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화
동훈 개발은 오래된 콘크리트 건물의 이 층에 있었다.
마약을 제조했든 공간만 빌려 줬든 꽤 많은 돈을 만졌을 텐데…….
지나치게 허름한 것이 위장술 같았다.
사장실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이 그를 쏘아보았다.
정훈은 개의치 않고 소파에 앉았다.
“윤정훈입니다.”
사장의 눈썹이 꿈틀댔다.
함께 방으로 들어온 곽현수가 사장에게 다가갔다.
그의 책상에 사진을 뿌렸다.
폐광 속에서 있던 마약 제조 시설과 대마밭이 찍혀 있었다.
“크흠.”
사진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회사를 팔아“.
정훈의 말에 발끈한 사장이 일어서려 했다.
곽현수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으윽, 뭐 하는 짓이야?”
“깨끗하게 털고 나가, 기회를 주는 거야. 아니면 검찰로 자료를 다 보내지.”
정훈의 말을 들은 그는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마약을 팔 생각인가? 그건 생산보다는 유통이 중요한데”
“불태워 버려야지.”
“자네는 그게 얼마를 버는지 모르나 보군, 1년에 수천억을 벌어 주는데 그걸 태운다고?”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는데, 여긴 왜 이렇게 낡은 거지? 돈이 다른 데로 가는 게 분명하군.”
정훈의 시선을 피했다.
“자네가 그 공장을 없앤다고 마약이 사라질 것 같나?”
“그런 건 상관없어. 사라지든 말든. 다만 내 눈에 띄는 건 불 질러 버리는 거야. 재밌잖아.”
비웃음을 날린 정훈은 계약서를 책상 위에 던졌다.
“20억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썩은 회사를 사서 뭘 하려는 거지? 돈이라곤 그들에게 임대해 얻은 이익밖에 없었는데.”
“광업에 뛰어들 거야. 당신이 약탈하듯 파헤친 땅을 제대로 키워 보려고.”
사장은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후회하지 말게.”
계약서를 살펴본 다음 사인을 했다.
“후회할 거야. 여긴 늪과 같아. 높은 임금, 낮은 채산성, 그리고 사고라도 나면……. 그래도 여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게 천지회 그들이었지. 이제 너도 나와 같은 꼴을 당하겠군. 아 그리고 여기에 100억의 부채가 있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저주를 쏟아 내는 그를 본 정훈은 슬쩍 웃었다.
“백억? 별거 아니군.”
정훈의 웃음을 본 그는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든 것을 알고도 이 회사를 사는 것 같았다.
아니 이것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혹시 폐광에서 금맥이라도 발견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수십 번을 탐사했지만 실패했다.
20억을 건진 건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이라고 확신했다.
정훈은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는 그를 측은한 눈길로 보았다.
밖으로 나와 곽현수의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도련님, 굳이 이곳을 인수할 필요가 있습니까?”
“미운 오리 새끼 아시죠?”
“네.”
“혹시나 해서요. 이곳이 오리 새끼가 아니라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들거든요.”
정훈의 미소를 본 곽현수는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낡아 빠져 붕괴 직전의 광산과 채굴권을 가진 회사.
돈이 될 리 없다는 건 경제를 모르는 자신도 알 수 있었다.
곽현수는 정훈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
오랜만에 성북동 대원각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신 송철호 회장은 기분이 좋았다.
정 마담이 주는 따라 주는 술맛은 기가 막혔다.
언젠가는 자기 것이 될 그녀를 생각하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한동안 윤정훈 그 자식 때문에 일이 많이 꼬였는데
오늘은 괜찮았다.
중부시를 빼앗겨서 기분이 별로지만 상관없었다.
지방선거에서 패색이 짙던 여당의 극적인 승리 때문이 아니었다.
천지회의 손 위에 있는 장난감들이 대거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돈으로 매수한 그들이 시장으로, 도지사로 당선되었다.
더욱이 지방의회까지 장악한 곳도 있었다.
금상첨화였다.
천지회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기분 좋은 회장의 얼굴을 본 비서실장 한현동은 껄끄러운 내용을 보고할 준비를 했다.
이럴 때 보고하고 슬쩍 넘어가는 것이다.
“회장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그래, 말해.”
“윤정훈이 동훈개발을 인수했습니다.”
