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라 아일랜드 (199/200)

솔라 아일랜드

센트럴 타워, 26층, 진수의 사무실.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하하, 이게 다 최진수 회장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농담이라도 너무 과찬이시군요. 덕담이라고 듣겠습니다.”

진수가 꽤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카로스그룹의 자문을 받으며 김현석 당선자가 공약으로 만든 차세대 미래먹거리 사업들은 경쟁 후보에 비해서 경제 분야의 정책으로는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특히, 배터리를 중심으로 탄소저감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동시에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탄소 중심의 산업 구조를 탈피해서 새로운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고, 그런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차세대 모빌리티와 메타버스 같은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이카로스그룹이 김현석 대통령을 위해서 여러 가지 자문을 해준 것이 실제 선거 캠페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한 가상현실 선거운동 같은 것들도 부수적으로 김현석 당선자의 이미지를 미래 지향적으로 만들어주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아무튼, 대통령이 되셨으니 하실 일들이 많겠군요.”

진수의 말에 김현석은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진짜로 말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저 최고의 자리라는 그럴듯한 이미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한 나라를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니 말입니다.”

“그렇겠군요. 한 집안의 가장이나 한 기업의 수장이 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겠죠.”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그래도 자신의 자산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업을 하는 일이라 선택이 자유롭고 자신의 자산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지면 될 문제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라는 것은 너무도 방대한 책임의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실 것은 없습니다. 보통, 대통령은 뭘 해도 욕을 먹는 자리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는 일이죠.”

“너무, 평가에 연연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좋은 일은 한다면 후대에라도 평가를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거제도, 이카로스조선소.

과거에 유조선이나 LNG선들을 건조하던 이곳 거제도의 조선소에서는 이제 거대한 메가 요트의 건조에 이어,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배와는 좀 다르지만 거대한 태양열 패널들을 설치하고 공해상을 항해하는 거대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솔라 아일랜드가 드디어 완성되었군요.”

진수는 최기형 사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솔라 아일랜드라고 불리는 일종의 거대한 해상 발전소였다. 홍해에 인공섬 아틀란티스를 건설하면서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던 해상 발전소를 개량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름은 아일랜드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움직이는 배에 가까운 발전설비였다.

한국도 전세계적인 탄소저감 정책에 발맞추어 화석에너지를 감축하고 있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자동차들이 퇴출을 맞고 있었고, 화력발전소의 운용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문제라면, 대체 에너지가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늘어나는 전력 소비량을 감당하기에는 태양광 같은 대체 에너지들은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원자력을 이용하는 것도 정부의 정책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이래저래 에너지 문제는 골치 아픈 문제였다.

그리고 신성자동차와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카로스그룹에게도 그것은 거대한 방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성자동차를 중심으로 전기차가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김현석 대통령의 당선과 더불어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전기차 인프라가 크게 증설되고 있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설비 건설 경험이 있었던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이 이런 사업권을 따내서 전기차 고속충전 스테이션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에 먼저 건설하기 시작했고 차차 지방으로 범위를 넓혀 나가는 중이었다.

그에 따라 도시 지역에서는 이미 전기차의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기차가 증가하면서 충전을 위한 전력 수요도 늘어나 전력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예비전력량이 5%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유사시에 전력 공급망이 붕괴하는 블랙아웃이 올 수도 있는 위험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상 발전소인 솔라 아일랜드가 계획되었고 그 첫 번째 발전소가 거제도의 앞바다에서 건조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일종의 인공섬으로 크기는 항공모함의 20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였다. 하지만 단순히 물에 떠 있는 인공섬 이상으로 자체적인 동력으로 저속이기는 하지만 이동이 가능했다.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갖는 부분은 바로 이 이동 능력이었다.

솔라 아일랜드는 발전소인 동시에 배였던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시스템으로 인공위성과 연계된 기상 정보를 업데이트 받으면서 또 주변의 선박의 항로들을 계산해서 공해상에서 저속으로 항해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미, 솔라 아일랜드가 완성되었다는 정보를 듣고 기자들도 찾아와 있었다.

조선소 앞에서 솔라 아일랜드를 시찰하는 진수를 발견하고는 안면이 있는 기자가 말을 걸어왔다.

“최진수 회장님.”

“어, 양현진 기자님이군요.”

“솔라 아일랜드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양현진이라고 메이저 신문사인 서진일보의 과학부 기자였다. 첨단 기술을 많이 개발하고 있는 이카로스그룹의 기사들을 많이 작성하고 있는 기자였다.

“하하, 양 기자님 부탁이라면 어쩔 수가 없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양현진 외에도 몇몇 기자가 솔라 아일랜드로 이어지는 다리 쪽으로 따라왔다. 아직은 솔라 아일랜드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었지만, 이카로스그룹의 회장인 진수와 함께라면 문제없는 일이었다.

