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7화
다음 날 곽현수가 정훈을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장부가 들려 있었다.
“다 하셨어요?”
“네, 새벽에 마무리했습니다.”
그는 밤을 새워 암호를 해독하고 자신에게 가져왔다.
정훈은 그가 이렇게 열심히 한 이유가 궁금했다.
자신에게 충성하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답답했지만 참기로 했다.
저런 부류의 사람은 기다리면 스스로 말할 것이다.
“찾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도 흔적을 쫓는 중입니다. 그 암호를 쓰는 조직에 있던 사람입니다.”
“찾는다는 게 좋은 쪽은 아니군요.”
정훈의 그의 눈동자에서 스쳐 지나간 살기를 보았었다.
“네.”
더 묻지 말라는 표정이었다.
“장부의 내용은 뭔가요.”
“돈을 받은 내역이랑 입금한 내역입니다.”
“그거 레전드 컴퍼니로 팩스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곽현수가 나가고 몇 시간 뒤 차영미의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 정리해서 메일로 보냈어요. 다들 위험한 사람들이던데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돈은 중부시에서 받고 입금은 대구에 있는 회사로 했어요. 이것들이 돈은 중부시에서 걷어서 충성은 대구한테 하네요, 크크크.”
‘니는 약은 다 우리한테서 받아먹고 충성은 엉뚱한 데 가서 맹세 했다메.’
영화 ‘친구’의 대사를 흉내 내는 차영미였다.
2001년 3월 31일 개봉해 전국에서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관람한 최초의 천만 영화였다.
작년에 바쁜 와중에 겨우 시간을 내서 은수랑 보러 간 기억이 났다.
어색한 그녀의 부산 사투리가 우스웠다.
“대구요? 그럼 그 회사도 좀 조사해 주세요.”
“제가 사장님이 시킬 거 알고 지금 미리 하고 있는데 여기 좀 이상해요. 잘 안 나와요.”
“잘 안 나온다……. 그럼 더 파야겠네요. 부탁할게요. 수고요“.
“네, 사장님. 보너스~~”
“흠, 수고하세요. 아 어쩌면 새로운 직원을 뽑을 수도 있어요. 다행히 잘생긴 직원입니다.”
“네, 설마 저번에 사장님 친구분인가요? 정말 잘 됐어요.”
차영미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고 정훈은.
“아닙니다.”
짧게 대답했다.
***
천진혁은 충북 제천 근교의 요양 병원에 있었다.
한적한 시골 마을, 요양하기에는 좋아 보였지만 지루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문득 그의 정확한 나이가 궁금해졌다.
“천진혁 몇 살이죠?”
“25살입니다.”
“네?”
정훈은 믿지 못한 표정이었다.
“사실입니다. 저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재벌가의 스트레스와 아버지의 학대 때문인 급격한 노화 때문인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겉모습보다 10년은 어렸다.
정훈은 요양 병원에 도착해 그를 찾았다.
간호사님께서 정원에 있다고 전해 주었다.
그룹은 공중분해 되다시피 하며 대부분 일송그룹으로 넘어갔다.
그가 가진 모든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었다.
돈도 없다.
자신은 이미 살해당한 존재, 살아 있는 것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갈 곳 없는 그.
자유의 몸이지만 갈 곳이 없었다.
“생각보다 잘 지내시네요.”
“오셨군요.”
정원에 앉아 먼 산만 멍하게 보고 있었다.
모든 것에 의욕이 없는 얼굴이었다.
“지낼 만한가요? 많이 지겨울 텐데요.”
“지겹진 않습니다. 지금도 공포와 싸우고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산속에서 파묻히던 그날이 생각나 잠을 잘 수 없죠.”
천진혁은 덤덤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잠에서 깰 때마다 깜짝 놀라며 깼죠.”
“그래요? 전혀 그런 경험은 없었을 것 같은데.”
그에게 자신이 폭발로 사망했었다는 이야기를 할 순 없었다.
