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화
웅성거리는 소음과 함께 자신을 향한 시선들이 느껴졌다.
시선의 절반은 부정적이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
개의치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걸 신경 썼다면 데이비드 임, 임철수를 사장으로 세웠다.
등장은 어리고 화려할수록 좋다.
만약 그가 성공적인 성과를 낸다면,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힐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정훈이 무리해서라도 그 자리에 가지려는 이유였다.
정훈은 중앙에 놓인 단상에 섰다.
조금 전 현정옥 여사가 있던 곳이었다.
웅성거리는 소음이 천천히 잦아들며 큰 공간에 고요한 적막이 찾아왔다.
간헐적인 마른기침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윤정훈입니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울렸다.
“다들 의문이 들 겁니다. 지금 BHC 증권은 파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까지 현정옥 여사님의 자금에 기댈 수 없습니다. 해킹 사태로 인한 대금도 지불해야 합니다. 무려 천억입니다. 천억!”
천억이란 금액에 사람들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연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숫자였다.
의도적으로 손실액 천억을 강조한 정훈은 사람들의 시선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가슴에 위기를 심었다.
연회를 즐기려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태를 깨닫고 불안해한다.
누군가 이 위기를 극복할 희망을 줘야 했다.
선장.
신뢰할 만한 리더가 필요한 순간이다.
정훈은 아직 그들의 선장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이 경험이 미천한 자신을 믿고 따를 수 없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여러분의 불신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BHC 증권에는 우수한 선장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한 달간 사내 투자 대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1등 상금은 1억. 2등과 3등에게는 승진의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정훈의 발언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그리고 저 또한 대회에 참가할 입니다. 만약 제가 1등을 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사장 자리에서 내려오겠습니다.”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옆 사람들과 소곤대는 소리로 웅성거렸다. 1등 상금 1억, 그리고 2, 3등은 승진이 걸린 대회.
밑져야 본전이다.
“대신 하위 10프로는 각오하셔야 합니다. 도태한 자는 솎아 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 대회는 전원이 참가합니다.”
기대하던 시선이 다시 한번 굳었다.
사람은 희망보다는 절망에 익숙한 법이었다.
하지만 정훈은 자신 있었다.
이 절망에 빠진 자들을 데리고 배를 무사히 항구로 옮길 자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럼 이제 연회를 즐기십시오. 임원진들은 옆방으로 모여 주세요. 간단한 임원 회의를 하겠습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메웠다.
절반은 신임 사장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
일부 어린 여직원들은 그의 도도하게 잘생긴 얼굴에 대해 감탄했다.
누군가는 1등 상금 1억원에 대한 욕심이 얼굴에 가득했고,
다른 이는 2, 3등을 해 승진하려는 욕심을 가슴에 품었다.
한편 인파 속에서 있던 임원들은 조용히 옆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
“니미, 아주 지 꼴리는 대로구만. 허긴 뭘 알아야 절차를 밟겠지, 안 그렇습니까?”
권영수 부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던졌다.
“허허,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예의를 갖추세요.”
“예의는 무슨…… 아들뻘도 안 되는데.”
비아냥대는 권영수.
“크크크, 그렇다니까요. 여사님 노망이 나셨나, 돈을 버리려면 저한테 주지. 아주 작정을 한 거 같은데요.”
“내 말이.”
권영수 부사장은 안 이사의 말에 추임새를 넣었다.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일입니다. 혹시 압니까? 진짜 1등을 할지. 뭐 불가능하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겁니다.”
권영수 부사장 라인을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던 홍영호 이사가 혹시나 하는 기대를 드러냈다.
“날고기는 증권사 직원들을 전부를 제치고 1등을 한다……. 어이가 없습니다. 어리니까 생각도 짧은 거겠죠.”
권영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모릅니다. 어리다고 무시하는 건 좋지 않아요. 나이 많은 게 자랑도 아니잖아요. 나이 들면 고집과 편견만 가득해지기도 하니까요.”
