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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70화 (70/200)

#070화

- 신화대부 오픈 1주일 전

“도련님, 형중이한테는 왜 계속 비밀로 하십니까?”

“강상철 씨는 이형중이 그렇게 좋습니까?”

“그런 건 아닌데 능력은 있습니다. 사채 돌리고 돈 벌어오는 거 보면 능력 있죠”

“그 능력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통받고 있는 거 아십니까?”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강상철 씨도 이제 옛날처럼 행동해선 안 됩니다. 철저하게 법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채권추심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도련님 말씀대로 법률 공부도 열심히 해서 합법적인 짓만 할 겁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는 이형중 씨에게 여러 번 기회를 줬습니다. 그런데도 자금을 유용하고 스파이처럼 회사 기밀을 적에게 갖다 바쳤습니다.”

강상철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네? 정말입니까?”

“자신의 그릇보다 과한 욕심이 그를 망친 겁니다.”

신화개발 유민철의 스톡옵션을 이야기했을 때였다.

이형중은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의 것을 빼앗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신화대부 사장이 된 후 얻을 스톡옵션을 꿈꿨을 것이다.

그걸 위해서 무리했다.

20퍼센트의 성장 속에 감춰진 피눈물이 정훈의 눈에도 보였다.

“형중이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

“마지막까지 기회를 줘야 할까요?”

정훈이 강상철을 보면서 반문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보시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하여튼 이 양반도 큰일이다.

술 좋아하고 도박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없다는 영화 대사가 생각났다.

마지막 기회라…….

정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

이형중에게 준 돈은 그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는 전혀 접대하지 않았다.

강상철이 금융감독원 직원들에게 접대하면서 알아보았지만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카드는 계속 사용되었고 그에게 일을 맡기면 잘 처리되었다.

이형중은 카드를 사용하며 자신의 배를 채웠다.

이형중이란 스파이를 고용한 사람들이 일을 해결해 주었다.

“도련님, 뭐 시키실 일 없습니까?”

오랜만에 윤정훈을 본 이형중이 물었다.

“없습니다. 요즘 실적은 어떻습니까?”

“지난달보다 이익이 20퍼센트 성장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쥐어짜면 20퍼센트나 오를 수 있을까?’

그의 탐욕과 잔인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겉으로는 칭찬했다.

“잘했습니다. 계속 부탁드립니다.”

“상철이는 뭐 하는 중입니까?”

“제가 따로 시킨 걸 하고 있습니다. 강상철 씨는 사채 쪽은 어울리지 않더군요. 다른 재능을 발견했습니다.”

“아, 네.”

이형중은 사무실 확장에 맞춰 집기와 새 인력도 고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련님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내부 공사는 완료되었다.

책상과 가구 등 사무실 가구와 집기가 필요했다.

이형중이 그를 사무실 옆 확장한 공간으로 안내했다.

밝은 형광등, 짙은 페인트 냄새.

깨끗한 공간이었다.

“도련님, 이제 집기랑 직원들만 뽑으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윤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배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겠군요”

“네?”

처음으로 정훈의 쓴웃음을 보았다.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사무실 집기랑 직원들은 뽑아도 될까요?”

“아직요. 때가 되면 알려 드리죠”

“알겠습니다.”

윤정훈을 배웅한 이형중은 강상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다시 했지만, 강상철과는 연결되지 않았다.

“정수야, 상철이 왜 전화가 안 되냐?”

“상철이 형님 요즘 좀 아주 바쁩니다.”

“무슨 일인데?”

“네? 그건…….”

“야 이 새끼야, 사장이 묻는데 말 못 해?”

“죄송합니다. 사장님. 도련님이 비밀을 지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뭐? 무슨 일인데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일을 벌여?”

“형님, 지금 죄송합니다. 끊습니다.”

텅 빈 사무실에서 자신의 책상을 보았다.

‘사장 이형중.’

검은색 명패에 흰색으로 쓰인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사장 자리에 오르고 나서 최선을 다했다.

매달 20퍼센트가 넘는 성장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이자를 쥐어짜며 사무실을 키웠다.

그런데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자신은 혼자였다.

***

송윤호는 명동에 사무실이 있는 빌딩에 자신의 방을 만들었다.

부하들은 술과 여자를 공급했고 틈틈이 환락을 경험할 수 있는 약물도 제공되었다.

잔인하게 이자를 쥐어짜며 하루를 보내는 건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컸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고.

채무자들의 담보 중 탐나는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빼앗았다.

악성 채무를 법률 지식과 폭력을 동원해 해결했다.

빼앗으며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질만큼 잔인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아버지가 자신에게 원한 것이다.

때때로 잠이 오지 않을 때 술과 마약이 도움이 되었다.

서울대 법대에 들어간 자신.

절제력은 자신 있었다.

술도 마약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끊을 수 있다.

