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의 도시 (190/200)

전설의 도시

산 페르노. 에메럴드 캐슬 리조트

“넷플릭스로 말입니까?”

아직, 본격적으로 개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에메럴드 캐슬의 리조트 대부분은 완성된 상태였다.

채은성 감독이 추천한 다니엘 박과 호흡을 맞출 배우는 최시현이라는 인기 여배우였다.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지만, 전작에서 꽤 화제를 모은 편이고, 남자인 진수가 보기에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외모였지만, 로맨스 드라마를 즐겨보는 여자팬들에게는 상당히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였다.

그 외에 촬영 스텝들과 조연급 연기자들까지...

한적하던 산 페르노는 새로 지어진 호화로운 리조트에 한국에서 드라마 촬영팀까지 왔다는 소문에 여기저기서 구경을 하러 온 주민들이 리조트 주위를 서성거릴 정도였다.

촬영은 며칠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촬영팀에게 드라마 방영을 넷플릭스에서 하기로 설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채은성 감독은 잠깐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수긍했다.

“아무래도, 배급 문제는 제가 관여할 일은 아니니까요. 넷플릭스라고 해도 다를 건 없겠죠.”

“채 PD님은 찬성이라는 거죠? 다른 배우들도 큰 문제는 없겠죠.”

“더 잘된 일 아닌가요?”

캐나다 출신이라는 다니엘 박은, 넷플릭스에 더 익숙해서인지 오히려 더 반기는 느낌이었고 박시현도 별다른 의견없이 회사 방침을 따르겠다는 정도였다.

“그러면, 에메럴드 프린스의 배급 문제는 그렇게 결정하는 걸로 하죠.”

사실, 채은성 PD의 말대로 이미 내가 다 결정을 한 일이었다. 요식행위로 의견을 물어보기는 했지만 이미 드라마의 배급과 방영 일정도 잡혀 있었고 말이다.

어쨌든, 늦게 나마 관계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할 필요는 있었다.

“그건 그렇고 드라마 촬영은 잘 되는 겁니까?”

“예, 리조트도 그렇고 주변 풍광이 너무 예뻐서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채은성 PD는 간만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행히, 드라마 촬영은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거기에 나도 이번 촬영을 지원하기 위해 초호화 요트인 아틀라스호를 가지고 이곳을 찾은 곳이다. 아틀라스호는 내가 필리핀으로 오기 전에 이미 먼저 항해를 시작해서 마닐라에서 합류에서 이곳까지 같이 오게 되었다.

***

아틀라스호

“와,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아틀라스호군요. SNS나 유튜브로는 몇 번 본적이 있습니다.”

다니엘 박은 드라마 촬영팀과 함께 아틀라스호에 올라서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감탄을 했다.

“자, 이 배는 오늘부터 다니엘 박의 배인 셈이군요.”

물론, 농담으로 하는 말이었지만, 극중에서 이 배의 주인은 에메럴드 캐슬 리조트의 사장인 다니엘 박의 것으로 나온다.

지난번 재벌 변호사처럼 엄청난 재벌 3세라는 설정으로 필리핀 전역에 막대한 재산을 가진 재벌 기업의 회장의 아들 역할인 것이다.

재벌 3세라는 설정은 동일하고 배경만 필리핀의 산 페르노로 바뀐 셈이었다.

***

사우디아라비아, 지잔.

평범한 항구도시였던 지잔 일대에 대규모 공사 열풍이 불고 있었다. 공항과 항만, 그리고 각종 인프라들이 건설되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 주위를 빙 도는 순환고속도로까지 만들어지면서 지잔은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지잔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은 한국의 건설사들이었다.

“대성건설이 지잔시의 인프라 건설을 맡고 있었군요.”

“예, 아틀란티스 프로젝트도 하고 있고 그게 아니어도 중동에서는 한국기업들이 많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인맥을 중시하는 이슬람 문화도 이곳에서 오래 터를 잡아온 한국기업들에게는 유리한 점이고요.”

대성건설의 현장 책임자인 오승진 부장은 진수에게 자랑스럽게 건설 현장 여기저기를 보여주었다.

