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소
이카로스이노베이션. 사장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시작은 아틀란티스에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정도지만, 크게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전체의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사업이죠.”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의 이동준 사장은 잠시 생각을 해보는 것 같았다.
“이카로스이노베이션에서 태양광 패널을 개발하고는 있습니다. 전부터 태양광 패널이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죠.”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은 주력 사업은 역시나 배터리 분야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터리와 태양광 전지 사업은 기술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 많아서 이카로스이노베이션도 태양관 패널 사업 쪽에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고전압을 이용한 태양광 패널 시스템은 기술적으로도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유럽으로 수출 중인 고전압 태양광 패널은 반응이 좋은 편이죠.”
이동준 사장 말로는 600볼트 이상의 고전압을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보통 태양광 발전기 만든 전기를 가정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400볼트 이상으로 올리는 작업이 필요없어서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아무튼, 이번에 아틀란티스에 건설할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가정용이 아니라 도시 하나를 완전히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의 대형 발전 시스템이 필요한 겁니다.”
이동준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태양광 에너지의 특성상 충분한 설치 공간만 확보되면 발전용량이 커진다고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변압 시설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요?”
“그렇습니다. 전기라는 건 일종의 물과도 비슷하죠. 전기 자체도 있어야 하지만 전압이라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우리가 물을 쓰기 위해서 수압이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겠군요.”
“아무튼, 태양광은 소규모나 대규모나 기술적으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게 단점이자 장점인데 대규모 발전을 위해서는 소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여러 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라는 것은 효율성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기본적이 기술은 이미 어느 정도 실용화되어서 범용화된 셈이었다.
문제는 태양광의 경우에는 대규모 발전소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패널을 이용해서 태양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기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대용량의 고효율 시스템을 따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결국 태양광 발전의 관건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공간의 문제입니다.”
광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지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아틀란티스가 인공섬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공섬을 굳이 만든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 내부의 문화적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이유였다.
“태양광 패널을 바다 위에도 설치할 수 있을까요?”
“바다에 말입니까?”
“태양광 패널이라는 것이 그다지 복잡한 장치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바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영내에 아틀란티스의 시설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바다도 엄연히 국가의 영토에 속하기는 하지만 땅과 바다는 그 나라 국민들이 느낄 차이가 상당한 것이니까 말이다.
“바다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다? 뭐, 불가능한 일은 아니죠. 이미 그런 사례도 있고요.”
“그래요?”
이동준 사장은 최근에 싱가포르에 건설된 태양광 발전소를 말해주었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는 워낙 영토가 좁은 도시국가니까요. 태양광 발전을 하고 싶어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장소가 부족했던 나라죠.”
“그래서 바다 위에 발전소를 만들었다는 말이군요?”
“예, 우리나라에도 남해안에 비슷한 시설이 있습니다. 차이라면 규모와 변압 시설이 있느냐 정도인데. 싱가포르는 태양광 발전 패널과 인터버를 연결해서 완벽하게 전력 공급이 가능한 시설을 만든 거죠.”
“내가 원하는 것도 그런 해상 발전소입니다. 우리도 가능하겠죠?”
“바다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따로 설계가 필요하겠지만 당장 싱가포르에 발전소 정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가포르의 발전소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당장 시작하세요.”
***
무진시, 진수의 집.
“그나저나 진수 너 결혼은 생각이 없는 거냐?”
오랜만에 내려간 고향집, 고향에서는 진수가 내려가자 동네가 떠들썩해졌다.
이미, 진수는 tv나 신문에도 출연하는 유명인사였고, 그가 창설한 이카로스그룹도 한국 굴지의 대기업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향으로 내려가자 많은 사람들이 진수를 찾아왔다. 더러는 아직 실업자인 자식의 취업을 청탁하는 사람도 있었고, 좋은 혼처가 있으니 결혼을 하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 외에 기막힌 사업 아이템이 있으니 투자를 하라는 사람들까지, 여기저기서 진수에게 이것저것을 부탁하러 오는 사람들로 진수의 시골집은 북새통이 되어 버린 것이다.
“괜히 저 때문에 시끄럽게 되었네요. 그나저나 이참에 새로 집을 지어야겠어요.”
“집? 왜?”
“이번에 내려와 보니까, 집이 좀 보안에 취약한 것 같아서요.”
“보안은 무슨? 시골집에 훔쳐갈 것도 없는데.”
“그래도 이제 저도 유명해져서 뭐라도 부탁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물론, 대부분 동네 아는 사람들이라 큰 문제는 없겠지만 요새는 이상한 사람들도 많아서 아무래도 집을 새로 지어서 담도 좀 높이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진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나도 요새 진수 회사에 취직시켜달라는 사람들이 불쑥불쑥 찾아와서 어떤 때는 깜짝 놀란다니까요.”
어머니는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기보다는 아들이 새 집을 지어주기를 바라시는 것 같았다.
“그래, 뭐, 집은 그렇게 하도록 해라. 집이야 새로 지으면 더 좋기는 하지.”
“예,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결혼 문제는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아요. 아직, 하고 있는 사업들도 많고요.”
