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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45화 (45/200)

#045화

이 냄새를 쫓아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낸 기억 속 그날. 현금 1억 원을 셌던 날이었다. 채권 추심회사에서 일할 때 1억원을 만 원짜리 현금으로 받은 적이 있었다. 원금 10억을 깎아 줘서 현금으로 받았었다. 그날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셀 때마다 코끝을 간지럽힌 냄새.

돈 냄새.

정훈은 기대했다.

눈앞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있길래 돈 냄새가 이렇게 진동을 하는 건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불 켜도 돼요?”

“그럼, 대신 놀라지 말거라.”

들뜬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너무 궁금한데요?”

정훈은 눈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크고 검은 물체를 보면서 생각했다.

‘설마, 저게 다 돈은 아니겠지?’

스위치를 올리자 형광등이 깜빡이며 검었던 덩어리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녹색의 거대한 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돈산?

돈의 산?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어떻게 불러야 할지도 몰랐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돈을 만지고 싶었다.

눈앞에 존재하는 저 돈이 실재하는 것인지 촉감으로 확인하길 원했다.

하지만 정훈은 담담한 목소리로 건조하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기뻐서 춤을 출 거라 생각했던 현정옥은 예상과 다른 손자의 반응에 당황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아닙니다. 다만.”

정훈이 말을 멈추자 궁금한 기색으로 현정옥이 그를 보았다.

“다만, 돈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그건 무슨 말이냐?”

“너무 좋았습니다. 눈앞에 이 거대한 돈들이 제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 좋아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순간 돈 쓸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그런데……?”

“잊어버릴 뻔했습니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현정옥은 정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잊으면 안 되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느냐?”

“빼앗아야 합니다. 그들이 가진 모든 돈과 힘을요.”

손자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았다.

강인한 의지가 눈에 서려 있었다.

어떻게 저리도 강할 수 있을까.

너무 강해서 걱정도 되었지만 한 편으로 듬직한 느낌이었다.

‘정훈이라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실패했던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럴 능력과 배포를 갖춘 손자다.

“유전이란 게 무섭구나, 정훈아”

“네?”

“네 아비를 똑 닮았어. 그 의지가 그리고 누구도 흔들지 못한 신념도.”

정훈은 대답할 수 없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누군가의 피가 자신 속에 있다는 말에…… 먹먹할 뿐이었다.

손 한번 잡지 못한 그가 그리워졌다.

현정옥이 손자를 보면 환하게 웃었다.

“정훈아, 오늘 하루 정도는 돈에 취해도 된다. 네가 돈에 휩쓸릴 놈이 아닌 걸 할미는 잘 알고 있다. 가서 한번 만져 보거라.”

정훈이 앞으로 다가갔다. 지난 생에는 코끝을 간지럽혔던 돈 냄새가 지금은 폐 곳곳을 채웠다. 숨을 쉴수록 돈 냄새가 피를 타고 온몸을 도는 기분이었다.

“어떠냐?”

“저 모든 것이 제 것이라니, 황홀합니다. 돈이라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인 줄 몰랐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할머니가 돈다발을 위로 던졌다.

만 원짜리 돈이 비가 되어 바닥을 적셨다.

“하, 할머니.”

“너도 해 보거라. 이제 너도 현금왕이 되어야 한다. 오늘과 같은 감흥은 더 이상 느끼기 어려울 거야”

“네?”

“이 돈이 하찮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져야지. 어서 해 보거라.”

정훈도 양손에 돈다발을 쥐었다. 그리고 힘껏 천장 높이 던졌다.

정훈의 주변으로 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앞의 돈이 하찮을 만큼은 얼마일까? 생각해 봤지만 정확하게 가늠되진 않았다.

1000억?

1조?

***

체감 온도 40도를 넘나드는 무더기가 기승을 부렸다.

