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퍼스
박영수 사장과의 나머지 대화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박영수 사장의, 정확히는 박영수 사장의 사모님을 위해서 살바토르 문디를 루브르에 대여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대여기간 동안 살바토르 문드에 대한 공개 검증도 진행하기로 했다. 어찌보면 나로서는 득이 될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했지만, 크게 보며 살바토르 문디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고 해도 루브르에 살바토르 문디를 대여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었다. 물론, 내 사무실 한편에 그런 세계적인 걸작을 걸어두는 것도 나름 어깨가 으쓱한 일이었지만, 루브르 같은 세계최고의 미술관에 전시를 해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도 있고, 어쨌든 더 유명세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박영수 사장으로부터 드림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방송 출연을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도 보너스라고 할 수 있었다.
***
“루브르에 대여를 한다는 겁니까? 와, 이거 특종인데요.”
민영민은 이카로스그룹의 자금 지원으로 파파라치뉴스라는 작은 인터넷 신문사를 창간했다. 민영민과 민영민을 따르는 후배들, 소위 말하는 도산파파라치들 몇 명이 모여서 만든 신문사였다.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제대로 된 신문사라기보다는 일종의 파파라치들이 모인 그런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윤아영의 제안도 있었고 해서, 시중의 잡다한 정보들을 수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작은 신문사를 만든 것이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이카로스그룹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언론사였고 파파라치뉴스의 대표는 민영민이 맡고 있었다.
민영민은 아직 졸업전이었지만, 새로 시작한 인터넷 신문사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특종은 무슨? 그나저나 신문사 일은 잘 되고 있는 건가? 그 뭐라고 했지?”
“파파라치뉴스입니다. 도산파파라치의 전통을 이어받아서 창간한 신개념의 뉴스죠.”
“그래, 파파라치뉴스, 이름은 잘 지은 것 같아. 영민이 너랑도 잘 어울리고, 알겠지만 내가 신문사 창간 자금을 대준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물론이죠. 찌라시 정보들을 수집하라는 거 아닙니까?”
“그냥 정보가 아니라, 뭔가 이카로스그룹에 도움이 될 정보들을 모으라는 거야. 비공식적인 정보들 말이야.”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쇼. 뭔가 연예인들이나 재벌가의 사람들의 뒤를 쫓아다니는 일은 저에게 체질적으로 잘 맞는 일이니까요.”
그거라면 민영민에게 잘 어울리는 일이기는 했다. 원래부터 도산파파라치로 활동하던 녀석이니까 말이다.
화려한 강남의 도산대로에서 고가의 슈퍼카들의 사진 같은 걸 찍던 민영민의 카메라의 단골 손님들은 강남의 돈 많은 젊은 부자들이나 연예인들이 많았다. 돈 많은 재벌 3세들과 화려한 외모의 연예인들이 곧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재벌 3세들은 타고 다니는 차에서부터 남들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의 고가의 슈퍼카들을 타고 다니면서 튀는 행동을 보여주던 그런 재벌가의 후계자들은 곧잘 민영민의 카메라에 포착되고는 했다. 그리고 그런 재벌들의 옆자리에 있는 미모의 연예인들도 민영민의 카메라가 잡는 익숙한 대상들이고 말이다.
물론, 도산파파라치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단지 사진으로 슈퍼카와 함께 그 슈퍼카를 타고 있던 사람들이 찍히는 정도였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관계인지까지는 도산파파라치의 관심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단순히 자동차의 사진을 찍던 민영민과 그 일당들은 이제는 전문적인? 기자들이 된 것이다.
정확히는 이카로스그룹을 위해서 정보 수집을 하는 것이 그들의 주 임무였다.
아무튼, 이카로스그룹의 사업의 일부였던 연예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비중을 좀 더 늘려볼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리조트나 레저 사업으로 진출하면서 공연이나 드라마 촬영 등과 협업할 일들이 많아진다는 계산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여수 경도 이카로스리조트였다. 여기서 재벌 변호사의 촬영을 했고 드라마의 성공으로 경도 리조트의 인지도가 크게 올라간 것이었다.