송윤호는 자신의 아지트 금고에서 대마를 꺼냈다.

세상이 곧 즐거워졌다.

“도련님, 형중입니다.”

“어, 왔어? 하하하, 앉아.”

송윤호가 담배를 깊숙이 빨았다.

이형중은 담배 연기에 섞여 있는 이질적인 풀냄새를 맡았다.

이형중의 풀려 있는 눈동자를 보고 그가 약에 취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재벌가 자제.

대마 정도는 문제 되지 않는다.

자신이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요새 윤정훈이 뭐 하는 거야? 놀아?”

“아닙니다. 몰래 준비하는 게 있습니다. 제가 곧 밝혀서 보고드리겠습니다.”

“뭐? 몰래 준비하는 거? 하하하 그런 게 있다면 당신 실력이 형편없는 거네, 하하하.”

약에 취해 웃기만 했다.

다행이다.

“빨리 찾아서 보고해. 그래야 나도 아버지께 보고하지. 내 사랑하는 아버지. 하하하.”

정신 놓은 그를 보면서 이형중은 눈앞에 있는 양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가 부러웠다.

불법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금수저 집안의 막내아들.

없는 집의 장남, 모든 것이 자기 어깨에 걸려 있는 그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

- 신화대부 오픈 1주일 전

이형중은 본격적으로 강상철을 추적하려 했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 상철이의 꼬리를 잡았다.

얼마 전에 공사를 마친 명동 상가 1층.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들어가서 확인해야 했다.

“실례합니다.”

마치 은행 같은 분위기였다.

갑작스레 등장한 자신을 경계했다.

“어디서 오셨죠?”

“아, 상철이 친굽니다.”

경계를 풀고 호의적인 미소를 지었다.

“지금 사장님 나가셨어요.”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자신을 따돌리고 새로운 사무실을 차린 것이었다.

웬만한 은행보다 큰 규모였다.

“여기는 사채업소 아니에요?”

“사채업이 아니고 정식 대부업체예요.”

여직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쌀쌀맞게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언제 오픈하나요?”

“다음 주에 해요. 여긴 불법적인 건 일절 없어요.”

“그렇군요. 회사도 밝고 깨끗한 게 불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네.”

“아 참, 윤정훈 도련님은 자주 들르시나요?”

고개를 갸웃거린 그녀.

“혹시 그 키 크고 잘생긴 분 말하는 거면 가끔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형중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곧 오픈하는 대부업체…….

이 사실을 송윤호에게 알려야 했다.

이형중이 나가고 얼마 뒤에 강상철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손님이 왔었다는 직원의 말에 CCTV로 확인했다.

이형중이었다.

강상철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 상철입니다. 형중이가 왔다가 갔습니다.”

“알겠습니다.”

***

“도련님, 윤정훈이 새로운 대부업체를 오픈한다고 합니다.”

“언제?”

“다음 주에 시작한답니다.”

“뭐? 나랑 장난해!”

송윤호는 벌떡 일어났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손에 잡힐 만한 것을 찾았다.

책상 위에 있는 명패를 쥐고 이형중의 머리통을 찍어 내렸다.

“으윽…….”

검은색 명패는 쓰러진 이형중의 온몸을 쉴새 없이 구타했다.

- 퍽, 퍽!

“으윽……. 죄송합니다. 도련님”

“너 이 새끼야, 그걸 이제 보고하면 어떡하자는 거야!”

새우처럼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이형중의 머리를 여러 차례 밟았다.

“후, 새끼야 돈 받아 처먹었으면 돈값을 해야지.”

목을 짓누르자 이형중은 지렁이처럼 발버둥 쳤다.

-켁, 켁

“케……켁. 죄, 죄송합니다.”

“어디야?”

“명동입니다.”

송윤호는 고민했다.

명동에서 조직폭력배들이 설쳐댄다면 분명 아버지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대부업체가 오픈하도록 가만히 둘 수 없었다.

한심한 듯 자신을 쳐다보는 아버지의 눈빛.

노여웠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안돼, 저렇게 문을 열도록 놔두면 안 돼.”

방 안을 서성이던 그는 이형중을 쏘아 보았다.

“너 지금부터 윤정훈 위치 계속 마크해.”

“알겠습니다.”

“가 봐.”

무릎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이형중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병신 새끼.’

그의 뒷모습을 보고 송윤호가 속으로 말했다.

아버지 비서실장인 한현동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라면 해결책이 있을 것 같았다.

“도련님, 어쩐 일이 십니까?”

“큰일 났습니다. 윤정훈이 명동에서 사무실을 오픈합니다.”

“네? 저희도 곧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 문젭니다. 우리는 다음 달인데 이 자식들이 며칠 내로 시작한답니다.”

“우리가 선점하지 못하면 회장님이 분명……. 제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지 30분이 되지 않아 한현동이 왔다.

