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전망
“와, 그래서 스카이 캐슬 레지던스에 슈퍼펜트하우스를 사신 겁니까?”
“그래, 한강뷰도 좋지만 매일 보니까 좀 질리기도 하고, 아무래도 나는 고층 빌딩 체질인가 봐, 높은 곳에서 내려보는 게 좋단 말이야.”
“뭐, 회장님이야, 행운을 타고 난 분이시니까. 뭐든 최고를 가지는 게 당연하기는 하죠. 스카이 캐슬 레지던스라면, 한국에서도 최고의 아파트 아닙니까.”
민영민은 내가 스카이 캐슬 레지던스의 슈퍼펜트하우스를 샀다는 말에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뭔가 자기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대리 만족이라고나 할까? 민영민은 내가 뭔가 값비싼 물건들을 사거나 할 때마다 옆에서 그걸 바라보고 또 카메라로 찍으며 나름 플렉스를 즐기는 것이었다.
진수로서도 옆에서 자신의 성공에 감탄을 해주는 일종의 관객인 민영민이 나쁠 것은 없었다. 그리고 민영민이 찍은 사진을 통해서 진수의 행운의 결과물인 고급 주택이나 요트, 자동차 같은 것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도 나름 좋은 일이었다.
“그럼, 저도 펜트하우스 구경을 가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하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요?”
“워낙 고가의 펜트하우스, 슈퍼펜트하우스라 주인을 찾을 때까지 내부에 인테리어 같은 것도 방치를 한 모양이야, 부동산 회사 말로는 누드 인테리어니 뭐니 하는데, 내 생각에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서 분양이 될지 확신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마, 나중에 슈퍼펜트하우스를 분할해서 분양할 생각도 한 모양이야.”
“하긴, 아무리 돈이 많아도 370억짜리 아파트를 살 사람이 많지는 않겠죠. 소위 말하는 슈퍼리치들이나 그런 걸 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 셈이지. 우리나라에 그 정도 부자들이 몇이나 될까?”
“한 천 명 정도 아닐까요?”
“천 명? 무슨 근거라도 가지고 말하는 거야?”
“저도 나름 럭셔리한 인생에 관심이 많지 않습니까? 슈퍼카 사진을 찍는 취미도 있고요. 그래서 부자들의 자산이나 사는 모습, 자산 형성 과정에도 관심이 있는 편인데 예전에 어떤 건설사에서 내부적으로 조사한 자료가 있더라고요.”
“무슨 자료?”
“고급 주택을 구매할 수요층이 한국에 얼마나 될까? 조사를 해본 거죠. 그렇다고 국세청도 아니고 재산을 다 파악할 수는 없는 거지만, 대충 금융자산 그러니까 은행에 200억 이상의 예금을 가진 사람들을 파악해 봤다는 거죠. 100억 정도의 아파트나 빌라를 구매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알아보려고요.”
“그게 천 명이야?”
“그게 몇년 전쯤인데 한 6백에서 7백 명 정도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더 늘어서 천 명정도의 슈퍼리치가 있을 거라는 게 저의 뇌피셜입니다.”
“금융자산, 즉, 현금을 2백억 이상 가진 사람이 그 정도라는 거지?”
“대충 그 정도 아닐까요?”
정확하게 누군가의 자산을 파악하기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인 정보들도 있고 그래서 포브스 같은 잡지도 공개된 상장사의 주식 가치로 자산을 평가하는 정도다.
세계 어디에도 개인들의 자산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기관이나 자료는 없는 것이다. 아무튼, 민영민의 말대로 한국에 2백억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슈퍼리치들이 대충 천 명정도라고 해도 그중에서 스카이 캐슬의 슈퍼펜트하우스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스카이 캐슬 타워가 만들어지고 레지던스 아파트들이 분양이 된 지가 꽤 오래 되었지만 슈퍼펜트하우스는 주인을 찾지 못 하고 계속 방치된 상태였다.
결국, 내 손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수백억의 현금이 있다고 해도, 3백 7십억짜리 아파트를 선뜻 살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이런 고가의 아파트라면 환금성이 장점인 아파트라는 특성도 무색하지는 것이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가성비를 따져봐도 그 돈이면 다른 곳에 정말 궁궐을 지을 수도 있는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고급 빌라가 즐비한 한남동에 최고급 빌라를 사고도 남는 돈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돈은 신경 쓰지 않는 차원이 다른 슈퍼리치들도 존재하는 법이다.
