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슈뢰딩거의 콘서트 (194/200)

슈뢰딩거의 콘서트

진수는 헤드셋을 끼고 메타버스에 접속을 했다.

눈앞으로 현실세계가 사라지고 새로운 가상현실로 들어온 것이다.

현실의 세계,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에 건설된 인공섬, 아틀란티스의 개장과 동시에 메타버스의 세계에도 아틀란티스라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두 개의 세계는 완벽하게 동일한 구조와 면적을 구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존의 가상현실과 달리 실제의 아틀란티스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정보들로 이 세계는 매순간 새롭게 구현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일치하기는 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새로운 것을 메타버스의 세계에 추가할 수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번 아틀란티스 개장 축하 공연이었다. 기본적으로 현실의 아틀란티스에서도 유명 가수들을 모아서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팝스타들을 초정한 것에 비해서 관객들은 천여 명 수준으로 소규모였다.

실제 아틀란티스에 있는 콘서트장도 그 정도 규모였다.

하지만 메타버스에는 현실의 콘서트장에 더해 관객석의 규모를 크게 늘린 초대형 콘서트장을 만든 것이다.

현실을 단번에 뛰어넘은 새로운 증강현실의 세계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메타버스에 접속한 진수는 캐릭터를 부여받는데 역시 현실에서와 같은 이카로스그룹의 회장 최진수였다.

진수가 메타버스의 콘서트장으로 들어서자, 준비를 하고 있던 윤아영이 다가왔다. 물론, 그녀도 메타버스의 캐릭터로 윤아영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었다.

아틀란티스의 메타버스 시스템은 단순히 관람을 위한 아바타를 생성할 수도 있었고 거기에 더해 로봇슈트와 연계된 조종가능한 현실을 즐길 수도 있었다.

로봇슈트를 이용해서 원거리에서 메타버스를 통해 다양한 현실에서의 작업이나 활동을 하는 개념으로 기존의 가상현실의 개념과도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진수는 고심 끝에 이것을 조종가능한 현실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진짜 현실은 자신의 몸 그 자체를 움직이는 것이라면, 이 조정가능한 현실의 세계에서는 VR 기술을 이용해서 조정하는 로봇슈트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메타버스 아틀란티스의 콘서트장을 둘러보러 온 것뿐이라 따로 로봇을 조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윤아영 씨, 콘서트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건가요?”

“예, 물론이죠.”

윤아영은 메타버스 안에서 여러 가지 준비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녀가 실제로 있는 곳은 아틀란티스의 사무실이라고 했다. 실제 현장에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가상현실의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 메타버스 아틀란티스에 접속했던 것이다.

아틀란티스의 축하 공연에 참가하는 가수들도 아틀란틴스에서 직접 공연을 하는 가수들도 있었고, 메타버스에 접속해서 가상 공연을 하는 가수들도 있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현실과 가상세계가 혼재된 그런 콘서트가 열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틀란티스가 추구하는 그리고 이카로스그룹이 세계에 만들고 있는 리조트 사업의 기본방향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이카로스그룹은 세계 각지에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었고 단지 리조트에 머물지 않고 메타버스와 연계해서 그런 세계각지의 리조트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만들고 있었다.

부자들에게는 리조트 그 자체의 서비스를 현실에서 고가에 제공하고 그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상의 경험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사업의 시작점이 바로 이번 아틀란티스의 콘서트인 것이다. 콘서트 자체는 무료 공연이었다.

현실의 공연도 귀빈들을 초대한 공연으로 따로 티켓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고 거기에 메타버스 아틀란티스에서 볼 수 있는 가상 좌석들도 모두 무료로 신청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티켓은 판매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무료라서 그런지 이미 매진이에요.”

“그래요. 아무리 무료라고는 하지만 메타버스에 접속해야하기 때문에 VR 기기가 필요한데 그 정도로 많이 보급이 되었다는 건가요?”

“그렇죠. VR을 즐길 수 있는 장치는 예전부터 있었고 요즘은 여러 제품이 나오기도 했고 많이 판매가 되었을 걸요? 게임 쪽으로는 많이 하니까요.”

진수가 기획한 메타버스 아틀란티스도 사실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VR 산업에 편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진수나 이카로스그룹이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메타버스로 콘서트를 여는 것도 새로울 것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차이라면 제공되는 가상현실 그 자체의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존의 메타버스들은 게임 같은 완전히 인공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진수가 만든 메타버스 아틀란티스는 완벽한 현실 세계를 구현하고 있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아틀란티스를 다양한 카메라들로 촬영을 하고 그것은 실시간으로 새로운 가상현실로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수와 윤아영이 있는 곳의 보이는 모든 시설들이나 움직이는 사람들도 모두 아틀란티스의 현장의 것과 동일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만 존재하는 접속자의 아바타들이나 추가로 만든 가상의 좌석들은 현실에 더해진 증강현실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어디 관객석에 앉아 볼까요?”

진수는 가상으로 만들어진 좌석을 찾아 자리에 앉아 보았다. 좌석은 실제 콘서트장에 와 있는 것처럼 다양한 높이와 거리감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는 좀 더 잘 보이고 높은 곳에서는 더 넓은 전망을 볼 수 있었다.

“약간 먼 곳에서는 잘 안 보일 수도 있겠네요?”

“예, 하지만 그편이 현장감이 있는 거잖아요. 메타버스 체험이라는 것도 현실에서 느끼는 것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은 거 아닌가요?”

기술적으로는 맨 앞쪽 좌석에서 수십만 명이 동시에 콘서트를 볼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개개의 좌석들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상의 메타버스라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좌석을 앞쪽과 중간, 그리고 맨 뒤의 세 군데 정도로 바꿀 수는 있게 만들었다.

