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화
“선거 준비는 어떻습니까?”
“권율이 이리저리 발로 뛰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지. 거대 정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니 답답할 거야. 그래도 권율이 중부시에서 오랫동안 기반을 쌓아 뒀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도가 오를걸세.”
“다행입니다.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큰 건물도 지원했는데 안 된다면 보기 그렇지 않습니까?”
“크흠,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선거 아닌가? 아직 확답할 수 없어. 희망도 절망도 그날 결정된다네.”
“알겠습니다.”
조영진은 신성한 참돔회를 입에 넣고는 오물거렸다.
“크흠, 오늘 회가 유난히 맛있는데 자네도 많이 들게.”
“의원님도 많이 드십시요. 그런데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도와줄 일이 없으니 영 섭섭합니다. 현금왕의 손자로서 뭘 좀 도와드리고 싶은데 말입니다.”
스스로 청렴하다 생각하는 조영진이 먼저 자금 지원을 요청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정훈은 천천히 분위기를 만들었다.
“허허, 선거란 말이지 많아도 항상 부족한 게 사람과…… 크흠.”
조영진이 말을 끊었다.
그래서 정훈이 대신 그의 말을 이어 주었다.
“맞습니다. 사람도 돈도 조직도 항상 부족하지 않습니까?”
“허허, 그렇지. 항상 부족하지. 특히 권율 같은 무소속은 더욱더 그렇지 않나?”
“어르신, 권율 조합장에게 꽤 많이 접근한 것 같은데 아닙니까?”
“맞아, 많이들 접근하고 있어. 양 당에서 당기는 중이야.”
“그럼 한 쪽을 선택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허허, 자네도 참, 모르는 건가,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조영진이 쓴웃음 지으며 정훈을 보았다.
“하수구에 들어가면 똥물 좀 묻는 걸로 끝나지 않아. 역한 냄새도 버터야 하고 가끔은 그 물도 맛있게 먹어 줘야지. 그런 정치를 안 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
“정치란 결과가 중요한 거 아닙니까? 어떻게든 권력을 손에 쥐어야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했습니다.”
“허허, 다 거짓말이야. 그런 말은.”
조영진이 술을 한 잔 들이켰다.
“자네 말을 들으니 내 친구였던 검사 놈이 생각나는구만. 권력을 얻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놈이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도 권력자의 편에 가까이 섰지.”
씁쓸한 표정이었다.
“잘 알았습니다. 그 정도면 만족합니다. 어르신.”
“뭘 말인가?”
“현금왕의 손자가 손을 잡아도 될 사람인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조영진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자네 너무 건방진 거 아닌가? 감히 국회의원을 뭐로 보고”
“감히 국회의원이라뇨. 거기서 끝낼 생각입니까? 저는 앞으로 조영진 의원님과는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정훈은 ‘의원’이란 단어에 힘주어 말했다.
정훈의 속내를 알아챈 조영진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허허허허. 젊어서 꿈이 큰 건지 무모한 건지.”
“글쎄요. 현금왕의 손자라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현금왕의 손자라…… 그런데 자네는 언제 현금왕이 될 건가?”
“어르신이 의원님 자리에 머무르지 않듯이 저도 현금왕의 손자에 머무르지 않을 겁니다. 더 올라가야죠.”
“그래, 올라가게. 자네가 얼마나 올라갈지 궁금하구만. 한잔 들지”
조영진이 정훈의 잔에 사이다를 부었다.
정훈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내일부터 조금씩 돕겠습니다. 제 조그만 선물입니다. 의원님은 그냥 꿈을 좇으시면 됩니다. 저도 제 꿈을 따라가겠습니다.”
“기대되는구만. 그건 그렇고 무턱대고 받을 수가 있나. 뭘 원하는 건가?”
정훈은 자신 앞에 가득 차 있는 잔을 한 번에 비웠다.
거친 탄산이 식도를 긁으며 올라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한중공업 노조 위원장을 만나고 싶습니다.”
조영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역시 배 속에 구렁이 아홉 마리는 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단숨에 자신의 목적을 알아챈 것이다.
“그거였나? 나를 돕는 이유가?”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덩치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 않나?”
“크흠, 저를 너무 과소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중부건설도 1년 만에 1군 건설사로 도약했습니다.”
