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코인
새로운 해양 리조트의 이름은 에머럴드 캐슬 리조트로 하기로 했다. 에머럴드빛의 필리핀의 바다와 천국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사업을 위한 자금은 충분했다. 필리핀의 섬들에서 순차적으로 야마시타 골드를 발굴해서 상당한 황금을 확보했다.
“에머럴드 캐슬이라 뭔가 동화 같은 이름이네요.”
필리핀의 산 페르노에 해양 리조트를 개발하겠다는 말을 하자 김영석 사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영석 사장님 생각에는 리조트 사업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물론이죠. 지금 쿠알라룸푸르도 그렇고 중국을 비롯해서 전세계에서 관광객들과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글로벌한 자본의 시대라고나 할까요? 미국 중심으로 세계의 질서가 유지되면서 이제 세상은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니라 자본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죠.”
“더 정확히는 자본 그 자체의 시대가 아닌가요? 국가 간의 경쟁이라는 개념도 없는 거 아닙니까?”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글로벌한 시장이 열리면서 부자들도 많아지고 빈부격차도 커지고 고급 사치품이나 리조트 호텔, 관광 산업 같은 것들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도 관광호텔 가격들이 폭등하고 있으니까요.”
“리조트 산업도 유망하다는 거겠군요?”
“물론입니다. 저도 돈만 있으면 세계의 유명 관광지나 풍광이 멋진 곳들에 호텔이든 리조트든 투자를 하고 싶을 정도니까요.”
“뭐, 저는 이미 투자를 하고 있죠.”
이미 돈이라면 충분했다. 거기에 필리핀을 시작으로 브라질과 포클랜드의 남은 약탈 황금들도 차곡차곡 발굴할 생각이었다. 세 곳에 남은 황금의 양만 해도 100조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로봇슈트와 증강현실 기술로 황금 발굴의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지고 있었다. 필리핀의 여러 섬들에는 로봇슈트들이 보내졌고, 동시에 작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순차적으로 하나씩 금괴들을 발굴하면서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었다.
그리고 브라질과 포클랜드에도 로봇슈트들과 증강현실 제어시스템을 가지고 황금을 발굴하기 위해서 조만간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 보내오신 화물의 양은 역대급이더군요.”
“예, 좀 물량이 많죠. 다 소화할 수 있겠습니까? 홍콩이라든지...”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최근에 금시세가 오르고 또 수요도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역시, 코인이 붕괴한 덕분인가요?”
“그런 셈이죠. 암호화폐로 몰리던 검은 자금들이 좀 더 안전한 금으로 다시 갈아타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금과 코인은 닮은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물리적으로 지표면에서 채굴하는 방식의 광물인 황금과 디지털 계산식에 불과한 암호화폐는 완전히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둘 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지구상의 물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둘은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보통은 금이라고 하면 땅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지구상의 모든 황금은 외계에서 날아온 물질이다. 다이아몬드처럼 지구 내부에서 생성된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황금은 지표면에서 일정한 깊이 이하에서만 발견이 된다. 깊이 파고든다고 황금을 찾을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코인처럼 그 수량이 한정이 되어서 지표면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주에서 날아온 비트코인인 셈인데, 그런 황금이 지구상에서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되고 모든 자본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마치, 신이 만든 코인이 아닐까? 신의 암호화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아무튼, 인간이 만든 코인보다는 신의 창조물인 황금이 아직은 더 안정적인 자산인 것 같았다.
“그럼, 물량을 다 거래할 수 있는 겁니까?”
“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최근에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서 금을 찾는 고객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김영석 사장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이번에 필리핀에서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로 보낸 황금의 양은 대략 시가로 30조 원에 달했다.
한 번에 김영석에게 보낸 금괴로도 최고수준의 양이었고 과연 홍콩의 금거래상들에게서 처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지만,
자신만만해하던 김영석의 말대로 금의 거래는 쉽게 이루어졌다.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자본재였다. 비트코인이 크게 하락하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30조에 달하는 야마시타 골드도 모두 어렵지 않게 처분할 수 있었다.
***
센트럴 타워 26층.
“필리핀에도 리조트를 건설하겠다는 건가요?”
“예,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닙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할 아틀란티스 프로젝트 수준은 아니고, 1조 정도를 투자해서 경도 수준의 리조트를 만들어 보려고요. 그리고 이미 그쪽에 작은 섬들에 만든 작은 리조트도 묶어서 해양 레저 단지를 만드는 거죠.”
필리핀에서 돌아오자 제일 먼저 서기호 사장에게 산 페르노의 리조트 건설 계획을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공섬 프로젝트도 그렇고 리조트와 해양 레저 시설에 관련된 것은 서기호 사장에게 맡기고 있었다.
서기호 사장도 필리핀에 리조트 건설에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자금입니다. 돈만 충분하다면야 리조트든 인공섬이든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말입니다.”
“자금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쇼. 이번에 30조 정도의 자금이 새로 들어올 예정입니다.”
“30조 원 말인가요?”
“예, 이미 확보한 액수가 그 정도고 추가로 더 들어올 자금도 있고요. 아무튼 돈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30조의 자금이 확보되었다는 말에 서기호 사장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 액수라면 아틀란티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도 충분한 자금이었다.
