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20화 (20/200)

#020화

“성훈아, 아침에 문자 받았어?”

“네, 우리나라 기자들한테는 다 간 거 같던데요.”

“야, 그건 오바다.”

부장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 진짜로, 저기 남해군 공보실에 있는 친구도 문자 받았어요.”

“진짜? 와 현정옥 여사님 무슨 일을 벌이려고 그러지?”

“글쎄요? 이번에도 저번처럼 떠들썩하겠죠?”

“그럴 것 같은데, 아쉽다 아쉬워, 이런 건 독점으로 딱 받아야 되는데.”

“네, 독점은 무슨 줘도 못 올린 주제에…….”

박성훈이 부장의 말을 지적했다.

그의 머릿속에 지난번에 잘린 현정옥 인터뷰가 맴돌았다.

‘아, 간만에 잡은 특종이었는데’

“어허, 버릇하고는. 니가 가 기자 회견.”

지은 죄 때문에 별말 하지 못한 사회부 부장이 박성훈에게 말했다.

“당연하죠.”

“이번 기회에 저번에 진 빚도 제대로 갚자.”

그의 말에 박 기자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에 있는 모든 기자들이 받은 한 통의 문자.

현정옥이 기자 회견을 자청했다.

참석해 기사를 써 주면 광고도 집행한다고 했다.

기자 입장에서도 사주 입장에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는 유혹이었다.

기자 회견의 제목은 ‘현정옥이 드디어 손자를 찾았습니다.’였다.

한 달 전에 있었던 대대적인 신문광고 ‘손자를 찾습니다’의 결과가 나온 것 같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가족을 찾은 사실에 박성훈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번에 잘린 인터뷰 기사.

다행히 며칠 뒤 등 떠밀리듯 기사가 올라가긴 했다.

하지만 찝찝했다.

현정옥 여사에게 빚을 진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자신의 특종도 날아가 손해 본 느낌이었다.

그녀가 보낸 문자를 다시 보았다.

아쉽지만 이번에는 독점 인터뷰가 아니었다.

모든 언론사 기자에게 열려 있는 기자 회견.

박성훈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이제 한 시간 뒤면 기자 회견이 시작된다.

박성훈도 짐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박성훈의 휴대전화 벨이 울렷다.

“문화일보 박성훈입니다.”

“안녕하세요. 김만호입니다. 현정옥 여사님을 보필하고 있습니다. 저번 인터뷰 때…….”

“아, 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박성훈은 인터뷰 곁을 지켰던 중년의 남자를 기억해 냈다.

부드러운 듯 강직해 보인 그의 얼굴이 생각났다.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네? 도움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면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사실 저번 기사 때문에 빚진 기분이라서요”

“아닙니다. 여사님은 기사가 올라간 것만으로 매우 만족하셨습니다.”

“그럼 다행이구요……. 그럼 도움이란 게 뭡니까? 말씀하시죠.”

“그게 저번 인터넷 신문사의 1면을 빌릴 수 있습니까?”

“그건 제가 그쪽에 확인을 해 봐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선생님을 오늘 하루 빌릴 수 있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부터 저녁까지, 아니 오후까지만 부탁드립니다.”

뭔가 좋은 촉이 왔다. 분명 꽤 괜찮은 기삿거리가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좋은 기삿거리만 있으면 오늘도 내일도 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1층으로 입구에 기다리고 계십니다. 잘 부탁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마지막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누가 기다리고 있는 거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박성훈은 짐을 챙겨 1층으로 내려갔다.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대박 특종의 기운.

1층에 도착한 박성훈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자신을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만 보였다.

그러던 중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툭툭 쳤다.

몸을 돌린 그는 순간 얼어붙었다.

“안녕하세요, 박성훈 기자님. 오랜만입니다.”

기자 회견장에 있어야 할 현정옥 여사가 눈앞에 있었다.

***

“거 좀 밟아, 이 사람아.”

박성훈의 갤로퍼 옆자리에 탄 현정옥이 느리게 가는 그를 타박했다.

“뭔 차가 이렇게 시끄러워, 말을 못 하겠네.”

