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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1화 (11/200)

#011화

“후우…… 이게 말이 돼?”

최동수는 적막한 교무실에서 긴 한숨을 뱉었다.

“절대로 안 돼, 그럼 말도 안 되지.”

책상 앞에 놓인 윤정훈의 시험 성적을 확인한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윤정훈의 성적은 1학년 기말고사 때만 해도 운동부를 제외하면 거의 꼴찌였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는 제법 올랐다.

1학기 기말고사 때는 그보다 더 성적이 올랐다.

중위권까지는 누구나 빠르게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성적이라는 게 상위권으로 가면 점점 올라가기 어렵다.

그런데 그의 성적표는 최동수의 경험과 상식을 뛰어넘었다.

전교 5등, 반에서 2등.

믿을 수 없는 결과.

분명 부정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교직 생활만 벌써 20년을 넘었다.

오랜 기간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뒤에서 놀던 놈이 앞으로 온 적은 몇 번 있다.

하지만 결코 선두에 서진 못했다.

최상위권은 한번 처지면 쉽게 되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1타 강사를 붙여 줘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하찮은 고아 새끼가 이런 성취를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최동수는 모름지기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정훈은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것도 부정한 방법을 쓰면서.

처음에는 어떻게 커닝을 했는지 밝혀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곧 자신의 생각을 고쳤다.

그에게 분수를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커닝을 해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려 한 그에게 분수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최동수는 천천히 자신의 손목에 걸린 시계를 풀었다.

명품 시계가 반짝이며 책상에 놓였다.

지난 3년 동안 받은 부모님들의 격려금으로 산 시계를 보며 미소 지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아름다운 세상이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윤정훈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그에게 가르쳐야겠다.

“최 샘, 퇴근 안 해요?”

“오늘 야자 감독입니다.”

“그럼 내일 봬요. 아, 그 정훈이 시험 성적, 만점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수업 시간에는 한 번도 졸지 않았어요. 집중해서 들었어요”

“아, 아무리 집중한다고 고아 새…….”

최동수는 속내를 드러낼 뻔했다.

고아 새끼는 누가 봐도 교사가 입에 담기엔 저급한 말이었다.

“흠흠, 정훈이가 집중한다고 만점을 얻는 건 좀……. 그리고 다른 과목 전부 최상위권인 건 이해가 안 되네요.”

“그건 그런데, 왜 간혹 천재들 있잖아요. 한번 보면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가진 천재들요. 정훈이도 그런 천재일 수 있죠, 안 그래요?”

윤리 선생이 가능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풋, 천재라…….”

최동수는 어이없는 윤리 선생의 말을 비웃어 버렸다.

고아와 천재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나중에 물어보면 알겠죠.”

최선생의 차가운 비웃음을 본 윤리 선생은 그의 서늘한 기운에 당황했다.

“아, 네. 너무…… 몰아붙이진 마세요. 괜히 상처 많은 아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크흠. 우리 반 학생이니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선생님. 먼저 퇴근하세요.”

최동수는 자신의 학생 일에 간섭하는 윤리 선생을 향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아 네, 그럼 내일 봬요.”

더 이상 남의 학생에 관여할 이유가 없던 윤리 선생도 인사를 한 후 교무실을 나갔다.

***

굳은 담임의 표정이 신경 쓰였다.

이유를 알 수 없던 정훈은 불안했다.

하지만 착실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혼날 만한 짓은 없다.

단지 이번 시험을 너무 잘 본 게 걸리긴 했다.

뭐 약간 놀랐겠지만 칭찬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성적을 올리면 칭찬받아야 했다.

그것이 정훈이 아는 상식이다.

교무실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담임선생님은 교무실 맞은편에 있는 상담실로 정훈을 집어넣었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들 사이엔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굳은 얼굴을 한 최동수가 입을 열었다.

“엎드려.”

“네?”

이해할 수 없는 담임의 말에 정훈이 물었다.

“선생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엎드려, 이 새끼야!”

하지만 설명 대신 더 큰 목소리로 정훈을 다그쳤다.

나이 먹고 다시 엎드리려니 영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선생에게 반항해 봐야 좋을 것은 없었다.