“얼마에?”
“120억입니다. 채무가 100억 있었다고 하는군요.”
“한 천억 주고 샀으면 좋았을 건데, 크크크.”
“네, 저도 아쉽습니다. 저희와의 연결고리는 모두 없앴습니다.”
“그래, 그래도 옛날 생각을 하니 아쉽구나. 그 쓸모없는 폐광산에서 1년에 수천억씩 보내 줬는데.”
“그때는 워낙 경기도 좋고 장비도 좋을 때지 않습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송철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윤정훈이 동훈 개발을 산 이유가 따로 있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이리저리 확인했는데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폐광 때문에 피해를 보는 유정리 사람들을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뭐? 그 자식 자선사업가야? 크크크.”
“그리고 막내 도련님께서 박다혜 양과 트러블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윤호가? 무슨 트러블?”
“그게……. 윤정훈이랑 박다혜 사이가 보통이 아닙니다.”
“뭐? 그 새끼 이름이 왜 여기서 튀어나와?”
“그게, 박다혜가 중부고등학교에 있을 때 둘이 뭔가 있었다고 합니다.”
“뭐? 쯧쯧, 로미오와 줄리엣이야? 그러다가 하나가 죽든 둘 다 죽든 죽기 마련인데.”
섬뜩한 목소리였다.
“현동아, 늦둥이로 커 온 내 새끼한테 좋은 장난감을 주고 싶어. 아비로서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겠지?”
“네, 물론입니다. 제가 정리해서 도련님 옆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래. 깨끗한 상태로 윤호 옆에 둬야지.”
“네, 회장님.”
사사건건 자신에게 거슬리는 윤정훈.
송철호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
*
월드컴의 회계 부정 사건은 월가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여파는 월가 정 반대편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레전드 컴퍼니 본사까지 뒤흔들었다.
“보스, 보스.”
제니퍼가 금발을 휘날리며 임철수의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월드컴 회계 부정이 하나가 아니래요.”
“뭐? 정말이야?”
“회계 조작이 여러 건인 것 같아요”
“이러면…….”
“파산.”
둘이 동시에 외쳤다.
말도 안 되는 사건이 터졌다.
애플이 파산할 거라고 철석같이 생각했는데 월드컴이 파산 위기, 아니 파산이 기정사실이었다.
“제니퍼 월드컴 주가가 어떻게 돼?”
“잠시만요.”
밖으로 나가 주가를 확인한 제니퍼가 소리쳤다.
“6.”
“뭐? 육 달러?”
몇 배의 이득을 얻었다.
방으로 들어온 제니퍼가 헐떡이며 다시 말했다.
“후……. 6센트요”
“뭐? 센트?”
한국 돈으로 100원도 안 되는 가격까지 내려갔다.
임철수는 정훈에게 알려야만 했다.
다급하게 전화를 거는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정훈아, 정훈아.”
당황한 임철수의 목소리를 들은 정훈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정말 파산했어. 네 말대로 월드컴이 정말 파산했어. 지금 주가가 0.6센트야.”
정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
온몸에 힘을 주며 속으로 외쳤다.
‘됐다!’
한 달 만에 1조 5천억을 벌었다.
수익률은 무의미했다. 얼마를 벌었는지 중요한 순간
“수익은 얼마예요?”
“수익? 1조 5천억”
언제나 돈을 버는 순간은 짜릿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저씨, 고생하셨어요. 적당한 때 청산하세요. 아 오늘은 회식하든 보너스를 주든가 하세요. 오늘 같은 날은 다 같이 즐거워야죠.”
“후, 그래. 알겠어. 나중에 또 보고하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임철수가 겨우 대답했다.
오전 6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았다.
정훈은 이 비가 끝나면 광산회사와 제약회사도 본격적으로 정상화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되었다.
중부시 조폭들은 박창수가 통합해 관리했다.
몇 가지 주의를 주었고 일반 시민들을 괴롭히는 일은 일절 금했다.
뿌리 뽑을 수 없는 몇몇 유흥업만을 운영하도록 했다.
그곳에서 민첩하고 신의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따로 뽑아 관리했다.
중부건설 아래 있던 경비용역 업체에 소속시켜 전문적으로 훈련했다.
곽현수가 전담했다.