진수도 대성건설이 건설하고 있는 인프라들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인프라 사업은 도로와 항만, 공항 건설까지 다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성건설이 기본적인 인프라를 확보하면 그 다음은 이카로스이노베이션 전기차를 위한 충전시설을 만들 예정이었다.

“지잔쪽 사업도 잘 되고 있군요.”

“최진수 회장님은 아틀란티스로 가시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여기는 잠시 들렀을 뿐이죠. 제 목적지는 아틀란티스니까요.”

“정말, 굉장한 프로젝트입니다. 저도 구경하러 몇 번 가보기는 했는데, 정말 아름다운 섬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하, 그래요? 저보다 나으시군요. 직접 아틀란티스를 보는 건 저도 처음인데 말입니다.”

***

지잔을 거쳐 아틀란티스로 가는 여객선이 도착했다.

주로, 지잔에서 아틀란티스로 가는 건설인력들을 교대하는 배였다. 진수도 이 배를 타고 아틀란티스로 가게 된다.

여객선에 오르자, 미모의 여성이 진수를 맞아 주었다.

“성유진입니다.”

신성건설의 홍보 담당자인 성유진 과장이었다. 건설사의 과장이라고 하기에는 세련된 미모가 눈에 띄는 여자였다.

“최진수입니다.”

딱히 나의 소개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아틀란티스로 가는 여객선에 탄 모든 사람들이 이미 나에 대해서라면 잘 알고 있었다.

아틀란티스를 건설하는 이카로스그룹의 회장으로 이 모든 일을 기획한 것이 바로 나라는 것을 말이다.

“아틀란티스에는 처음인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들 가봤겠군요.”

“예, 회장님만 빼고는 다들 아틀란티스를 직접 본 사람들이죠.”

물론, 빈 살만 왕세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이기는 하지만, 아틀란티스라는 인공섬은 나의 힘으로 만들어진 섬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동안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자료들을 보고받고는 있었다. 하지만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었다.

“이렇게 여객선으로 모시게 돼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아틀란티스를 만들어왔던 분들과 같이 가게 되는 게 저로서도 뜻깊고 의미 있는 일이죠.”

아직, 아틀란티스에는 기본적인 섬의 형태만 만들어진 상태였고, 공항 같은 것은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비행기나 헬기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여객선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틀란티스의 건설 노동자들과 같은 배를 타고 가면서 현장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다행히, 분위기는 나쁜 것 같지 않았다.

“최진수 회장님과 같은 배에 타다니 영광입니다.”

“아틀란티스는 어떤가요? 일하기에 힘들지는 않습니까?”

“멋진 곳이죠. 일이 고되기는 하지만 돈을 벌려면 쉬운 일이 어디 있겟습니까?”

그렇게 아틀란티스행 여객선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멀리 아련한 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건설 중이기는 하지만 아틀란티스는 설계대로 원형의 바큇살 같은 형태의 특이한 모양을 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영상으로 보던 그대로군요. 물론,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답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진수의 말에 성유진 과장도 미소를 지었다.

“두바이의 팜아일랜드와 비교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규모도 그렇고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틀란티스라는 이름도 멋지고요.”

팜아일랜드가 부자들을 위한 휴양지의 개념으로 개발된 곳이라면 아틀란티스는 하나의 도시를 염두하고 만들어진 섬이었다.

그래서 아틀란티스의 옆에는 아틀란티스에 태양열을 공급하기 위한 해상발전소도 동시에 건설이 되고 있었다.

“저기 보이는 것이 태양광 발전소군요?”

“예, 이카로스이노베이션에 만들고 있는 거라 우리는 잘은 모르지만, 발전소도 조만간 가동될거라고는 들었습니다.”

“예, 맞습니다. 아틀란티스가 완공되는 것에 맞추어서 발전시설도 전기를 공급할 겁니다.”

진수가 계획한 아틀란티스는 아름다운 휴양을 위한 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를 보여주는 시범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상의 핵심은 친환경 에너지였던 것이다.