시원한 팥빙수로 무더위의 열기를 식히는 사람들은 바캉스 계획을 짜며 바닷가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BHC 증권 홍영호 이사는 돈줄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야만 했다. 자금 계획을 짜는 게 그에겐 더욱 급한 일이었다.

자이언트 유한회사의 인수로 자금줄에 숨통이 트일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번 윤정훈 사장의 말이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자이언트의 자금 지원은 없습니다.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일단 여기저기 돈을 빌려 오세요. 회사채도 발행하고’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줄 알았던 BHC 증권 인수자 자이언트는 돈 한 푼 내지 않고 있었다.

직원들 대부분은 이번 피인수로 자금이 여유로운 줄 알고 있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하루하루 힘들 정도로 겨우 연명하는 상황이었다.

휴대 전화기가 외롭게 떨리며 몇 통의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홍영호 이사는 전화기 화면을 긴장된 마음으로 확인했다.

‘죄송합니다. 귀사는…….’

‘대출이 거절되었습니다.’

‘저희도 자금 사정이 어려워, 죄송합니다.’

‘회사채는 회사 신용등급 문제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진 금융계 인맥으로 자금을 알아보려 했지만 다 막혔다.

상황이 이런데 윤정훈 사장은 일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이사님, 동산증권에서 자금 문제로 전화왔습니다.”

“…… 없다고 해.”

“그게…… 죄송합니다.”

“알았어. 연결해.”

“하하하, 정 이사님.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습니다. 다음 주에 꼭 넣어 드리겠습니다. 우리 회사 인수한 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현금왕입니다. 현금왕.”

홍이사가 크게 웃으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그러니까 그 현금왕이 왜 돈을 안 줘서 이 난리입니까? 지금 증권가에 소문이 파다해요. 현금왕이 BHC 증권을 버렸다고.”

“누가 그럽니까? 인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홍 이사는 다급하게 변명했다. 자신도 잘 아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아는 누구라도 믿을 만한 소문이었다.

“막상 1000억을 내려니 아까운 거죠. 여기서 손절하면 천억은 아끼잖아요.”

“헛소문입니다. 다음 주에 입금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 주까지는 곤란하고 이번 주까지 넣으세요. 안 그러면 우리도 법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어요.”

“다음 주까지 좀 부탁합니다. 이때까지 우리도 그쪽 사정 많이 봐줬잖습니까?”

“그게, 안 됩니다. 미안하지만 이번 주 안으로 넣으세요.”

홍영호는 순간 육두문자를 내뱉고 싶었지만 참았다.

“……알겠습니다. 오늘 일은 잊지 않겠습니다. 동신증권 정이사님”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은 홍 이사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 사장실로 갔다.

“사장님 계시나?”

“네, 그런데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홍 이사는 비서의 말을 듣지 않고 사장실을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사장님!”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홍영호의 목소리가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윤정훈 사장은 그의 화난 듯한 목소리에 조금도 반응하지 않았다.

다른 것에 정신을 집중한 채 골똘히 보고 있었다.

“잠깐만요.”

윤정훈은 고개를 숙인 채 한 손을 살짝 들어 그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행동을 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 다음 천천히 고개를 든 윤정훈.

홍영호를 쳐다는 보는 눈빛에 불쾌함이 묻어 있었다.

“내가 이사들에게 예의를 지키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정훈의 싸늘한 목소리에 흠칫 놀란 홍 이사. 재빨리 정훈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워낙 중요한 일이라 실례했습니다.”

“앞으로 조심하세요.”

“네.”

“앉으세요. 이렇게 막무가내로 무례하게 쳐들어온 이유나 들어 봅시다.”

정훈은 책상에서 일어나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사장님. 자금 문제가 심각합니다. 돈이 말랐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다른 회사에 좀 빌려 보시죠.”

방관자적인 말이었다. 홍영호는 그의 태도에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다 연락했습니다. 그런데 빌려주지 않습니다.”

“그럼 회사채라도 발행하세요”

“그것도 안 됩니다.”

