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11화 (111/200)

#111화

“후우”

정훈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곧 있으면 문이 열린다.

‘설마, 바로 공격하진 않겠지?’

문이 열리며 눈앞에 건장한 남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바로 사시미 칼을 들이밀진 않았다.

그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을 경계하며 좌우로 길을 터줬다.

‘흠, 아직은 공격할 생각은 없나 보네.’

다행이다.

엘리베이터에 입구에서 공격당하면 꽤 난감했다.

‘뭐, 그렇다고 밀리진 않겠지만.’

위험한 순간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정훈은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이쪽으로 가시죠.”

회장실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모든 것이 검은 회장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문드문 보이는 황금색 용 문양.

정훈의 얼굴에 저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제대로 미친놈이군. 용이라니……. 아직도 이 나라가 조선인 줄 아나? 아니면 그렇게 만들고 싶은 건가.’

정훈은 이석이 앉아 있는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용건은?”

“손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100조의 손실을 천지회가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한데.”

“그 정도 돈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 네가 신경 쓸 것 없다.”

이석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 시장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던데. 스타증권과 스타전자가 상당한 돈을 넣었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래서 스타전자의 주가가 지금 맥을 못추지 않나?”

“……”

이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증권가 찌라시에서 이번 AR그룹 공매도의 핵심세력으로 지목된 이후 주가가 30퍼센트 정도 하락했다.

스타전자의 시가총액이 80조인데 손해가 지금까지 100조였다.

시장에서는 조금씩 스타전자의 파산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상관없다면 AR그룹의 주가를 더 올려야겠군.”

“뭐? 할 수 있으면 마음대로 해.”

이석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이번 달 말일이 만기인가? 그럼 그때쯤 결판나겠군. 스타전자가 파산하는지 아닌지.”

“네놈이 여기서 살아 나갈 줄 아느냐?”

“여기서 걸어서 나가지 못할 이유라도 있나?”

“훗. 지난날 천지회와 네 아비의 악연은 잘 알고 있다. 송철호가 네 아비와 어미를 죽였지.”

이석은 비릿한 웃음을 지은 다음 말을 이었다.

정훈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주먹으로 저 입안에 가득한 이빨을 다 부수고 싶었다.

“오늘은 내가 너를 처리해 주마. 영광으로 생각해. 황제인 내가 직접 너를 처단하니.”

“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정훈은 손을 떨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어리석은 놈 장단을 맞춰 줘야 한다.

“들어올 때는 아주 기세가 좋았을 거야. 이 스타그룹을 정복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겠지.”

이석이 정훈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문이 활짝 열리며 지난번 보았던 그의 친위대가 회장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정훈은 그들을 보며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의기양양한 웃음만 지었다.

‘됐다. 생각보다 많은 수다. 이 근처에 저들의 아지트가 있는 게 확실하다.’

“이봐, 협상하러 온 자의 목을 베는 건 천지회의 습관인가?”

“그건 아니야. 다만 오늘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널 가지고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군. 이석 회장이 미친 개또라이 싸이코라던데.”

이석의 눈썹이 떨렸다.

자신에게 열등감을 심어 준 그가 자신을 모욕했다.

그의 얼굴에 분노가 더 치솟았다.

“후, 소문은 보통 과장되지. 그런데 내 소문은 반대야. 소문이 실제 보다 많이 순하다고 할까.”

“그래? 궁금한데, 실제로는 얼마나 싸이코일까?”

정훈이 심드렁한 표정을 짓자 이석의 눈빛은 더욱 붉게 활활 타올랐다.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게 분명했다.

“너무 궁금해하지 마. 곧 보게 될 테니. 오늘은 특별히 네놈 입부터 찢어 주마. 원래는 비명을 듣는 재미에 입을 마지막을 찢는데, 너는 특별히 먼저 찢어 줄게.”

“마음대로 해. 대신에……”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훈의 움직임에 흠칫 놀란 남자들이 품 안에서 칼을 꺼냈다.

정훈은 개의치 않고 창가로 가 아래를 내려보았다.

“저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할 거야? 협상하러 온 그를 죽였습니다. 아니지, 죽이지 않고 납치한다고 했나?”

“무슨 개소리야?”

이석은 창가로 아래를 확인했다.

방송 차량과 기자들이 입구에 모여 있는 게 눈에 보였다.

“무슨 짓을 한거지?”

“아니 짓도. 그냥 곧 스타그룹과 인수 협상 결과를 발표한다고 하니 이렇게 몰려들던데.”

“무슨 인수 협상?”

