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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40화 (40/200)

#040화

처음 보는 노기를 띤 얼굴이었다.

현정옥은 정훈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훈은 처음으로 날이 선 현정옥을 마주했다.

그녀의 눈을 보며 생각했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

“BHC 증권을 갖고 싶다고요.”

“그걸 왜 갑자기 갖고 싶은 거야?”

“이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뭐야? 그걸 말해야 할미가 납득을 하지.”

“BHC 증권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최소한 500억은 아낄 수 있습니다.”

현정옥은 허황된 생각이라 치부했다.

“무슨 수로 오백억을 아낀단 말이냐? 이미 확정된 손실이 천억이 넘고 거기에 파산을 걱정한 고객들의 자금이 상당 부분 인출된 상태야. 네가 할 수 있는 게 있단 말이야?”

“네, 있습니다. 거기다 계획이 성공하면 헤븐증권까지 가져올 수 있습니다.”

현정옥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헤븐증권을 말하는 것이냐?”

현정옥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정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깐의 침묵 끝에 다시 입을 여는 그녀.

“헤븐증권이 어떤 위치인지 알고 있는 거야?”

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에 해커들을 추적한 결과 그들의 아이피가 헤븐증권의 고정 아이피였습니다.”

“그리고?”

“BHC 증권 사태를 일으킨 악성코드도 그쪽에서 들어왔습니다. 그들에게 매수된 BHC 직원 일부가 서버를 뒤지며 자료를 삭제하고 있습니다.”

“뭐야? 자료를 삭제한다고? 그걸 그냥 보고 있는 거야?”

현정옥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미 백업을 해서 문제없습니다. 저들이 지운다고 해도 원래 자료는 우리가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안도한 현정옥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려 했다.

그러나 곧 정색하며 표정을 숨겼다.

자신의 것을 탐내는 손자가 괘씸했다.

물론 안 주려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다 손자의 것.

다만 아직 가질 자격이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제법이구나”

현정옥이 짧은 말로 칭찬했다.

“거기서 몇몇 회사에 대한 주가 조작과 미국으로 흘러간 자금을 파악했습니다.”

“주가 조작과 미국으로의 송금이라…….”

현정옥은 손자 녀석이 한 일이 매우 흡족했다.

자신도 쉽게 찾지 못했던 그들의 흔적을 찾아낸 손자의 능력이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그들을 추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인수대금을 낮춘다는 거냐? 이 할미를 설득해 보아라.”

“할머니, BHC 증권의 선물 옵션 계약 대부분이 한 외국계 헤지펀드와 체결된 겁니다. 그들이 800억 이상의 돈을 가져갑니다.”

“그렇지.”

“조사해 보니, 버진 아일랜드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였습니다. 결국 800억은 천지회, 아니면 그 하수인 헤븐그룹의 소유일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계약을 물릴 수는 없어.”

“물리지 않을 겁니다. 우선 전액을 지급할 겁니다. 그리고 당한 대로 똑같이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정옥은 그제야 정훈의 계획이 이해되었다.

“설마, 그대로 한다는 것이냐? 준비는…….”

정훈은 고민했다. 다 되어 있는데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곧 시작할 예정입니다.”

“쉽지 않을 텐데 할 수있겠느냐?”

현정옥이 정훈을 보았다. 자신만만한 표정에서 가능성이 느껴졌다.

어느새 훌쩍 성장한 손자가 새롭게 보였다.

“만약 그 계획이 성공한다면 BHC 증권이 정훈이 네 것이 되어야지. 헤븐증권까지 가져온다는데.”

“성공하겠습니다. 그리고 헤븐증권을 가져오면 헤븐그룹의 중요한 자금줄을 끊을 수 있습니다. 꼭 성공해야 합니다.”

“꼭 네가 전면에 나서야 하느냐? 할미는 그게 항상 걱정이다. 혹시라도 저 녀석들이 너를 노리는 건 아닌지.”

“곽 비서님이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괜찮을 겁니다.”

“그건 그렇지만……. 에휴, 정훈아! 나이가 드니 걱정이 많아진다.”

“제가 판을 한번 흔들어 보겠습니다. 할머니.”

현정옥은 오랜만에 빛나는 정훈의 눈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위 학생은 우수한 성적으로 타의 모범이 되어 중부고등학교의 명예를 드높였기에 이사장상을 수여합니다. 중부고등학교 3학년 11반 강철중.”

우레와 같은 박수가 강당에 울려 펴졌다.

현정옥은 강철중에게 상장과 부상을 전달했다.

서울대 법대를 합격한 그에게 어울리는 상이었다.

철중의 엄마 한연주는 그 모습을 보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여보, 우리 철중이가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어요. 어서 일어나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남편을 생각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상장을 받은 강철중은 단상 한가운데로 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한 손에는 상장이, 다른 손에는 트로피가 들려 있었다.

얼굴 또한 활짝 웃고 있었다.

누가 보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라도 수상한 것 같은 그의 행동.

눈물을 흘리던 강철중의 어머니도 어느새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기쁜 날, 눈물이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라 생각한 그.