그녀는 불평을 일삼았다.

“아니, 어르신 도대체 무슨 꿍꿍이시길래…….”

“꿍꿍이는 무슨, 중부시까지 얼마나 남았지?”

“한 시간만 더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 좋아. 참 그 인터넷 생중계는 이야기가 확실한 거지?”

“아까 전화하는 거 들으셨잖아요. 그쪽에서 가능하다니까 뭐 알아서 하겠죠.”

“그거보다 중부시로 가는 이유를 좀 알려 주시죠.”

“이유? 알고 싶나?”

“네. 궁금해 죽겠습니다.”

“사소한 궁금증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현정옥은 무시무시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러니까 제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겁니까? 그럼 안 궁금합니다.”

“기자라는 놈이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그게 제 자식놈들 생각하면…… 크흠.”

“미안하게 됐지만, 어차피 자넨 벌써 위험한 상태야.”

박성훈이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뭐 너무 걱정하지 말게. 혹시나 잘못되면 내가 자네 가족들을 모두 책임질 테니.”

“어르신, 거 말씀이 지나친 거 아닙니까?”

박성훈의 목소리가 커졌다.

“귀 안 먹었어 이놈아, 그리고 어디서 감히…….”

현정옥의 노기 띤 표정에 박성훈은 화를 삭였다.

“하여튼 안 위험하도록 빨리 가세. 이거 속도가 왜 이렇게 느려?”

“지금 제일 빠른 겁니다.”

“하아, 하여튼 차는 무조건 독일제로 해야지……에잇 답답하구만.”

현정옥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빠르게 지나는 풍경들을 보며 긴장된 마음을 누그러트렸다.

지금까지는 모두 성공적이었다.

천지회의 눈은 모두 기자 회견 장으로 향했다.

이 틈을 타서 중부시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70프로는 성공한 것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박성훈은 현정옥을 불렀다.

“어르신”

시끄러운 디젤 엔진소리에 자신의 말을 못 들었다고 생각한 그.

다시 한번 이름을 크게 불렀다.

“현.정.옥 어르신.”

“귀 안 먹어 이놈아.”

초조하게 창밖을 보던 현정옥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10분만 더 가면 중부시로 들어갑니다. 그다음엔 어디로 갈까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

“일단 시내로 가”

“알겠습니다.”

박성훈은 인터뷰하던 현정옥과 지금 자신의 차를 탄 그녀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인터뷰 중의 그녀는 기품 있는 행복과 부자로서의 권위에 대해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 옆에 있는 그녀는 그저 심술 맞은 옆집 할머니일 뿐이다.

“어르신 그날이랑 분위기가 너무 다릅니다.”

“그건 무슨 말인가?”

“아니 인터뷰 할 때는 정말 멋지셨는데…….”

말을 끊고 현정옥의 눈치를 살폈다.

“오늘은 좀 더 쾌활하십니다.”

최대한 돌려 말했다.

“그러니까 그날은 우아했는데 오늘은 왜 이리 경박스럽냐? 이 말이군.”

속내를 들킨 박성훈은 당황했다.

눈치가 귀신과도 같았다.

“크흠,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좀 다르다……뭐 그런 겁니다.”

“실없는 사람 같으니, 두 개 다 내 본 모습이니 그리 알게. 자고로 여자란 신비로워야지, 흐흠.”

“네,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서울에서 하기로 한 기자 회견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쩌긴 해야지.”

“네?”

“중부시에서 할 거야.”

“첩보 영화같습니다. 기자 회견 장소를 갑자기 변경하고…….”

“흠……. 지금 버스에 타고 오는 사람들이 일반인이면 아마……. 죽을 수도 있어.”

“네?”

박성훈은 현정옥의 말을 의심했다.

하지만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헛소리로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 사람들이 기자니까 살아 있는 거야. 천지회란 그런 집단이야. 수백 명의 목숨을 날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

“네? 천지회요? 그건 무슨 조폭 같은 겁니까?”

“흠, 못 들은 걸로 하게.”

