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아틀란티스도 서서히 완공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지잔에 건설되던 각종 인프라 시설들도 완성되면서 인공섬 아틀란티스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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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타워, 26층, 이카로스그룹 회장실.
회장실에는 이카로스그룹의 수장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오늘 여기에 여러분들을 모이라고 하신 것은 우리 이카로스그룹의 대표적인 사업인 아틀란티스 프로젝트가 이제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장실에 모인 사람들은 아틀란티스 건설을 총괄하고 있는 이카로스리조트의 서기호 사장부터 아틀란티스의 전력을 공급하는 해상 발전소를 건설한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의 이동준 사장, 그리고 이카로스테크의 서종수 사장, 드림엔터테인먼트의 윤아영 사장까지
이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아틀란티스 프로젝트를 위해서 모인 것들이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이카로스그룹의 야심찬 프로젝트였던 아틀란티스가 드디어 완성이 되었습니다. 이제 아틀란티스의 주요 시설은 완성이 된 상태고, 이제는 화려한 개장식을 남겨두고 있죠.”
아틀란티스는 인공섬으로 기본적으로는 해양 레저를 위한 리조트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친환경 에너지 도시를 천명하고 새로운 신기술들을 도입했기 때문에 이미 세계 유수의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었다.
거기에 빈 살만 왕세자의 시대에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의 성격도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전세계의 시선이 아틀란티스로 모일 겁니다.”
진수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제안으로 이카로스그룹이 투자해 건설한 아틀란티스는 중동의 또 다른 두바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큰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아랍에미레이트는 사우디와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같은 아라비아 반도를 영토로 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건국 초기부터 알력이 있기도 했었고, 중동의 오일머니로 막대한 부를 얻으면서 아랍에미레이트가 먼저 두바이 같은 도시들을 건설해 석유 산업과는 차별화되는 국제 비즈니스 도시를 만들면서 두각을 나타내자 거기에 사우디아라비아도 위기감을 느끼며 차세대 산업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의 변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틀란티스였다. 백문이 불여일견, 사람들은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선호한다.
그것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글을 읽는 것이나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든 고대든 거대한 상징물을 만드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대의 피라미드로 같은 이유로 만들어진 상징물이고 현대의 거대한 빌딩들을 랜드마크라고 부르는 것도 크게 보면 그런 시각적인 효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이 아랍에미레이트는 몰라도 두바이는 아는 것처럼 상징적인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성공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틀란티스에는 우리 이카로스그룹의 모든 기술력이 총동원되었으니까요.”
아틀란티스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서기호 사장은 자신 있는 표정이었다.
“축하 공연은 어떻습니까? 윤아영 사장님.”
“국내 외의 거물급 팝스타들을 섭외했고 특히, 메타버스를 통해서 아틀란티스의 콘서트를 전세계로 송출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 전용 좌석 판매도 시작했고요.”
아틀란티스의 탄생을 축하하는 대규모의 콘서트가 준비되었다. 물론, 아틀란티스의 공연장에서 소수의 관객들을 모아서 공연을 할 계획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첨단도시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 메타버스 공연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사라진 고대 세계, 멸망한 세계의 부활이라는 테마로 세계적인 팝스타와 케이팝 아이돌들의 공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카로스테크의 VR 기술이 접목되어 공연장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가상의 콘서트장을 구현할 예정이었다.
아직, 돈을 내고 유료로 티켓을 판매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상의 거대한 10만석 이상의 공연장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하고 실제로 참가자들에게 지정된 좌석에 앉아서 관람하는 것 같은 시각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서 현실의 아틀란티스의 개장과 더불어 아틀란티스라는 메타버스 세계를 동시에 열기로 했다.
실제 지잔 앞바다에 만들어진 아틀란티스를 복제한 것 같은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를 통해서 공개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아틀란티스는 어떤가요?”
진수는 서종수 사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VR기술은 모두 이카로스테크의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기존의 메타버스라는 것이 그래픽을 이용한 가상세계의 구현이었다면, 우리가 이번에 선보일 기술은 실제 공간을 실제처럼 구현하고 있으니까요.”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나온 것은 꽤 오래되었고 이미 많은 메타버스 세계가 구현되고 있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대부분은 현실 세계와 같은 생생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어렵다고 생각되고 있었다.
그 대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형태의 메타버스들이 대부분이고 거기에 참가자는 게임 속의 캐릭터 정도가 되는 것이 대부분인 것이다.
말 그대로 가상세계에 인간이 참여하는 정도인 것이다.
그에 비해서 아틀란티스는 로봇슈트를 이용해서 처음부터 다른 곳에서 마치 아틀란티스 현장에 있는 것 같은 가상체험이 가능하도록 기획된 것이었다.
가상의 인공적인 세계가 아니라, 실제 세계를 다른 존재가 되어서 다른 장소에서 체험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로봇슈트와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셈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기존의 메타버스가 게임에 가까운 것이고 게임 세계 속의 캐릭터가 되는 정도였죠. 그래서 열광하는 계층도 일부 젊은층에 불과했고요.”
메타버스가 단순히 유행하는 새로운 게임이라면 한때의 유행처럼 지나가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진수의 생각은 달랐다.
