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4화
사장님은 술과 작은 잔을 가져오셨다.
테이블 위에는 단무지 하나, 그리고 강철중이 먹고 있는 짜장면이 다였다.
‘혼자서 먹으러 온 건가?’
정훈은 뚜껑을 열어 잔을 채웠다.
그의 잔도 채웠다.
철중을 한 번 노려본 다음 혼자 잔을 들어 술을 비웠다.
한 번도 연락하지 않고 자신을 피했던 그에게 많이 섭섭했다.
철중 선배도 말없이 잔을 비웠다.
서로 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혜도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조용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다시 잔을 채우고 술을 비웠지만 조용했다.
정훈이 입을 열었다.
“형, 나한테 할 말 없어?”
“…… 무슨 할 말?”
“나한테 서운한 거 있었던 거야? 난 형이 갑자기 이러는 게 이해가 안 가. 형보다는 선배님 호칭이 더 어울리는 사이인가? 이제 선배님이라고 부를까?”
“그런 건 이제. 네 마음대로 해. 고등학생도 아니잖아. 내가 아직도 너 과외 해 주던 선생이냐?”
강철중은 예민한 사람 특유의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는 무협을 좋아하고 낭만을 사랑하던 사람이었다.
넓은 어깨만큼 마음이 넓고 따뜻한 영혼이었다.
“이유 정도는 이야기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
강철중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집 짜장면 맛은 그대로야, 3년 동안 맛을 그대로 잘 지킨 거지. 사람도 그래야 해. 그런데 정훈이 넌 3년 만에 재벌 회장이 됐어. 고아인 줄 알고 동정심에 잘해 줬는데……. 젠장!”
철중의 말에 정훈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그게 내 잘못이야?”
“야, 나도 너처럼, 아니 너보다 더 성공하고 싶어. 검사로 시작해 장관, 국회의원까지 할 거야.”
강철중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정훈은 그가 낯설었다.
그는 열등감 따위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따뜻하고 여유 가득한 사람이었는데, 잔뜩 찡그린 이마에는 주름만 가득했다.
“그래. 형이면 할 수 있을 거야.”
정훈은 진심으로 그를 격려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아니었다.
“야, 현금왕의 손자님. 세상이 졸라 만만하냐? 너한테는 쉬울 수 있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아닐 수도 있거든?”
“아, 미안!”
“고아 새끼가 갑자기 부자가 되더니 개념을 말아먹었나?”
“뭐? 고아 새끼?”
어느새 뒤에 있던 은수가 짧게 반문했다.
강철중이 고개를 돌려 은수를 보았다.
“어? 은수구나……. 그런데 은수야, 너는 선배를 봤는데 인사도 안 해? 싸가지도 없이, 오냐오냐해 줬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고.”
“그 말 취소해. 형!”
은수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마음이 여렸던 은수가 꼭 닫았던 마음을 열었던 사람이었다.
그만큼 배신감을 크게 느꼈다.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도 결국 은수를 동정하고 있었다.
정훈은 여린 은수가 폭발할 것 같아 걱정되었다.
“취소는 뭘 취소해. 내가 틀린 말한 것도 아니잖아”
정훈은 주먹에 힘을 주며 그를 노려보았다.
강철중은 싸움닭처럼 모진 말로 정훈과 은수의 상처를 쪼아댔다.
“하, 사람이 이렇게도 바뀌는 거야? 원래 이게 강철중 선배님 본 모습이야? 후……. 검사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줄 미처 몰랐네. 강철중 검사님……. 정말 이 정도로 쓰레기라고는 생각 못 했어.”
낯설게 변한 그가 적응되지 않았다.
정훈은 자리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훈은 은수와 다혜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
그의 뒤에서 강철중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 이 버릇없는 새끼가, 어디 검사한테?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같은 고아 새끼는 바로 처넣을 수 있어!”
정훈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뭐? 고아 새끼……? 결국 선을 넘는구나.’