여름이 시작되면 경도 리조트도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리면서 해양 레저 리조트로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이 되고 있었다.
“아무튼, 열심히 해봐. 내 평소의 취미와도 잘 맞는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회장님. 최선을 다해서 충성을 하겠습니다.”
***
그리고 얼마 후 크리스털 갤러리에서 연락이 왔다.
“박영수 사장님의 사모님이시라고요?”
“예, 김연희라고 합니다.”
이미 박영수 사장과는 이야기가 끝난 일이었지만 김연희 사장이 직접 전문가들을 데리고 살바토르 문디를 이송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이미, 도난 관련한 보험까지 다 가입해 놓은 상태입니다.”
김연희는 루브르에서 보내준 보험 증서를 보여주었다.
“뭐, 보험까지요? 아무튼, 철두철미한 건 좋은 일이죠.”
워낙 고가의 그림이라, 만약을 위해서 보험가입까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일단, 크리스털 갤러리라는 김연희 사장이 운영하는 갤러리 전문가들이 그림을 크리스털 갤러리로 옮기고 며칠 후에 루브르의 이송팀이 와서 프랑스로 공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덕분에 살바토르 문디가 루브르까지 가게 되는군요.”
내가 그린 그림은 아니었지만, 내가 소유한 그림이라 그런지 왠지 나도 어깨가 으쓱해진다고나 할까? 어쨌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희귀한 그림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공개가 되는 것이었다.
“워낙 엄청난 그림이라 프랑스에 가도 인기가 대단할 겁니다.”
“그래요?”
“그럼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피카소처럼 다작을 한 화가는 아니거든요.”
“파블로 피카소는 여기저기 그림을 많이 뿌리고 다닌 걸로도 유명하죠.”
피카소뿐만이 아니라 현대의 유명한 미술가들은 그림들을 많이 그리는 편이다. 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유명세를 타면 상업적인 이유로 다작을 하는 경우도 많고, 미술품을 판매하고 전시하는 갤러리에서도 다작 작가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찌 되었든 미술품도 상품이 되는 시대이니 말이다. 일단, 시장에서 거래가 되려면 상품의 숫자가 많아야 한다. 다다익선이고, 질보다는 양이 중요한 것이 바로 자본주의다.
미술품의 시장도 별반 다를 것은 없다. 판매를 위해서는 일단 일정 수준의 양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 피카소만 해도 그림도 많이 그리고 여자들도 많이 사귀고 뭐든 왕성한 작가였죠.”
김연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든 왕성하게 활동하는 게 나쁜 건 아니죠.”
살바토르 문디가 그렇게 사무실에서 떼어져 나가자 뭔가 좀 허전한 느낌이었다.
“회장님 이카로스항공의 서종수 사장님이 오셨습니다.”
“어, 들어오시라고 해요.”
문이 열리고 서종수 사장이 들어왔다.
“오다 보니까, 사무실에서 뭔가를 가지고 나가던데 그게 뭔가요?”
“그림입니다. 살바토르 문디죠. 여기 벽에 있던 그림 말입니다.”
서종수도 나의 사무실에서 자주 와봤으니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살바토르 문디를 매각하시는 겁니까?”
“하하, 아뇨, 루브르에 전시를 하러 보내는 겁니다.”
“루브르요? 역시 대단하네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이라고 하더니, 뭔가 클라스가 다르군요.”
“겸사겸사 전시도 하고 거기서 루브르의 연구진들이 진품 여부를 감정해보고 싶다고 해서요.”
“하하, 아무튼, 굉장한 그림인 것은 분명하네요. 루브르에서도 관심을 가질 정도니 말입니다.”
서종수 사장은 잠시 그림 이야기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사업 이야기를 시작했다.
“드론 택시 사업에는 진척이 있는 겁니까?”
“예, 사실은 시제품을 완성했습니다.”