곽현수에게 대부분의 기술을 습득한 은수는 다시 정훈의 곁을 지켰다.
아무래도 신경 쓰였다.
지난 삶에서 말도 없이 사라진 은수.
은수가 또다시 사라지게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의 운명을 바꿔야만 했다.
정훈은 은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유정리 폐광산으로 갔다.
마약 제조 시설과 대마는 모두 파괴했지만, 중금속에 오염된 지하수가 문제였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박창수가 폐광에서 정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마무립니까?”
폐광 입구에 땀에 젖은 그를 보았다.
“네, 도련님.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정화시설과 수로를 연결하면 이제 지하수는 깨끗해질 겁니다.”
“더운데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요. 다 도련님이 도와주셔서 하는 겁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도련님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그럼 이거 마무리하시고 중부시 통합 조직도 신경 쓰세요.”
“알겠습니다.”
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
할머니 한 분이 차를 막았다.
“창수한테 들었어요. 이거 좀 가서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에는 신문지로 싼 식물이 보였다. 야생 도라지나 더덕 같아 보였다.
할머니에게 가져다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은수와 함께 동훈 개발이 있던 대구 북구로 갔다.
얼마 뒤에 방문할 그들을 위해서 깨끗하게 리모델링해야 했다.
모름지기 깨끗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었다.
중부건설에서 온 실내 인테리어 전문가와 함께 콘셉트를 정하고 공사를 곧 시작하기로 일정을 정했다.
정훈은 신화개발의 인사기록철을 보면서 전임 사장을 대신할 사람을 골라야만 했다.
썩어 빠진 광산회사에 인재가 있으리라곤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울리지 않는 이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유민철 부장.’
그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40대 후반의 나이 햇볕에 그을린 검은 피부.
본사는 대구에 있지만 현장은 충북 쪽에 있었다.
거친 그의 얼굴에 현장을 많이 다닌 티가 났다.
그만큼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흔적이었다.
강인하면서도 의지가 있어 보였다.
첫인상은 괜찮았다.
“현장을 많이 다니나 봅니다. 얼굴이 햇볕에 많이 그을렸네요.”
“네, 워낙 낡은 곳이 많아서 한 번씩은 꼭 확인해야 합니다.”
“폐광은 계속 방치하는 게 좋습니까?”
“아닙니다. 여력이 된다면 당장 조처를 해야 합니다. 전임 사장님께도 몇 번을 말했지만…….”
그는 천지회와 결탁해 번 돈을 어디다 쏟아부은 걸까?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전임 사장이 광산을 이상한 곳에 빌려주고 꽤 큰 돈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다 정선으로 가 도박으로 탕진했습니다.”
“배임에 횡령이라…….”
이해가 되었다.
은밀히 빌려줘 은밀하게 다 날린 어리석은 사람.
20억에 만족하고 있겠지.
그를 생각하자 쓴웃음이 나왔다.
“이력서를 보니 여기와 어울리지 않던데요. 왜 이런 곳에 계시죠?”
“돈 때문이죠. 뭐. 병원비에 교육비에 뭐 남들처럼 흔한 이유로 여기 있습니다. 아내가 사채를 쓴 게 문제가 커졌습니다.”
“사채요? 명동에 있는 업체입니까?”
“네. 지금도 갚고 있습니다. 하여튼 그 녀석들 악랄한 놈들입니다.”
사채라는 말에 현금왕인 할머니가 떠올랐다.
악랄하다는 말을 들어보면 할머니 쪽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요? 그건 제가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유민철의 긴장된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유민철.’
대한광업진흥공사, 훗날 광물자원공사로 명칭을 변경한다.
자원개발을 전담하는 공기업에서 과장을 한 사람이 눈앞에 서 있었다.
영세한 광산 회사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펙이었다.
“광업진흥공사를 나온 이유가 있습니까? 횡령, 배임, 성추행 어느 종류죠? 설마 셋 다는 아니죠? 그리고 부인이 사채를 쓴 이유도 궁금한데요. 보통 부인들 사채는 젊은 놈들이랑 바람 난 경우가 많던데요.”
정훈은 그를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정훈을 본 그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말씀이 지나치군요. 내 아내를 모욕하지 마시오. 직장에서 강제로 퇴사당하고 생활비가 부족해서 벌인 일이었소. 금방 이직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된 내 탓이요.”
