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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58화 (58/200)

#058화

꽉 닫혀 있는 창문 때문에 석유 냄새가 매우 진했다.

“이거 무슨 냄새야?”

“휘발유 냄새 아니야?”

“야, 창문 열어!”

동생들이 동요했고 우두머리 격인 박창수가 입을 열었다.

“쉿, 조용히.”

발소리가 들렸다.

굳게 닫혔던 출입문이 열었다.

건장한 남자와 날렵해 보이는 남자가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밀어버려!”

박창수의 거친 외침과 함께 달려 나간 두 명은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졌다.

‘뭐지, 주먹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흠칫 놀란 모두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누가 보냈지?”

곽현수의 서늘한 목소리였다.

“그걸 말할 수 없다는 건 잘 알지 않나. 그걸 말했다가는 죽는 건데…….”

박창수는 쓴웃음을 한 번 지었다.

곽현수의 옆에 있던 정훈은 호주머니에 있던 손을 꺼냈다.

손에 들린 금색 지포 라이터를 켰다.

눈앞에 일렁이는 불꽃이 보였다.

“미친.”

“대답하는 게 귀찮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저도 귀찮으니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그럼.”

윤정훈의 건조한 말에 서늘한 공포를 느낀 박창수였다.

하지만 자신을 보는 동생들 때문에 자신도 물러설 수 없었다.

“조까, 미친 새끼. 야 조져!”

선두에 선 덩치가 앞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정훈은 손에 든 라이터를 높이 던졌다.

허공에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다행히 앞에 놈이 겨우 손으로 잡아서 껐다.

“미, 미친 새끼. 원하는 게 뭐야?”

“누가 시킨 거지?”

주저하던 사이에 다른 쪽 호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새롭게 꺼냈다.

한 손엔 라이터 다른 손에 종이가 들려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박창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조금 전엔 운 좋게 껐지만 저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잠시만, 말로 하자고. 여기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일 생각인가?”

“말 안 하면 죽는 거지.”

박창수는 고민했다. 말을 하면 자신이 죽는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다 같이 죽는다. 동생들은 살려야 했다.

“좋다, 원하는 걸 알려 주겠다. 대신…….”

윤정훈 앞에 앉은 그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시작하세요. 듣고 있겠습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은 박창수는 조건을 걸었다

“모두 내보내 주시오. 나는 죽어도 상관없지만 내 새끼들을 나 때문에 보낼 수는 없소”

“그렇게 하시죠. 대신 거짓이면 죽고 싶을 만큼 힘들 겁니다.”

곽현수가 경고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조직원이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나갔지만 두 명의 부하는 그의 곁은 지켰다.

“너희들도 내려가.”

“형님, 같이 시작했으면 같이 가야죠. 혼자 가시면 섭섭합니다. 형님.”

국제파와 같은 더러운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의리였다.

“국제파와는 어울리지 않는군요”

정훈의 말을 이해한 박창수가 입을 열었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국제파에 몸을 담고 있지만 우린…….”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말을 하자 박창수가 그의 말을 끊었다.

“쉿, 쓸데없는 소리.”

“죄송합니다. 형님.”

흥미롭게 그들을 보던 정훈은 곽현수에게 눈짓했다.

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시작하시죠.”

정훈의 말에 천천히 입을 연 그는 민진당에서 테러를 지시했다고 자백했다.

녹음을 마친 정훈이 입을 열었다.

“시작하시죠.”

곽현수의 큰 몸이 재빨리 움직이며 사내들을 제압했다.

“무슨 짓이야?”

박창수는 약속과 다른 곽현수의 공격에 당황했다.

두 명은 순식간에 쓰러졌지만, 박창수는 꽤 오래 곽현수에게 버티는 중이었다.

“그만 끝내죠.”

정훈의 말과 함께 곽현수의 주먹이 박창수의 안면을 강타했다.

벽에 처박히며 의식을 잃었다.

“어떻습니까?”

“기본은 갖춰져 있고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따로 옮겨 놓으세요. 앞으로 괜찮은 재목이 될지도 모를 것 같아서요.”

“네?”

“두 명의 남자가 자신과 죽음을 같이한다고 했습니다. 매력적인 인물이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네요. 앞으로 이쪽 사람들 많이 필요하잖아요. 괜찮으면 데려다 쓰는 것도 나쁘지 않죠.”

“알겠습니다. 도련님.”

“부탁할게요.”

정훈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뒤따르던 곽현수가 물었다.

“도련님. 아까 진짜로 불을 지르려 했습니까? 섬뜩한 협박이었습니다.”

“흠, 경유는 불이 잘 붙지 않습니다. 과학이죠.”

“하.”

곽현수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박창수.’

그의 이름을 알아낸 정훈은 할리퀸에게 문자를 보냈다.

박창수의 사연을 알아야 했다.

***

얼굴에 느껴지는 통증과 함께 의식을 차렸다.

