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선재중공업 입찰서류 제출 마감 시한 5시.
이제 2분 남았다.
16:58분에 한 남자가 들어와 두리번거리다 접수처를 향해 걸었다.
무심히 서류를 내고 사라졌다.
서류에 겉면에는 영산중공업이라고 적혀 있었다.
선재중공업과 어깨를 마주하는 국내 빅 3중 하나였다.
누구도 입찰을 예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수차례에 걸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날 저녁 다급하게 많은 기사가 올라왔다.
‘영산중공업 인수전 전격 참여.’
인수전 참여가 확실했던 일송그룹은 손을 떼고 영산중공업이 참여했다.
신화 컨소시엄과 영산중공업.
사람들은 선재중공업의 새 주인을 궁금해했다.
정훈은 정몽일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어려운 부탁인데 들어주셨군요.”
“저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서요. 아무래도 일송보다야 당신이 편하죠? 들러리 서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단독 입찰을 하면 유찰된다.
정훈은 그것을 피하려고 영산중공업 정몽일에게 전화했다.
자신에게 명함을 건네던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
분명 자신에게 호의적인 얼굴이었다.
“그런가요? 의외라서 잘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일송이 인수하면 이 바닥 물을 흐립니다. 저가 낙찰, 하도급업체 쥐어짜기, 일송은 기업가 정신이 없어요. 그들과 척지기 싫어서 협조했지만, 아버님도 술만 드시면 그들을 욕했습니다.”
“그랬군요. 역시 영산은 아직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습니다.”
“다 윤정훈 씨 덕분입니다.”
‘내 도움이라니?’
순간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정훈은 반문했다.
“무슨 뜻입니까?”
“아닙니다. 모쪼록 선재중공업을 잘 키워서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우리 영산이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허허허.”
“네, 영산중공업에 견줄 만한 경쟁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훈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정몽일은 하늘을 보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웠다.
그리고 미안했다.
아버지 그렇게 강조했던 기업가 정신을 어느새 잊고 있었다.
저 어린 청년이 그것을 일깨워 줬다.
재계의 신성.
그가 천지회로 오염된 재벌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까?
타오르는 저녁노을에 아버지 정태산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윤정훈이 그 위에 겹쳐 보였다.
“후우”
크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쉰 다음 정몽일은 앞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도 세계 최고의 조선소 꿈꾸고 있었다.
***
송철호는 며칠 전 윤정훈의 전화를 받았던 순간을 다시 생각했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송윤호를 살려 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비겁한 놈”
“뭐, 비겁? 당신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데. 협상을 하러 간 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료들을 도륙한 게 바로 비겁한 송철호, 당신이야! 그리고 손님으로 간 나를 비.열.하.게 납치하려 한 것도 당신이고……. 그런 비열한 사람에게 정정당당하게 맞서야 하나?”
송철호는 윤정훈의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에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목소리였다.
“입찰을 포기한다면 내 아들을 살려 주겠다는 건가?”
“……물론.”
“후, 알겠다.”
‘순순히 물러서다니. 송윤호는 그만큼 소중한 아들인가?’
송철호의 재빠른 항복에 정훈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당신은 믿을 수 없으니 입찰 결과가 발표되면 연락하죠. 그리고 쓸데없이 구하려는 짓은 하지 마세요.”
“……. 윤호에게 조금만 손대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그건 나중에 마음대로 하세요.”
송철호는 정훈의 협박에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집에 틀어박혀 결과가 발표되길 기다렸다.
영산중공업이 끼어들어 걱정이지만 그건 자신이 알바가 아니었다.
입찰 결과가 나면 연락이 올 것이다.
회장실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그는 티브이를 틀었다.
선재중공업 입찰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었다.
“5천억을 써낸 신화 컨소시엄으로 낙찰되었습니다.”
분했다.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던 것을 빼앗겼다.
하지만 아들의 목숨은 건졌으니 괜찮다.
다시 전열을 정비해 놈들을 짓밟으면 된다.
송지호를 포기한 이유는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윤호가 자신의 희망이었다.
서울대 법대에 들어간 수재.
다른 재벌 집 자식보다 훨씬 뛰어났다.
뛰어난 능력으로 천지회의 차기 수장이 될 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
하지만 잘못된 실수로 약물에 중독된 상태였다.
미약한 중독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중독은 더욱 심해졌다.
욕심에 눈이 먼 지호가 윤호에게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지속해서 주입했다.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
국가 기관이라도 천지회의 손길이 뻗지 않는 곳이 없으니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참담하게도 그 사실을 알려 준 것은 윤정훈이었다.
비서실장 한현동도 송지호의 편에 붙어 있단 걸 깨달았다.
초조하게 전화를 기다렸다.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랐다.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윤정훈이었다.
“선재중공업 감사합니다. 회장님”
“크흠,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윤호를 보내.”
“주소 보내드리겠습니다. 찾아가시면 됩니다. 거기서 두 아들을 함께 볼 수 있을 겁니다. 둘 다 살아 있을지 하나만 살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만난 자식들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잘 될진 모르겠지만!”
