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황소
거제도, 이카로스조선 사장실.
“브라질로 가신다고요?”
“예, 바타타의 리조트를 자구아눔 본섬과 연결해서 대규모 리조트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사우디의 아틀란티스 프로젝트, 필리핀의 산 페르노 리조트 개발 등, 세계 여기저기에 리조트가 한창 개발 중이었다.
그리고 이카로스조선에서는 최고급 호화 요트들이 건조되기 시작했다, 아틀라스호를 시작으로 빈 살만이 주문한 셀레나호도 거제도에서 건조 중이었다. 그리고 빈 살만 왕자가 거제도 이카로스조선소에 메가 요트를 주문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역시 이곳에서 생산한 아틀라스호가 유튜버나 기자들에게 공개가 되면서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자, 세계적인 부호들로부터 요트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주문받은 메가 요트만 12척이 넘습니다. 그리고 상담 중인 것도 그 정도 되고요.”
“그러면 20척 이상 수주가 가능하다는 거군요?”
“예, 상상 이상으로 메가 요트 주문량이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최기형 이카로스조선 사장도 늘어나는 수주량이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게 제가 뭐라고 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최고급 요트 시장이 열릴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하, 그러셨죠. 역시 선견지명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젊은 나이에 대기업을 창설하실 수 있는 거겠죠.”
처음에 거제도에 내려와서 최기형 사장을 만났을 때는 나이 어린 진수를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느낌이었지만, 점점 이카로스조선의 사업도 안정을 찾고, 특히 진수가 야심차게 추진한 메가 요트 사업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하자 최기형 사장의 반응도 현저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저 돈이 많아서 조선소를 인수한 애송이라는 시각에서 역시 투자 능력이 있고 세계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반응으로 바뀐 것이다.
“아무튼, 회장님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막상 메가 요트를 생산하다 보니까, 이런 시장이 크군요. 1조 이상의 개인요트를 주문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은 넓고 부자들도 많죠. 외부로 알려진 것 외에도 세상에는 숨어 있는 부자들도 많고요. 그리고 그게 아니어도 지금 자본주의 세계는 최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 최고의 위기요? 하하, 오히려 부자들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 아닌가요? 돈이 남아도니까, 이런 메가 요트도 구입하는 거 아닙니까?”
최기형은 나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물론, 나의 경우처럼 과거로부터 약탈 황금을 발견해서 갑자기 부자가 된 경우도 있지만 메가 요트를 구입하는 다른 부호들은 자산가치의 폭등에 힘입어 갑자기 재산이 늘어난 경우가 많았다. 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이 그런 자산들인데,
그 이면에는 전세계적인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글로벌해진 세계 자본주의 시장은 이제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고삐 풀린 황소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황소의 엄청난 힘으로 세계 경제는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도 보였지만 진수의 생각으로는 이 호황은 거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세계 경제의 성장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미친 황소의 광기처럼 고삐 풀린 국제 자본이 세계를 자산 거품의 광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었다.
“당장은 메가 요트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이카로스그룹의 사업도 잘되고는 있지만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뭐가 말입니까?”
“자산가치도 비정상적으로 폭등을 하고 있고 그에 비해서 노동소득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이 지불하는 연봉은 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인간의 노동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나의 이야기에 최기형 사장은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요?”
“자본주의의 특성이죠. 노동자는 자신의 육체에서 파생한 노동수익을 얻을 뿐이지만, 자본가는 자본의 크기만큼 자본소득을 얻는 거 아닙니까? 인간의 육체라는 것은 제한이 있어서 당연히 노동수익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죠. 거기에 비해서 자본은 무제한으로 성장이 가능하니까요. 처음에는 큰 차이가 아니더라도 그 종국에는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되겠죠.”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외계에서 온 거대한 괴물, 크툴루는 거대한 몸을 가진 촉수 괴물로 묘사되고는 한다. 고대의 바다 괴물처럼 거대한 오징어 같은 모양을 한 괴물이라고 추정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러브크래프트의 머릿속에서 자라난 거대한 괴물의 형상은 외계에서 온 것이 아니라, 급성장하던 자본주의화되던 미국에 대한 은유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이제 글로벌화된 자본주의는 특정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아무튼, 당장은 메가 요트 주문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요트들을 생산하는 데 집중해야겠죠.”
“그건 걱정하지 마십쇼. 메가 요트 생산에는 차질이 없을 겁니다.”
“예, 최 사장님이 잘 알아서 처리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믿고 브라질로 가보겠습니다.”
***
브라질, 자구아눔 제도.
엔젤라 누네스는 핑크색의 비키니 차림이었다. 자구아눔의 해변에는 전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어때요? 멋지죠?”
브라질에 온 지도 한 달째였다. 플라잉 폭스에서 한 달이나 황금 채굴 작업을 하고 이제는 모든 마무리를 한 상태였다.
자구아눔과 바타타 일대의 야마시타 골드의 발굴 작업이 모두 마무리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언제 다 캘까 했던 막대한 황금들이었지만 로봇슈트와 드론 옥토퍼스 등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남은 일은 자구아눔의 야마시타 골드를 쿠알라룸푸르로 보내 처분하는 일뿐이었다.
“멋지네요.”
나는 엔젤라와 해변을 번갈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해변과 비키니의 미녀, 둘 다 멋졌다. 그 둘은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인지도 모르겠다. 해변이 아름답다고 해도 거기에 아름다운 미녀들이 없다면 무슨 재미겠는가?