“서울에서 만나는 여자는 있는 거냐?”
“하하, 뭐, 여자들이야 많죠. 회사에도 대부분이 여자들인데요.”
“당신은, 진수가 어련히 서울에서 잘난 여자들 만나고 그러겠죠. 이런 시골에서 신부감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다고.”
아버지는 친구분 따님 중에 나름 명문대학을 나온 사람이 있으니 만나보라고 하셨지만, 오히려 어머니가 단칼에 혼담을 잘라버렸다.
“뭐, 선을 보거나 하는 건, 나중에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아직은 20대니까, 좀 이르기는 하지.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있으마.”
***
센트럴 타워, 26층, 진수의 사무실.
“고향에 새로 집을 지으시려고요?”
“그래요, 괜찮은 건설업체를 섭외해서 설계부터 좀 진행해 주세요. 지현 씨가 수고를 좀 해줘야겠어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고향에 집을 짓는 문제는 비서실을 통해서 괜찮은 건설 사무소에 일을 맡기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땅을 보러 다니고 내가 직접 신경을 썼겠지만, 지금은 할 일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이미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번만 해도 고향에 내려가니까, 마트에만 가도 진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미디어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탤런트나 가수는 아니지만, 일단, tv 같은 미디어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소위 말하는 셀럽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연예인은 아니라고 해도 대중에게는 그런 셀럽들이 연예인 못지않게 영향력과 인지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진수도 적어도 이제는 셀럽 정도는 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디에 가든 이카로스그룹의 회장인 진수를 알아보고 있었다.
물론, 그런 대중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
스카이 캐슬 타워, 펜트하우스, 진수의 집.
고향에 갔을 때는 여기저기 진수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하는 사람 덕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지만, 서울에서는 그런 복잡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진수가 주로 생활하는 곳은 이카로스그룹의 본사의 사무실과 각종 거래처의 사무실, 그리고 스카이 캐슬의 진수의 집인 이곳 펜트하우스 그리고 자주 이용하는 고급 하이엔드 레스토랑들 정도였다.
모두 진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지만 회사의 회장이거나 비즈니스의 파트너, 혹은 고객으로 오는 것이어서 진수에게 개인적으로 말을 걸거나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서울에서의 삶은 유명한 대기업 회장이라고 해도 겉으로는 조용하고 차분한 생활이 가능했던 것이다.
고향에서 시끌벅적한 대접을 받고 나서야 서울에서 누리는 이런 자유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선택받은 부자들의 성채와도 같은 스카이 캐슬의 펜트하우스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럭셔리한 사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외부와는 철저하게 분리된 생활공간이 확보되어 있고 호텔과 연계된 레지던스 서비스로 모든 것이 편리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식사와 세탁, 청소까지 진수처럼 돈 많은 독신자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었다.
거기에 밤이면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야경도 진수가 가장 좋아하는 이곳의 장점이었다.
진수는 70층의 슈퍼 펜트하우스에서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되니까 더 멋지네요.”
“아영 씨도 마음에 드나요?”
“그럼요, 이렇게 멋진 야경은 저도 처음이에요. 서울에서 오래 살았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 산 적은 없으니까요. 회장님은 어떠세요. 70층의 집에 사는 기분이요?”
“좋죠. 하늘 위의 사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어떨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 것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만큼 아름다운 곳이죠. 특히, 저 아래로 작게 보이는 도심의 풍경은 현실이 아닌 미니어처를 보는 것 같기도 해요.”
“부자들이 되면, 그러니까, 회장님처럼 수백조의 자산가면 되면 세상 모든 것들이 장난감처럼 보이지 않나요?”
“장난감요?”
윤아영은 와인을 몇 잔 연거푸 마시고 있었다. 약간 취기가 돌았는지 하얀 피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예, 뭐든지 회장님의 돈으로 다 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세상이 작고 우습게 보일 것 같아요. 돈으로 빌딩이든 뭐든 사고 싶은 건 다 사고,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잖아요. 마치 이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세상이 작은 장난감들처럼 보이는 것처럼 말이에요.”
윤아영은 약간 취한 것 같았지만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일본과 독일의 2차 세계대전 약탈 금괴들을 찾아서 이제 막대한 재벌이 된 진수에게 세상의 일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장난감 같은 세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말도 맞기는 하네요. 자본주의 시대에 돈을 가진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죠. 자본은 마치 마법과도 같으니까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자본이 개입하면 가능해지는 것이 자본주의 시대죠.”
“그래서 그 마법으로 아틀란티스를 부활시키는 건가요?”
“하하, 바닷속으로 사라졌다는 전설의 아틀란티스를요?”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되고 있는 아틀란티스에 대해서 호사가들은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이 인공섬이 고대의 아틀란티스처럼 인간의 욕망과 오만함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틀란티스 프로젝트는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이카로스그룹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 도시는 친환경 에너지로 움직이는 그린 시티, 그린 아일랜드가 될 예정이었다.
“고대의 아틀란티스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우리가 만드는 아틀란티스가 더 멋진 곳이 될 겁니다.”
“그럴까요?”
“당연하죠. 자,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위해서 건배나 하죠.”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위하여..”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