전화가 끊겼다.
‘잘 될진 모르겠지만?’
송철호는 그의 마지막이 귀에 맴돌았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자기 아들 윤호가 살아 있기만 바랐다.
***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송윤호는 여전히 히죽대며 웃고만 있었다.
그 옆에는 한쪽 발목이 잘린 송지호가 서 있었다.
그는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다.
손에 든 주사에는 치사량의 마약이 들어 있었다.
“네 아버지는 너를 죽이고 윤호를 살리라고 하셨어. 너는 어떻게 하길 원하지?”
송지호의 손이 더욱 크게 떨렸다.
미워도 같은 피를 물려받은 동생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야 했다.
“나는 살 수 있나?”
“물론이지!”
“어떻게 믿지?”
“난 네가 송철호를 무너뜨리는 걸 볼 거거든.”
“후, 너를 찢어 죽일 거다.”
송지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정훈을 쏘아 보았다.
‘그 몸으로 나를?’
착각은 자유다.
이제 곧 침몰할 선장으로는 너 따위가 어울린다.
정훈은 그에게 쓴웃음을 선물했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윤정훈을 쏘아본 송지호는 주삿바늘을 윤호의 몸에 꽂았다.
송윤호의 눈과 입이 더욱 커지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의 심장이 움직임을 멈췄다.
몇 시간 뒤 송철호는 윤정훈이 말한 시골 폐교로 갔다.
거기에는 현정옥이 있었다. 그리고 박 회장도, 곽동식도 자리해 있었다.
그들을 마주하자 지난날이 생각났다.
자신의 발아래서 자식들을 살려 달라 눈물로 애원했던 그들이었다.
등골이 서늘해지며 기시감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았다.
분명 그때 그곳이었다.
섬뜩한 기분이 들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병원 침대 위에 차가운 몸으로 누워 있는 윤호가 있었다.
그리고 한쪽 다리가 잘린 채 공포에 짓눌려 있는 지호도 보였다.
침대에 누워 있는 윤호에게 다가가 몸을 만졌다.
차갑고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송철호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꺼억, 꺼억
고통스럽게 두 손으로 심장을 찢어댔다.
눈물도 나오지 않고 숨도 쉬지 못했다.
그 광경을 본 현정옥과 박 회장 그리고 곽동식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참아 왔던 복수를 드디어 이루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슬픔을 그에게 되돌려 주었다.
이제 그가 지옥에서 살 것이다.
정훈은 이 모든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
마음이 약해지며 흔들렸지만, 꽉부여잡았다.
모든 것은 자신이 쌓아 온 죄의 대가.
사실 그가 저지른 죄의 대가로는 많이 부족하다.
그자가 지금까지 저지른 악행은 훨씬 크고 잔인했다.
부모님의 복수의 끝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뻥 뚫린 듯 후련했다.
하지만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복수란 그런 것이다.
반드시 해야 하지만 씁쓸한 여운이 강하게 남는 것.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선재중공업을 차지한 신화 컨소시엄은 바쁘게 움직였다.
정훈은 모든 회사를 지주 회사를 중심으로 한 그룹 체제로 재편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곤했지만 쉴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잠을 설쳤다.
몸에서는 계속 피 냄새가 느껴졌다.
휴식이 필요했다.
다혜를 봐야 했다.
도서관에 있는 그녀를 보러 갔다.
언제나처럼 다혜는 자신을 보고 환한 미소와 함께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달려와 품에 안겼다.
‘후, 어떻게 이렇게 맑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정훈은 그녀의 한없이 맑은 눈을 보며 생각했다.
따뜻한 다혜의 품에서 정훈은 오랜만에 편안하고 깊은 행복을 느꼈다.
환한 그녀의 웃음에 온몸의 긴장이 풀어졌다.
그날 이후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던 그는 그녀의 품에서 참을 수 없는 졸음을 느꼈다.
눈꺼풀이 계속 아래로 내려왔다.
“괜찮아, 잠시 쉬어도 돼. 내가 지켜 줄게”
‘뭐? 후후’
벤치에 누워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있던 정훈이 피식 웃었다.
한없이 나약한 그녀가 자신을 지켜 주다니.
그리고……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다혜는 잠든 정훈의 뺨을 어루만졌다.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지쳐 보였다.
정훈이 걷는 길이 남들과 다른 건 알고 있다.
다혜는 그를 곁에서 지키고 싶었다.
때론 그가 필요한 힘으로,
때로는 그의 평안한 쉼터가 되길 기원했다.
다혜는 곤히 자는 정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눈을 떴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가 보였다.
언제나처럼 큰 두 눈을 깜빡였다.
‘저렇게 깜빡이면 나도…….’
정훈은 그녀의 얼굴을 아래로 당겨 부드럽게 입술을 느꼈다.
몸에서 느껴지던 짙은 피 냄새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를 처음 본 날 맡았던 잊을 수 없는 과일 향만이 더욱더 강하게 코끝을 맴돌았다.
***
송철호는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집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
비극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충격적인 건 비서실장이 지호의 편에 붙은 것이다.