“들은 걸 어떻게 못 들은 척합니까? 쳇”

“살고 싶으면 못 들은 척해야지. 새끼들 애비 없는 자식 만들 거야?”

현정옥의 말에 박성훈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고속도로를 내려 시내로 들어간 박성훈의 차.

창밖을 보던 현정옥이 입을 열었다.

“중부고등학교로 가지. 그리고 오늘 정말 고맙네. 여기까지 오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네는 모를 걸세.”

“아닙니다. 뭐 중부시 오는 게 뭐가 힘듭니까? 하하하.”

박성훈은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동차로 오면 하루도 아니고 한 시간 반이면 오는 곳이다.

그게 어려울 일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 호호호 자네는 모르는 편이 낫겠군. 속도를 좀 높이지.”

“네, 알겠습니다.”

네비게이션에 중부고등학교를 입력했다.

10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에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속도를 내며 중부고등학교로 향했다.

***

대연회장을 가득 메운 기자들이 시끄럽게 웅성대고 있었다.

시작해야 할 회견이 20분째 지연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김만호가 일어나 단상으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현정옥 여사님은 안 오십니까?”

“사회자님 이제 시작하시죠”

“네, 시작하시죠.”

“이미 20분이나 늦었습니다.”

대연회장에 모인 기자들이 아우성 댔다.

9시 40분에 시작하기로 한 기자 회견이 지체되자 모두들 조바심이 났다.

다른 기자들보다 1초라도 빨리 원고를 보내야 하는 기자들.

다급한 그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 회견이 이루어질 장소는 여기가 아니었다.

마이크를 켠 김만호가 기자들을 보았다.

웅성거리던 소음이 점점 줄어들었다.

모두가 앞에 선 만호에게 주목하며 귀를 기울였다.

“아, 아. 기자님께 대단히 죄송합니다. 말할 수 없는 중요한 사정으로 기자 회견 장소가 변경되었습니다.”

“네?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20분이나 늦어진 회견에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변경된 장소는 어디입니까?”

“장소는 30분 뒤에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대신 입구에 마련된 관광버스를 타면 바로 기자 회견장으로 이동할 겁니다.”

“다시 한번 설명해 주세요”

“중요한 사정이란 게 무언가요?”

“선생님, 설명을 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자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퍼부었다.

“마지막으로 알려 드립니다. 더 이상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지금 기자 회견장으로 출발하는 차를 타시던지, 아니면 30분 뒤에 문자를 보고 오시면 됩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겠지만요”

김만호는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기사의 생명은 시간이다. 남들보다 1분이라도 빠르게 올려야 한다.

그래야 사건을 선점할 수 있다.

30분 늦은 기사는 생명이 없는 죽은 기사다.

기자들이 일어나 쏜살같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들은 호텔 입구에 정차한 관광버스에 다급히 올라탔다.

좌석을 꽉 채운 두 대의 버스가 천천히 출발했다.

***

“이봐, 그 생중계하는 놈들은 언제 오는 거야?”

현정옥은 어느새 말을 놓고 아랫사람 대하듯 했다.

하대가 불편하진 않았다.

묘하게 친근감이 들었다.

“그 친구들은 30분 뒤에 도착할 겁니다. 그리고 그만 좀 물어보세요, 어르신. 벌써 몇 번째입니까? 에휴.”

박성훈이 머리를 흔들었다.

중부고등학교까지 와서 일이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교문 앞에 세운 채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지루한 것도 그렇지만 노친네 수발들기도 쉽지 않았다.

우아하고 고상한 귀족 같던 현정옥 여사는 여기 없었다.

불같은 성격에 툴툴거리는 못된 심보의 할머니만 있었다.

“이봐, 그런데 그게 가능해? 인터넷 생중계라는 게?”

“네, 저도 처음이지만……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돈이라면 뭐……. 차고 넘치지 호호호.”

현정옥이 다시 한번 돈 자랑을 했다.

아까 독일 차랑 비교하며 자신의 애마를 비하할 때부터 살짝 배알이 꼴렸었다.

‘그렇게 좋으면 자기 차를 타고 올 것이지.’