박창수는 고개를 움직이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의 옆에는 자신의 부하 두 명이 곤히 자고 있었다.

“왜 여기 있죠?”

자신을 지키고 서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곽현수요. 버려 두고 올 수 없어서 데려왔습니다. 박창수 씨는 돌아가 봤자 죽을 게 뻔하지 않습니까?”

“그 사람의 뜻입니까? 옆에 있던 잘생긴 사람…….”

“네.”

“누굽니까?”

“무서운 사람입니다.”

“네, 무서운 사람이더군요. 정말 불을 지를 것 같았습니다. 섬뜩했습니다.”

곽현수가 미소 지었다.

“그런 쪽으로 무서운 게 아닙니다. 뭐랄까 비상한 머리로 모든 걸 계획하고 행동하죠. 그런게 무섭다는 의미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연이란 게 있는 거 같던데, 뭡니까?”

“몰라도 됩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여기 계시면서 몸을 추스르세요. 도련님이 만나고 싶어 합니다.”

박창수는 잠깐 고민한 다음 입을 열었다.

“네. 어차피 이제 오갈 데도 없는 몸입니다.”

짧은 한숨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편히 쉬고 계세요. 그럼 나중에 또 오겠습니다.”

곽현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 문 안 잠가요?”

“어차피 갈 곳이 없는 사람이라서 괜찮아.”

곽현수의 차를 타고 중부시로 이동한 그들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시내로 갔다.

금요일 밤.

시간은 쾌락과 욕망의 순간인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곽현수와 은수는 양식이파의 근거지인 나이트클럽 앞에 있었다.

“아저씨는 언제 할머니랑 일했어요?”

“글쎄,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너는 언제부터 도련님이랑 친구였나?”

“네?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자식이……. 오늘은 구경만 해. 네가 졸라서 데려오긴 했지만, 신경이 쓰인다.”

“뭐가요?”

“도련님이 너 데려가지 말라고 했는데.”

“뭐 저도 뭐라도 해야죠. 할머니 집에 살면서 밥만 축낼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왜 하필 이쪽이냐, 배우 하면 딱 좋은 얼굴인데.”

“풉, 아시잖아요. 연기 못하는 거.”

“제대로 해 보지도 않았잖아.”

“몰라요, 아직 관심 없어요.”

은수는 피식 웃고는 화제를 돌렸다.

“지금까지 접수한 조직원이 몇 명이죠?”

“장부에 없는 조직들 세 개 합쳐서 90명 정도……. 민첩하고 힘 좀 쓰는 놈들로만 모았으니 최정예지.”

“그래도 아직 국제파의 절반밖에 안 되네요. 자신 있으세요?”

은수가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기술을 일반인에게 써도 되는지 걱정이다.”

“네?”

“은수 너야 도련님 친구고 워낙 착해서 가르쳤지만, 그 기술들, 함부로 사용하면 절대 안 돼. 네가 배운 걸 제대로 사용하면 일반인은 치명상이거나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알겠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게 제일 걱정이다. 녀석아.”

곽현수는 정훈의 말이 거슬렸다.

폭주를 막아 달라는 그의 말이 오늘따라 그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이제 슬슬 움직일 때가 됐는데.”

“저기 오네요.”

관광버스 한 대가 나이트클럽 앞에 섰다. 문이 열리고 건장한 남자들이 내렸다.

그들의 손에 든 무기를 든 채 입구를 밀고 들어갔다.

치열한 육박전이 시작되었다.

“우리도 가자.”

곽현수와 은수는 나이트클럽이 있는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탔다.

“걸어 올라가지…….”

은수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렸다.

“10층까지 어떻게 걸어가? 체력을 아껴야지. 왜 안 하던 긴장을 하고 그래. 내 뒤에 있어.”

“네.”

은수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본 곽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의 유쾌한 은수가 아니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멈추며 불이 꺼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휩싸인 순간.

“아, 아저씨……. 안 보여요. 빨리. 네 불, 불.”

은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왜 그래 은수야. 잠시만 기다려봐 곧 다시 움직일 거야.”

“불, 불, 켜라고 씨팔, 불 켜.”

“은수야, 조용히 해.”

“불 켜, 불 켜라고!”

어둠 속에서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엘리베이터 문을 열려고 애썼다.

곽현수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켰다.

“야, 은수야.”

눈물범벅이 된 은수가 엘리베이터 문을 열려고 발악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폐소 공포증인가?’

“은수야, 정신 차려.”

불빛을 본 은수가 숨을 골랐다.

“후우……. 이제 괜찮아요.”

거칠게 숨을 내쉬는 은수는 조그만 불빛에 안정을 되찾았다.

엘리베이터에 불이 돌아오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온 곽현수는 은수를 의자에 앉힌 다음 쉬게 했다.

“여기서 쉬고 있어. 정리하고 올게.”

은수는 대답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돌아온 곽현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손에 핏자국이 묻어 있었지만, 상처는 없어 보였다.