당황한 얼굴을 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그를 본 한현동.

비릿한 웃음이 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한 실장님, 어떻게 합니까?”

송윤호의 입에서 술 냄새가 풍겼다.

‘술을 마신다, 그럼 약도 좀 하겠군.’

“도련님, 어떻게 합니까? 대책은 있으십니까?”

“…….”

“명령만 내리시면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누구의 입에서 먼저 나오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송윤호의 지시가 있으면 자신은 책임을 면한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송윤호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하, 어쩔 수 없어요. 밀어 버려야겠어요.”

“그럼 우리 아이들을 부르겠습니다. 몇 명 정도면 되겠습니까? 100명 정도 부를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한 실장님.”

“아닙니다. 참 이번에 새로 나온 샘플인데…….”

한현동이 주머니에서 파란색 가루가 든 봉투를 꺼냈다.

송윤호가 주저했다.

“아, 도련님은 안 하시죠?”

다시 품에 넣으려 할 때였다.

“두고 가세요. 샘플이라니 궁금하네요.”

“네? 알겠습니다. 대신 비밀입니다.”

“네. 걱정 마세요.”

“푹 쉬십시오.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겠습니다. 원하시면 윤정훈 모가지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까지는……. 가서 일 보세요.”

한현동이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한 실장이 알아서 해결하겠지”

한현동이 두고 간 샘플을 테이블에 뿌린 다음 코로 깊숙이 들이마셨다.

중독 따위는 겁나지 않았다.

송씨 집안에서 가장 뛰어난 절제력을 가진 자신.

원하는 때에 끊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눈을 감고 파란 하늘을 날았다.

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퍼졌다.

***

-신화대부 오픈 하루 전.

삼청동에 있는 김치찌개 집에서 박창수를 만났다.

얼큰한 국물을 한 숟갈 먹은 다음 사리로 들어 있는 칼국수를 접시에 옮겼다.

“몇 명 데리고 왔죠?”

정훈은 자신 앞에 앉아 있는 박창수에게 물었다.

“200명 데려왔습니다.”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다 데려오셨네요.”

“네.”

“저쪽 동향은 어떻습니까?”

“오늘 오후부터 모이고 있습니다. 아마 저녁에 우리 새 사무실로 쳐들어올 것 같습니다.”

“저녁이라……. 휘발유를 좀 준비할까요?”

박창수가 순간 흠칫 놀랐다. 그날이 생각났다.

권율 사무실을 습격했을 때가 생각났다. 바닥에 휘발유가 가득했었다. 정훈의 함정이었었다.

그런데 불을 지르려 라이터를 던진 윤정훈.

박창수는 그날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었다.

“도련님, 그날 정말 불 지르려고 했습니까?”

“진짜 지르려고 했죠. 그런데 경유는 라이터로 불이 안 붙는다더군요.”

“네?”

자신이 속은 걸 깨달았다.

“허, 허허. 그날 정말 놀랐습니다. 도련님 웃는 게 악마 같았는데.”

“흠흠, 악마의 탈을 쓴 천사라고 하죠.”

“풉, 맞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시원한 물로 입을 헹군 정훈이 말했다

“이 집 맛있죠?”

“네, 가격도 싸고 맛있습니다.”

“저는 눈앞에 맛있는 음식을 두고 참는 게 제일 어려워요.”

“무슨 말씀입니까?”

“먼저 칩시다!”

“정말이십니까?”

정훈이 무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실 위치는 다 파악됐죠?”

“네, 명동에 총 10개 돌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릴 필요 없어요. 어차피 저쪽에서도 나를 치려고 벼르고 있는데 기다릴 필요 있습니까?”

“사람들 눈도 있고 시끄러워지면…….”

“뉴스에 나면 좋죠. 그럼 이 명동에 있는 불법 사채꾼들 싹 다 잡혀 들어갈 거 아닙니까?”

“아, 정말 그렇네요.”

문제를 키워서 공권력이 명동을 정화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정훈은 정말 모든 것이 계획적이었다.

“갑시다.”

“직접 참여하실 겁니까?”

“네, 송윤호 목은 제가 따야죠.”

정훈과 박창수는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박창수는 전화를 돌렸다.

삼청동에서 명동까지 여유롭게 걸었다.

명동역 6번 출구를 지나 네이처 리퍼블릭 앞.

양복을 입은 200명의 건장한 남자가 모여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수군거렸다.

정훈을 본 그들은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나오셨습니다.”

우렁찬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

건장한 남성들 앞에 서 있는 한 남자.

수트를 입은 사람도,

지나가던 사람도,

명동의 상인들도

모두 한곳만을 보았다.

정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갑시다.”

앞장섰다.

자신의 뒤를 따르는 건장한 남자들.

정훈의 귀에는 땅을 흔드는 구두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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