친환경 그린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지구상에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용화가 가능한 것은 태양광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태양광발전소를 해상에 설치해서 아틀란티스의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런 전기에너지로 움직이는 전기 자동차와 각종 드론들 그리고 전기로 움직이는 소형 요트들까지 미래에 가능한 모든 기술들을 선 보일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여객선은 아틀란티스의 외곽의 선착장에 도착해서 사람들과 짐들을 내리기 시작했다.

아틀란티스는 기본적으로 인공 섬의 뼈대는 완공이 되었고 기본적인 도로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특히 아틀란티스는 기본적으로 섬의 안쪽에 또 다른 섬이 있는 구조로 이 내섬과 외섬을 이어주는 다리들도 많이 필요했다.

“드디어 아틀란티스에 상륙이군요.”

진수도 건설사 직원들과 함께 아틀란티스의 땅에 발을 내딛었다. 진수 개인적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섬을 둘러보기 위해 성유진 과장과 함꼐 차에 올라탔다. 아직, 리조트나 호텔 같은 것들을 건설 중이었지만, 도로나 다리들은 완공이 되어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다리들로 다리들은 아틀란티스의 섬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동시에 내해, 그러니까 아틀란티스 안쪽의 바다에서 이동하는 배들의 운행에 방해를 하지 않도로 높고 기둥의 간격이 넓게 설계되어 있었다.

덕분에 내해의 다리들 아래로 어지간한 배들은 자유롭게 지나가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성유진이 진수를 안내하기 위해서 운전하는 차 역시도 신성자동차에서 만든 전기차였다. 차는 내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다리를 통과하고 있었다.

“다리들도 매력적인데요.”

“예, 바다 위를 지나는 다리들이라 시원시원하기도 하고요.”

홍해의 잔잔한 바다는 다행히 큰 태풍이 불거나 하지는 않는 곳이었다. 물론 태풍이 불더라도 큰 문제는 없게 설계된 다리들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리를 지나자 안쪽의 내섬이 나타났다.

이곳은 말하자면 도심의 핵심 지구로 병원이나 이카로스그룹의 직원들이 상주하게 될 사무용 빌딩, 치안을 위해 설치될 경찰서와 카지노와 호텔, 각종 상점들, 공항, 요트 마리나 같은 주요 시설들이 들어설 곳이었다.

내섬은 여러 개의 다리들로 외섬들과 이어지는 구조였다.

내섬 지역에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이카로스리조트의 서기호 사장도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회장님 어서오십쇼.”

“하하,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제 아틀란티스도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군요.”

“예, 작업의 속도가 엄청납니다. 한국 건설사들의 속도는 정말 대단하기도 하고요.”

서기호 사장의 말대로 아틀란티스 프로젝트를 맡은 두 개의 한국 건설사들은 치열한 속도 경쟁을 벌이며 아틀란티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이런 건설 분야에서는 빠른 속도로 나타나는 셈이었다.

물론, 빨리 짓는 것이 다는 아니었고 안전하고 완벽한 시공을 위해서 이카로스그룹이 선정한 감리 업체가 세세하게 모든 것들을 검사하고 있었다.

“이제 전기까지 공급되면 정말 친환경 미래도시가 되겠군요.”

서기호 사장은 진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객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원래 아틀란티스는 고대의 전설 속의 도시의 이름인데, 이제는 현실의 가장 혁신적인 미래 도시가 될 것 같습니다.”

바다 위에 인공 섬을 건설한다는 것도 파격적인 설정인데, 거기에 친환경 에너지를 바탕으로 탄소제로의 도시가 되는 것이었다.

거기에 특이한 구조의 지형과 아틀란티스라는 이름도 독특하고 말이다. 도시가 완성되면서 해외의 유력 언론사들도 이 아틀란티스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기자들도 많이 찾아온다면서요?”

“예, 아무래도 친환경 탄소제로 도시라는 것도 최근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면서 외신 기자들이 많이 찾습니다. 우리도 홍보 효과를 생각해서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있고요.”

진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들이 몰리는 건 좋은 징조요. 아틀란티스가 전 세계에 알려질 테니까요.”

아틀란티스, 전설의 고대 도시는 이렇게 진수의 힘으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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