조영진은 권율이 한 말이 생각났다.
중부건설로 수주가 쏟아져 급격하게 사세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재건축 시공을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1군 건설사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1군 건설사.
도급순위 1~100위까지의 건설사를 의미한다.
100억대의 중부건설 매출이 5000억 대로 올라섰다.
기적이었다.
조영진은 생각을 고쳐야 했다.
눈앞에 앉아 있는 이 청년의 속내를 파악하고 싶었다.
단순히 회사 욕심이 아닌 것이다.
“미안하네. 내가 실수를 했구만. 대한중공업 인수를 원하는 진짜 이유가 뭔가?”
정치인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좋아한다.
“세계 제일의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뭐? 그 회사를 세계 1등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스케일에 당황했다.
기껏해야 회사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래, 세계 제일이라……. 자네는 언제나 내 생각을 뛰어넘어. 세계 1등 회사를 만들겠다는데 안 도와줄 수 없지. 그런데 그 친구도 만만치 않아. 잘 설득해야 할 텐데.”
“잘 설득하겠습니다. 어르신. 자리만 마련해 주십시오”
“그래, 그런데 인수전은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잖나. 분명 내정된 기업이 있을 텐데.”
“그래서 더 재미있지 않겠습니다. 남의 거 뺏어 먹는 게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정훈의 말을 들은 조영진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긴 내정된 놈들이 구린 건 뻔하니 뺏어 먹어도 되겠네. 하하하.”
조영진은 한 잔을 더 비운 후 이야기를 이었다.
“그런데 조합장인 손형수는 내 친구지만 아주 깐깐해. 돈으로 될 친구가 아닐걸세.”
“돈으로 할 생각이 아닙니다. 저는 돈보다 좋은 걸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조영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친구도, 어르신 같은 좋은 지인도 많습니다. 그런데 제일 많은 건 꿈이 제일 많습니다. 그러니 잘될 수밖에요.”
“자네 꼭 몽상가 같은 소리만 하는구만”
하지만 조영진도 알고 있었다. 그저 꿈만 꾸는 몽상가가 아니란 것을. 그의 꿈이 얼마나 큰지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 덕분에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중부대학교만 해도 윤정훈이 기중해서 건설 중인 최첨단 지식 창업 센터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 중부시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첨단 기업들이 창업을 준비 중이었다.
“꿈이라……. 자네를 만나면 10년은 젊어지는 것 같네. 한잔 받게.”
조영진이 빈 사이다 병을 보았다.
“이보게, 여기 사이다 한 병 주게.”
“네, 어르신.”
정훈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입안을 깔끔하게 비워 줄 소주가 더없이 그리운 순간이었다.
***
‘부실매각 결사반대. 공기업 민영화 결사반대.’
대한중공업 매각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현수막이 공장 곳곳을 채웠다.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 다음 눈물의 삭발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미 회사는 반으로 갈라졌다. 민영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높아질 연봉을 꿈꾸었다.
반해하는 사람들은 정리 해고의 칼날을 두려워했다.
두 진영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공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우리 노동조합은 절대 이 매각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재벌 밀어주기인 이 매각에…….”
노동조합장의 인터뷰가 9시 뉴스를 타면서 여론이 술렁였다.
다음 날부터 신문에는 매각 찬반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오랜만에 들른 밀실에서 신문을 보던 박현철 차장검사는 대한중공업 매각 기사를 보면서 혀를 찼다.
‘나라에서 시키면 따른 것이지 머슴보다 못한 버러지들이 이래라 저래라…….’
민주화된 세상은 너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있던 조재욱 부장판사를 보며 말했다.
“크흠, 조 판사님 세상 너무 좋아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죠. 너무 나대요. 조용히 월급이나 받으면서 살 것이지 주인인 줄 아나?”
희끗한 흰머리를 한 조재욱 판사도 혀를 찼다.
엄연히 주연과 머슴이 있는데 머슴이 설쳐대는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맞습니다. 옛날처럼 전기 좀 먹이면 찍소리도 못 할 것들이.”
“하하하, 전기라……. 오랜만에 들어 봅니다. 그땐 재판하기도 쉬웠는데. 다들 자백해서 생각할 것도 없었어요. 그때가 좋았죠.”