“그럼 이제 증권가에 소문이 파다하겠네요. BHC 증권이 돈이 없다고.”

윤정훈 사장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했다.

“사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신용 등급이 떨어지고 소문 안 좋아지면 자금 유출이 더 심각해집니다.”

“흠, 그걸 제가 모를 거 같습니까? 하여튼 여의도 증권가에 우리가 돈이 없다는 소문은 충분히 낸 것이군요.”

“네.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문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잘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없는 척하세요. 극비입니다.”

홍영호는 윤정훈을 보았다. 그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사장님 혹시 돈이…….”

“따라오세요.”

윤정훈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홍 이사는 영문도 모른 채 일어서서 그를 따라 나갔다.

***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뭐가 말입니까?”

홍영호의 질문에 대답하려 할 때 멀리서 트럭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마침 왔네요.”

윤정훈이 손짓을 하자 자신들 앞에 멈춰 선 트럭.

거기서 내린 것은 놀랍게도 권영수 부사장, 아니 사원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양이 많아서 힘들었을 텐데”

“아닙니다. 오랜만에 땀 흘리니 머릿속이 상쾌해졌습니다.”

권영수가 윤정훈에게 자동차 키를 건넸다.

그 모습을 본 홍영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때 부사장이던 사람이 트럭을 몰고 왔다.

대화를 들어 보니 물건을 가져오라 한 것 같았다.

‘자존심도 없나.’

하지만 곧 깨달았다. 자신이 했던 말처럼 윤정훈 사장과 회사가 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권영수의 노력임을 깨달았다. 낮은 곳에서 백의종군하면서 회사를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 그럼 구경 한번 할까요?”

“네. 잠시만요.”

권영수가 트럭 뒤로 가서 문을 열었다.

홍영호의 코로 익숙한 냄새가 밀려 들어왔다.

‘돈 냄새?’

자금 담당이라 금고에서 돈 냄새를 자주 맡은 그.

이 정도의 냄새를 풍기는 것이면 엄청난 양이 분명했다.

천천히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택배 차량의 짐칸을 가득 채운 만 원권이 그의 눈앞에 보였다.

“이 이건…….”

“백억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까?”

홍영호는 어어 거리기만 할 뿐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후 겨우 정신을 차린 그가 입을 열었다.

“네, 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후 진작에 이렇게 해 주시지. 그동안 제가 가슴 졸인 거 생각하면.”

“크흠, 이건 극비입니다. BHC 증권의 자금은 계속 부족해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흔쾌히 사장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이유를 알 수 있습니까? 통상 돈이 없다는 소문은 좋지 않은데 일부러 그 상황을 만드는 이유가 뭡니까?”

홍영호의 질문에 권영수는 빙긋이 웃기만 했다. 윤정훈 사장은 잠깐 생각한 다음 입을 열었다.

“돈이 없어야, 무리수를 남발하죠.”

“무리수라…….”

홍영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

성북동의 대원각의 안주인 정마담이 헤븐그룹 회장 천상수의 잔에 술을 따랐다. 재벌 총수 정도는 되어야만 그녀가 직접 술을 따랐다.

천상수는 정 마담의 술을 기분 좋게 마셨다.

안주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영수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권영수를 향해 천상수가 입을 열었다.

“그래 고생한다. 밑바닥에서 버티려니 힘들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권영수가 잔뜩 차례진 술상

앞으로 와 자리에 앉았다.

“윤정훈 그 자식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부사장을 사원으로 강등시키나. 하여튼 젊은 놈들은 사람을 쓸 줄 몰라. 쓰다가 버리면 그만인 줄 안다니까? 내 잔 한잔 받아.”

“감사합니다. 사장님.”

권영수가 머리를 조아리며 천상수의 술을 받았다.

“그래, 뭐 특이사항은 없고?”

“네, 없습니다. 다만 곧 부도가 나지 않을까 합니다.”

