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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89화 (89/200)

#089화

집에 들어온 정훈은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곧장 서재로 갔다.

“찾으셨어요?”

“잠시 앉거라. 연기군 토지 때문에 불렀다. 혹시 따로 생각해 둔 계획 있어? 요즘 그 땅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네가 원하면 좋은 값에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얼마나 받을 수 있어요?”

“최소 수백억은 받을 수 있을 거야.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났어. 새 정부에서 수도 이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구나.”

“다행이네요. 아름다운 곳이라서 샀는데 땅값이 올라 다행이에요. 내심 걱정했거든요. 할머니가 안 오를 거라고 하셔서요.”

정훈이 할머니를 보고 옅은 미소를 짓자 할머니도 머쓱한 듯 웃으며 눈을 피했다.

“아쉽기는 해요. 이 땅만큼 아름다운 곳을 찾을 수 있을까요?”

“흠, 수십억이면 네가 원하는 땅 몇 배는 살 수 있다. 걱정하지 말거라.”

할머니는 정훈을 보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손자의 투자가 수십 배의 차익을 얻은 것이다.

‘지금이 팔기 딱 좋은 시기다.’

2003년 12월 29일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 임시국회에서 통관된다. 모두 연기군 일대로 신행정수도가 이전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특별법은 효력을 잃고 만다.

물론 행정중심 도시가 되는 것 변함없다.

하지만 2004년 말이나 2005년 초에 훨씬 좋은 가격으로 다시 살 수 있다.

이곳 땅값은 그때 한 번 더 크게 출렁인다.

정훈은 이곳에 돈을 묶어 놓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좋은 괜찮은 회사를 소개해 주세요. 혹시 한호그룹 쪽에서 접근한다면 그쪽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지난번에 진 빚은 갚아야죠.”

정훈의 말을 들은 김만호가 바로 대답했다.

“네, 한호그룹의 한호건설이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럼 그쪽이랑 연결할까요?”

“그렇게 해 주세요.”

현정옥이 정훈을 보았다.

빨리 대답하라는 표정이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할머니”

“대답하거라. 다음은 어디냐?”

“어디라뇨?”

“땅 판 돈으로 살 곳을 이미 생각해 두지 않았느냐?”

함께한 시간이 늘어서일까? 할머니의 눈치가 귀신 같아졌다.

2003년, 6월인 지금.

딱 좋은 개발 계획이 있었다.

‘바로 판교다.’

“판교에 대규모 지식산업센터를 짓고 싶어요.”

“뭐? 판교?”

현정옥은 만호를 보았다.

그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하, 우리 잘난 손자는 왜 또 쓰잘데기 없는 땅을 사려고 하는 거지? 서울 중심도 아니고 도시 외곽에 대규모 빌딩이라니.’

공실률 50퍼센트는 확정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현정옥은 걱정이 앞섰다.

수십 년간 쌓아온 그녀의 경험이 안 될 거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판교면 이미 신도시 개발로 상당히 가격이 올랐을 텐데. 그리고 강남도 아니고 외곽에 빌딩을 지으면 공실이 상당할 텐데.”

“그런 걱정도 있지만, IT 업종들만 모으면 금방 모여들 거예요. 중부시에서 했던 경험이 있으니 어렵지 않아요. 거대한 빌딩 숲을 만들 거예요. 그걸 신화건설에서 할 겁니다.”

“흠흠, 자금이 많이 들 텐데“.

현정옥은 금액을 부각해 정훈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그래서 은행을 먼저 인수하려고요. 이미 강상철 신화대부 사장이 저축은행 인수를 준비하고 있어요. 할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현정옥은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냐니?”

“금산법 때문에 제가 은행을 가질 수 없잖아요.”

“그렇지……, 나보고 네 놈 돈줄이나 하라는 거냐?”

“그게 아니라 저한테 투자하세요. 이미 명동 박 회장님이랑 황 회장님, 방 회장님들 다 저한테 투자해서 수익률이 대단하잖아요.”