“맞습니다. 어서 그때로 돌려야죠.”
“아참, 천상수가 부탁했습니다.”
“뭘요?”
“파업을 좀 키워 달라더군요”
조재욱 판사가 천상수의 계획을 알렸다.
그러자 박현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상수, 이 새끼 많이 컸습니다. 어르신 믿고 너무 나대는 거 아닙니까?”
박현철이 불쾌한 듯 말했다.
“크하하, 그 맛에 재벌회장하는 거 아닙니까?”
“쯧쯧, 한 번 칼 춤추면 무릎 꿇고 살려 달라고 빌 것들이. 어디서.”
“설치게 놔두세요. 그 재롱 보는 것도 재밌지 않습니까? 그리고 아직 어르신이 예뻐하시니 지켜볼 수밖에요.”
“어르신은 그런 자식이 뭐가 좋다고 편애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상수 그 자식 회장님한테 부인에 자식까지 바쳤지 않습니까?”
“네? 허허 그놈 참. 근본 없는 놈이라 그런가? 허허허.”
박현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밀실 문이 열렸다.
“준비됐습니다. 들어와서 인사 올리겠습니다“.
“그래.”
5명의 청년은 윤기 나는 짙은 색 수트를 입고 있었다. 한 벌에 수백은 할 법한 고가의 양복이었다.
일렬로 도열한 다음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첫대면식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우렁차게 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각자 이름을 소개했다.
학교와 학번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이번 사법시험에 2차까지 합격한 사람들이다.
“이번 성골들은 많이 어린 편인데.”
“네, 특히 저 친구 강철중 학생은 지금 1학년입니다.”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허허. 강철중이라고 했나.”
“네”
“중앙지검 박현철 차장검사네, 이쪽은 서울고등법원 조재욱 판사님. 일송 패밀리가 된 걸 축하하네”
“나중에 큰 거 하나 맡겨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큰 걸 맡겨 달라……? 허허허 이 친구 말에 욕심이 가득하구만. 자네는 꼭 검사를 해야겠구만. 연수원에서 열심히 하게.”
“네, 선배님. 수석으로 졸업한 다음 찾아뵙겠습니다.”
“뭐? 이 친구 이거 물건이구만.”
박현철은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검사? 판사도 좋은데. 이거 아쉽구만.”
조재욱 판사는 인재를 놓친 것 같아 아쉬운 얼굴이었다.
“박 검사는 이 친구한테 큰 거 주려면 중앙지검으로 데려가야 될 것 같은데요”
“수석 졸업만 하면 당연히 제가 써야죠.”
“반드시 연수원 수석으로 졸업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시원한 목소리와 서글서글한 인상.
마음에 들었다.
“크하하하하. 이 친구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젊은 친구의 패기가 마음에 든 조재욱과 박현철이 천 만원이 넘는 양주 맥칼렌을 들었다.
“잔 들어.”
그의 말에 순식간에 잔을 들 남자들은 두 손을 공손히 모아 박현철이 따르는 술을 공손히 받았다.
“자, 우리 일송 패밀리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알다시피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것 알고 있지? 일송 장학생들 중에서도 최상위 엘리트만 들어올 수 있다. 자 마시자. 하늘과 땅을 위하여.”
“위하여.”
우렁찬 목소리가 밀실에 울려 퍼졌고 모두들 글라스 잔에 가득 찬 술을 한 번에 비웠다.
밀실의 분위기는 어느 룸살롱과 다름없었다.
조명은 흐릿했고 음악은 시끄러웠다.
연예인 뺨치는 미모의 여자들이 술 시중을 했다.
은밀한 손길은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아 참, 이번 증권사 합병은 어떻게 된 겁니까? 윤정훈이 증권사를 가지도록 내버려 둔답니까?”
윤정훈이란 이름에 술에 취한 척 테이블에 엎드려 있던 강철중은 정신을 차리고 집중했다.
“어르신께서 그냥 놔두랍니다. 뭐 무리를 하면 합병을 막을 수도 있는데 요즘 시국도 어수선하고 해서 그냥 놔두시랍니다.”
“무슨 속셈인지……. 참 이해가 안 됩니다.”