천상수의 눈이 커졌다.

“소문이 진짜야? 현정옥이 손을 뗄 거라는 말이 있던데, 그래서 지금 돈이 없어서 여기저기 돈 빌리고 있다면서.”

“네, 사실입니다. 심지어 현정옥 여사는 회사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놈에게 다 맡겨 버렸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되는 손자놈에게 뒤집어씌우면 그만이니”

“뭐? 어렵게 찾은 손자를 자신의 방패막이로 쓴다고?”

“없을 때야 찾고 싶었던 손자입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있으면 자기 재산 노리는 사람과 다름없습니다.”

“설마? 하나뿐인 혈육이잖나”

“그래서 더 그렇습니다. 회사에서 소문이…… 현정옥과 윤정훈의 관계가 심상찮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나도 믿기 어렵지만, 돈 있는 재벌들 하는 짓을 보면 더 한 짓도 많았지.”

애틋한 손자가 자신의 권력을 탐하면 그만큼 경계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것이 한번 쥐면 결코 놓을 수 없는 돈과 권력의 속성이다.

“그럼 BHC 증권은 돈도 없고, 현정옥 관심도 없으니 곧 말라 죽겠구만.”

“네 지금도 말라가고 있습니다. 곧 부도가 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잘됐군. 자네가 조금 더 노력해. 내 자네 자리는 반드시 약속하지.”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보는 눈이 많으니 조심하고.”

권영수가 일어나 방을 나가자 옆에 있던 칸막이가 열리며 천진혁이 자리에 앉았다.

“권영수는 더 이상 믿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거짓말인 거 같습니다.”

“왜?”

“현정옥이 친손자인 윤정훈을 멀리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허허, 그렇게 생각하느냐?”

천상수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이었다.

“돈과 권력은 핏줄도 갈라놓는 것이다.”

천진혁은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의견에 토를 달고 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런데 권영수에게 정말 한자리 주실 작정입니까?”

“아암, 줘야지. 교도소에 자리 하나는 마련해 줘야지 않겠냐? 누군가는 정리를 해 줘야 하는데 그만한 적임자가 어디 있겠나?”

천진혁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잔인한 계획을 말하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그건 그렇고 BHC 증권이 가뭄이란다. 이럴 때 불을 지르면 어떻게 되겠냐?”

천진혁은 아버지의 의중을 알아채고 빙긋이 웃기만 했다.

“녀석 많이 컸구나. 한 잔 받아라.“

천진혁은 아버지가 주는 술잔을 한 번에 비웠다. 뜨거운 술기운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평소와는 다른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헤븐증권 전산실 안에 별도로 존재하는 밀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제 곧 시작될 공격을 앞두고 모두들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준비됐습니다.”

“그래?”

“오늘 시작하실 겁니까?”

“그럼. 오늘 8월 선물 옵션 만기니 제대로 당길 수 있는 날이잖아. 예상 이익은 얼마야?”

“오천억입니다.”

“오천억이면 BHC 증권 파산 아니야?”

“네, 몇십억이 없어서 쩔쩔매는 중이니 아마 바로 나자빠질 겁니다.”

“그럼 우리가 그대로 주워 먹으면 되겠네”

“네. 맞습니다. 도련님 계획대로 거저먹게 생겼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

모니터를 두드리던 천진혁의 눈에는 부푼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

이제 곧 BHC 증권을 헤븐증권의 뱃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게 된다.

그럼 아버지의 약속대로 증권사 사장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희망에 부풀어 올랐을 때였다.

“도련님, 이상합니다. 프로그램이 이미 작동하고 있습니다”

“뭐? 아직 누르지 않았는데 왜 시작된 거지?”

“…….”

천진혁이 의문을 품은 채 컴퓨터 모니터를 보았다.

익숙한 화면 대신 낯선 화면이 그의 화면에 펼쳐졌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그. 다급히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어느새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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