“네 놈이 저지른 공매도 빚 100조와 내가 일송을 통해 인수한 전국의 부동산을 스타전지, 스타전자와 교환하는 거지.”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스타전자는 스타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20년이 넘게 투자해 세계 1위의 반도체 회사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스타전자 이름으로 친 AR그룹 공매도, 2조가 심각한 문제를 만들었다.

갚아야 할 자금이 자금 중 스타전자의 몫이 70조가 넘었다.

스타전지도 2차 전지사업을 담당하는 그룹의 핵심계열사였다.

이석은 갈등했다.

그의 제안이 가장 합리적이었다.

그런데 아버님의 승인이 필요하다.

전임 회장인 큰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원래 아버지가 회장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전면에 나서길 거부했다.

조용히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길 원했다.

얼굴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은둔의 지배자.

그것이 자신의 아버지 ‘이헌’이었다.

“이봐, 깊이 생각하지 마. 이번 공매도가 만기 되면 어차피 스타전자는 부도가 날 수밖에 없어. 거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 그런데 내가 이렇게 도와주잖아. 너를 위해.”

“무엄한 새끼. 내 그 입을 반드시 두 손으로 직접 찢어 주마.”

“그건 알아서 하시고. 참 일송이 가진 땅 중에 재미있는 게 많던데. 경복궁 옆에 있는 송현동 부지와 삼청동 일대 땅을 엄청나게 매수해 놓았던데.”

“그건…….”

일송그룹은 천지회의 부동산 작업을 대리했었다.

황실의 재건과 함께 경복궁의 대대적인 확장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준비했던 토지였다.

이석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땅에 대한 욕심이 그의 사고를 마비시켰다.

“조건을 다시 한번 이야기할까?”

“이봐, 이 회장. 이런 이야기는 저기 서 있는 놈들을 치우고 하는 게 어때?”

이석이 눈짓하자 그의 친위대가 살기를 내뿜으며 빠져나갔다.

정훈은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잔인한 살인 기계들.

쓸어버려야 한다.

조심스럽게 꺼낸 전화기에는 차영미의 문자가 와 있었다.

‘대략적인 위치가 나왔어요. 반경 2킬로미터 이내예요.’

‘지금 다시 움직임. 어디로 가는지 확인할 것.’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정훈은 다시 이석을 압박했다.

“협상은 간단해. 스타전자와 스타전지의 주식 전체와 경영권을 넘겨.”

“……흠. 내가 손해가 분명한데…….”

정훈은 뒤늦게 협상을 하려는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해결할 지식도 없었다.

‘이런 놈이 이 거대한 그룹을 이끌고 있다고?’

정훈의 가슴에서 분노가 치솟았다.

“이렇게 앞뒤도 구분하지 못하는 네 놈이 이 거대한 그룹을 이끈다고? 그러고도 네 놈이 천지회의 주인이라고? 스타그룹도 천지회도 얼마 남지 않은 게 분명하네.”

정훈의 독설에 이석은 의자의 손잡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숯덩이처럼 시뻘겋게 붉어진 그의 얼굴이 분노를 말해 주고 있었다.

“어디 천한 상놈 주제에 감히 나에게…….”

“이봐, 만기가 와서 내가 100조를 가진다고 상상해 봐. 그 돈으로 뭘 하겠어? 너희 스타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인 스타유통과 스타랜드를 공개 매수한다고 생각해 봐. 어떻게 될지 상상이 돼?”

정훈의 말에 이석은 흠칫 놀랐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마지막 제안이다.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

이석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아, 허수아비란 소문이 역시 사실이었군. 가서 허락받고 와.”

“닥쳐!”

이석의 꽉 쥔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나의 그룹이다. 내가 결정을 내려도 문제없어.’

이석은 결심했다.

그룹의 유보금을 쓸어 모아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

지금 100조의 손실을 막을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저 녀석의 제안이다.

그리고 더욱 탐나는 건 윤정훈이 가진 일송의 부동산.

황실 재건을 위해 준비했던 부동산도 반드시 되찾아야 할 보물이었다.

아버지 ‘이헌’의 허락은 필요 없다.

스타그룹과 천지회는 나의 것이다.

“좋다. 그렇게 하지.”

“사인해. 세부 계약은 법무팀에서 진행하기로 하지.”

정훈은 품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그리고 이석이 그것을 받아 자신의 커다란 거북이 도장을 꺼내 찍었다.

‘옥쇄인가? 제대로 미친놈들이군.’

마침내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그리고 이석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계약이 끝나면 보통 악수를 하지. 천한 네놈들은 모르지만 이건 우리 황족의 예의라고 할까?”

“그래?”

정훈의 볼을 향해 주먹을 시원하게 뻗었다.

볼을 정통으로 맞은 이석의 몸이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미안해, 나는 황족이 아니라서.”