정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미 수익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그 노친네들이 입이 쭉 찢어진 게 기분이 좋아 죽더라”

“이번엔 할머니 차례예요. 저축은행은 시작이고 곧 매물로 나올 대형 은행을 인수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녀석,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챙길 심산이구나.”

“좋은 건 절대 놓치면 안 되죠.”

곧 있으면 대한 은행이 매물로 나온다. 우선은 저축 은행을 인수한 다음 대한 은행을 인수한다.

그다음 카드 회사와 증권사들을 인수한다면 할머니 현정옥 여사는 거대한 금융 제국을 건설할 수 있다.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저축은행을 인수해야 했다.

“지금 이수홍 사장이 개념 설계 진행 중이에요. 완료되면 말씀드릴게요.”

“그래, 그렇게 하거라.”

현정옥은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말했다.

“그만 나가 봐. 나는 만호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네, 할머니.”

정훈은 방을 나가자 현정옥이 일어섰다.

“가능할까? 대한 은행 인수. 저 녀석이 그것까지 생각하는 줄은 몰랐어.”

“자금은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천지회가 노린다면 쉽지 않을 겁니다.”

“방법이 없을까?”

“제 생각에는 도련님이 해결할 것 같습니다. 한호그룹과 토지를 두고 협상한다면 가능할지도요.”

“그래, 연기군 토지를 주고 은행을 우리가 가지면 좋은 수가 될 수도 있겠구먼.”

만화의 눈이 커졌다.

“설마, 도련님 토지도 이미 매각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요?”

“나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천지회 계열인 한호 그룹에게 땅을 팔고 싶다니.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합니다. 땅을 가지고 은행 문제를 협상하려는 것 같습니다.”

‘하,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지. 완전 손주 놈 손아귀에 놀고 있구먼.’

현정옥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느새 훌쩍 커 버린 손자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자 판교 개발에 대한 걱정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손자놈의 생각이 잘 읽히지 않지만, 최고의 선택을 할 거라고 확신했다.

“자네는 인수 자금을 준비해. 저축은행도 인수해야 하니 서둘러야 할 거야.”

“예, 어르신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그래.”

현정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손자가 돌아오고 나서 불가능해 보였던 일송을 제거했다.

공중분해 한 게 아니라 다 먹어 치웠다.

그만큼 커져 버린 손자의 회사.

현정옥은 이제 본격적으로 그들과 싸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들은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법조계와 행정부의 관료들. 그리고 정당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일송을 무너트리며 그들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현정옥은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정훈은 이수홍 사장과 함께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으로 갔다.

이수홍이 준비한 판교 신화테크노밸리 조감도를 확인했다.

자신의 지시대로 중심에는 사람들이 산책하며 쉴 수 있는 녹지공간이 조성되어 있고 주변으로 거대한 첨단 빌딩이 자리하고 있는 그림이었다.

“제 생각이 정확하게 반영되었습니다. 이렇게 진행하시죠. 토지 매입 시작하면서 성남시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요청하고요”

“네, 도련님. 절차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아, 토지, 건물주들에게 감정가보다 20퍼센트 이상 비싼 가격을 제시하세요. 우리는 이 사업으로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그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잖아요. 집을 잃는 사람은 신화건설이 가진 아파트를 원가에 주는 방법도 고려해 보세요”

“네에? 정말입니까?”

이수홍은 믿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정훈을 보았다.

‘그러면 수백억을 손해 볼 수도 있는데, 회장님이 그걸 계산하지 못하진 않을 테고.’

대단한 배포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얼마를 벌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데 배려 먼저 하다니…….

남들은 감정가를 후려치지 못해 안달 났다.

그건 나라에서 하는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었다.

그런데 이수홍 앞에 선 이 남자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고 있었다.

그는 어느새 거인이 되어 있었다.

“네. 회장님.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이수홍의 눈빛에는 존경이 담겨 있었다.

판교에서 신화건설 사장과 미팅을 마친 정훈은 곽현수, 은수와 함께 연기군 토지로 갔다.