정훈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차가운 바닥으로 두 손을 내렸다.

-퍽, 퍽, 퍽, 퍽, 퍽.

설명도 없이 담임은 회초리로 엉덩이를 다섯 대 때렸다.

정훈은 엉덩이가 화끈거렸지만 조금의 신음도 내지 않았다.

아픈 기색도 전혀 내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 대한 이런 대우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설명도 없는 매질, 부당한 대우가 분명했다.

그리고 다섯 대면 선생에 대한 존중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윤정훈은 일어 손에 묻은 먼지를 천천히 털어 냈다.

눈앞에 있는 담임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정훈의 서늘한 눈빛에 흠칫 놀란 그가 다시 큰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거야, 안 엎드려? 이 새끼가 어디서 내가 일어서란 말도 안 했는데.”

정훈도 이제 밀리지 않고 최동수를 쏘아봤다.

“설명을…… 해 주셔야 합니다. 선생님”

정훈이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못을 하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했다.

자신이 이런 개 같은 대우는 분명 고아라서 당하는 게 분명했다.

지나가던 개를 그냥 차는 짓은 사이코패스가 아니고는 누구도 하지 않는다.

다짜고짜 화를 내는 담임을 이해할 수 없어 가슴 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하지만 분노를 다스려야 했다.

대들어 봐야 좋을 건 없었다.

아직은!

“이 자식이”

최동수는 회초리를 든 손을 들어 올렸다.

정훈은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담임선생의 눈을 쳐다보았다.

“설명을 해 주세요.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뭐? 이런 싸가지 없는 자식이”

최동수의 회초리가 정훈의 팔을 강하게 쳤다.

분명 힘껏 쳤음에도 불구하고 정훈은 전혀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서슬 퍼런 눈빛을 본 최동수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을 감추고 싶어 최동수는 다시 한번 회초리를 높이 들었다.

이번에는 정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참고 맞아 봐야 더 이상 바뀌는 건 없었다.

한 번 맞아 준 것으로 예의를 보였다.

지난 생에 당했던 부당한 대우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자신이 그렇게 참고 인내하면 모든 게 바뀔 줄 알았다.

어리석은 노예였다.

불필요한 인내는 노예근성일 뿐이다.

생각을 고쳐먹은 정훈은 자신을 매질하려는 담임의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

“그만하세요.”

“악!”

정훈의 서늘한 눈빛과 강한 악력에 압도당한 최동수는 회초리를 바닥에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커닝이나 하는 주제에 이제 선생님을 때리겠다는 거야?”

그의 말을 들은 정훈의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결국 그거였나? 고아의 노력, 아니 고아는 절대 천재가 될 수 없다는 거였나?’

지난 삶에서도 무수히 겪었던 편견들.

이전 삶에서는 여기서 물러섰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철저히 감추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저들이 원하는 건 노예처럼, 쥐새끼처럼 구석에 처박혀 사는 것이다.

완벽하게 드러내고 주목받기로 다짐했다.

지난 인생은 바보처럼 노예의 삶만 살았다.

다행히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

더 이상의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한 정훈.

“제가 이룬 능력입니다. 커닝이 아닙니다. 절대로.”

“풋, 고아 새끼가 거짓말도 잘하는구나.”

최동수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정훈은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말로 설득할 수 있는 사람 아님을 깨달았다.

매사에 공정한 척하던 그의 속내는 철저한 편견과 오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고아라서 그렇게 쉽게 매질을 한 것입니까?”

“학생이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제가 무슨 잘못을 한 거죠? 아니 증거라도 있습니까?”

“……”

“최소한 증거는 보여 주셨어야 했습니다.”

최동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지 않는 그를 보며 정훈도 허무하게 웃었다.

“어쩌면 잘못은 고아인 제가 노력한 것이겠네요. 아니면 고아인 제가 천재라는 것이 잘못이군요.”

정훈이 씁쓸하게 웃음 지었다.

“뭐 너 따위 고아가 천재라구? 훗 네 실력으로 증명해라. 쥐새끼처럼 훔쳐볼 수 없는 곳에서. 그럼 믿어 주마.”