“아무튼, 슈퍼리치든 재벌이든, 스카이 캐슬 슈퍼펜트하우스를 구입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회장님 정도의 자산가라면 몰라도 370억으로 집 한 채를 산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기는 하죠.”
“맞아, 내 생각도 그래. 하지만 나는 몇백억 아니 몇천억 단위의 돈이라도 큰 감흥은 없으니까. 그냥, 고층 건물의 시티뷰가 좋더라고 그리고 평수도 넓어서 365평이라니까, 답답한 느낌도 전혀 없고.”
“와, 365평형요? 어지간한 대형 아파트가 여섯 채가 들어간 있는 거네요. 솔직히 상상이 안 갑니다. 60평대 아파트만 해도 굉장히 넓어서 축구를 해도 되겠다고 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민영민의 말대로 상당한 크기의 아파트기는 하다. 거실 같은 경우도 어지간한 대형 아파트 전체 공간보다 넓은 수준이고, 메인 마스터룸도 중형 아파트 크기는 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텅 빈 공간인 셈이라 더 넓어 보이지만 가구도 들여놓고 인테리어 작업도 하면 좀 다른 느낌이겠지.”
“그럼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역시 최고급이겠죠?”
“글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야.”
“제가 듣기로는 베네티 코리아 이성호 사장님이 인테리어 사업도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그래?”
“예, 제가 파파라치뉴스를 창간하면서 창간 특집으로 베네티 코리아 특집 기사를 썼는데요. 베네티 코리아에서 베네티 본사와 협력해서 고급 빌라 인테리어 작업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음, 그런 줄은 몰랐네.”
생각해 보니, 베네티 코리아에서 주택 인테리어 시공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즈무트 베네티는 요트를 생산하는 곳이지만 고급 요트라는 것이 배라는 공간에 호텔을 꾸미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박 건조 능력보다도 고급 인테리어 시공 능력에 장점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틀라스호를 건조할 때도 베네티 그룹이 가진 인테리어 기술력으로 내부의 화려한 인테리어를 시공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
민영민이 사무실을 나가자 이성호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이 어쩐 일이십니까? 저에게 직접 전화를 다 하시고요.”
“아, 민영민에게 들었는데 주택 인테리어 사업도 하시는 모양이죠?”
“아, 민영민 군이 우리 회사 취재를 좀 했었죠. 예, 맞습니다. 이탈리아의 본사와 함께 고급 인테리어 자재 공급과 시공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그래요? 사실, 제가 집을 하나 사서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요.”
“집요?”
“예, 한남동 쪽에 빌라에 살고 있었는데, 한강뷰도 매일 보니까, 좀 지루하기도 하고 요새는 시티뷰가 더 좋더군요. 화려하기도 하고 생동감도 있고, 고요한 강물만 바라보는 건 좀 우울해요. 그보다는 시끄러워도 차도 다니고 사람들도 많이 보이는 도시의 시티뷰가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하하, 뭐, 물을 계속 보고 있으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디로 이사를 하시려고요?”
“시티뷰는 또 고층에서 내려다 봐야 제 맛 아닙니까? 마침, 스카이 캐슬 레지던스에 슈퍼펜트하우스가 비어 있다고 해서 거길 계약을 했습니다.”
“스카이 캐슬, 슈퍼펜트하우스요? 그거라면 저도 들어봤습니다. 슈퍼펜트하우스는 300평이 넘는 초대형이라고 하던데요?”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계약도 마무리가 되었으니까, 한 번 직접 와서 보시고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지 상의해 보죠.”
***
스카이 캐슬, 70층, 슈퍼펜트하우스.
민영민도 슈퍼펜트하우스를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민영민 함께 이성호를 만나 슈퍼펜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역시, 경계가 삼엄하네요. 전용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야 하고 입주자 전용 로비를 거쳐야 하니까, 외부인의 침입은 어렵겠는데요.”
