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50화 (50/200)

#050화

세계 2위인 차진혁은 놓치기 아까운 능력자였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격언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고치는 건 나중 일이다.

이렇게 놔두면 바닷가 고기밥이 되거나 깊은 산속의 거름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일단은 살리기로 생각했다.

“구할 수 있겠습니까?”

“어렵진 않습니다.”

곽현수의 짧은 말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부탁드립니다..”

“네. 걱정하지 마시지요. 그럼 지금부터는 제가 핸들링하겠습니다.”

“네.”

‘핸들링이라…….’

뒤처리부터 천진혁 관리까지 하겠다는 말인 것 같았다.

덩치와 다른 그의 눈치가 대단하다 느껴졌다.

눈앞에 눈치 없는 부부가 보이자 그의 능력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정훈은 차영미를 보았다.

“그럼 인테리어 진행하세요. 전 가 보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순식간에 긴 줄자를 들고 일어선 차영미는 이곳저곳에 자를 대며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

무더위가 물러간 자리는 짙은 단풍이 차지했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서늘한 가을바람은 절정의 단풍색 낙엽을 만들고 있었다.

증권사 합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임철수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증권사 합병을 신고하고 금융위원회의 승인도 받아 냈다.

BHC, 헤븐, 동서 이 증권사는 합병을 통해서 신화증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순식간에 업계 2위의 증권사를 소유한 레전드 컴퍼니는 금융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훈은 얼마 남지 않은 수능 시험을 대비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공부에 집중했다.

휴대폰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정훈아, 큰일 났어”

“왜?”

은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렸다.

“나 지금 시내 카페에 있는데 양아치들이랑 시비가 붙어서…….”

“뭐? 그런 건 혼자 처리할 수 있잖아.”

“아니야, 숫자가 너무 많아서 혼자 감당 안 돼.”

“몇 명인데?”

“둘, 아니 다섯이야.”

“풉.”

피식하며 웃었다.

정훈은 계속 다급한 척 연기하는 은수를 생각해 진지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지금 나갈게. 조심해야 해.”

“그래 빨리 와, 정훈아.”

은수는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듯 다급하게 위치를 알려 줬다.

전화를 끊은 정훈은 느긋하게 기지개를 켰다.

안 그래도 서점에 갈 생각이었는데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은수는 저렇게 연기를 못할까? 그리고 다섯 명은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인데.

한심하다고 생각한 그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

시내로 간 정훈은 서점에 들러 문제지를 산 다음 은수가 말한 커피숍으로 갔다.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2001년 웬만한 도시에 한두 개는 있는 흔한 이름의 카페였다.

은수가 준비한 이벤트가 뭔지 기대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

“은수 너 얼굴에 상처가 왜 이리 많아? 요즘 싸움하고 다니냐?”

“싸움은 아니고 매일 맞고 다녀요.”

“뭐? 널 누가 때려?”

은수가 중부시에서 싸움으로 유명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쁜 얼굴 때문에 쉽게 덤벼들었던 일진들이 뼈도 못 추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성인 조폭을 발라 버렸다는 소문도 있었다.

“누군데, 설마 정훈이야? 왜 네가 그랬잖아 정훈이가 너 보다 싸움 잘한다고.”

“그건 사실인데 우린 싸움 같은 거 안 해요.”

“그래? 그래서 누구야? 설마 여.자.친.구?”

“여자 친구는 무슨…… 할머니 차 운전하는 그 못생긴 아저씨 있어요. 그 아저씨한테서 무술 같은 거 배워요.”

은수는 살인 기술을 배운다고 말할 수 없었다. 곽현수와 자신만의 비밀이었다.

“무술 같은 거? 그건 무술이야 아니야? 근데 그건 갑자기 배워서 뭐 해?”

“그냥요……. 재밌어서요.”

은수는 사실대로 말하기가 그랬다. 정훈이가 하는 일이 위험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도움이 되고 싶어서 배운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재밌어서 배운다고 얼버무렸다.