“제 실력은 이미 시험으로 증명했습니다. 뭘 더 증명해야 합니까?”

“커닝한 것이 분명해.”

최동수는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재시험을 통과하면 믿어 주겠다.”

“당신 따위의 믿음은 필요 없습니다.”

정훈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어떻게든 정훈의 커닝을 증명하고 싶던 담임은 미끼를 던졌다.

“재시험을 통과하면 재단의 장학금을 받도록 해 주겠다. 이사장 아들인 내 입김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순간 최동수의 머릿속에 호랑이 같은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자중하라는 아버지의 잔소리와 매질에 살짝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곧 걱정을 지웠다.

정훈이 재시험에 통과할 일은 그의 상식엔 없다.

‘뭐? 저 자식이 재단 이사장 아들이었어?’

정훈은 비로소 담임선생의 안하무인 같은 버릇없는 태도가 이해되었다.

“장학금이라?”

정훈이 혼자 중얼거렸다.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분명 재시험을 빌미로 온갖 추악한 짓을 준비할 것이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될 만큼 상황은 절박했다.

지금도 문제집 살 돈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간이 더 부족하다.

때때로 철중이 형이 문제집을 주지만 조금 아쉬웠다.

“매달 50만 원의 용돈이 나와, 문제집 살 돈도 부족할 처지인 것 같은데…….”

동수는 비릿한 웃음과 함께 정훈의 자존심을 긁었다.

“하긴, 재시험을 보면 실력이 들통날 텐데 괜찮을까?”

“좋습니다. 재시험을 보죠.”

미끼를 문 정훈을 본 담임이 비열하게 웃었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성적 장학금을 졸업까지 지급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뭐?”

“모든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하셔야 합니다.”

자존심 강한 최동수 선생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남들 앞에서 사과는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이사장 아들인 자신이 아랫사람들 앞에서 하는 사과.

생각만 해도 수치심이 밀려왔다.

하지만 정훈은 절대 재시험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과하지 못하게 할 자신이 있었다.

“그, 그래. 대신 이번 시험처럼 두 개 이상 틀리면 실패다. 그리고 실패하면 중간고사는 커닝으로 전부 0점 처리해야겠지?”

“알겠습니다.”

정훈은 그 말만 한 채 상담실을 나왔다.

정훈은 주먹을 꽉 쥔 채 어두운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됐다!

재시험으로 최동수 선생을 무너트릴 기회를 잡았다.

처음엔 생략 제안 재시험을 받아들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장학금도 굳이 받지 않아도 되었다.

조금 더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최동수가 앞으로 벌일 반칙, 그리고 입에 담기 더러운 범죄들이 생각났다.

그는 절대 학교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아직 정훈이 그를 몰아낼 수 있는 힘은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들 사이에서 교사로서의 권위를 추락시켜야 했다.

교실로 돌아가는 복도를 걸으며 정훈은 다짐했다.

‘절대로 네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

뒷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정훈을 힐긋 본 후 다시 책상 위 문제집에 집중했다.

교실 안에는 적막한 침묵과 책 넘기는 소리만 있었다.

“야, 괜찮아? 샘이 왜 불렀대?”

은수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담임선생의 불안한 목소리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시험 때문에, 성적이 너무 잘 나왔다고 칭찬해 주더라”

“뭐? 거짓말하지 말고. 그 새끼 절대 그럴 놈이 아니야.”

은수가 믿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담임에 대해서 무언가 알고 있는 듯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그 새끼가 우리 보고 고아 새끼라고 평소에도 얼마나 경멸하는데. 그런데 칭찬했다고?”

은수에게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정훈은 재시험을 봐야 한다고 실토했다.

은수의 얼굴색이 사색이 되었다.

“정훈아, 네가 보자고 한 거야?”

“아니 담임이…… 보라고 하던데”

시집을 덮고 정훈을 본 은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안 돼, 큰일 나.”

“왜? 나 잘 볼 수 있는데, 거기다가 재시험 통과하면 장학금 준대.”

“그게 문제가 아니야. 우리 담임…….”

은수는 입술을 깨문 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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