부부 사이는 좋은 것 같았다.
“그래요? 다행이군요. 그럼 퇴사한 이유는 뭡니까?”
“내가 거길 나온 이유? 비리가 너무 심해 한번 터트렸더니 나올 수밖에. 그런데 또 이 바닥이 너무 좁아. 찍혀서 갈 데가 없어. 내부 고발자를 받아 준 곳은 그래도 여기뿐이었지. 그래서 여기에 있는 거요.”
유민철이 정훈을 노려보았다.
“딱 보니 여기 더 있을 수는 없을 것 같군. 참 아까운 회산데 아깝지만 잘해 보게. 혹시 아나, 여기서 보물이라도 튀어나올지?”
“말씀이 짧습니다.”
“어차피 해고될 거 같은데 사장도 아닌 어린 친구에게 반말은 당연한 거 아닌가?”
정훈이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여기 있는 이유가 그게 답니까? 돈 때문에요?”
“내가 여기 있는 이유? 흙과 돌이 좋아서요. 당신 소문은 알고 있어 기대했는데 내가 어리석었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유민철이 일어섰다.
정훈은 그를 보고 한 번 웃어 준 다음 일어섰다.
사장실 벽에 걸린 지도로 갔다.
“대한광업공사에서 괴산 옥천 일원을 탐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참여하셨죠?”
“……무슨 말이요?”
“흙과 돌만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군요. 일확천금도 노리는 거 같은데요. 그래서 동훈개발 주식도 5퍼센트나 가지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아니요. 자원 부국. 자원으로 나라에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이요.”
“그럼 함께해 봅시다.”
정훈은 그를 보며 말했다.
“나랑 장난하는 거요? 갑자기 함께하자니 뭘 말입니까?”
“당신이 말했잖아요. 숨겨진 보물이 튀어나올 수 있다고. 그걸 찾아야죠. 저쪽에 앉으세요. 제대로 된 사람이 경영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사장 자리를 가리켰다.
“네? 진심입니까?”
다소 공손해진 어투로 말했다.
“물론입니다. 저는 실력만 봅니다. 그러니까 돈만 벌어 주세요. 그럼 됩니다.”
“…….”
“그리고 당신이 아는 보물, 그건 아직 비밀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너무 얼떨떨해서 믿기지 않네요.”
“그럼 더 안 믿기게 해 드리죠. 가지고 있는 지분 5%에 인센티브 5% 더 드릴게요. 대박 나면!”
유민철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가 갈 곳을 잃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그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충성을 표시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할머니의 말이 맞았다.
충성 서약을 지켜 주는 건 돈의 힘이었다.
그것이 권력이었다.
동훈개발의 계열사로 있던 동훈제약은 신화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서울로 이전할까 하다가 인천 연수구청에서 신생 벤처기업에 임차료를 싸게 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그쪽으로 회사를 이전했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수구청에 무리하게 집어넣었다.
아직 매출이 없는 회사,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핑계를 댔다.
벤처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
꽤 괜찮은 회사가 거기서 태동하는 것을 정훈은 기억하고 있었다.
***
정훈은 얼마 전에 유정리에서 받은 식물을 거실 테이블에 두었다.
“할머니, 이거 더덕 같은데 저녁에 먹을까요?”
서재에서 업무를 보고 나오시던 할머니에게 말했다.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셨다.
“흠, 이거 어디서 난 거야?”
“선물 받았어요. 이번에 인수한 광산 회사의 폐광 주변을 정리했거든요.”
“어떻게?”
“천지회 놈들이 마약을 만들면서 화약 약품을 무단으로 버려서 주변 땅이 못쓰게 됐거든요. 그곳을 정화했어요. 그리고 폐광에서 나오는 지하수도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어서 정화했죠. 그랬더니 고맙다고 주셨어요.”
정훈은 자랑하듯 말했다.
“돈 아깝지 않더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구나. 녀석.”
할머니는 나쁘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돈 벌어서 좋은 일 하는 거죠. 혹시 알아요? 그 땅이 큰 복이 될지.”
“그래 그건 그렇지.”
할머니가 정훈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 할멈이 네 선행이 맘에 들었나 보다.”
“네?”
정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