“누구나 고통스러운 경험은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저는 저만 많은 줄 알았죠. 부모님의 폭력과 학대, 결국엔 버림받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버림받은 존재라…… 그 기분은 제가 잘 알죠.”
“현금왕의 손자인 당신이 그런 기분을 어떻게 압니……. 아 죄송합니다. 당신도 한때 고아였었죠.”
정훈이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무기력한 인생이었습니다. 저도 제가 여기까지 올 줄 몰랐습니다.”
“계기가 있었습니까?”
“위기에 처한 여자를 구했습니다. 그녀가 고맙다고 하더군요. 거기서였던 것 같습니다. 칭찬받고 인정받으니 재미있어졌습니다.”
“칭찬과 인정이라……. 저랑은 거리가 먼 이야기군요. 버림받고 멸시받고 학대받았으니까요.”
“그렇긴 한데 당신을 칭찬하는 사람도 인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구해야 할 위기에 빠진 사람도 있죠”
“그게 누구죠?”
천진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보았다.
“접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저는 하루하루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잊으셨어요? 당신들이 공격했던 사람이 바로 나라는걸.”
그제야 천진혁은 깨달았다.
자신이 아버지와 함께 공격했던 대상이 바로 현금왕의 손자, 윤정훈이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할리퀸이 그러더군요. 세계 2위의 해킹 실력이라고”
“크흠, 세계 1위입니다.”
무기력하게 있던 그가 반응했다
그들만의 세계에서 1, 2위 다툼은 치열했다.
정훈은 그의 호승심을 건드려 보았다.
“글쎄요. 지금은 할리퀸이 1위인 것 같던데……. 한 번 보여 주시죠! 누가 더 센지.”
“아니요. 이제 의미 없습니다. 1, 2위 그런 거……. 버림받은 인생 그냥 이대로 지내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죠.”
“맞습니다. 의미 없이 지내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런데 지루할 겁니다. 그렇게 살아 봐서 잘 알죠. 죽음만 기다리는 무의미한 인생, 그 시간은 흐르지 않는 법이죠.”
“크흠, 이제 갓 20살 된 사람의 말로는 생각되지 않네요.”
“버림받았던 삶을 먼저 살았던 선배로서 하는 말입니다. 연락해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정훈은 먼 산만 보고 있는 그를 두고 차로 돌아갔다.
“난동을 부리지 않아 다행입니다.”
“무기력한 사람에게 난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도련님 뜻은 전달했습니까?”
“네, 그런데 될진 모르겠습니다.”
“잘 될 겁니다.”
“사실, 말 따위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제가 부탁한 건 됐습니까?”
“네. 완벽하게 세팅했습니다. 최신사양으로 꽉꽉 채웠습니다.”
“개가 똥을 끊지, 아마 다시 맛보면 엉덩이가 들썩일 겁니다.”
정훈은 할리퀸에게 문자를 보냈다.
[재미있게 놀아 보세요.]
[네, 사장님. 살살 가지고 놀게요.]
[그러다, 밟히지 말고요.]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훗.]
신이 난 그녀의 기분이 문자에서도 느껴졌다.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은 지루했다.
남자 두 명이 단둘이 있어서 더욱더.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 정훈이 곽현수에게 물었다.
“은수는 무술 잘 배우고 있습니까?”
“네, 타고난 재능이 있습니다.”
“그렇죠. 그런데, 은수는 그걸 왜 배우려고 하죠?”
“글쎄요. 한 번 물었는데 대답해 주지 않던데요. 그래서 더 묻지 않았습니다.”
“네”
정훈은 차창 밖을 보며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어쩌면 손에 피를 묻혀야 할 일이다.
그의 몸에서 나는 피 냄새를 멈추고 싶었지만, 주변에 적당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적임자다.
미안하지만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부탁 하나 하고 싶습니다.”
“혹시 장부랑 관련이 있습니까?”
“네.”
“그럼 뭐든지 하겠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됩니까?”
“장부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곽현수는 핸들을 꽉 쥐었다.
그가 찾고 있는 자는 특수부대 출신이었다.
자신과 동료를 배신했던 그.