더 이상 저 입을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정훈은 뒤돌아 몸을 날려 강철중의 얼굴 한가운데 주먹을 꽂았다.
강철중이 피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정통으로 주먹을 맞는 강철중은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디 한번 집어 넣어봐. 고아 새끼가 얼마나 무서운지 한번 보여 줄게. 병아리 검사 주제에 설치기는.”
정훈은 참았던 말을 쏟아 내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후련하지 않았다.
정훈이 아는 강철중은 절대로 이유 없이 행동할 사람이 아니었다.
다혜도 은수도 갑자기 변한 그 때문에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정훈이 거대한 거인이 된 것처럼 그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악당으로 변해 있었다.
***
강철중의 이해할 수 없는 변심에 며칠 동안 우울했다.
정훈은 사무실에서 일에 집중하며 마음을 달랬다.
오후에 일정이 없어서 정훈은 중부시에게 계신 할머니를 보러 갈 준비를 했다.
대한은행 인수전에 대해 논의해야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람이 사무실을 방문했다.
“하이, 미스터 윤!”
페이팔에서 만났던 스티브였다.
임철수에게 한국으로 보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불쑥 나타났다.
“어, 반가워요, 스티브 첸.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제가 지금 나가 봐야 되는데…….”
“괜찮아요. 연락도 없이 온 제 잘못이죠. 기다릴게요.”
“오래 걸려요.”
연락도 없이 온 스티브 때문에 정훈은 난감했다.
그렇다고 저 친구를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혹시 괜찮으면 차에서 이야기하죠.”
“좋아요.”
정훈은 스티브를 태우고 중부시로 향했다.
그런데 이야기하려 했던 스티브는 차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사무실로 바로 온 게 분명했다.
사업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창밖을 보고 있을 때 문득 지난번 구출했던 아이들 생각이 났다.
“아이들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까?”
“네, 이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한번 가 보실래요? 어차피 가는 길인데.”
“네. 좋아요.”
보육원에 도착한 정훈은 스티브를 차에 두고 보육원을 구경했다.
책에 빠져 있는 아이들,
술래잡기하는 친구들.
모두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 얼굴에 가득했던 그늘이 사라져 있었다.
“이제 진짜 아이들 얼굴 같네요.”
“네, 심리 치료도 하고 밝고 따뜻한 환경 덕분에 대부분 좋아졌습니다.”
“다행이에요. 그런데 저 아이들은 왜 거기 있었던 거죠?”
“모두 영재였습니다. 수학과 과학에 특화된 영재요.”
“정말요?”
“네. 그래서 어르신께서 대학교수님을 초청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언젠가 도련님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겠죠? 나중에 얼마나 많은 기술을 만들어 내겠어요. 대단하네요.”
저들이 앞으로 신화 엠파이어를 짊어질 역군들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혁신적인 세계를 만들지 궁금했다.
그들을 잡스에게 소개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훈은 밖으로 나와 축구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 스티브도 함께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친구네요.”
곽현수가 말했다.
“그러게요.”
정훈은 스티브를 불렀다.
“미안한데, 스티브 여기서 애들이랑 놀고 있어요. 잠깐만 갔다 올게요.”
“네, 제 걱정은 마세요. 꼬맹이들이랑 놀고 있을게요.”
정훈은 할머니가 계신 신화고등학교로 갔다.
할머니는 이사장실 앞에 있는 조그만 화단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다.
“이사장님, 저 왔습니다.”
정훈의 장난에 할머니가 웃었다.
“웬일이냐? 연락도 없이.”
“할머니 보고 싶어서 왔죠. 헤헤”
“녀석 거짓말 못 하는 건 유전이구나. 흠……. 그놈 때문이지? 철중이”
정훈은 할머니의 입에서 철중 선배의 이름이 나와 당황했다.
“아니 할머니가 어떻게 아세요?”