자신의 최측근인 그의 배신은 충격이었다.
누각 자신의 편인지 적인지 올바로 판단할 수 없었다.
집안에 칩거하면서 자신의 힘을 모았다.
아들 송지호를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제국을 전부 그에게 뺏기게 된다.
언젠가 그의 차지가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서울중앙지검 김수호 검사입니다.”
“뭐야? 차장검사 오라고 해.”
“늙은이가 정신 못 차렸구먼. 영감님, 쿠데타가 일어났어요. 당신 아들이 영감님이 저지른 비리를 다 줬습니다. 특히 살인 교사는 빼도 박도 못하겠던데요.”
송철호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제국을 호령했던 이곳에 혼자만 있었다.
공신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문밖에서 의족을 한 송지호가 불편한 몸을 절뚝이며 들어왔다.
“회장님, 제가 최고의 변호사들로 준비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송철호는 아들의 비열한 웃음에서 확신했다.
“이, 쓰레기 같은 놈이 아비를 팔아?”
“먼저 버리신 건 아버지입니다.”
송철호가 끌려 나가고 모두 사라진 빈 서재.
송지호는 아버지의 의자에 앉았다.
비록 잃은 것은 많지만 그의 제국을 차지했다.
그의 책상에 앉아 제국을 통치할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가 울렸다.
“좋은가?”
윤정훈이었다.
“물론이지 그토록 가지고 싶던 건데.”
“그럼 잘 가지고 있도록 해. 곧 너의 친우들이 일송을 가지기 위해 움직일 테니.”
“훗, 누구도 우리 일송을 함부로 하지 못해.”
‘어리석은 놈.’
한심했다.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천지회는 차기 수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일송을 해체해서 어떻게 나눠 가질지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침몰하는 난파선을 차지한 즐거움에 빠져 있다.
과연 그가 일송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갈기갈기 찢어지는 거야 상관없다.
하지만 일송이 해체되면서 그 힘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했다.
정훈은 결심했다.
일송 전체는 힘들겠지만 돈 되는 건 다 가져와야 한다.
“네 아버지가 피를 보면서 이룩한 제국이야. 잘 관리하고 있어. 내가 찾으러 갈 테니.”
“풋, 이봐 윤정훈 기다려.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짓밟아 줄 테니. 날 살려 둔 걸 후회할 거야.”
“좆도 없는 새끼가 입은 살아서……. 최선을 다해라.”
“이……. 개자식아!”
송지호의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정훈은 마지막 말이 좀 심했던 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일송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천지회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
선재중공업을 인수한 신화 컨소시엄은 회사 이름을 신화조선해양으로 변경했다.
노조의 반대는 완전한 고용승계를 합의하면서 잘 마무리했다.
인수에 큰 힘은 들지 않았다.
2조 원을 지원했던 박 회장의 돈 1조 6천억 원이 아직 정훈의 손에 남았다.
5천억의 인수자금 중 박 회장의 돈이 4000억 방 회장 돈이 1000억이었다.
남은 돈에 대해 박 회장은 묻지 않았다.
돌려 달라고도 하지 않았다.
이자만 주면 충분히 운용할 수 있는 돈.
정훈은 충분히 쓰고 주겠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기업들을 인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복수를 마친 다음부터 할머니도 명동 박 회장도 그리고 정보사 곽동식 장군도 목적을 잃은 사람이 되었다.
그들의 복수는 끝이 났지만, 정훈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천지회는 여전히 이 사회에서 가장 큰 세력으로 어둠 속에서 활약하고 있다.
힘을 더 키워야 했다.
정훈 선재종합기계를 떠올렸다.
그리고 손에 쥔 돈으로 사고 싶은 회사들이 생각났다.
조영진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원님, 정훈입니다.”
“그래, 축하하네. 선재중공업 인수전에 승리했더군.”
“의원님 도움이 컸습니다.”
“아니야. 자네 힘으로 다한 거 잘 알고 있네. 그리고 일송의 송철호도 제대로 처리했더군. 천지회 수장을 날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조영진은 들떠 있었다.
‘왜 이렇게 들떠 있지? 아직 천지회를 완전히 없앤 것도 아닌데.’
정훈은 의아했다.
송철호만 제거됐을 뿐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했다.
“의원님, 저번에 말씀하신 선재종합기계 인수 말입니다.”
“아, 그거는 수의계약으로 바로 처리하지. 어려운 게 아니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네, 감사합니다.”
“그것뿐인가? 그걸로 끝낼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정치인이라서 그런가 뱃속에 구렁이가 백 마리는 있는 것 같았다.
“제가 원한다면 되는 겁니까? 어르신?”
“허허허.”
조영진은 웃기만 했다.
‘웃음이라? 뭔가 또 생각한 게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뭘까? 정훈은 궁금했다.
“어르신 날도 쌀쌀해졌는데 바닷가 횟집에서 한번 뵐 수 있을까요?”
“그거 좋지. 안 그래도 만나고 싶었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정훈은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그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한편 그가 부탁이라는 이름으로 던져 줄 선물도 기대되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