“그럼, 건설사는 어디로 할까요?”
“규모가 작은 곳이니까, 건설사는 아무 곳이어도 상관없겠죠. 신성건설에 맡겨도 괜찮을 것 같고요.”
“이럴 때는 건설사가 없는 게 좀 아쉽군요. 이카로스그룹에도 건설회사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요.”
잠시 서기호 사장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이카로스그룹은 지금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서 세계 도처에 리조트와 마리나 같은 해양 레저 시설들을 건설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설을 맡을 자회사가 없어서 다른 건설사를 이용하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진수가 원하는 사업은 리조트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었지 건설 사업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는 일이죠. 우리는 리조트 건설보다는 리조트 운영 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겁니다.”
서기호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과 필리핀 그리고 브라질의 리조트도 가지고 계시지 않나요?”
바타타의 리조트는 브라질 현지에서 관리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사우디를 비롯해서 세계 각지의 리조트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뭔가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 했다.
이카로스그룹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서기호 사장이었다.
“이카로스리조트에서 세계 각지의 리조트 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했으면 하는데요.”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도 내심 그런 걸 원하시는 거 아닌가요?”
“하하, 그렇죠. 제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요트와 해양 레저 같은 걸 즐길 수 있는 복합 리조트라고나 할까요? 현대인들은 모두 도시에 살고 있죠. 기본적으로 땅에 살고 있고 특히 건물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죠.”
“그에 비해서 생명의 기원, 모든 생명이 태어난 곳은 물, 즉 바다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오, 뭔가 철학적인데요?”
서기호 사장은 약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대의 신화, 사실, 모든 신화의 탄생지는 중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수메르의 신화에 따르면 세상의 시작은 담수와 염수, 바닷물과 지하수가 분리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담수와 달리 마실 수 없는 염수, 즉 바닷물은 일종의 괴물 내지는 악의 원천이 되어 버린 것이다.
모든 신화가 그렇지만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의 구별에서부터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는 것이다.
왜 고대의 신화는 바다를 악으로 규정을 했을까? 건조한 사막기후에 살던 수메르인들에게는 식수와 농업을 위해 필수적인 담수는 아주 귀중했고 그에 비해 해안가를 따라 어마어마하게 펼쳐진 거대한 물인 염수는 마실 수도 없고 농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물이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바다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고대에는 악을 상징하는 바다괴물의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물과 함께 하는 존재다. 양수에서부터 인간은 자연스럽게 수영을 하면서 물 속에서부터 생활을 하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아이를 물에 넣어도 알아서 수영을 하는 것은 다 그런 이유다. 물에서 태어난 인간이 물을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것도 이상한 일, 하지만 세상에는 이상한 일들이 정말 많다.
자연스러운 본성임에도 인위적으로 거부당하고 제한하고 억압하려는 시도도 많은 것이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두려움과 악의 상징과도 같았던 물을, 바다를 정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인간이라는 것은 불편하고 두려운 하지만 자연스러운 자신의 본성을 다시 회복해야만 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인간이 농업의 시대를 열고 땅에 기반한 생활을 하면서 바다라는 것은 배척을 받은 공간이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죠. 글로벌해진 세상은 이제 수많은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사실, 지구 전체로 보면 땅보다는 바다의 면적이 더 넓으니까요.”
“예, 그래서 지구가 아니라 수구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도 있죠. 지구는 물의 행성이고 바다의 행성이니까요. 아무튼, 도시의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제는 바다와 섬들, 이런 해양 레저의 문화가 각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기호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제는 요트나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레저문화로 눈을 돌리고 있으니까요.”
“맞아요. 대신 바다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계절적인 문제도 있고 좀 제약이 있지만, 이제는 국경이라는 의미도 불분명해진 글로벌한 시대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기업이기는 하지만 이카로스그룹이 세계 각지에 리조트와 마리나에 투자를 하는 해양 레저 산업에 투자를 하자는 겁니다.”
“필리핀의 산 페르노에서부터 시작이 되는 거겠네요?”
“산 페르노도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아틀란티스 프로젝트가 핵심이 되겠죠. 규모도 더 크고 말입니다. 거기에 브라질의 바타타나 자구아눔 제도 같은 곳들도 더해질 테고, 그 외에 아시아나 유럽의 다른 지역에도 리조트와 마리나를 개발하는 겁니다.”
진수가 구상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요트의 생산과 마리나와 리조트 같은 해양 레저 산업, 그리고 이카로스그룹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각종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
약간 이질적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두 가지 사업을 축으로 그 외에 영화나 드라마 같은 엔테테인먼트 사업들도 하면서 그룹을 좀 더 성장시키려는 계획이었다.
“회장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에 리조트를 건설하려면 역시 자금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돈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이번에 30조의 자금을 확보했고, 추가적으로 70조 이상의 현금을 더 수혈할 생각입니다.”
“와, 70조라고요? 실례지만 어떤 자금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하하, 뭐, 그냥 개인적인 비밀이라고 해두죠. 아무튼, 자금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으니까요. 적극적으로 리조트 개발 계획을 세워 보십쇼.”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