“내가 스파이를 하나 붙여 놓았잖니.”
“하, 은수 그 녀석이 다 이야기했어요?”
“그래. 철중이가 이상해졌다고 하더구나. 삐딱해졌다고 했어.”
“네. 믿을 수 없을 정도로요. 철중이 형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돼요.”
할머니는 짧게 한숨 쉰 다음 입을 열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한 번 씩 미칠 때도 있고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어. 그러니 너무 많이 미워하지 마.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미워하지는 않아요. 그냥 걱정이 돼서요.”
“걱정? 그러면 다행이고.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이유요?”
‘무슨 이유 때문일까?’
곰곰이 생각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정훈은 할머니가 철중 선배를 두둔하는 느낌이 들었다.
검사라는 권력을 쥐자마자 변한 강철중.
평소 할머니라면 욕을 했을 건데……
정훈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했다.
“혹시 아냐, 나쁜 놈들 잡고 싶어서 나쁜 놈들 소굴로 들어가려는지.”
“네?”
정훈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유였다.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고쳤다.
철중이 형의 아버지를 살해하려 했던 천지회.
만약 형이 그 사실을 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할머니 형에게 그 이야기하셨어요?”
“아니, 안 했지.”
할머니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 있었다.
할머니와 강철중 둘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확인을 해야 했지만 할머니는 말해 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정훈은 화제를 돌렸다.
“할머니, 대한 은행 매각 공고가 곧 나올 것 같아요.”
“얼마를 쓸 생각이냐?”
“1조 5천억요”
“뭐?”
할머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대한은행 자신이 70조인데 1조 5천에 산다고?”
“네. 전 그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숫자로 보면 이미 심각한 부실 은행이거든요.”
“그건 그렇지만…….”
할머니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손자 믿으시면 됩니다.”
“그래, 대신 무리하지 말거라.”
“네, 할머니”
“그리고 이 녀석아 학교에 올 때는 양손을 무겁게 오는 게 진리거늘, 쯧쯧.”
할머니는 빈손으로 온 정훈을 타박했다.
“아, 저는 빈손이지만 가득 채운 트럭이 곧 도착할 겁니다.”
정훈의 말에 할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정훈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정문에 큰 트럭 몇 대가 연달아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건장한 남성들은 운동장에 차를 세우고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테이블이 만들어지고 화구가 생기면서 주방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수십 개의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면서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운동장에 설치된 주방 안에서는 특급호텔 출신 주방장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곧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진동했다.
정훈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서울 최고의 뷔페를 신화고등학교 운동장에 차렸다.
보육원 친구들에게도 똑같은 메뉴가 준비되었다.
“할머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정훈은 할머니를 보고 슬쩍 웃었다.
할머니의 눈에는 손자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와, 신화고등학교 들어가고 싶다.’
‘출장뷔페로 저녁 해결 대박.’
‘내 친구의 친구 오빠의 여동생이 저기 다니는데 저 날 음식 대박이었대.’
‘나 신화고등학교. 저 날 배터지는 줄!’
신화고등학교 운동장에 차례진 초고가 뷔페가 큰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은 신화 엠파이어 홀딩스 회장 윤정훈을 칭찬했고 신화고 학생들을 부러워했다.
***
“아저씨 혹시 할머니께서 철중 선배 만났어요?”
“철중 선배요? 철중이 누굽니까?”
“강철중이라고 검사가 된 제 고등학교 선배요. 키 크고 어깨가 딱 벌어져 남자답게 생겼어요.”
“흠, 얼마 전에 그렇게 생긴 남자를 만나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인 줄은 모르겠는데요.”
‘둘이 만나고 있는 게 분명한데…….’
그렇게 생긴 사람을 만났다는 곽현수의 말에 조금 확신을 가졌다.
“아, 생각해 보니 어르신이 그날 그 청년한테 냉면을 얻어먹었다더군요. 공무원이라 싼 걸로 골랐다고 하셨어요.”