홍영호 이사가 권영수를 보며 그의 많은 나이를 지적했다.
사장보다 많은 고인 물.
퇴사해야 하지만 동아줄을 잡고 버티고 있었다.
“이봐, 홍 이사 말이 좀 심한데. 새로운 라인으로 옮기려는 거야? 사내자식이 줏대도 없이…….”
권영수가 홍이사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뭐야?”
홍이사가 반말로 응수했고 그 말을 들은 권영수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니, 어디 부사장한테 이사 나부랭이가…….”
그때 문이 열리며 신임 사장 윤정훈이 들어왔다.
모두 자리에 앉아서 그를 보고 있었다.
정훈도 그들을 한 번 훑어보고 인상을 썼다.
그리고 찡그린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사장이 들어오는데 여기 임원들은 예의를 밥 말아 처드셨어요?”
그제야 모두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예의를 갖춰 주세요. 직장이 나이 처먹었다고 대우해 주는 곳이 아니에요.”
정훈이 권영수 이사를 보며 말했다.
“네, 죄송합니다. 사장님”
“앉으세요.”
중앙의 상석 자리를 차지한 정훈이 임원들을 자리에 앉혔다.
“이렇게 모이라고 한 것은 올해 목표와 새로 시작할 프로젝트를 알려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목표는 이미 연초에 수립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내실을 다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권영수가 신임 사장을 가르치려 들었다.
“그건 저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 목표라면 달성해도 파산하고 말 겁니다.”
“그렇긴 하지만…….”
정훈의 정확한 지적에 당황한 재무이사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올해 목표를 새로 수립했습니다. 여러분.”
정훈이 자신을 주목하는 이사들을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고 또박또박 말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 1조에 영업이익 2000억입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고 정훈을 바라보았다.
“네? 정말입니까?”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정훈에게 호의적이던 홍 이사였다.
“네. 매출 1조.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저는 가능하다고 보는데…….”
권영수는 주변을 보았다.
다들 회의적인 분위기 이럴 때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
안 이사에게 눈치를 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망신을 당하면 움츠러들기 쉽다.
“사장님, 욕심이 너무 많으신 거 아닙니까? 1조 매출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지금 우리 매출이 1000억입니다. 어떻게 1조를 달성합니까?”
“정말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정훈이 이사들을 쳐다보았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회의적인 생각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이 자신과 눈을 마주했다.
낯이 익은 얼굴.
미리 받아 본 인사 파일에 따르면 최연소로 임원에 승진한 사람.
최준기 상무였다.
긴 머리를 하나로 동여맨 40대 중반의 남자, 청바지에 흰색 티를 입고 있었다.
압도적인 실적 때문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복장과 두발 상태였다.
BHC 증권에 근무하며 무수한 기록을 갈아치운 자.
전무후무한 수익률, 근무 기간 연평균 수익률 75%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자다.
2010년 중반에 슈퍼개미로 이름을 내미는 자가 저기 있었다.
‘티비에도 출연했는데…… 여기 있다가 슈퍼개미가 된 거였군.’
정훈이 생각했다.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열 배는.”
최준기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최준기 상무님 정말 불가능합니까? 상상력을 발휘하세요. 그쪽은 눈치챌 줄 알았는데, 제가 너무 기대했나 보네요.”
최준기가 움찔한 다음 정훈을 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순간 번쩍이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매출 1조를 달성할 비결.
“설마…… 사장님, 설마?”
최준기가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사람아, 답답하게. 말을 해!”
주변에서 그를 보며 채근한다.
“그게…… 설마, M&A를 생각하신 겁니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벙찐 표정이었다.
그리고 곧 짧은 탄식이 곳곳에 터져 나왔다.
그들의 놀란 표정을 보며 정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수합니다. 증권사, 하반기에 매물로 나오는 증권사가 있습니다. 아주 싼값에”
정훈의 말에 궁금증이 커졌다.
