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관계
여의도 요트 마리나에는 새로 드론택시 스테이션이 건설되고 있었다.
드론스테이션은 일종의 충전소 겸, 드론 탑승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은 KBC의 취재팀들이 나와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이카로스그룹의 진수와의 인터뷰 일정도 잡혀 있었다.
“KBC 장기표 기자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최진수입니다.”
“듣던 대로 젊으신 분이네요.”
“하하, 사업을 하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요?”
“그렇겠죠. 아무튼 드론자동차라는 것이 기자인 저도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일단 소개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그러죠. 기술적인 부분은 따로 연구개발팀이 설명을 하겠지만 대략적인 것을 말씀드리면 기존에 알고 계시는 드론의 대형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커다란 드론이라는 건가요?”
“물론, 단순히 크기가 큰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드론이 리모컨을 이용해서 조정을 하거나 자율비행 시스템으로 조정을 했다면 이 드론형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운전석에서 조정을 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일종의 자동차의 개념이군요. 아니면 항공기든가요?”
“항공기보다는 자동차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 그런가요?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은 비행기나 헬리콥터와 더 유사한 것 아닙니까?”
드론자동차는 비행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비행기나 헬기와는 달리 따로 이착륙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크기도 헬리콥터에 비하면 상당히 소형이고 어느 정도 공간만 확보되면 어디든 이착륙이 가능했다. 물론, 아직 도심을 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법률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드론택시가 도심을 저공비행하는 것 자체는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비행체가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드론형자동차의 도심 비행은 좀 더 신중하게 준비를 해야 할 문제였다.
“비행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크기 자체도 더 소형이고 비행기나 헬리콥터처럼 이착륙 시설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죠. 속도도 기본적으로 자동차 수준의 저속이고 저고도를 비행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죠.”
“전기로 충전이 되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면에서는 전기차와도 비슷하고 말이죠?”
KBC의 장기표 기자는 박영수 사장이 특별히 보낸 사람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번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온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드론형자동차 면허 제도를 정치권에 부탁할 예정입니다. 드론자동차는 헬기보다 훨씬 작고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조작도 간편하거든요. 항공기 조정면허가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죠.”
“서울시에도 이번 한강드론택시 사업에 큰 투자를 할 생각인 것 같은데 이카로스그룹의 입장은 어떤가요?”
“드론형자동차 사업은 우리 이카로스그룹과 신성자동차 두 기업에서 모두 미래의 산업으로 육성을 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당장은 한강 위를 나는 한강드론택시 사업이지만 미래에는 서울 전역, 아니 한국의 모든 지역에서 드론자동차를 보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드론자동차? 하늘은 나는 자동차라,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전기차가 더 빨리 상용화 되지 않을까요?”
“지금도 이미 전기차 시대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대전환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더구나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기존의 기업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진수의 말에 김동혁 사장은 헛기침을 했다.
“하하, 옆에 신성자동차 사장님이 계신데 제가 괜한 말을 했나요?”
“아닙니다. 실제로 최진수 회장님 말대로 전기차로의 대전환이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여러 가지 기업 내부의 복잡한 문제도 있고요.”
“노조의 반발 같은 거 말입니까?”
“뭐,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전기차 산업과 내연기관 산업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죠. 예를 들어서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엔진이 자동차의 심장이고 기술력의 총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전기차는 엔진이 사라지고 배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셈이죠.”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이 사라지고 배터리는 다른 기업의 배터리의 공급을 받게 되니까, 기존의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는 입지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겠군요?”
기자의 질문에 김동혁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변화를 두려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 법이죠.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성자동차는 전기차 분야에 먼저 투자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술적으로도 더 완성된 것은 전기차 아닙니까?”
“전기차가 이미 상용화가 되기는 했지만 아직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전기차가 더 빨리 출발을 했다고 해서 결승점에 먼저 도착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 드론자동차가 전기차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전기충전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라는 점에서 두 가지는 공통점이 많으니까요. 충전기술이나 자율주행시스템처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
센트럴 타워 26층 진수의 사무실.
“한강에 갔다오셨군요.”
서종수 사장은 뉴스 영상을 보며 말했다.
서종수 사장의 스마트폰에서는 여의도 마리나 드론 스테이션에서 촬영한 인터뷰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김현석 시장도 본격적으로 드론택시를 승인했고 이제 드론자동차가 한강을 날아다니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카로스테크의 기술력으로 만든 드론이 이제 결실을 보게 되는군요.”
이카로스항공 시절부터 드론 사업을 총괄했던 서종수 사장이라 특히 이번 한강드론택시 사업에 감회가 깊은 모양이었다.
“어쨌든 이카로스그룹에도 큰 기회가 온 겁니다. 그동안은 배터리 사업 외에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는 사업 아이템이 없었는데 신성자동차와 합작이기는 하지만 드론형자동차 개발에도 성공을 했고 이제 전기충전 인프라 사업도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을 것 같습니다.”