“조심해서 오세요. 아직은 마무리 작업 중이니까요.”

진수는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이미 완성된 솔라 아일랜드의 서쪽으로 기자들을 데리고 올라섰다.

“와, 진짜 섬 같은데요.”

“기본적으로 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이라면 해저 깊은 곳의 육지와 연결이 되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랄까요? 하지만 수면 위로 일정한 공간을 가지고 있고 안정적으로 그 위치를 유지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솔라 아일랜드는 계속 이동을 하는 것 아니었나요?”

“무의미하게 이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태양광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 위치를 바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상 태양광 발전소를 차세대 에너지 공급원으로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한반도의 날씨였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항상 태양의 빛이 빛나는 화창한 날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오고, 여름에는 장마철이 있는 한반도에서는 변덕스러운 기상으로 안정적으로 태양광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솔라 아일랜드는 기상 상황을 고려해서 적도 부근으로 항해를 하면서 태양광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이동형 발전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바다 위를 떠다니면서 발전을 한다는 것인데, 역시 고성능 배터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라고 할 수 있지만 기존의 배터리와는 저장 용량의 차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배터리의 성능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한국의 전력 수요를 다 커버할 수 있을까요?”

“한 척으로는 어렵겠죠. 하지만 이런 형태의 해상 발전섬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하고 다른 발전소들과는 달리 부지의 문제 같은 것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일반 상선들과는 다른 항로로 안전하게 공해상에서 저속으로 항해를 지속할 수 있으니까요.”

아직은 시작에 불과했지만, 진수의 계획대로라면 이동형 해상 발전소들이 만들어져서 한반도 근해와 먼 바다를 넘나들면서 전력을 생산하고 그렇게 축적된 전력을 공급한다면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전력원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배터리와 친환경 태양광 사업이 잘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산업 구조가 붕괴되면서 대규모 실업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분야에서 말입니다. 협력업체들도 줄도산을 하고 있고요.”

배터리 사업으로 최고의 수익을 얻고 있는 이카로스그룹이었지만,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새로운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은 기존의 탄소에너지에 기반한 구시대의 산업들에게는 치명타가 되고 있었다.

진수에게 질문한 기자의 말처럼, 대량 실직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산업 구조가 급변하면서 기존의 산업에서 대규모 실업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카로스그룹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최고의 수혜를 보고 있는데, 수혜자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하하, 뭐, 한 기업이 처리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큰 일이죠. 하지만 이카로스그룹에서도 직장을 잃은 인력을 재교육 과정을 거친 후에 채용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전기차로의 대전환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

이카로스조선, 사장실

“기자들이 귀찮게 하는군요.”

“하하, 그 사람들의 직업이니까요. 자기 할 일을 하는 것뿐이죠.”

“그나저나, 자동차 산업에서 실직한 사람들은 정말로 구제하실 생각이십니까?”

최기형 사장은 그런 문제에는 부정적인 편이었다. 만약에 이카로스그룹에서 신규 채용을 한다면 젊은 인력 위주로 채용하는 편이 조직 관리에도 편할 거라는 주장이었다.

“뭐, 젊은 사람을 신입으로 뽑는 것이 더 좋기는 하겠죠. 하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대량 해직자 일부는 다른 기업에서 흡수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긴, 대통령도 정치적인 부담이 될 테니까요.”

이카로스그룹과 김현석 대통령의 관계는 정경유착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이나 전기차로의 전환 같은 큰 정책들이 이카로스그룹에게는 유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카로스그룹 입장에서도 김현석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줄 필요도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이카로스그룹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있고, 좀 더 적극적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최기형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카로스조선도 태양광발전섬을 만들면서 인력이 많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기존의 메가 요트 사업도 계속 주문이 들어오고 있고요.”

“하하, 사업이 잘 되면 좋은 일이죠. 아무튼, 최기형 사장님도 자동차 산업 쪽의 실업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인사 책임자들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이카로스그룹은 최고의 호황을 맞고 있었다. 김현석 대통령의 정책의 덕도 있었고 그게 아니어도 전세계적인 큰 흐름이 탄소중립을 통해서 전기차와 배터리 같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크게 바뀌어 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에 따라 태양광패널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었고, 전기차와 전기드론, 전기요트 같이 이카로스그룹이 관심을 가지고 개발을 해왔던 산업들이 급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넷플리스와 손을 잡은 한류 컨텐츠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고, 고가의 메가 요트와 세계 여러 곳에 건설된 리조트들도 메타버스를 이용한 다양한 수익 구조를 통해서 엄청난 매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제 진수도 그동안 황금발굴을 통해서 돈을 벌던 이름뿐인 기업가에서 진짜 사업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진짜 기업가가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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