“그래 뭐든지 잘하는 건 좋은 거야. 나처럼 공부면 더 좋겠지만.”

박다혜가 자랑하듯 잘난 척을 한 다음 시계를 확인했다.

은수가 정훈에게 전화를 한 지 한 시간이 넘었다.

“야, 너희 절친 맞아? 친구가 위기에 빠졌는데 왜 이리 안 와?”

박다혜의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 묻어 있었다.

“올 거예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은수가 대답했다.

10분 내로 올 거란 은수의 말과 달리 정훈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은수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앞에 앉은 박다혜는 눈빛으로 그를 이곳저곳 쪼아대고 있었다.

박다혜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 묻어 있다.

차 시간 때문에 곧 가야 하는데, 자신에게는 한 시간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부모님의 감시를 피해 어렵게 시간을 내서 왔는데 그냥 돌아갈 생각을 하자 갑자기 울컥할 것 같았다.

내년이면 좀 더 자주 볼 수 있겠지만 아직 모른다.

정훈이 가려 하는 서울대 법대, 전국에서 몇 백 명만 올 수 있는 곳이다.

은수를 통해서 들은 정훈은 굉장히 바빴다.

그럼에도 학교 성적은 1등을 놓치지 않는 게 신기했다.

종일 죽어라 공부만 해도 얻기 어려운 일을 정훈은 다른 일까지 하면서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사실 그가 궁금 더 했다.

오지 않는 것에 대한 짜증과 곧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섞여 복잡한 감정이었던 박다혜.

그녀의 귓가에서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다.

문이 열리며 그 위에 달려 있던 종이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박다혜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서 있었다.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이었다.

***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훈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박다혜였다.

예뻤다.

눈을 몇 번 깜빡인 다음 다시 봐도 예쁜 얼굴이었다.

비현실적으로 큰 눈과 도톰한 붉은 입술. 하얀 피부.

하지만 여전히 손재주 없는 화장으로 그녀의 미모가 가려졌다.

정훈은 순간 다행이라 생각했다.

“야, 넌 친구가 위험하다는데 이제 오냐?”

“아, 그래. 은수 너 위험하댔지?”

“안녕, 정훈아”

박다혜는 용기를 내서 친근함을 표현했다.

“안녕하세요. 선배”

살짝 설렌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고 정훈은 다혜에게 예의를 차렸다.

다혜는 정훈의 말에 거리감을 느꼈다.

“으응, 공부한다고 고생 많지?”

“네.”

“오랜만에 들렸다가 은수 보고 가려다가……. 은수가 너도 보고 가라고 해서.”

“아, 네.”

정훈은 약간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주연은 은수고 자신은 조연이었다.

“하하, 곧 시험이지. 은수 합격 기원 선물 준비하면서 네 거도 샀어.”

박다혜가 떨리는 손으로 정훈에서 합격 기원이라고 적힌 큰 상자를 꺼냈다.

웬만한 노트북은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였다.

고개를 돌려 은수의 선물을 보았다.

휴대폰만 한 크기였다.

의아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정훈은 다시 한번 공손한 표현으로 박다혜와 거리를 더욱 벌렸다.

“하하, 그래.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지.”

그녀는 지나치게 공손한 정훈의 태도에 서운함과 거리감을 느꼈다.

시계를 보았다.

이제 곧 일어나야 했다.

그녀가 일어나려 할 때였다.

“선배, 수능 시험 끝나고 고사장 앞에서 봐요.”

무심히 던져진 정훈의 말에 박다혜의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너무 갑작스런 그의 초대였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약속 있어요?”

무심한 목소리.

“아, 아니. 그날 봐. 교문 앞에서 기다릴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정훈의 초대에 너무 감동한 나머지 얼굴도 홍당무처럼 붉게 변했다.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감춘 그녀가 벌떡 일어섰다.

“갈게. 정훈아……. 시험 잘 봐”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도망쳐야만 했다.