남자에게 멋진 해변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비키니 미녀들과 동의어가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진수에게 해변과 리조트 그리고 요트 같은 해양 레저 문화는 영원한 로망 같은 것이었다.
열대의 낙원 같은 해변 그리고 아름다운 미녀들의 웃음소리, 출렁이는 파도, 화창한 하늘과 시원한 음료수 그리고 멀리 보이는 하얀 요트의 평화로운 항해, 모든 것이 진수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이곳은 천국이라고 할 수 있네요.”
“그리고 곧 최진수 회장님의 소유가 되겠죠. 그리고 더 멋지게 발전할 테고요.”
브라질은 생각보다 외국인에게 관대한 곳이었다. 현재 집권당이 보수당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 그게 아니어도 브라질은 광대한 국토에 비해서 사람들은 좋게 말하면 낙천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게으르다고 한다.
열대의 나라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천국 같은 자연환경과 일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넘쳐나는 기후가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든 것 같았다.
거기다 날씨도 몸을 움직이기에는 좀 덥기도 하고 말이다. 여름이 계속되는 느낌이라 바다에 뛰어들고 시원한 곳에서 낮잠이나 자고 싶어지는 날씨였다.
“자구아눔을 더 발전시키는 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 지금도 좋은데 말입니다.”
해변의 파라솔에 누워서 자구아눔 해변을 바라보며 진수는 엔젤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미 5조를 투자하시기로 하셨으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떡해요?”
“하하, 그렇기는 하네요.”
황금의 채굴작업은 이미 다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이곳 바타타와 자구아눔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구아눔 일대에 5조 원을 투자해서 리조트와 요트 마리나를 건설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곳 자구아눔은 황금을 캐러 오기는 한 곳이지만 주변 환경이 천국 같은 천혜의 휴양지였고 거기에 전세계적인 관광객의 증가 추세도 확인할 수 있었다.
워낙에 휴양지인 곳들이 많은 브라질이지만 최근 들어서 외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수와 그들의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이었다.
“아무튼, 전세계적으로 관광객이 늘어나는 건 분명해 보이네요. 이곳 브라질의 외진 섬에도 유럽인들이 저렇게 많은 걸 보면 말입니다.”
자본주의가 성장하고 글로벌화 하면서 이제 생산을 위한 노동은 특정 국가들로 이전되는 느낌이었다.
아직, 임금이 싼 저개발 국가들이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이미 자본주의에 성공해서 자본을 축적한 국가들은 노동에 대한 부담을 덜고 여가 시간의 증가와 소득증가를 동시에 얻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남는 여가 시간을 즐기기 위해 이국적인 외국으로의 여행을 끝없이 떠나는 것이다.
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 산업이 바로 여행업이라고 할 수 있었고 이런 여행업을 뒷받침해주는 리조트나 호텔, 항공 산업들 모두 호황이었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는 요트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는 분위기였다. 고급자동차를 사던 부유층들이 더 고가인 요트 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다.
“어쨌든, 다들 부자가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다들 부자가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엔젤라도 해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거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과거와 같은 경제대공황이 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경제대공황요?”
“뭐든 가장 절정에 달하면 무너지는 법이니까요. 한국에는 달이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죠.”
엔젤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재의 호황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건가요?”
“모르겠습니다. 제가 경제학자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렇게 자산의 끝없는 성장만으로 유지가 될 수 있는 걸까요?”
“하지만 다들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요.”
“그렇게 보이겠죠. 여기는 어쨌든 부유한 부자들만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에 안 보이는 가난한 사람들도 많고 아무튼, 좀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걱정하실 게 뭐가 있어요. 회장님은 엄청난 부자시잖아요?”
그건 그랬다. 빈부격차를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사실 그다지 심각하게 세계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막대한 황금을 가지고 있었고 그 어마무시한 자금력으로 전세계에 아름다운 휴양지에 내가 원하는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었다.
바타타와 자구아눔에도 엔젤라 누네스의 도움으로 리조트를 인수해서 추가로 더 개발을 할 생각이었다. 특히, 내가 신경을 쓰는 것은 요트를 즐길 수 있는 마리나를 더 만들고 거기에 더해 요트 임대 사업도 할 생각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섬과 해안에서 요트를 즐기는 것은 최고의 레저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처럼 개인요트를 소유한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 정도 수준의 자산이 없더라도 일정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요트 대여 사업을 하려는 것이었다.
아즈무트 베네티 같은 고급 요트들도 있지만 대여용으로 미국 업체에서 만드는 좀 더 저가 요트를 구매해서 대여 사업을 할 생각이었다.
“회장님 아이디어대로 되면 진짜 멋질 것 같아요. 요트 대여 사업 말이에요.”
“예, 개인요트들도 좋지만 요트를 사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우니까요. 아무튼, 자구아눔 제도에는 작은 섬들도 많아서 지중해처럼 요트를 타고 항해를 하기에는 좋은 곳이죠.”
자금은 충분했다. 이미 많은 황금을 채굴하기도 했고, 자구아눔 외에도 포클랜드에서 발굴할 황금의 양도 상당했다.
그렇게 다 합쳐서 앞으로 100조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그런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공섬 아틀란티스를 비롯해서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해변과 섬들에 리조트와 마리나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엔젤라가 칵테일을 가져왔다.
“건배를 해요.”
“뭘 위해서 말인가요?”
“아름다운 섬과 바다 그리고 우리의 성공을 위해서.”
“성공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