자신들의 머릿속엔 어떤 증권사도 매물로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임 사장이 말하는 증권사가 어떤 회사인지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
“회장님, 제 잔 받으세요.”
드라마에 나올 법한 화려한 한복을 입은 여인이 입을 열었다.
연예인 못지않은 미모를 가진 성북동 대원각의 정 마담이 천상수 회장에게 술을 올렸다.
“회장님, 드세요.”
“그래, 그래. 자네가 따라 주는 술맛이 일품이지.”
남자의 손이 자신의 몸으로 향하자 무안하지 않게 거절하는 그녀.
“푸하하, 이거 내 손이 실수를 했구만.”
어색한 웃음을 터트린 후 술잔에 가득 담긴 술을 단번에 비웠다.
“회장님, 영수입니다.”
“들어와.”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권영수 부사장이 들어왔다.
“그래, 분위기는 어때?”
“철없는 망아지가 날뛰는 거라 다들 그냥 즐겁게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철없는 망아지라…… 현정옥이 그렇게 호락호락 자리를 허락하진 않았을 텐데,”
천상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겼다.
천재 손자라는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증권사 사장을 차지했다.
무슨 계략이 있는 건가?
몇 번을 생각해도 그 아이가 할 만한 것은 없었다.
괜한 걱정이라 결론을 내렸다.
“자식보다 손자에게 더 관대한 게 사람 아닙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천산수 회장이 고개를 숙인 권영수의 뒤통수를 보았다.
재떨이로 후려친 상처의 흔적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이제 다 나았나? 재떨이 자국이 거의 없는데……. 새로 하나 만들어 줄까?”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고 회장의 얼굴을 확인했다.
다행히 그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닙니다. 회장님. 잘하겠습니다.”
권영수가 머리를 조아렸다.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분발해. 그것만 성공하면 현정옥도 못 버텨. 그때까지 회사 잘 간수하고.”
“알겠습니다. 회장님. 잘하겠습니다.”
“이리 와서 한 잔 받아”
“감사합니다.”
맥주컵에 40도짜리 안동 소주를 가득 채웠다.
권영수는 고개를 돌려 한 번에 비웠다.
“진혁아, 이번 계획은 언제가 좋겠냐?”
“내일이라도 가능합니다. 아버님 명령만 있으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거 마음에 드는구나, 언제든 바로 할 수 있다는 거.”
“잘 준비하거라. 지난번 당한 복수는 제대로 해야겠지?”
“물론입니다.”
천진혁의 눈에 깊은 적의가 느껴졌다.
“아주 기분이 좋을 때 폭탄을 터트려 줘야겠어. 흐흐흐”
천상수가 입술을 길게 늘이며 웃었다.
천진혁이 권영수를 보았다.
“부사장님, 윤정훈이 하는 소꿉장난 중 특이한 것 없습니까?”
“없습니다. 출근도 잘 안 합니다. 수능 준비한다고…….”
“크하하하, 수능이라니, 이 핏덩이가 나를 웃기는구나.”
천상수의 웃음이 터졌다.
웃어야 할 타이밍인데 웃지 못한 권영수.
지난번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았다.
천진혁도 미소 지었다.
“네, 아버님. 수능 준비라뇨. 크크크, 그런 놈이 증권사 매출을 열 배로 올리겠다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네, 인수합병을 한다는데…… 매물도 없는 상황에 다들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미친 망나니가 분명합니다.”
권영수가 그날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뭐? 인수합병?”
천회장이 멈칫하며 권영수를 바라보았다.
‘인수합병이면 열 배……, 아니 스무 배도 가능하지. 그런데 도대체 어떤 회사를?’
잠깐 생각을 한 다음 입을 열었다.
“지금 나온 매물은 전혀 없는데”
“네, 회장님. 그래서 다들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천상수는 웃어넘길 수 없었다.