사랑하는 그녀를 위한 아들의 퍼포먼스였다.

“형, 사진 찍어요.”

은수는 강철중을 이끌고 중앙 현관으로 갔다.

“사부님, 축하합니다. 드디어 강호로 진출하시는군요.”

정훈도 사부를 축하했다.

“짜식들, 너희 덕분에 심심하지 않은 학교 생활이었어.”

“형, 여기서 우리 셋이서 사진 찍어요.”

사진 찍는 걸 미친놈처럼 좋아하는 은수가 외쳤다.

정훈이 만호 아저씨에게 사진기를 건네며 부탁했다.

“자,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셋.”

남자 둘은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고, 다른 한 명은 활짝 웃는 얼굴로 연예인 같은 미소를 지었다.

“잠시만요, 두 사람은 좀 웃으세요. 군대 가는 게 아니라 졸업식이에요.”

“네.”

“넵.”

그들은 어색한 웃음을 한 채 기억보다 오래 남을 사진을 남겼다.

“저기, 이사장님이 찾으시는데……. 졸업식 끝나고 이사장님 방으로 와 달라고 하네.”

“네, 어르신.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

“형, 할머니가 왜 찾아?”

정훈은 할머니와 철중 선배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 네 입시 문제 때문에……, 서울대 법대 합격 비결 가르쳐 달라고 하셨어.”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미 나도 거기 합격이나 다름없는데……. 흐흐흐.”

“짜식, 방심하지 마, 최상위권은 한 문제 차이야. 그리고 사실 나도 몰라. 장학금을 듬뿍 주시려나……?”

“우리 사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용돈에 학비에 좀 많이 주시면 좋겠는데.”

정훈도 아마 장학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 처음 보는 안타까운 표정이 지나갔다.

“그러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야, 나 금방 올 테니까 교문 앞에서 기다려. 우리 그 중국집 가서 배 터지게 먹자.”

“오케이.”

***

“여기 앉아라.”

현정옥은 굳은 얼굴로 들어오는 철중을 보았다.

현정옥의 입술이 바싹 말랐다.

사과를 해야 하는데 철중의 표정이 너무 어두운 게 마음에 걸렸다.

아비의 잘못을 자신이 책임지려 하는 게…….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철중아, 내가 너한테 그 말을 한 게 후회가 된다.”

“아닙니다. 이사장님.”

“할머니라 부르거라.”

“……네, 할머니.”

“내가 너한테 네 아버지 이야기를 한 것은…… 혹여나 그놈들이 너를 해하거나 속이려 들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어. 너를 탓하려는 게 아니었다.”

“알고 있습니다, 할머니. 그래도 제 아버지가 정훈이를 죽이려 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철중이 침을 삼키고 할머니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 할머니 말대로 그들이 왔었습니다. 일송재단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훈이 때문에 아버지가 다쳤다고 이간질을 했습니다.”

“정말이냐?, 잔인한 놈들. 짐승만도 못한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들이랑은 상종할 필요도 없다.”

현정옥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철중아 나는 이미 많은 학생을 돕고 있어. 너도 내가 물심양면으로 돕고 싶다. 그래서…….”

“할머니”

철중이 현정옥의 말을 끊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지금도 의식이 없는 아버지 돌봐주시고, 아픈 어머니도 잘 챙겨 주신 거 감사해요. 제가 이런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베풀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아니다, 정훈이가 부탁한 거야. 자기를 수렁에서 구한 생명의 은인이라고.”

“네?”

철중은 이해할 수 없었다.

길바닥에서 구타당하던 자신을 구한 게 정훈인데……. 할머니가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철중은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제 앞에 나타난 이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인 건 분명한 거 같아요.”

“그래, 이 땅에서 뿌리 뽑아야 할 놈들이야.”

“그래서 저도 할머니를 돕고 싶어요. 그래서…….”

철중의 말을 들은 현정옥은 긴 한숨을 쉬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래, 잘 생각했다. 이제 공부만 열심히 하거라.”

“할머니……, 저 정말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일송재단의 장학생으로요”

그녀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뭐? 일송재단이라니……. 철중아 그게 무슨 말이냐?”

“저를 원하고 있어요. 검사가 될 제 능력이면 그들의 핵심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능력이면 충분해요.”

“그건 그런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 더러운 물에 손을 넣지 말거라.”

“아닙니다. 할머니는 밖에서, 저는 안에서……. 제 아버지를 속이고 죽이려 했던 자들입니다. 저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단지 할머니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저도 복수를 해야겠어요.”

현정옥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끄응, 철중아……. 꼭 그렇게 해야겠느냐?”

철중을 보았다.

현정옥은 그의 눈에서 정훈에게서 보았던 강인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이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녀.

“조심하겠습니다.”

“그래,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내가 가진 것으로 너를 지킬 것이다. 목숨이 위태로우면 언제라도 나를 찾거라.”

“네, 할머니.”

“그리고……. 이거는 오늘 은수랑 정훈이랑 밥 먹고 놀라고 준비한 카드다. 그런데…… 앞으로 필요하면 사용하거라. 누구도 모르는 돈이고 추적도 되지 않는다. 나와 너만 아는 것이다.”