이성호는 스카이 캐슬 레지던스가 처음인지 복잡한 구조에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장단이 있는 거죠. 장점이라면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이 돼서 프라이버시가 보장이 된다는 겁니다. 연예인들이 굳이 여기로 오는 이유도 그런 거죠. 최근에 그런 고급 주택들이 늘어나는 것 같더군요. 마치 중세의 성들처럼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이 되는 그런 구조들 말입니다.”
“하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을 하고 돈을 번 이상, 외부인들과 같이 어울릴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요? 생활 수준도 다르고 어느 정도 성공한 사업가들을 보면 마인드 자체가 일반인들하고는 다르더군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인간이라는 건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가난한 노동자들과 돈 많은 자본가들의 생각이 다르고, 그런 차이는 좀처럼 좁아질 문제는 아니죠.”
스카이 캐슬 레지던스로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전용 로비를 통과해서 레지던스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중간에 성채를 지키는 관문처럼 중간 로비가 하나 있는 것이다.
보통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로비의 보안 직원들은 나의 얼굴을 알아보고 가볍게 묵례를 할 뿐이었다.
“회장님을 이미 알고 있군요? 하긴 천하의 이카로스그룹, 최진수 회장님이라면 이미 유명인사이기는 하시죠.”
민영민도 처음 와보는지 이것저것 신기한 듯 보이는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영민아, 그렇게 막 찍지 말라고. 직원들 얼굴이 나오면 곤란할 수도 있잖아.”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아마추어인가요? 그런 초상권 문제는 다 고려해서 찍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0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널찍한 거실 공간이 나타났다.
“와, 이게 거실입니까? 무슨 미술관, 전시장 그런 느낌인데요.”
부챗살 모양으로 넓게 펼쳐진 거실은 남쪽과 서쪽, 그리고 동쪽까지 시원한 전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북쪽 전망이 좀 가려지고 한강뷰가 아쉽기는 했지만 강남의 시티뷰가 시원스럽게 펼쳐진 것은 정말 압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와, 여기서 강남이 다 한눈에 들어오는 느낌이네요.”
“예, 시티뷰로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높이도 70층 높이라 쉽게 보기 어려운 고층의 전망이고 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강남의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니까요.”
“밤이 되면 더 멋지겠는데요?”
“그렇겠죠. 아직, 여기서 밤을 지내본 적은 없지만, 밤에는 도시가 더 화려한 법이니까요.”
이성호 사장은 넓은 실내 공간을 둘러보더니 감탄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370억짜리 아파트라는 거죠?”
“예, 좀 비싸기는 하지만, 워낙 마음에 들어서, 특히 전망이 말입니다. 그냥 플렉스를 해버렸습니다.”
사실, 투자 가치나 이런 저런 것을 따지면 이 슈퍼펜트하우스를 사는 것이 현명한 투자는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돈이라면 다른 사업이나 아니면 야마시타 골드 같은 황금 발굴을 통해서 어마무시한 돈을 벌고 있었다.
앞으로도 황금이든 사업이든, 돈은 더 많이 벌게 될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집, 자동차 요트, 같은 것들이라면 미래 가치 같은 것은 따지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이 슈퍼펜트하우스도 가격이나 미래 가치는 염두해두지 않고, 말 그대로 플렉스를 한 것이었다.
“전망도 기가막히고, 저도 회장님 같은 재벌이라면 살아보고 싶기는 하네요.”
“와, 회장님, 그런데, 정말 집도 크고 전망도 좋기는 한데 왠지 사람이 사는 집 같은 느낌이 좀 없네요. 너무 넓어서 그런가?”
민영민은 거의 텅 비다시피한 내부 공간에 조금 실망한 표정이었다. 대신 창가에서 밖으로 보이는 기가막힌 전망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영민이 말대로, 내부 인테리어가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누드 인테리어라고 하기는 하던데, 분양이 안 돼서 좀 방치한 느낌도 있고요.”
“그래서 여기를 최고급 인테리어로 꾸미고 싶으신 거군요.”
“예, 베네티 정도의 인테리어 능력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음, 그러면 고급 요트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해보면 어떨까요?”
“고급 요트 스타일로요? 그것도 좋겠네요.”
“그럼, 제가 한 번 디자인을 준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