 있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항해를 할 생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