진수가 직접 이런 로봇슈트와 메타버스, VR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바로, 무인도들에서 2차세계대전의 약탈 황금들을 발굴한 것이 그런 것이다.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도 복잡한 작업을 로봇슈트와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메타버스 기술을 게임 정도에만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 같더군요. 응용할 분야가 많아요. 특히 로봇과 연계하면 엄청난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당장은 아틀란티스의 가상현실 체험을 위해서 로봇슈트들 사용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로봇슈트와 메타버스 기술은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었다.
“로봇슈트를 VR로 조정하는 것 말이죠?”
윤아영도 로봇과 메타버스 기술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는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맞아요. 이런 기술들은 말 그대로 미래의 기술이 될 겁니다. 예를 들어서 화성에도 로봇슈트를 보낼 수도 있겠죠.”
“화성요? 경기도 화성 말인가요.”
순간 사무실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물론, 경기도 화성이 아니라, 저 우주의 화성 말입니다.”
“뭐예요. 왜 다들 웃는 거예요? 아니, 진짜 우주로 로봇들을 보내겠다는 말이에요?”
윤아영과는 달리 다들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다른 사장단들도 진수의 말에 의문을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의 이동준 사장도 진수에게 진짜 화성으로 로봇슈트를 보내겠다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회장님, 진짜 진지하게 화성에 로봇슈트를 보내시겠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즉흥적으로 하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진수의 오랜 꿈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외계로, 그러니까 지구 밖의 세계를 탐사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는 가보지 못한 모든 곳들을 가보고 싶었다. 세계에는 수백 개의 나라들이 있다고 하니까, 지구상의 그 모든 나라를 일주해 보는 세계일주의 꿈도 있었고 말이다.
물론, 지금은 세계 일주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들이나 유명한 명소들도 많고 말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지구상의 나라들은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곳들은 아니다. 하나하나 섬세한 감성으로 느끼자면야, 어딘들 같은 곳이 있으며 각 나라, 각 도시들이 다들 고유의 개성과 분위기를 가진 곳이겠지만,
이미 세계화가 이루어진 글로벌한 세계에서 전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것들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세계가 된 것도 사실이었다.
“세계는 이미 가까워지고 새로운 모험을 하기에는 너무 좁아진 느낌입니다.”
과거에 배를 타고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던 모험가들의 시대처럼 전혀 상상하지 못한 세계를 만날 가능성은 이제는 희박해진 것이다.
인도를 가려고 항해를 하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좌표는 지도를 통해서 구현이 되고 있었다.
이제는 새로운 모험을 위해서,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지구 밖으로 나가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우주로 나가신다는 건가요?”
“물론, 아직 계획에 불과하죠. 하지만 일론 머스크도 말한 것처럼 화성이라는 곳은 매력적인 행성이죠.”
일론 머스크는 허풍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궁극적으로 테라포밍을 통해서 화성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유인 행성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었다.
“회장님도 일론 머스크처럼 화성을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개발하겠다는 겁니까?”
“하하, 일론 머스크는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겠다는 거죠. 뭐, 그렇게 되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건 수백만 년이 걸리는 일 아닐까요?”
“그럼?”
화성이라는 곳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고 또 그와 동시에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곳이다. 개발 가능성은 큰 곳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화성을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화성에 탐사장비 하나를 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나사 같은 곳에서도 화성에서 돌 하나를 채취해서 지구를 재전송 하자는 프로젝트를 장기계획으로 세우고 있는 정도인 것이다.
지구의 기술력으로는 화성의 돌 하나도 가져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 생각에는 일론 머스크는 몽상가일 뿐입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특별히 비난할 건 없겠지만, 아무튼 화성을 테라포밍한다는 것은 인간이 계획해서 실현할 문제는 아니죠. 그보다는 화성에는 인간이 아니라 로봇을 보내야 합니다.”
“로봇이라면?”
“바로 우리가 개발한 로봇슈트를 보내는 거죠. 물론 고속의 통신망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통신 사각지대를 피하기 위해서 다양한 위성과 기술들이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 화성과의 자유로운 교신이 가능해지고, 데이터 전송도 가능해지면 지금 지구에서 VR 기술로 로봇슈트를 조정하고 로봇슈트가 있는 곳을 체험할 수 있는 것처럼 화성에서도 가능해지는 것이죠.”
순간 회의장에 적막이 감돌았다.
“그게 가능할까요?”
“당장 화성에 뭔가를 보내자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주에 뭔가를 보내야 한다면 그것 로봇이라는 거죠.”
아직은 기술적인 한계를 넘어야 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지만, 진수의 미래의 목표라면 화성에 로봇슈트를 보내서 화성을 일종의 메타버스로 만드는 것이었다.
더 기술이 발달한다면 수백 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 인간을 화성에 보내고 그곳에 기지를 만들어서 화성을 지구화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보다는 화성에 로봇슈트 같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간이 그런 로봇의 신체를 메타버스를 통해서 일종의 캐릭터처럼 조정하며 화성에서 뭔가 의미 있는 탐사나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진수의 생각이었다.
“일단은 아틀란티스 콘서트부터 시작합시다. 새로운 메타버스를 여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