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새로운 구상 (192/200)

새로운 구상

센트럴 타워 이카로스 그룹 회장실.

“지현 씨, 우리 부모님 집 문제는 어떻게 됐나요?”

“예, 회장님. 무진시에 중소 건설업체에 의뢰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부지는요?”

“몇 군데 물색을 해 놓은 곳이 있는데, 아무래도 회장님이 최종 결정을 하셔야 할 것 같아서요.”

김지현은 무진시 일대에 적당한 토지도 여러 곳을 알아봐서 진수에게 보고를 했다. 진수는 시골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상의를 해서 새 집터를 결정했다. 그리고 남은 공사 문제는 김지현에게 일임을 했다.

“나는 브라질에 출장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

브라질, 바타타.

바타타에도 새로운 리조트 건설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엔젤라 킴은 이쪽의 리조트 사업을 총괄하고 있었다.

“바타타의 리조트는 거의 완공이 되었군요.”

바타타의 리조트를 시작으로 자구아눔의 제도까지 다양한 리조트 시설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었다.

“가상현실 리조트요?”

엔젤라 누네스는 바타타의 리조트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VR 기술을 이용한 가상 리조트를 만들자고 제안을 하자, 약간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건 처음 들어보는데요.”

“브라질 같은 곳에 산다면 굳이 가상 현실로 리조트를 즐길 필요는 없겠죠. 멋진 해변이 지천으로 있는 곳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나라들이 브라질처럼 열대의 파라다이스는 아니니까요.”

“하긴 그렇기는 하겠네요.”

엔젤라 누네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시아 같은 곳은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브라질의 해변이나 섬들 같은 자연환경을 즐길 기회는 드무니까요.”

세계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진수가 리조트와 해양 레저 사업에 투자를 하는 이유도 그런 것이었다. 늘어나는 부자들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레저 생활을 즐기기를 원하고 있었고 실제로 세계의 유명 휴양지들에서 즐기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에 비해서 가난한 사람들도 늘어나는 셈이었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생활 수준은 향상이 되고 있었지만, 상대적인 빈부격차는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특히 그런 가난한 노동계급이 모여 사는 곳이 도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도시의 늘어나는 인구는 진수가 벌이고 있는 해양 레저 산업과는 동떨어진 계층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수의 생각은 좀 달랐다. 비록 직접 리조트를 방문할 정도의 여유는 없는 계층이라고 해도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카로스테크에서 개발한 VR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원래는 자구아눔 일대에서 야마시타 골드를 찾기 위해서 사용하던 로봇슈트와 VR 기술을 다른 분야에 활용해 보려는 것이었다.

“로봇으로 가상현실 체험을 하게 한다는 거죠?”

“그래요, 기존에도 가상 현실 체험을 하는 기술은 많이 있지만 대부분 미리 촬영한 영상을 360도 입체화면으로 보여주는 정도라고 할 수 있죠. 거기에 비해서 제가 구상하는 가상현실 체험은 로봇슈트를 조정하면서 마치 진짜 그 장소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거죠.”

“솔직히 잘은 모르겠네요.”

백문이 불여일견, 엔젤라에게도 내가 가져온 VR 헤드셋을 씌워주었다. 빨간색 비키니를 입고 있던 엔젤라 누네스는 비키니 차림으로 머리에 헤드셋을 썼는데, 약간 기묘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때요? 가상현실의 세계가 어떤가요?”

엔젤라가 가게 된 곳은 자구아눔 제도의 무인도였다. 거기에 미리 보내 놓은 로봇슈트와 VR 헤드셋이 연결되어 있던 것이다.

“어머, 세상에, 신기하기는 하네요.”

“어때요? 바타타의 리조트가 아니라 자구아눔 제도의 무인도에 있는 기분 아닌가요?”

엔젤라는 헤드셋을 쓴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VR 영상 같은 걸 본적은 많지만 이건 좀 다르네요. 보통은 입체영상으로 어떤 대상을 보여주는 정도인데, 이것은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재생하는 느낌이에요. 진짜 그곳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진수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려는 것은 말하자면 아름다운 자연환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아름다운 열대의 바다와 해변, 무인도 같은 이국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인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 VR 리조트 체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로봇슈트를 리모콘과 다리의 센서 같은 것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었고 그에 따라 자신의 의지로 조정되는 로봇슈트를 아바타처럼 현실 세계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가상현실이기는 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일종의 증강현실로 즐기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기하기는데 한데, 사람들이 이런 것에 돈을 쓸까요?”

엔젤라는 노련한 사업가답게 기술의 신기함보다는 수익성에 먼저 관심이 가는 것 같았다.

“물론, 비즈니스모델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기존의 게임을 하던 사람들도 많고 거기에 더해서 이전에 경험해 볼 수 없었던 증강현실 기술로 세계 여기저기를 여행할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비단, 가상현실로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 외에도 실제 리조트를 예약하려는 고객들에게 미리 현지 분위기를 즐기는 기회도 줄 수 있다는 것도 이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음, 그러니까, 미리 이런 곳이다라고 미리 즐길 수 있다는 말이죠?”

“맞아요. 자주 와본 사람들도 있지만, 가보지 않은 낯선 곳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백지상태로 가는 것보다는 이런 가상체험 기술로 미리 가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죠.”

