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스테이션
“포클랜드에 가신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잘 됐습니다.”
서기호 사장에게는 포클랜드에도 남극권을 연결하는 리조트를 개발 중이라고 둘러대기는 했지만 제이콥 섬 일대의 남은 독일군의 약탈 황금을 모두 발굴해서 정리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렇게 필리핀을 시작으로 그동안 발견했던 대부분의 2차 세계대전의 약탈 황금들을 찾아서 정리를 하게 된 것이다.
일단은 쿠알라룸푸르에 보내서 순차적으로 처분을 하기로 했다.
대략 100조 이상의 자금을 여기서 수혈을 받아서 본격적으로 이카로스그룹의 사업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서기호 사장이 산 페르노 개발 계획에 대해서 잠시 설명을 하고 나가자, 윤아영이 들어왔다.
“영화 제작은 잘 되고 있는 건가요?”
“예, 회장님이 또 남미에 탐사놀이를 하러 가신 동안 아시아 익스프레스는 크랭크 인을 했다고요.”
“하하, 그래요?”
아시아 익스프레스는 이름처럼 아시아의 유명 대도시와 휴양지를 쉴새 없이 오고 가는 영화였다. 악당을 잡으러 형사가 추격을 하는 전형적인 추격전 영화이기도 했지만, 진수 생각에는 이 영화와 가장 비슷한 창작물을 찾으라고 한다면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아닐까 했다.
기본적으로 범죄자 내지는 범죄자로 의심을 받는 쪽과 형사의 추격 전이고 그러면서도 마치 여행을 하는 것처럼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채은성 감독도 원래 액션영화를 찍던 감독이 아니라서 그런지 액션씬 보다는 빠른 이동과 이국적인 도시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촬영 중이에요. 그쪽에 센토사 빌리지가 멋지다면서요?”
“그렇죠. 부촌이기도 하고 요트 마리나 같은 해양 레저 시설도 좋고.”
싱가포르의 센토사 빌리지라면 진수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곳이었다. 요트 마리나를 바탕으로 부자들이 살기 좋은 고급 빌라촌을 만들어 놓은 곳으로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관광객들도 많이 몰리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 아시아 익스프레스의 촬영지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상하이와 서울 등에서 촬영을 이어 나갈 생각이었다.
“모두 다섯 개의 도시가 등장할 건데, 나머지 두 개는 아직 미정인가요?”
“예, 시나리오는 다 만들어져 있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대도시들은 좀 유연하게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죠.”
상업 영화의 성격이 강한 영화라서 영화 촬영지도 등장하는 도시들도 여러 가지 고려를 해서 결정한 것들이었다.
서울이야 한국 영화답게 빼놓을 수 없는 곳이었고, 상하이도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 선택을 한 도시였다. 그 외에 동남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역시도 빠질 수가 없었다.
“호주의 시드니도 넣어야겠죠.”
“시드니요?”
윤아영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시드니도 아시아이기는 하네요.”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다 만들어져 있었지만 영화에 등장 하는 도시들은 사실 어디어도 크게 상관은 없는 스토리였기 때문에 이국적이고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다.
아시아 각국의 도시들이라고는 하지만 모두 거대한 메가 시티들로 대도시라는 동일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사실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관객에게는 여기저기 다양한 도시들의 풍광을 보여주고 그런 변화를 통해서 속도감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도쿄는 빼기로 하죠. 아무래도 일본까지 넣을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까요.”
“왜요? 일본도 큰 시장인데?”
“정치적인 문제도 있고 일본은 쇠락하는 국가 아닙니까? 우리 영화에는 뭔가 발전하는 역동적인 아시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윤아영은 잠시 생각해 보는 것 같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도 일본은 별로더라고요. 그럼 어디를 추가할까요?”
이제 남은 도시는 하나였다.
“홍콩으로 합시다. 아무래도 국제적인 위상도 있고 또 나름 볼거리도 많은 곳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채은성 감독에게는 회장님 뜻이라고 전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kbc 쪽에 우리 연예인들을 출연시키는 건 잘 되고 있나요?”
“예, 박영수 사장님이 지원을 하셔서 그런 건지, PD들도 협조적이에요.”
“잘 되었군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연예인들은 방송에 노출되는 게 가장 도움이 되죠.”
아쉽게도 이번 영화에는 드림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들이 캐스팅 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는 신인 걸그룹들도 많이 키워낼 생각이었다.
***
거제도 이카로스조선소
“이제 셀레나호의 진수식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거제도 조선소의 도크에는 이미 여러 척의 초대형 메가 요트들이 건조 중이었고 그 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에게 주문받은 셀레나호는 거의 완성단계였다.
“이제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만 남은 셈이죠. 사실, 인테리어 시공도 거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최기형 사장은 셀레나호의 안으로 진수를 안내했다.
아틀라스호와 비교해서 약간 크기도 하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완전히 아랍풍이라고 할 수 있는 배였다.
화려한 것과 기하학적 문양을 좋아하는 아랍의 왕족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었다. 거기에 유럽의 실력파 디자이너들이 나름 아랍스타일과 현대적인 세련됨을 조화시키기는 했지만,
셀레나호의 내부는 진수가 보기에는 너무 화려한 느낌이었다.
“굉장히 원색적이네요. 하하, 중동스타일은 이런 건가요?”
최기형 사장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중동이라는 곳이 소위 말하는 불모의 사막 아닙니까? 역설적으로 무채색에 가까운 텅빈 공간에 사는 중동의 사람들은 원색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무형의 신을 모시고 형태를 가진 것들을 경계하는 종교적인 특성도 있어서 기하학적인 독특한 문양을 선호하고요. 이런 여러 가지 특징이 합쳐지니 이런 인테리어가 나온 겁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뭐라고 합니까?”