여러 위치의 이동이 가능하게 한 것이었다. 아무튼, 메타버스에서의 콘서트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렇게 현실의 콘서트와 연동하는 개념은 나름 새로운 시도였고, 윤아영도 기존의 콘서트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메타버스 콘서트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윤아영 씨가 수고가 많군요?”

“아뇨, 저도 재밌어요. 콘서트 기획은 많이 했었지만, 이렇게 가상현실에서 하는 콘서트는 또 처음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어도 이렇게 전세계적인 팝스타들을 다 모으는 것도 처음이고요.”

윤아영의 말대로 가상현실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현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아틀란티스 콘서트의 참가자들도 대단한 수준들이었다. 영국이나 미국의 최고 인기 팝스타들도 공연을 하기 하기 위해서 모여들었고, 특히 k팝 스타들도 이번 콘서트에 많은 참가를 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

아틀란티스 개장 기념 콘서트 당일.

아틀란티스가 문을 연 첫날,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중동의 왕실 대표들 그리고 서방의 언론인들이 모인 축하 파티가 열리고 파티의 후반부에는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언론과 VIP들만이 참가한 자리로 세계적인 스타들의 공연은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었지만 관객석의 반응은 좀 미지근한 편이었다.

“확실히 이쪽은 조용한데.”

“그러게 말입니다. 다들 왕이나 귀족들이니 그리고 이슬람교는 교리가 엄격하다면서요. 여자들은 보이지도 않고요.”

옆자리에 앉은 민영민은 중동의 VIP들을 힐끔거리며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말 조심해. 다들 엄청난 재력가들이고 앞으로 우리들의 고객이 될 사람들이라고.”

“하하, 알겠습니다. 조심하죠.”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해서 중동의 왕족들이 대부분이라 나중에 이카로스그룹으로부터 메가 요트를 구매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이번 아틀란티스 프로젝트 같은 중동의 개발 사업에 뛰어들 기회를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다들 콘서트에는 그리 큰 관심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현실의 아틀란티스 공연장의 분위기는 화려한 가수들의 면면에 비하면 썰렁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메타버스를 통해서 입장한 10만 이상의 콘서트 참가자들의 분위기는 완전히 뜨거워져 있었다.

진수는 현실의 콘서트장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한 귀빈들의 안내하고는 자리에 앉아서 헤드셋을 끼고 메타버스 아틀란티스로 접속했다.

진수가 먼저 메타버스로 들어가고 민영민도 따라서 들어왔다.

“와, 회장님, 이거 같은 곳 맞습니까? 이쪽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데요.”

천여 석의 작은 좌석에 그나마도 조용한 분위기의 현실세계와 달리 메타버스의 아틀란티스는 완전히 광란의 도가니였다.

수많은 아바타들이 함성을 지르고 춤을 추며 공연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공연에 참가한 가수들도 자기 공연 때는 무대에 평소처럼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는 이곳에 들어와 같이 콘서트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현실과 메타버스, 한 장소에 벌어지는 두 개의 세계가 기묘한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른바 다중우주라는 것이 실제로 현실화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데, 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콘서트 버전이라고나 할까?”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면? 양자물리학 말입니까?”

“그래, 관찰자에 개입하기 전까지는 죽은 상태일 수도 있고 살아 있을 수도 있는 중첩 상태의 고양이 말이야.”

원래는 양자물리학을 비판하기 위한 고안된 개념이었다. 슈뢰딩거는 양자물리학은 사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논리적인 모순을 만들어서 공격한 것이다.

고양이는 살아 있으며 동시에 죽을 수 있는가? 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양자물리학의 대답은 그렇다, 였다.

그리고 이번 콘서트장에서도 같은 대답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콘서트는 지루하고 썰렁한 동시에 뜨겁고 재밌을 수 있는가?

진수는 모순적인 그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쪽에는 지루하고 썰렁하지만, 이쪽의 메타버스는 완전히 광란의 도가니잖아?”

“그러게 말입니다. 하나의 현실에 두 가지 세계가 존재하는 건가요?”

민영민은 그저 가벼운 농담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진수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크게 감명을 받은 느낌이었다.

결국, 관찰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양자물리학의 세계처럼, 같은 현실에 기반해서도 다양한 관찰 시점과 방식에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고 새로운 사업도 가능하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다.

진수가 그런 생각을 하며 메타버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쯤, 윤아영의 아바타의 모습도 보였다.

“윤아영 씨, 아영 씨도 이쪽이 더 재밌는 건가요?”

윤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무래도 현실이라는 건 지루하네요. 반면에 여기는 판타지의 세계라고 해야 하나요? 완전히 분위기 죽이는데요.”

“원래 현실보다는 상상의 세계가 더 재밌는 법이죠.”

이곳은 가상의 현실 내지는 증강현실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상상력으로 구현된 꿈의 세계라고 할 수 있었다.

기술로 구현이 된 것뿐이지 모든 상상력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꿈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이다.

상상을 통해서 단편적으로 머물거나 아니면 단지 꿈이나 구상에 불과했던 그런 판타지들이 첨단 기술의 힘을 빌어서 현실, 혹은 또 다른 현실이라고 할 수 있는 멀티유니버스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곳은 현실에서 파생된 새로운 세계였다. 그리고 그 새로운 메타버스의 세계는 현실이 가진 한계와 단점을 뛰어넘어 현실보다 더 아름답고 즐거운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무대에서는 진수에게도 익숙한 K팝 그룹이 나오고 있었다. 이전의 가수들과 달리 그들은 지금 서울의 스튜디오에서 메타버스 공연에 가상으로 참가하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콘서트는 성공적인 것 같네요.”

“정말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예, 많은 가능성을 확인했으니까요. 우리는 이제 더 먼 세계로 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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