거기서 한호그룹 한판수 회장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내려가는 차 안에서 곽현수가 말했다.

“도련님, 저번에 천지회 키즈들이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어딥니까?”

“공주시 옆 속리산 속에 있는 고아원이었습니다.”

“그래요? 가깝네요. 박창수 씨 연락해서 사람들 좀 보내라고 하세요. 오늘 저녁에 바로 치죠.”

“네? 오늘요?”

곽현수가 잠시 고민한 다음 입을 열었다.

“너무 급한 거 아닙니까?”

“아니요! 그 아이들에게는 하루가 지옥일 겁니다. 하루빨리 지옥에서 구해야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거기 김현철이 있습니다.”

“희망 보육원 원장 말인가요?”

“네.”

정훈은 옆에 있던 은수를 보았다.

자는 것 같았던 은수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김현철과 희망보육원, 그의 역할은 뭐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부딪혀 봐야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생각을 마친 정훈이 무심히 말했다.

“박창수 씨한테 날쌘 사람들로 오십 명 정도 데려오라 하세요.”

“그 정도나요?”

“김현철 원장, 특수부대 출신일 겁니다. 어쩌면 그곳도 살상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지키는 곳일 수도 있어요. 조심해야죠.”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곽현수는 백미러로 정훈을 보았다.

‘후, 도대체 생각을 어디까지 한 거지?’

곽현수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대비하는 그의 준비성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핸들을 꽉 쥔 곽현수는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롤스로이스가 부드럽게 속도를 높이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훈은 한판수에게 예의를 갖췄다.

“후, 저번처럼 날뛰진 않구먼”

“오늘은 서로 주고받아야 될 게 있어서요.”

“조심하게, 일송의 저주가 자네를 집어삼킬 수 있어. 승자의 저주라고 하나? 과식하면 체하는 법이야.”

“과식이라고 하기에는 일송의 크기가 많이 작습니다. 적어도 한호그룹 정도 먹으면 모르겠습니다.”

“이놈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긴.”

“회장님. 오늘 싸우러 온 거 아니지 않습니까? 주변을 보세요. 너무 아름답지 않습니까?”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얼마에 팔 생각이냐?”

“평당 백만 원입니다. 이십만 평에 이천억입니다.”

“지금 평당 15만 원밖에 하지 않는데.”

정훈은 한판수를 보며 슬쩍 웃어 주었다.

“회장님 제 땅은 한 덩어리입니다. 원하시는 대로 한 번에 다 지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를 원하면 아파트, 공장을 원하면 공장으로. 토지 개발 사업에서 제일 까다로운 게 토지 매입입니다. 제 땅은 지주 작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흠……. 아무리 그래도 백만 원은 너무한데.”

한판수도 알고 있었다. 토지 주인들의 2/3 동의를 얻지 못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그런데 윤정훈의 땅은 전부 한 덩어리다. 윤정훈의 토지 면적이 20만 평이면 최대 주변 10만 평까지 강제로 수용할 수 있다. 여기서 손해를 봐도 감정 평가 때 감정평가사를 압박해서 가격을 후려치면 주변 땅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평당 50만 원 해서 천억. 이 정도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흠, 정 그러시다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걸 들어주면 평당 50만 원에 넘기죠.”

“무슨 조건인가?”

“곧 은행 하나가 매물로 나올 것 같은데, 그거 제가 가지겠습니다.”

“뭐? 지금 대한은행을 말하는 건가?”

“네, 잘 아시네요. 어차피 부실 은행 아닙니까?. BIS 비율도 최소 권고 수준인 8퍼센트도 안 되는 부실 은행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한판수는 난감했다. 박현철 라인이 해외 헤지펀드 론스타로 위장해 은행을 소유할 계획이었다.

BIS 비율도 원래 9퍼센트 정도 되는데 싸게 사기 위해서 6퍼센트로 열심히 조작해 놓은 것이다.