박현철은 불만이었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회장님께서는 그냥 지켜만 보고 계셨다.
“그게, 한현동 실장이 그러는데 회장님이 윤정훈을 마음에 들어 한답니다.”
“네? 그게 무슨.”
박현철은 믿기 어려웠다.
서로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없는 관계다.
“글쎄 그놈이 회장님 앞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조심하라고 했답니다. 그놈 배포가 마음에 든 건지 하는 일이 마음에 든 건지 하여튼 요새 관심 깊게 보신답니다.”
“정말입니까? 허허, 믿기 어렵습니다.”
“저도 믿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현동 실장 말이니 아주 틀린 건 아닐 겁니다.”
“허허, 허허허.”
박현철은 어이없었다.
“윤정훈 그 친구, 중부건설에, 업계 2위 증권사까지 만든 걸 보면……. 흥미롭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그게 어디 윤정훈 실력이겠습니까? 다 현정옥 그늘에서나 가능한 거죠.”
“아닙니다. 그게 현정옥은 그냥 지켜만 봤답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미리 싹을 잘라야 하는데……. 회장님께서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자, 재수 없는 놈 이야기는 그만하고 술이나 드시죠.”
“저는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오늘은 술보다는 다른 게 더 좋겠네요. 허허허.”
“네, 그럼 재밌게 즐기세요. 조 판사님 너무 무리하지 마시구요.”
조재욱은 옆에 있던 사람을 데리고 밀실을 나갔다.
박현철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절반은 술에 취해 테이블에 쓰러져 있었다.
강철중도 그중 하나였다.
술잔에 맥칼렌 양주를 채운 그.
강철중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일송 패밀리에 온 걸 축하한다, 철중아. 키워 주고 싶지만 근본이 없어서 쉽진 않겠구나. 그래도 꽤 괜찮은 1회 용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밀어주마.’
박현철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한편 테이블에 엎드려 취한 척하던 강철중.
정훈의 활약에 내심 기뻤다.
정훈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궁금했다.
‘너는 양지에서 너의 길을, 나는 음지에서 나의 길을……. 최선을 다한다.’
강철중은 주먹을 쥐며 다시 한번 자신의 비밀스런 의지를 담금질했다.
***
2001년의 마지막 밤, 은수와 할머니, 그리고 같이 지내는 식구들이 모여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었다.
2001년이 지나고 2002년이 시작되었다.
월드컵과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이슈가 있었다.
한편 북한의 국지 도발로 전쟁의 위협이 증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장에 나올 값싸고 맛있는 기업들.
그것들을 생각하자 정훈의 눈에 빛이 돌았다.
정훈은 차 안에서 다혜 선배의 편지를 읽고 있었다.
그녀와는 전화보다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휴대전화가 있지만 편지를 하고 싶다는 그녀.
며칠 지나 도착하는 그녀의 편지는 일상의 큰 기쁨이었다.
차 안에서 편지를 읽을 때 곽현수의 목소리가 그를 깨웠다.
“다 왔습니다.”
정훈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정장을 깔끔하게 입은 사람들이 도열해 있었다.
시키지 않았는데…….
부담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군가 다가와 정훈이 앉아 있는 뒷문을 열었다.
차에서 내린 정훈은 천천히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BHC, 헤븐, 동서 증권의 임원들 중 살아남은 정예 멤버들이다.
모두 일당백의 능력을 지닌 자들이다.
정훈이 경제신문에서 읽었던 정보로 훗날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뛰어난 사람들로 추렸다.
물론 신뢰는 기본이다.
이들이 신화증권의 핵심 멤버다.
이런 멤버들로 구성된 신화증권을 가진 자신,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렬로 도열해 있던 임원들이 정훈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이게 바로 돈의 힘인가?’
정훈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다들 들어가시죠.”
윤정훈의 말에 바로 몸을 일으킨 그들이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모두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한 사람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그들을 변화시켰다.
새롭게 출범한 ‘신화증권’의 첫 임원 회의.
상석에 자리를 잡은 윤정훈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제 올해의 목표를 말할 순간이었다.
“올해 목표는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겁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모두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들이 느껴졌다.
정훈은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에 주목하고 있었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두 번째 목표는…….”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