“맘에 들어하던데요?”
“그래요?”
“예, 이 디자인과 내부 영상은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에 보내서 승인을 얻은 거니까요.”
진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문화권에 따라서 취향은 다른 거니까요. 아무튼, 주문자가 마음에 들어하면 된 거겠죠.”
최기형 사장은 셀레나호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주문받은 메가요트들을 진수에게 보여주었다.
“저 배는 남미의 커피왕, 호르헤 산토스가 주문한 배입니다.”
메가 요트의 주문자들은 다양했다. 멕시코의 통신재벌부터, 미국의 IT재벌, 유럽의 은행가 집안인 로스차일드의 후손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자산가들이 앞다투어 메가 요트들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맞추어 이카로스조선도 조업량을 크게 늘리고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수주량이 늘어서 다행입니다.”
“예, 전세계적인 자산폭등과 그로 인한 소비증가가 나타나는 셈이죠. 주식이나 부동산이 오르면서 다들 주머니가 두둑해졌을 테니까요.”
“가난한 사람들 빼고는 다 부자가 된 모양이군요.”
“하하, 하지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경기가 사상최대로 과열이 되고 있는 조짐이 보이니까요. 곳 인플레가 닥치고 그 이후로는 금리 인상, 그리고 대공황으로 연결된 가능성이 크죠.”
“대공황말인가요?”
최기형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크죠.”
이카로스그룹을 경영하면서 경제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대부분 공통적으로 진수에게 조언을 하는 것이 앞으로 큰 경제 위기가 올 거라는 것이었다. 최근에 전세계적인 자산폭등이 임계치를 넘었다는 경고였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무한히 가치가 성장할 수는 없는 겁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결국 노동소득으로 그걸 사줄 수 있는 구매자가 있어야 유지가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으로는 이미 자산가치 폭등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말입니까?”
“예, 그리고 전기차 같은 신기술도 아직 기존의 산업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죠. 이런 실물경제와 자산거품 사이에 괴리가 커지면서 결국 세계 경제는 대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요트 산업은 어떻게 될까요?”
“당분간은 호황이겠죠.”
진수도 세계경제를 크게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산가치의 이례적인 폭등은 세계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소고 금리가 인상되는 시점에 거대한 대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런 경제의 불안요소로 인해서 금의 시세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
스카이 캐슬, 펜트하우스, 진수의 집.
70층 높이에 바라보는 서울 강남의 밤거리의 야경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다른 대도시의 야경들이 그런 것처럼 도시의 밤은 낮보다 한층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진수는 와인 한잔을 하며 김영석 사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보낸 화물들은 어떻습니까?”
“양이 상당하더군요. 점점 더 화물의 양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하하,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화물은 그게 마지막입니다.”
“정말입니까?”
김영석 사장은 약간은 아쉽다는 목소리였다.
“뭐든지 무제한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죠. 정해진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시간도 그렇고 모든 것들이 그런 한계 속에서 존재하는 거죠.”
야마시타 골드든, 늑대의 눈물이든, 황금이라는 것도 무제한의 것은 아니었다. 결국 진수는 2차세계대전 당시에 숨겨졌던 주축국들의 약탈 황금을 모두 발굴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그 모든 일은 혼자서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로봇슈트와 VR 기술, 드론 같은 첨단 기술의 힘과 플라잉 폭스나 아틀라스호 같은 거대한 메가 요트의 도움으로 모든 일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 화물들을 모두 처분하실 생각이십니까?”
김영석 사장은 금시세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금을 더 보유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뭐, 서두를 것은 없죠. 양도 많고 하니까요.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처분하기로 하죠.”
일단, 100조 이상의 자금은 확보가 된 셈이었다.
진수는 이 돈으로 리조트 개발 사업과 동시에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에도 투자를 할 생각이었다.
***
한강, 여의도 마리나 드론택시 스테이션.
한강의 여의도 마리나 부근에 드론택시 스테이션이 건설되고 있었다. 드론택시 사업은 이카로스그룹의 주도로 신성자동차가 함께 추진하는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이었다.
한강을 횡단하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드론택시는 요트 마리나 시설 부근에 추가로 공간을 확보해서 드론택시 스테이션을 만들고 있었다.
“건설은 신성건설에서 하는군요?”
“예, 저희 신성그룹 계열사니까요.”
김동혁도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드론스테이션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드론택시는 기본적으로 무인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이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인화하는 것은 여러 가지 법적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비상시에 택시를 제어할 수 있는 조정사가 탑승하도록 되어 있었다.
“아직은 관련 법률도 미비하기 때문에 항공기 조정사가 드론택시를 조정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새로운 신기술이 나오는 시점에는 기존의 법률이나 각종 행정제도들과 충돌을 일으키게 마련이었다. 하늘을 나는 드론 비행체에 대해서도 이것이 자동차의 개념인지 드론인지 항공기인지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했지만
일단은 관련된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서 항공기로 분류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이유로 헬기 조정 면허를 가진 조종사가 드론택시의 조정석에 앉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너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드론을 이용한 비행체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질 계획이니까요. 그렇게 되면 헬기 조정 면허 없이도 따로 드론택시의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카로스그룹은 신성그룹과 힘을 합쳐 드론형 자동차 면허시험을 추진하고 있었다. 드론형자동차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조정 자체는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헬기 조정 면허가 꼭 필요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예, 빨리 제도도 정비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기 KBC의 취재팀이 오는군요.”
드론택시사업이 성공하려면 우호적인 언론의 힘도 필요했다. 오늘은 KBC와의 인터뷰가 예정이 되어 있었다.
“언론을 상대할 시간이군요.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