“네, 할머니. 꼭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그리고 정훈이에겐 비밀로 해 주세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가까운 사람 모두를 속여야만, 겨우 그들을 속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래, 네 말이 맞는구나.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

현정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잠시만, 철중아. 이 할미가 한번 안아 보자. 내 손자를 사지로 내모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구나.”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 그래.”

현정옥이 그를 꼭 안았다.

아이의 넓은 어깨에서 그의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이사장실을 나가는 강철중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어긋난 인연인지 피보다 진한 형제가 될지 시간이 알려 주겠지.’

***

“어서 오세요. 아니 요즘 왜 이렇게 안 와요?”

“헤헤, 사장님도 잘 지냈어요?”

은수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럼요. 자 오늘은 얼마나 드실 겁니까?”

“오늘 우리 강철중 사부님 졸업식이라서 배 터지도록 먹을 겁니다.”

그 말에 중국집 사장의 눈이 빛났다.

돼지보다 많이 먹는 그들을 오랜만에 봐 기분이 좋았는데 졸업식이라니…….

“그럼 제가 군만두는 서비스로 드리죠.”

“네, 감사합니다.”

은수가 예쁜 얼굴로 아저씨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본 카운터를 지키는 사모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중국집 음식은 주문하자마자 나온다.

앉아서 물 한잔 먹은 다음 이야기를 나누려 할 때 벌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면이 그들 앞에 놓여 있었다.

졸업을 맞은 철중의 접시에는계란프라이가 두 개 있었다.

“우와, 이런 차별이…….”

은수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카운터 사모님이 날카롭게 외쳤다.

“여보, 여기 잘생긴 학생도…… 어서.”

그 말을 한 그녀는 은수를 보고 생긋 웃었다.

물론 은수도 그녀를 보며 화사한 웃음을 지었다.

“크흠, 이 자식이랑 다니면 굶어 죽진 않겠다. 그지 정훈아”

“응, 정말.”

정훈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많이 먹어. 그리고 사장님. 저희 고량주 하나만 주세요.”

술을 달라는 철중의 요청.

“뭐? 안 되는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모님, 우리 형 오늘 졸업했어요.”

은수가 미소 짓자…….

그녀는 어느새 선반에 있던 고량주를 따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잔 세 개가 들려 있었다.

“딱 한 잔씩만 마시자.”

갑작스럽게 분위기를 잡는 철중이었다.

“정훈아. 언제 너한테 또 한 잔 줄지 모르겠다.”

“언제기는, 내년이지. 나 입학하면 매일 매일입니다. 사부님.”

철중이 애써 크게 웃었다.

“하하하, 나의 수제자야, 서울대 법대가 그리 만만하더냐?, 하하하.”

“사부, 누워서 떡 먹기입니다. 크크크.”

세 명은 한 손에 작은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잔을 쳤다.

서로를 한 번씩 보았다.

은수는 정훈과 철중을, 철중은 은수와 정훈을.

그리고 정훈도 피보다 진한 형제 같은 그들을 보았다.

한참을 서로 마주보던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번에 술잔을 비웠다.

달콤함 사과 향이 느껴졌다.

하지만 높은 도수의 고량주는 그들의 목을 세차게 할퀴기 시작했다.

***

겨울이 지나고 여의도 가로수에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5월이 시작되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무사히 통과한 현정옥의 자이언트 유한회사는 순리대로 인수 계약을 마무리했다.

그녀는 증권사 직원 전체를 연회장에 모았다.

인수를 기념하는 간단한 연회를 베풀기로 했다.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였다.

“BHC 증권을 인수한 현정옥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청중의 박수가 이어졌고 곧 있으면 현악 4중주단의 클래식 연주가 시작될 즈음이었다.

현정옥은 궁금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직원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녀와 직원들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

“그럼, 연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혹시 저한테 질문할 것이 있습니까?”

그녀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BHC 증권 총부무 이천희 과장입니다. 이렇게 연회를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용 승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장님.”

주변에서 박수가 이어졌다.

질문보다는 아부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피인수 회사의 직원으로 고용 문제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전원 고용 승계로 모두 그녀에게 감사했다.

난파선을 구한 그녀.

그녀는 손을 저으며 박수 소리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오늘 여러분 표정이 좋은 걸 보니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하지만 BHC의 사장은 제가 아닙니다.”

순식간에 웅성거리기 시작한 행사장.

“곧 신임 사장이 올 겁니다. 21세기 젊은 거인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지휘하며 여러분들을 이끌 겁니다.”

현정옥이 손으로 뒷문을 가리켰다.

육중하고 거대한 검은색의 연회장 문이 천천히 열렸다.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천천히 박수 소리가 울리기 시작되었다.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 고개를 돌려 문으로 들어오는 한 남자를 주시했다.

문이 활짝 열리며 젊은 거인이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정훈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다양한 표정이 담겨 있었다.

기대, 의문, 무관심, 불신.

정훈은 그런 표정을 무시한 채 단상으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윤정훈입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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