박현철 라인인 법조계에서 공동으로 소유할 예정인데 그걸 윤정훈이 가지려 한다…….

한판수는 장고를 거듭했다.

‘박현철이 은행을 가지면 제조업을 쥐고 흔들 수 있다. 지금도 그들은 법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법과 돈? 안된다.

천지회 전체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자신에게는 윤정훈이 가지는 게 좋다. 차차기 수장을 노리는 박현철이 강할 필요는 없다.’

한판수는 정훈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주인이 있는 건 알고 있겠지? 하지만 누가 인수하든 난 상관하지 않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인수해도 된다고 동의하는 걸로 생각하겠습니다.”

“그건 난 모르겠고 능력이 있으면 자네가 하게.”

“감사합니다. 이제 어르신은 입찰 때 가격만 알려 주시면 됩니다.”

한판수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내가 왜 그걸 알려 줘?”

“글쎄요. 제가 조사한 바로는 가격을 알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크흠, 조직을 배신하라는 건가?”

“배신이라뇨? 그냥 숫자 몇 자리 알려 주는 것일 뿐입니다.”

“오늘 거래는 없었던 걸로 하지.”

한판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회장님. 그래도 모르니 오신 김에 계약서는 쓰시죠.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생각이 바뀔지도. 만약 생각이 바뀌었는데 그사이 땅을 팔면 많이 억울할 겁니다.”

“크흠. 그건 그렇지만.”

정훈은 주저하는 한판수의 눈앞에 계약서를 꺼냈다.

빈칸에 숫자를 적고 특약을 넣었다.

그리고 서명을 했다.

“회장님, 제가 서명했으니 회장님이 숫자만 가르쳐 주시면 바로 유효합니다.”

“지난번처럼 약속을 어긴다면?”

“천억을 배상한다는 특약을 걸까요?”

“됐네. 어차피 무의미한 계약서네.”

한판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정훈은 한동안 노려본 그는 정훈의 손에 들린 계약서를 챙겨 돌아갔다.

그의 뒷모습을 본 정훈의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여튼 아닌 척 하기는. 개가 똥을 끊지.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거짓이 없는 솔직한 자들, 정말 진실한 놈들이야!’

정훈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

한판수를 만난 다음 정훈은 천지회 키즈들이 있는 고아원으로 갔다.

속리산 자락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다.

도착하니 근처에는 박창수와 그의 조직원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정훈을 본 그는 황급히 달려가 문을 열었다.

“회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인천까지 완전히 장악했어요?”

“네, 도련님 덕분에 쉽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현수 씨와 은수 씨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연말에 강남 접수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노력해 주세요”

“네? 연말에요?”

박창수는 정훈을 보았다.

휘몰아친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지난주 겨우 인천의 거대 조직 대부분을 완전히 접수했다.

자신은 내년 초까지 내실을 다질 생각이었는데.

강남 접수라니, 걱정되면서 기대가 되었다.

그곳을 접수하면 대한민국의 절반 이상을 접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요? 자신 없어요?”

“아, 아닙니다. 도련님 명령인데 무조건 지켜야죠.”

“연말까지 강남 접수한 다음에 내실을 다지세요. 내년쯤에는 놈들이 본격적으로 반격할 겁니다. 저들이 가만히 있을 놈들이 아니죠.”

박창수는 정훈을 보았다.

‘그사이 더 커지셨군.’

자신보다 좀 더 크고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박창수는 존재감이 더욱 커진 그를 보며 자극받았다. 지금 이 자리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

“저랑 은수, 그리고 현수 아저씨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들어가서 확인할 게 있어요. 우리가 들어간 뒤에 들어오세요. 그때쯤이면 다 우릴 노리고 있겠죠.”

“네? 설마 미끼 역할을 맡으시려는 겁니까?”

“뭐 미끼이면서도 확인해야 할 것도 있어서요. 그럼 나중에 봐요.”

정훈은 앞장섰다.

세 사람은 노을을 등지고 고아원의 높은 담장을 뛰어넘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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