“벌써요?”
신성자동차의 제안으로 드론택시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시제품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새로 개발을 했다기보다는 기존의 드론 기술이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에 용도만 변경한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음, 그렇군요.”
서종수 사장의 말로는 기존에 이카로스항공에서 개발하던 농업용 드론들의 성능이 상당한 수준이기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옥토퍼스를 조금 개량해서 드론 택시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가 있었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농장에서 오렌지 상자들을 나르던 드론이 오렌지 대신 사람을 나르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개발이라기보다는 개량에 가깝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신기술은 아니죠. 다만, 화물 수송을 승객 수송으로 바꾼 개념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화물과 승객은 엄연히 다르죠. 안전에 관한 문제에 관해서 말입니다. 승차감이나 그런 문제도 있을 테고요.”
“하하,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시제품으로 만들어본 옥토퍼스 2는 사람들이 타기에도 안정적입니다.”
옥토퍼스는 화물 운송용으로 개발된 아카로스항공의 최신 드론이었다. 예전에 서종수 사장에게 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개발했던 스파이더 드론의 후속작으로 화물 운송 능력에는 탁월한 장점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브라질과 포클랜드 등에는 금괴를 옮기는 작업을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했던 드론이었다.
사실, 금괴를 나르는 드론을 보면서 사람이 타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는데, 진짜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 택시, 혹은 드론형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내가 오너로 있는 이카로스항공이 그 새로운 드론자동차를 선도하게 된 것이다.
“말로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회장님께 보여드리려고 시운전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래요?”
***
한강, 여의도, 서울 마리나.
일단, 한강에는 드론 전용 시설이 따로 없어서 요트 마리나를 이용하기로 했다. 한강에도 요트들을 계류할 수 있는 소규모의 요트 마리나가 있었다.
트럭에서 대형의 드론이 내려지자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 사람, 최진수 회장이잖아?”
“그래, 한국에서 가장 큰 요트를 가진 사람 말이야.”
“한국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 아닌가? 아틀라스호 말이야. 나 그거 사진으로 봤는데 엄청나더라.”
한강의 요트 마리나에는 나름 고급 요트들을 소유한 요트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래 봐야 진수의 기준으로는 소형 요트들이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슈퍼카들이나 럭셔리카들보다 비싼 것이 요트였다.
그래서 강남에서도 잘나가는 사람들이나 요트들 소유하고 있는 정도였으니까, 이 요트 마리나에 있는 사람들도 보통은 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요트 마니아들이라 그런지 초대형 요트를 소유한 것으로 유명한 나를 다들 단번에 알아보고 있었다.
“요트 마리나에서 드론을 띄워도 되는 겁니까?”
“그거라면 이미, 마리나 관리소에 허락을 받은 겁니다.”
이카로스항공의 연구진들이 옥토퍼스 2라고 불리는 대형 드론을 내려놓자 사람들이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뭐지? 요트가 아니라 드론인가?”
“초대형 드론이네. 저게 뭐야?”
다들 처음 보는 커다란 드론에 신기하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금방 SNS에 노출이 되겠는데요.”
“그거야 좋은 일이죠. 어차피 드론자동차도 홍보가 필요한 사업이니까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새로 개발한 신형 드론형자동차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서종수 사장 말대로 대중들의 관심을 얻는 것도 비즈니스의 일부분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드론이 내려지고 본격적으로 시운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관련된 허가들은 이미 이카로스항공에서 서울시에 모두 신고를 하고 허가들 받은 상태였다.
안전을 위해서 옥토퍼스 2는 구명조끼를 입은 4명의 연구진을 태우고 한강을 건넜다가 돌아오기로 했다.
“자, 회장님, 명령만 내려주십쇼. 당장 출발시키겠습니다.”
서종수 사장은 드론이 출발시킬 준비를 마치고 나를 바라보았다.
“좋아요. 출발하세요.”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드론의 프로펠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한 바람이 먼지를 일으키며 드론이 천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