바닥에 쓰러진 이석을 두고 정훈은 회장실을 빠져나왔다.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스타전지와 스타전자에 대한 인수 계약을 완료했음을 선언했다.

다음 날 뉴스 1면에 계약서를 든 정훈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

“감히…… 네 놈 마음대로 스타전자와 스타전지를 매각해? 아비의 허락도 없이?”

백발을 한 남자의 볼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늘로 치솟은 그의 눈썹이 불같은 성격을 드러냈다.

창백한 얼굴은 점점 더 검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말보다는 손이 앞서는 남자.

이헌.

그의 손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 네 이놈을.”

“그만요.”

여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를 막았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그게 아니면 그룹이 휘청였을 겁니다.”

“그만한 일에 휘청일 스타그룹이 아니야. 네 놈이 망쳤어. 네 놈이”

눈빛에 분노가 가득했다.

“그만하세요. 그리고 우리 회장님 얼굴은 누가 그랬어요?”

여인의 질문에 이석은 얼버무렸다.

“넘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옥체를 보전하세요. 장차 황제가 될 몸입니다.”

여인의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

자신의 착한 아들은 거짓말을 못 한다.

소중한 아들에게 상처를 준 놈을 반드시 밝혀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 회장님 얼굴에 난 상처가 보이지 않으세요?”

남자를 향해 표독스럽게 쏘아붙였다.

“넘어졌다고 하지 않소. 뭘 그런걸 가지고……. 지금 그게 문제요? 두 회사가 그룹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오?”

“그런 건 남자들끼리 이야기하세요. 전 제 아들 얼굴에 난 상처가 더 신경 쓰이는군요.”

“쯧, 그렇게 품에 넣고 키우니 저 새끼가 저 모양이지.”

“뭐요? 저 새끼? 어떻게 자기 아들에게 그런 말을 하세요?”

그 말에 남자의 얼굴이 시뻘겋게 타올랐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어머니.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어요. 회장님도 들어가서 쉬세요. 이 애미가 못 볼 꼴을 보였네요.”

하인선은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점점 더 그를 닮아 가고 있다.

그리고 이헌의 표정으로 확신했다.

‘분명해. 알고 있어.’

그는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인선은 그의 침묵이 길어지길 원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그를 직접 처단할 것이다.

빼앗긴 자신의 인생에 대한 보상이자 모든 것.

살아갈 이유이자 웃게 만드는 존재.

내 아들 이석.

‘석아, 엄마는 아들을 위해 목숨을 건단다. 걱정하지 말고 훨훨 날아 어서 황제가 되거라.’

하인선의 아름다운 미모가 표독스럽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

“모두 빌딩 안에서 생활하는 것 같아요.”

차영미가 눈빛을 반짝였다.

정훈이 며칠 전 스타그룹에 들어가 협상을 했을 때 나타난 이석 회장의 친위대.

그들의 거점이 저 빌딩이었다.

정훈이 그날 무리해서 이석의 집무실로 간 이유는 친위대를 움직이기 위해서였다.

공정한 질서를 외치는 그놈들은 언제나 비겁한 짓을 서슴치 않았다.

정훈은 이석이 분명 그의 친위대를 움직일 것이라 예상했다.

이석 회장의 집무실은 정훈을 제거하기 가장 좋은 장소였다.

예상대로 이석은 그들을 소집했다.

신문사와 방송국의 기자들을 잔뜩 불러 놓은 상황에서는 천하의 이석도 자신을 해치지 못했다.

그날 친위대의 갑작스런 움직임으로 그들의 은밀한 아지트를 밝혀낼 수 있었다.

귀신같은 차영미와 악마 같은 천진혁 두 사람이 큰 역할을 했다.

정훈은 두 가지 목적 모두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제 이석 회장의 손발인 그의 친위대를 제거할 순간이다.

그들은 일반 조폭과는 다른 살인 기계들이었다.

없애야 한다.

지난번 박현철의 집에서 있었던 충돌을 통해 그들의 전투력을 확인했다.

모두 만만치 않은 고수.

강남 접수를 위해 박창수의 화신 유통이 지금까지 모았던 모든 힘을 이곳에 집중할 것이다.

그래야 할 만큼 강력한 놈들이었다.

“이 빌딩으로 들어간 뒤로 나오지 않고 있어요. 분명 전체가 그들의 아지트가 분명해요.”

차영미가 다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늘 야근이에요.”

“어쩔 수 없죠. 제가 얼마나 대단한지 오늘 제대로 보여 드릴게요.”

정훈은 창가로 가 야경을 보았다.

‘반드시 오늘 밤 끝내야 한다.’

정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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