김현철이라는 자도 특수부대 출신이었다.
김현철을 추적하다 보면 그의 흔적이 나올 것 같았다.
“할리퀸이 조사하니 김현철 보육원장은 중부시 조폭들에게서 상납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대구에 있는 회사로 보냈더군요. 아무래도 중간관리직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장부에 있던 조폭들을 쓸면서 추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부 다 말입니까?”
“네.”
그는 두 번 묻지도 반대하지도 않았다.
설마 혼자 할 생각인가?
“혼자 할 생각입니까?”
“네, 다른 사람이 있으면 거슬립니다.”
“장부에 이름이 있는 조직은 궤멸시키세요.”
“어느 수준으로 할까요?
“행동대장 이상은 다시 이 바닥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은수는 데려가지 마세요.”
설마 해서 물어봤는데 역시.
“그건…… 은수 군한테 물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혹시 제가 반대해도 간다면 꼭 지켜주세요.”
“그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저와 거의 대등할 만큼 강합니다.”
“아니요. 그 말이 아니라, 폭주하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은수는 마음이 여립니다. 마음이 약해 쉽게 폭주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정훈은 광기에 휩싸여 폭주했던 은수의 모습이 기억났다.
은수의 트라우마를 말할까 하다가 참았다.
누군가의 약점은 알릴 필요가 없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창밖을 보던 정훈은 서서히 잠에 빠졌다.
한편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천진혁은 깜짝 놀랐다.
최신식 사양의 컴퓨터가 방에 떡 하니 있었다.
‘저따위 것 이제 의미 없지.’
생각하며 무시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무료할 때였다.
‘견물생심.’
컴퓨터 사양이 궁금했다.
딱 그것만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
우웅하는 소리가 들렸다.
본체에서 나는 소음에 모르게 살짝 흥분되었다.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이것저것을 뒤지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때였다.
순식간에 화면이 바뀌었다.
[헬로 사이코, 너 크렘린궁 못 들어가지?]
‘할리퀸?’
할리퀸의 유치한 도발이었다.
키보드를 두드렸다.
[장난하나?]
[자신 있어? 그럼 누가 먼저 들어가는지 볼까?]
할리퀸의 도발에 ‘사이코’ 천진혁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오늘은 지지 않겠다.’
자신의 무력한 일상에 지겨워하던 천진혁은 오랜만에 하는 해킹에 신이 났다.
그는 할리퀸과 크렘린궁과 백악관 그리고 청와대 서버를 들락날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2002년 제3 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달 앞으로 다가왔다.
재건축 조합장을 사퇴한 권율은 무소속으로 입후보했다. 거대 양방의 틈바구니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훈은 그를 만나기 위해서 중부시로 내려가고 있었다.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곽현수에게 묻자 빙긋이 웃었다.
“잘 되고 있습니다. 일단은 이름 없는 조직들 몇 개를 통합했습니다. 그들을 이용해서 장부들에 있는 조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조금씩 규모가 커져 이젠 저도 거의 안 움직입니다. 물론 두목급은 제가 정리하죠. 그래야 피해가 줄어들 테니까요.”
정훈은 은수가 궁금했다.
“은수는 괜찮죠?”
“네, 괜찮습니다. 그냥 구경하는 수준입니다. 가급적이면 제가 하고 있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여린 친구입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제 누구보다 강합니다.”
“네.”
권율의 선거 사무실에 도착했다.
정훈은 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기척이 느껴졌다.
모른 척하며 곽현수와 사무실로 올라갔다.
“느끼셨습니까?”
“네.”
“누굽니까?”
“중부시 남부에 있는 국제파 아이들입니다.”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분명히 쳐들어올 거 같습니다. 준비해야 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사무실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무소속 출마자에게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었다.
정훈의 도움이 많았지만, 권율이라는 인간이 중부시에 쌓아 놓은 자산도 한몫했다.
“아이구 도련님, 나오셨습니까? 이리로 오시죠.”
권율이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정훈을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좋아 보입니다.”
“좋긴 한데 저에게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 참 대한중공업 인수전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정훈은 그를 보고 살짝 미소만 지었다.