진수의 말에 서종수 사장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최진수 회장님의 복심은 뭔가요? 드론자동차가 성공할 거라고 보십니까?”
서종수 사장은 드론자동차를 개발한 장본인이었지만 진짜 서울 시내에서 드론자동차가 보급되어서 날아다닐 거라고는 그 역시도 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글쎄요. 알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기배터리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이동수단이 미래의 주류가 될 거라는 거죠.”
“그렇기는 하겠죠. 그나저나 이번에 가져가신 로봇슈트는 어떻습니까?”
“아주 만족스웠습니다. 덕분에 작업도 잘 되었고요. 기술적으로도 더 완벽해진 것 같더군요.”
이카로스테크에서 개발한 드론형 자동차도 그렇고 로봇슈트도 그렇고 형태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충전 배터리와 자율주행 시스템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빌리티를 제어하는 기술을 가진 이카로스테크와 배터리 기술의 강자인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거기에 진수가 남미대륙에서 채굴한 막대한 황금들이 매각되면서 이카로스그룹에 엄청난 자금을 수혈하고 있었다.
드론자동차를 시작으로 로봇슈트 같은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는 셈이었다.
“기본적으로 김현석 시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전기차를 비롯한 차세대 전기배터리 기반의 모빌리티 산업은 큰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될 겁니다.”
“하하, 역시 소문대로 김현석 시장을 후원하고 계신 건가요?”
“소문요?”
“예, 뭐 찌라시라고 하죠. 증권가에 떠도는 정보지 말입니다. 저도 살짝 봤는데, 최진수 회장님과 김현석 시장님이 서로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하하, 뭐, 아주 틀린 것은 아니죠. 어느 정도는 운명 공동체라고나 할까요?”
“운명 공동체요?”
“예, 김현석 시장도 떠오르는 대선 주자로 한국의 차기 성장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정책이고 분배 정책도 중요하지만 경제의 파이를 키울 성장 정책을 가지고 잇어야 하니까요.”
“미래의 신성장 동력, 미래 먹거리 그런 거 말이군요?”
서종수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맞습니다. 한국 경제도 이제는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기존의 산업으로는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한 셈이죠. 그리고 역시 미래에 성장 동력이 될 산업은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 모빌리티 산업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하, 저는 회장님이 리조트 개발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군요.”
진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리조트 산업도 제가 구상하는 미래산업 중에 하나죠.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노동의 비중은 점점 더 적어질 겁니다. 당장, 무인 편의점 같은 것들도 늘어나고 앞으로는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늘어날 겁니다.”
서종수 사장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변화들은 저희들도 이미 예상을 하고 또 대비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당장 간단한 서빙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고요.”
이카로스테크에서는 드론과 로봇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미래산업을 연구 중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분야는 드론 정도로 미국에 농업용 드론들을 대규모로 수출하고 있는 정도였지만,
앞으로 드론이나 로봇 분야의 기술은 응용할 곳들이 계속 늘어나리라는 전망이었다. 그에 따라 이카로스테크의 사업의 규모도 점점 더 성장할 것이고 말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는 로봇의 시대니까요. 아무튼 인간의 노동 비중이 줄어들면 반대로 생각하면 여가시간이 늘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노동의 시간의 감소와 각종 교통의 발달로 전세계 어디든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본격적인 대여행의 시대가 열린다고 할까요?”
“대여행의 시대요?”
어쨌든 미래는 전례 없이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시대가 되리라는 것이 진수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대규모의 여행객들을 맞기 위한 리조트나 호텔 그리고 각종 여행관련 산업들이 성장할 테고 요트를 비롯한 해양 레저 산업도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것이 진수의 예상이었다.
“기계와 인공지능의 발달로 전례없는 여가 시간을 누리게 되는 시대가 오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런 로봇과 모빌리티 기술을 뒷받침하는 배터리 기술과 그런 기술력의 시대에 생기는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해양 레저 산업이 크게 성장하리라고 보는 겁니다.”
“음, 다소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지만 서로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김현석 시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의 사업을 지원할 것은 분명합니다.”
“정말, 김현석 시장과 무슨 밀약이라도 있는 건가요?”
“하하, 그런 건 아닙니다. 정경유착 같은 캐캐묵은 방식은 이제 안 통하는 시대죠. 다만, 우리 두 사람의 큰 목표가 서로 일치한다고나 할까요.”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을 통해서 김현석 시장은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고 최진수 회장님은 이카로스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장담하건데, 양쪽 모두에게 윈윈하는 일이 될 겁니다.”
이미 찌라시를 통해서 내가 김현석 시장을 전략적으로 지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이카로스그룹이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계획도 없었고 이유도 없었다. 다만 서울시와 한강드론택시 사업을 통해서 협력을 하고 그걸 바탕으로 만약 김현석 시장이 대선에 도전해 대통령이 된다면,
전기충전 인프라 사업을 비롯한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이 좀 더 탄력을 받는다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김현석 시장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유리한 것은 사실이죠. 그러니까 이번 드론택시사업에도 좀 더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이카로스그룹의 미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