공무원? 확실하다.
배신감이 들었다.
둘이서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 건지 생각했다.
아무래도 위험한 일인 것 같았다.
할머니의 거짓말이 계속 걸렸다.
정훈은 철중 선배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철중 선배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 했고 그를 천지회에서 제거하려 했다.
그런 상황에 철중 선배가 악인이 되려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천지회로 들어가려는 게 분명하다.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계획이었다.
‘복수를 위해서인가?’
정훈은 얼마 전까지 분노했던 그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곽현수에게 부탁했다.
“중암지검 신임 검사중에 강철중이라고 있습니다. 박창수 씨에게 강철중을 멀리서 보호하라고 전해주세요”
“멀리서, 티나지 않게 말입니까?”
“네.”
“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어느덧 희망 보육원에 도착한 정훈.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스티브를 찾았다.
그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칠판에 숫자를 쓰면서 놀고 있었다.
“스티브, 미안해요. 많이 늦었네요.”
“아니요. 괜찮아요, 미스터 윤. 잠시만요. 나 이 친구들이랑 내기 중이거든요.”
그는 아이들과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그리고 크게 웃은 다음 머리를 흔들었다.
한 아이가 그에게 꿀밤 3대를 주었다.
스티브 첸은 꽤 아팠는지 이마를 찡그리며 밖으로 나왔다.
“쏘리. 수학 문제 내기 중이라서.”
“그럼 진 건가요?”
“네. 믿기 어렵지만 제가 졌네요. 저 미국에서 수학 영재였거든요. 그런데 여기 있는 저 친구 정말 엄청나요.”
“당신을 이기는 수학 천재라 대단한데요.”
정훈은 아이들의 능력에 깜짝 놀라며 감탄했다.
“자 그럼 사업 이야기할까요?”
정훈이 눈을 반짝이며 스티브에게 말했다.
“제가 미국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투자도 좀 받았죠. 그런데 자금이 부족해서 조금 더 투자받고 싶어요.”
“얼마 정도요?”
“백만 달러요.”
“그 정도면 충분한가요?”
“네, 급한 불을 끌 수 있어요.”
“급한 불이라고 하면 혹시 위험에 빠진 건가요?”
“모르겠어요. 한 엔젤펀드에서 투자를 받았는데 갑자기 회수한다고 하네요. 그걸 갚지 못하면 우리 서비스를 달라고 했어요. 마피아 같은 놈들이에요. 제 생각이 너무 짧았죠.”
정훈은 곰곰이 생각했다.
스티브는 정훈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안 될 것 같아요.”
정훈은 거절했다.
“왜요? 큰일이네요. 당신이라면 투자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투자하고 싶어요. 그런데 마피아의 표적이 된 회사, 그들에게서 쉽게 벗어날 수 없죠. 제 밑으로 들어온다면 막대한 자금력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그 말은?”
스티브는 흠칫 놀란 듯 보였다.
“인수를 제안하는 겁니다. 50% +1 인수금액은 천만 달러. 어떤가요?”
“……생각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물론!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요. 오늘은 늦었으니 올라가죠. 며칠 쉬면서 천천히 생각하세요.”
“네.”
정훈은 스티브와 함께 서울로 왔다.
그를 내려준 다음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
“좋은 아침입니다.”
정훈이 레전드 컴퍼니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모두 정훈을 보았다. 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얼어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았다.
컴퓨터마다 낯선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파란색 상자에 회사 자료를 쓸어 담고 있었다.
상자 겉면에 검찰이라고 적혀 있었다.
‘젠장, 검찰이라니……’
차영미를 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다행히 우리 자료는 손댈 수 없도록 잘 처리한 게 분명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너 오면 하려다가 미리 시작했다. 정훈아! 압수 수색 금방 끝날 거야.”
강철중이 히죽대면서 웃고 있었다.
정훈은 그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