은수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아저씨. 제가 오히려 짐이 됐네요.”

“괜찮아, 가자. 이번에는 계단으로 내려가자.”

은수가 희미하게 웃었다.

밖으로 나와 차에 탄 곽현수는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접니다. 다 정리했습니다. 이제 국제파만 남았습니다.”

정훈에게 보고한 다음 고개를 돌려 은수를 보았다.

은수의 상태를 말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은수는 고개를 저으며 그를 말렸다.

“그럼 철수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곽현수는 차를 운전해 서울로 차를 몰았다.

자정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다.

아침이 오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했다.

***

권율은 제3대 전국 지방 동시선거에 중부시 시장 후보로 입후보했다.

무소속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2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대 정당이 가진 조직력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1위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3위와의 차이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답답한 상황이었다.

뒤집을 만한 게 필요했다.

오전에 사무실에 대책 회의를 하던 권율은 정훈의 전화를 받았다.

“후보님, 접니다.”

“네, 도련님……. 흠 아니, 정훈이 자네, 잘 지내셨나요?”

“흠흠”

정훈이 슬쩍 웃었고 권율도 웃었다.

문법에 맞지 않는 어색한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어르신, 점심 약속 없으시면 같이하실까요?”

“그럼 지난번에 갔던 그 집에서 보자고.”

“네. 한 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한 시간 후에 정훈은 권율이 자주 가는 된장찌개 집으로 갔다.

유독 권율은 이 식당을 좋아했다.

맛도 있고 친절했다.

그가 이곳을 찾기 시작한 게 2년 전부터라고 했다.

사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전화하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어 여보, 지훈이 결과는? 그래, 잘됐네. 병원비는 어제 넣었어. 장사가 잘돼서 여유가 많이 생겼어.”

환하게 웃는 그를 보니 좋은 소식을 들은 것 같았다.

“뭐로 드릴까요?”

“좀 있다가 일행 오면 같이 시킬게요. 그런데 오늘 좋은 일 있으세요?”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에게 물었다.

“네?”

잠깐 고민하던 사장이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 아들이 퇴원하거든요.”

“정말요? 정말 잘됐네요.”

“네, 2년 전에 발병했는데 이제 완치됐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지난 시간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 낸 뿌듯함이 보였다.

“그래도 잘 버티셨네요. 정말 힘드셨을 텐데요.”

“네, 3년 전에 장사 시작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왜 장사 시작할 때는 잘될 생각만 하잖아요. 그런데 2년 전에 아이가 갑자기 큰 병에 걸렸죠. 장사도 잘 안되고 병원비도 부족했는데 그때부터 ] 갑자기 손님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그 전에 별의별 생각을 다 했는데……. 운이 좋았어요. 그래서 돈도 모으고 아이도 제대로 치료할 수 있게 되었죠. 그 아이가 오늘 퇴원한답니다. 오늘은 파티해야죠.”

그의 표정에는 말할 수 없는 행복이 깃들어 있었다.

“그랬군요. 정말 축하합니다. 아이도 건강하길 바랄게요.”

“고맙습니다.”

그때 권율이 들어 왔다.

정훈은 일어서서 그를 맞이 했다.

“먼저 왔습니다.”

“제가…… 내가 좀 늦었네…… 에이 안 되겠습니다. 저는 그냥 편하게 하렵니다. 갑자기 하대하려니 더 어색합니다. 도련님.”

“편하게 하세요.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참 기다리는 동안 식당 주인이랑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들이 퇴원한다네요”

“정말요? 잘됐네요. 그동안 맘고생 많이 했을 텐데.”

“알고 계셨습니까?”

권율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가 입을 열었다.

“사실 여기 제가 홍보를 열심히 했습니다.”

“왜요?”

“한 2년 전인가? 우연히 밥 먹으러 왔었죠. 사장도 친절하고 밥도 맛있고……. 그런데 그날 여기 사장님이 병원비가 모자란지 여기 전화로 돈을 꾸고 있더라고요. 얼마나 급했으면 손님들 있는데도 전화를 계속하더군요. 그래서 재건축 조합 회식도 여기서 하고 지인들한테 전화도 돌리고 또 근처에 밥 먹으러 오면 여기서 모이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사람이 모이고 음식은 더 맛있어졌죠.”

“그런 일이 있었군요. 후보님 그런 일은 널리 알려야죠. 왜 감춥니까?”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아닙니까?”

권율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일 하셨네요. 그런데 요즘은 널리 널리 알리는 게 대세입니다.”

“그런 건 저랑 안 맞습니다. 흠.”

권율은 자신의 선행을 알리기 싫어하는 숨은 천사였다.

그때였다.

“흠흠.”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식당 사장이 뒤에 서 있는 줄도 몰랐다.

인기척을 낸 사장의 얼굴이 변해 있었다.

조금 전까지 환한 표정으로 밝게 웃던 그의 눈에 물기가 가득히 맺혀 있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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