급격한 성장을 위한 방법은 M&A 뿐이다.
수능 준비할 고등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묘하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진혁아, 저번에 중부건설을 윤정훈이 인수했지?”
“네”
“어째 우리가 침 발라 놓은 것만 쏙쏙 빼먹는구나. 이번에는 제대로 갚아야겠지?”
“네, 아버님 걱정하지 마시지요. 잘만 되면 현정옥 여사도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역시, 내 아들이다. 하하하”
천상수는 호탕하게 웃었지만 찝찝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챈 정마담이 술잔을 채웠다.
“역시, 자네만 내 마음을 아는구만.”
입술이 늘어지도록 미소를 지은 그가 술을 비웠다.
한 잔의 술로 불안한 근심도 날리고 싶은 날이었다.
***
“뭐야? 저것들은?”
상쾌해야 할 출근길.
천상수는 본사 앞을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눈에 거슬렸다.
“기자들입니다.”
“내가 그거 물어봤어?”
버럭하며 소리를 질렀다.
“저것들이 왜 내 회사 앞에 진을 치고 있어?”
“뜬 소문에 저러고 있습니다. BHC 증권 사태에 헤븐그룹이 관련되어 있다는 인터넷 소문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헤븐증권이 BHC 증권을 해킹해서 저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습니다.”
“인터넷? 거기 젊은 놈들이 키보드로 장난질하는 곳 아니야? 거기 여론도 내가 신경 써야 해? 잘 마무리 해, 재떨이 빵 나지 않으려면.”
움찔 놀란 수행 비서가 재빨리 대꾸했다.
“염려 놓으십시오. 잘 처리 하겠습니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
하지만 앞으로 가지 못했다.
주차장 입구에 낡은 봉고차 한 대가 입구를 막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비상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들이…… 경비들은 뭐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어휴, 내가 이런 것들을 믿고…….”
천상수는 기자들에게 꿀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뜬소문뿐이고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아들 진혁이가 깔끔하게 흔적을 지웠다고 했었다.
차에서 내리자 기자들이 그를 에워쌌다.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침부터 수고 많으십니다.”
“천 회장님 이번 사태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시죠?”
“헛소문입니다. 헤븐증권이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BHC 증권과 옵션 계약을 한 외국계 펀드사를 대리하는 게 헤븐증권 맞습니까?”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군요. 자세한 건 헤븐증권 사장이 답을 줄 겁니다.”
“회장님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상수 회장의 앞에 기자라기엔 다소 어려 보이는 남자가 질문을 던졌다.
낯이 익었다.
기억이 날듯 말듯 했다.
어젯밤 너무 많이 마셔 취기가 가시지 않은 탓이었다.
“무슨 뜻입니까?”
천상수가 다시 물었다.
“해킹에 의한 옵션 계약이 이행되어야 한다고 봅니까? 대부분의 증권사는 선의로 옵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외국계 헤지 펀드만 계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회장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계약은 계약입니다. 이유 불문하고 체결된 옵션 계약은 이행되어야 합니다. 돈 다 받을 겁니다. 하하하.”
“만약 헤븐증권이 똑같이 당한다고 해도 그 말씀은 변함없으시겠죠?”
순간 천상수 회장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눈앞에 있는 낯익은 남자의 이름이 곧 생각날 것 같았다.
“물론……이…… 자식이.”
천상수 회장의 눈앞에 선 남자.
드디어 그의 이름이 생각났다.
“BHC 증권 사장 윤정훈입니다. 회장님 말씀 잘 기억하겠습니다.”
BHC 증권 사장 윤정훈이 그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천상수는 왠지 올가미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 나쁜 플래시가 그의 신경을 거스르기 시작했다.
재떨이로 저 거슬리는 것들의 머리통을 날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불편한 심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자들은 사진을 찍었다.
천회장과 윤정훈이 날카롭게 대립한 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셔터를 바쁘게 누르고 있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