“실패하신 줄 알았는데 미래중공업을 통해서 인수하셨더군요. 새 이름이 신화중공업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축하합니다. 도련님. 그런 큰 회사도 인수하시고.”
“다 주변에서 도와주셔서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장 역할도 잘하실 겁니다. 재건축 조합도 잘 이끄셨지 않습니까?”
“재건축 조합이야 다들 같은 목표를 두고 움직이니 쉬웠습니다. 그런데 정치는 반대파도 안고 가야 해서 쉽지 않습니다.”
“잘하실 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믹스 커피를 전한 권율이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걱정이 돼서 내려왔습니다. 아무래도 선거는 조폭들이 많이 개입해 있는데, 권율 조합장님은 무소속 아닙니까? 혹시나 테러나 당하지 않을까 해서 왔습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네?”
“아, 저는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슬슬 협박 편지도 오고 전화도 오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 않습니까?”
“네? 그건 그렇지만…….”
“조합장님, 아니 후보님과 가족분들 경호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번 받기만 해서 어떻게 합니까? 혹시나 원하시는 게 있으면……. 나중에 말씀해 주십시오. 저도 온 힘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정훈의 표정에는 실망하는 기색이 서렸다.
“방금 그 말은 좀 그렇습니다. 후보님. 이 정도 지원에 흔들리시면 중부시 재정 거덜 나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 조그만 호의에 최선을 다해 보답해 주신다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그새 사람이 변하신 것 같습니다. 실망스럽습니다.”
정훈이 차갑게 말했다
잠깐 생각한 권율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호의와 칭찬, 휩쓸렸던 분위기.
구름 위를 걷듯 몸도 마음도 붕 떠 있었다.
중심을 잃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봤다.
“혹시 도련님, 이것 때문에 오신 겁니까?”
“…….”
“맞는군요. 잘 알겠습니다. 중심을 잡고 있겠습니다.”
정훈은 만족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역시 제가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바로 아시네요. 입후보하시고 당선되면 더 큰 유혹이 있을 겁니다. 돈, 여자, 명예 수없이 많은 청탁이 있을 겁니다. 부디 흔들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네 도련님.”
권율은 감사한 마음을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했다.
“아, 사무실은 1층으로 이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사무실로 준비하겠습니다. 유용하게 사용하세요.”
정훈은 권율을 물끄러미 보았다.
조합장에서, 무소속이지만 시장 후보자가 된 그였다.
“권율 후보님. 저는 오늘까지만 도련님 하겠습니다. 앞으로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중부시를 책임질 시장님이 되셔야 할 분입니다.”
권율과 잠시 눈빛을 교환한 그들.
‘그들의 검은 유혹에 흔들리지 마시길.’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하시길.’
정훈도 권율도 서로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모두가 하루를 정리하며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제파 행동대장 박창수는 손에 든 쇠 파이프를 다시 한번 강하게 쥐었다.
사이드 미러를 통해서 뒤에 있던 봉고차를 확인했다.
모두 준비가 되었다고 손을 창밖으로 내밀어 사인을 주었다.
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가자.”
권율의 선거 사무실 앞으로 20명의 건장한 체구의 조직 폭력배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낡은 상가의 2층, 불이 켜진 사무실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거친 발길로 낡은 문을 부수며 들어갔다.
불이 켜진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닥치는 대로 부쉈다.
사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든 다음 박창수가 입을 열었다.
“이 새끼들 다 어디로 숨은 거야?
“사람들이 아무도 없습니다.”
“저녁 먹으러 간 것 같습니다.”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코끝에 익숙한 휘발유 냄새가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본 그.
입구는 하나뿐이었다.
함정에 빠진 듯한 서늘한 느낌
서둘러 나가야 했다.
저 입구가 막히면 갇히게 된다.
“나가자.”
들어온 방향을 향해 몸을 옮겼지만 이미 늦었다.
문이 닫히며 불이 꺼졌다.
박창수는 뒤늦게 함정에 빠진 걸 직감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