***

2002학년도 대학 입시를 위한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2001년 11월 7일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되었다. 21세기 첫 대학수학능력 시험이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은 정훈은 할머니의 응원과 함께 곽현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고사장으로 이동했다.

운 좋게도 은수도 같은 고사장이라 함께 이동했다.

“야, 몇 개 맞을 거야?”

정훈이 은수에게 물었다.

“음…… 20%는 맞겠지?”

“뭐? 어떻게 20%나?”

“숫자 하나로 밀면 1/5이니까 20%는 맞출 수 있잖아? 아닌가?”

정훈은 은수가 그 정도까지 계산한다는 게 놀라웠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동안 주야장천으로 본 소설과 시 덕분에 언어영역은 1등급을 받는 은수.

그걸 보면 머리가 완전한 돌머리는 아닌 걸 알고 있었다.

“정훈이 넌 몇 개 틀릴 거야?”

“글쎄, 가능하면 안 틀리고 싶은데.”

“풉, 짜식 건방지기는. 하여튼 잘 봐. 나야 뭐 관심이 없지만 넌 열심히 했으니 만점 받으면 좋겠네.”

정훈이 지나가는 말처럼 했지만 은수는 정말 그가 만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훈 감추고 있지만 은수는 알고 있었다. 그는 타고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해야 할 일은 해내는 그의 의지와 노력을 지켜보았다.

왠지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8시 정각에 고사장에 들어간 은수와 정훈은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은수는 심드렁한 표정이었고 정훈은 약간 긴장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정훈도 알고 있었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만점은 무조건이었다.

자신이 했던 노력, 그리고 타고난 능력.

단 한 문제도 틀릴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 일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 아닌가.

정훈 역시 약간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8시 40분 방송과 함께 시작된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은 17:40분 종소리와 함께 끝났다.

긴 시간 집중력을 발휘해 시험을 본 정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모르는 문제도 없었고 실수도 없었다. 만점이 분명했다.

“잘 봤냐?”

정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점이다.”

정훈의 말에 은수가 슬쩍 비웃었다.

“가자.”

가방을 챙긴 정훈과 은수가 학교 밖으로 나갔다.

교문 앞에 섰을 때 정훈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았다.

“정훈아, 은수야.”

할머니가 와 계셨다. 그 옆에는 만호 아저씨도 있었다. 당연히 현수 아저씨도 있었고.

은수는 할머니를 외치며 뛰어가서 덥석 안겼다.

“할머니.”

“어이구 고생했다. 은수야.”

시험 시간의 2/3를 잠으로 보낸 은수의 등을 두드리며 고생했다고 다독였다.

그때 정훈의 귀에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정훈아.”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약속했던 그녀가 서 있었다.

긴 코트에 오늘은 제법 자연스러운 화장이었다.

수줍은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선배.”

정훈도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정훈을 보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움직였다.

할머니, 만호, 현수 아저씨 전부 박다혜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

그녀는 평소와 다른 조신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박다혜입니다.”

할머니는 그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만호 아저씨는 약간 불편한 얼굴이었다.

정훈은 모든 계획이 틀어져 아쉬웠다.

원래는 은수를 따돌린 다음 단 둘이 식사할 생각이었다.

중부시 최고의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함께할 생각이었다.

현금왕의 손자답게 비싼 음식을 사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정훈의 눈앞에 이글거리는 숯불만이 있었다.

소고기를 사 주겠다는 할머니의 제안을 누구도 거부할 수 없었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순대국밥 집으로 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박다혜를 본 할머니의 눈은 예쁜 요정을 본 것처럼 호기심이 가득했다.

다행히 은수가 할머니를 전담 마크하며 수다를 떨고 있어서 현정옥이 그녀에게 질문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기껏 확인한 것은 지금 다니는 학교였다.

“서울대 법대 1학년입니다.”

박다혜의 말에 현정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펴졌다.

손색이 없는 며느릿감이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손자의 아이를 자신이 돌보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흐음, 아버님이 검사님이시죠?”

만호의 질문에 깜짝 놀란 박다혜.