“내가 돈 자랑 좀 했다고 기분 나쁜 건 아니지?”

“아닙니다.”

귀신같은 눈치를 가진 그녀.

차 안에 있기 불편한 박성훈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생방송 팀들 오면 나 깨워. 밤새 잠을 설쳤더니 졸리군.”

“똑똑똑.”

박정훈이 현정옥을 깨웠다.

밖을 보니 낯선 차 한 대가 와 있었다. 생방송 팀인 걸 직감했다.

차를 탄 그에게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지.”

“네.”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주차장으로 가려 할 때였다.

“운동장 한가운데로 가.”

“네?”

박정훈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

정훈은 최악의 몸 상태 때문에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어젯밤 맞은 비 때문에 밤새 고열에 시달렸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학교로 갔다.

보육원보다는 학교가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열에 펄펄 끓는 몸을 본 은수가 그를 걱정했다.

양호실에서 사 온 약을 먹었지만 열이 내려가지 않았다.

오후에는 양호실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몸이 불편했지만 초인적인 의지로 수업에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문득 아저씨는 괜찮은 건지 궁금했다.

철중 선배에게 차마 먼저 물어볼 수 없었다.

자신이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숨겨야 할 것 같았다.

아저씨가 준 녹음기에는 나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검사가 있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먼 산을 보면 좀 괜찮은 기분이 들어 가끔씩 머리를 식힐 때 쓰는 방법이었다.

오늘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텅 빈 운동장이 보였다.

그리고 울긋불긋 다양한 색깔로 물든 산도 보였다.

텅 빈 운동장 안으로 갤로퍼 차가 들어왔다.

뒤이어 꽤 큰 트럭이 갤로퍼 옆에 차를 세웠다.

갤로퍼에서 남자가 내렸고 트럭에서도 사람들이 내려 짐을 내렸다.

그리고 갤로퍼 조수석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내렸다.

황토색 개량 한복에 새하얀 백발을 곱게 묶은 노인이었다.

이마를 찡그려 그곳을 주시하던 정훈,

그의 눈동자가 커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윤정훈 수업 시간에 뭐 하는 짓이야.”

국어 선생, 일명 미친개, 허두식.

이사장 사돈의 팔촌쯤 되는 연줄로 학교에 들어온 선생이었다.

아주 옅은 혈연도 그의 든든한 백이 되었다.

안하무인에 폭력은 기본 옵션이었다.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이사장의 신뢰 때문에 학교 내에서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사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가 저지른 비리들이 생각났다.

훗날 언론에 떠들썩하게 기사가 날 만큼 충격적이었다.

그런 미친개의 짖음에도 정훈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머리가 부서질 듯 아팠지만, 창밖만을 응시했다.

“하아, 이게 미쳤나, 공부 좀 해서 잘 봐주려고 했더니. 하여튼 가진 거 쥐뿔도 없는 고아 새끼가 어디서…….”

미친개가 윤정훈에게 다가갔다.

고아 새끼라는 말이 귀에 거슬린 정훈.

자리를 벗어나 그의 앞에서 섰다.

교실 한가운데 마주친 두 사람.

“이 새끼, 돌았나.”

손에 쥔 회초리로 정훈의 어깨를 그대로 내려쳤다.

- 퍽.

정훈은 그의 회초리에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노려보기만 했다.

그의 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아, 이거 안 되겠네. 너 내 별명을 알고도 이러는 거는…… 나 무시하는 거지?”

시계를 풀고 고개를 까딱이는 미친개.

그의 손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정훈은 무방비 상태인 미친개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만 했다.

으스러트리고 싶은 만큼 강한 힘으로 그의 손목을 잡았다.

미친개는 비명과 함께 몸을 구겼다.

“아아아아악, 이거 안 놔, 이 새끼야.”

“선생님……. 나중에라도 저한테 절대 사과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까?”

“뭔 소리야, 이 미친놈아. 이거 놔!”

손을 놓자 고통 때문에 미친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훈은 한심한 표정으로 그를 본 다음 천천히 교실 밖으로 나갔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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