VR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 같았다. 게임처럼 즐길 수도 있고, 사전답사를 대신할 수도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VR 체험들은 세계 여러 곳에 건설되고 있는 리조트와 레저 시설들과 연계되어서 다양한 체험을 상업적으로 제공하려는 것이었다.

“어쨌든, 재밌는 것 같기는 해요.”

엔젤라는 신기하다는 듯이 리모컨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있었다.

“조심해요. 멀리 있는 무인도는 잘 보이지만, 눈앞은 안 보이니까.”

“그렇기는 하겠네요.”

***

이카로스테크, 사장실.

“VR 기술을 이용해서 리조트 체험 서비스를 하자는 말이죠?”

서종수 사장은 리조트와 VR기술이라는 것이 언뜻 접점을 찾을 수 없다는 듯이 약간 멍한 표정이었다.

“예, 예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세계 여러 곳의 아름다운 관광지 같은 곳을 여행하는 것은 현대인의 로망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음,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런 여유를 갖은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니까, 가상현실 기술로 체험할 수 있게 하자는 거군요?”

“맞습니다.”

물론, 진수처럼 운이 좋거나 소위 말하는 금수저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면 직접 여행을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재현된 가상현실이라도 현실 그 자체를 뛰어넘을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상체험 서비스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거창하게 여행 산업을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여행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어차피, 진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VR 체험이라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았다. 그보다는 첨단 기술이나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이 오히려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종수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 저도 이번에 로봇슈트를 개발하면서 VR 기술이 생각보다 높은 수준이라 다른 곳에 응용할 것이 없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요?”

“예, 기존에도 가상현실 체험을 하는 기기들은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실시간으로 다른 장소에 있는 현실을 카피해서 구현하는 기술은 없었으니까요.”

서종수 사장도 로봇슈트와 연동한 VR 기술로 리조트 체험을 하게 하자는 것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로봇슈트를 실시간 카메라처럼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로봇슈트를 움직이면서 로봇슈트가 있는 공간을 체험하는 개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봇슈트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다양한 장소, 다양한 체험을 하려면 전세계 여러 곳에 이런 로봇슈트들을 운용해야 할 테니까요.”

“그러면 일단 로봇슈트부터 대량 생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센트럴 타워 26층, 이카로스그룹 회장실.

“브라질에 다녀오신 일은 어떻게 되셨어요?”

“그쪽에 바타타 리조트와 자구아눔 제도의 리조트 시설들을 둘러보고 왔어요. 그리고 VR 기술로 리조트 체험을 하는 새로운 사업도 구상 중이고요.”

“VR요? 가상현실 그런 거 말이에요.”

“예, 아영 씨도 그쪽으로 관심이 있어요?”

“뭐, 그렇죠. 요즘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가상현실 콘서트도 가능하다면서요?”

“메타 버스라고 해서 가상현실에서 그런걸 즐기는 것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 그대로 가상세계에서 캐릭터가 움직이는 정도죠. 이번에 우리 이카로스테크에서 개발한 기술은 메타버스 개념이라기보다는 현실의 리조트를 진짜 현실처럼 즐길 수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죠.”

“음, 그러니까 진짜 현실 속의 다른 공간에 들어간 것처럼 말이죠?”

윤아영도 새로운 VR 기술에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윤아영이 관심사는 가상현실 기술로 콘서트를 하는 것이었다.

“가상현실 콘서트 말이군요?”

“예, 전부터 그런 식으로 공연을 할 수 없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서울에서 우리 가수들이 콘서트를 하고 있으면서 관객들은 전세계에서 접속을 해서 관람하는 거죠.”

실제로 전세계의 관객들이 서울로 모여들면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겠지만, 현실적인 제약들도 있으니까, 가상 현실을 이용한 콘서트를 한다면 직접 한국에 오지 못하는 관객들도 콘서트의 관람객으로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라면 아직, 그런 콘서트의 관람객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의 가상현실을 제공하지는 못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기술들이 있다고 하는 업체는 많지만, 실제로 보면 신기하다는 정도의 느낌이지 콘서트 관람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아주 인기그룹의 경우에는 이런 가상 콘서트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린다고는 하지만, 냉정하게 콘서트를 생생하게 즐길 수준의 기술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성 팬들의 팬심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는 수준,

“아주 인기 그룹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아주 예외적인 거고. 실제로 일반인들을 상대로 가상현실 콘서트는 아직은 어렵다는 생각이에요.”

윤아영의 말에 진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그랬겠죠. 하지만 최근에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VR 시스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카로스테크에서 개발한 기술은 기존의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니까요.”

“음, 그럴까요?”

윤아영은 나의 말에 딱히 반박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수긍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그러면 우리의 새로운 기술력을 세상에 알릴 겸, VR 콘서트를 개최하는 건 어떨까요?”

“VR 콘서트요?”

“예, 이카로스테크와 좀 더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드림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을 모아서 가상현실 콘서트를 여는 겁니다.”

“진심이신 거예요?”

“물론이죠. 윤아영 씨는 그저 일반적인 콘서트 준비만 해주면 됩니다. 나머지 기술적인 부분들은 이카로스테크에서 알아서 처리를 할 테니까요.”

VR 기술은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실용적으로 사용될 정도로 기술력이 축적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기술적인 발전, 특히 이카로스테크의 VR 기술력은 그동안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었다.

“아무튼, 한 번 도전을 해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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