“네.”

감추고 싶었는데 밝혀져 버렸다.

현정옥이 의아한 표정으로 만호를 보았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만호 아저씨의 표정은 조금 불편해 보였다.

상이 차례지고 빛깔 좋은 최고급 고기가 준비되었다.

정훈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잘 익은 고기를 나눠 주면서 제일 맛 있어 보이는 건 박다혜 앞에 놓았다.

박다혜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잘 익은 음식을 서로의 앞 접시에 올려 줬다.

사람들은 모른 척을 했고 둘은 눈치 없이 서로 챙겨 주기 바빴다.

배불리 먹은 다음 현정옥 여사와 만호가 먼저 계산하고 일어섰다.

은수도 눈치껏 자리를 피해 줬다.

정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선배, 오늘…… 예쁘네요.”

생각지도 못한 칭찬에 박다혜의 얼굴이 발갛게 변했다.

“고생했어, 정훈아.”

아직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고개를 숙인 채 어렵게 말한 박다혜였다.

“야, 나와”

은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두 사람은 황급히 일어섰다.

밖으로 나가자 현정옥이 그녀에게 질문했다.

“다혜야, 네 아버지 이름이 박현철이냐?”

“어머, 저희 아버지를 아세요?”

“차장 검사 맞으시지?”

“네, 맞아요.”

박다혜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현금왕의 손자에게 완벽하지 않지만 나쁘지 않은 배경이라 생각했다.

“그래, 박현철 검사가 네 부친이구나.”

박다혜는 지금까지의 현정옥의 얼굴에서 낯선 거리감이 느껴졌다.

처음이었다.

***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며 학교 수업을 듣고 있었다.

수능 시험이 끝난 고3의 수업은 영화 감상이 대부분이었다.

아침부터 액션 영화를 본 친구들이 쉬는 시간을 틈타 영화 속 한 장면을 따라 하고 있을 때였다.

“윤정훈 학생 이사장실로 오세요.”

자신을 찾는 스피커 소리에 몸을 일으켜 이사장실로 향했다.

느긋한 걸음으로 1층에 있는 이사장실로 갈며 생각했다.

‘할머니는 꼭 학교 스피커를 쓰시네. 전화로 부르시면 되는데.’

“이사장님.”

“그래, 들어와”

소파에 앉아 있는 현정옥이 정훈을 보고 빙긋이 웃었다.

“할머니, 전화기 놔두시고 꼭 방송으로 찾으세요? 부끄럽단 말이에요. 이사장님이 제 할머니인 거 모르는 사람도 없는데”

“부끄럽냐?”

“그럼요. 그런데 왜 부르셨어요?”

“내일 수능 성적표가 나오잖아. 그래서 내가 확인해 보니.”

“당연히 만점이죠?”

정훈의 무덤덤한 표정을 본 현정옥이 오히려 놀랬다.

“녀석아 좋지 않아?”

“당연히 좋죠. 그런데 예상했던 거라서요. 그래도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전국 1등이잖아요.”

“그래, 녀석아. 전국에 한 명 있다더라.”

“우와, 그럼 진짜 1등이네요.”

정훈은 빈둥거리면서 준비했던 다음 계획을 할머니에게 제안하기로 결심했다.

“할머니 요즘 갑자기 배가 엄청 고파졌어요.”

“뭐? 배가 고파?”

“네.”

현정옥이 정훈의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했다.

배가 고파서 한 말이 아닌 걸 잘 알고 있었다.

정훈은 테이블에 있던 신문을 할머니에게 보여 주었다.

경제면에 실린 기사가 현정옥의 눈길을 끌었다.

‘한전 발전설비 부문의 국내 독점 공기업, 대한 중공업 매각 발표’

현정옥이 고개를 들었을 때 무척 배가 고파 보이는 정훈이 웃고 있었다.

자산규모 7조 원의 초대형 중공업이 시장에 매물로 던져졌다.

그 정도 먹으면 배가 부를 거라 생각한 정훈.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그려졌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