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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16화 (116/200)

#116화

‘저 사람이 왜 현수 아저씨랑 있는거지?’

지현복은 고구마신용정보에 있을 때 부장으로 있던 정훈의 상사였다.

지 부장님이라 불렀던 자.

처음 신용정보회사에 들어갔을 때 지독하게 갈구었던 상사다.

그런데 자신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열심히 챙겨 줬다.

채권 추심과 관련된 정보도 알려 주고 돈 되는 추심을 고르는 비법도 그가 알려 줬다.

시작은 악연이었으나 어느새 정훈의 롤모델이 된 지현복 부장.

매년 연봉이 3억 정도 되었다.

집념의 한국인이랄까?

언젠가 술자리에서 그에게 물었다.

자신에게 잘해 주는 이유가 뭐냐고?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과 너무 닮았다고.

자신도 처음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여기에 들어왔다.

그때 누구도 자신에게 일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자상한 가르침 대신 질책과 멸시 그리고 무시가 그가 받은 대우였다.

그래서 그는 악착같이 공부해서 2년 만에 고구마신용정보 성과급 톱 3에 항상 들었다.

그의 눈에 신입사원 윤정훈은 정말 비슷했다.

무식하고 아는 것 없고.

그런데 싸움은 좀 하는 것 같고.

그런데 자신처럼 악바리처럼 열심히 하는 자.

그래서 그를 살뜰히 챙겼다.

모태솔로 지현복은 모태솔로 윤정훈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둘이 술도 많이 마시고 비밀도 많이 공유 했었다.

정훈은 그에게 자신의 능력,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말했다.

당연히 믿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블랙요원이라고 했다.

정훈도 믿지 않았다.

평소에도 검은색 옷을 선호하고 자주 입었던 지 부장님.

정훈은 그의 꿈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남자의 감춰 둔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곽현수의 친구라면…….

정말 블랙요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전 그럼 가 볼게요. 은수랑 신화제약에 다녀오려구요. 천지회 친위대가 가지고 있던 약, 분석이 끝났다고 하네요.”

“저도 가겠습니다.”

“아닙니다. 친구도 없는 분이 처음으로 친구를 만나는데……. 말씀 나누세요.”

정훈은 다시 그를 보았다.

옷차림을 보니 그리 풍족해 보이지 않았다.

“혹시 일자리 찾으시면 연락 주세요.”

정훈은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힌 명함을 그에게 전했다.

“네, 감사합니다.”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한 다음 정훈은 자리를 떴다.

“현복아, 너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잖아. 어떤 일이야?”

“그게 아직 못 정했어. 어쩌면 그냥 하던 거 할 수도 있고.”

“그래. 잘하는 거 해. 우리 나이에 업종을 바꾸려면 치킨 집뿐이야.”

“후후, 그것도 맞지.”

30대 중반의 나이, 이제 이직도 쉽지 않은 나이였다.

무뚝뚝하고 세상일에 관심 없던 곽현수도 사회를 잘 알고 있었다.

***

“저번에 가져오신 약물은 마약입니다.”

신화제약 온정식 사장이 서류를 주며 말했다.

“마약? 설마요.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분석이 잘못됐다.

이석 회장의 부친이 아들에게 마약을 먹인다?

절대로 그럴 리 없었다.

“확실합니다. 이게 마약인 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수 부대에서 군인들을 위해서 개발된 약입니다.”

“확실합니까?”

“네, 저희도 처음이라서 이곳저곳에 문의했습니다. 일제시대 일본군이 군인들의 감정을 제거하고 성적인 쾌감만 높이도록 만든 마약입니다. 살인을 주저 없이 하고 섹스에 대한 욕망을 강하게 자극하고 쾌락을 제공하죠.

장기간 복용하면 살인과 섹스에 중독됩니다.”

정훈은 믿을 수 없어서 눈만 깜빡였다.

아버지가 아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었다.

입에 담기 어려울 만큼 오싹한 기분이었다.

“그만큼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이건 마약으로서 상품 가치가 전혀 없는 건데요.”

“그게…… 모르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런데 이거 만들기 쉽습니까?”

“장비만 있으면 어렵지 않습니다.”

정훈은 온정식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이석 회장을 생각했다.

탐욕스러운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것이 돈과 명예가 아니라 살인과 섹스라니.

소름이 돋았다.

“분석하신다고 수고하셨어요.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네. 다양한 종류의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훈은 걱정되었다.

앞으로 있을 줄기세포 스캔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일로 줄기세포 연구는 향후 10년 동안 씨가 마른다.

관련된 많은 기업들도 도산한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야 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닙니다. 연구에 박차를 가해 주세요. 자금이 모자라면 말씀하세요.”

“지금도 충분히 넉넉합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지원해 주셔서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있습니다. 곧 좋은 성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줄기세포를 맞춤형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하셨죠?”

“네, 환자 맞춤으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성체줄기세포 같은 경우에는 용량만 높여도 회복력이 확실히 올라갑니다. 부작용도 적구요.”

“그럼 신화병원에 있는 환자들부터 검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적, 윤리적 규정도 확실히 지켜야 합니다.”

“네, 지시하신 대로 의료 윤리 검증 위원회를 통해 검증하면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훈은 신화제약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제와 다양한 종류의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앞으로 닥칠 폭풍우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건?

언제나 세계 최고의 ‘기술’이다.

***

거리에는 캐롤이 울려퍼 지고 있었다.

“여기랑 여기입니다.”

차영미는 스크린에 펼쳐진 한반도 지도에서 두 곳을 가리켰다.

하나는 밀양에 있는 산속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라도 신안에 있는 염전이었다.

“근거는요?”

“전기 사용량요. 회장님이 저번에 말씀하셨잖아요. 광산에 있던 마약 아지트에서 미납된 전기세 때문에 깜짝 놀랐다고요.”

“네. 미납액이 2년 동안 2억 5천인가?

2년에 거의 천만 원 치를 썼어요. 하여튼 전기를 엄청 많이 썼습니다.”

“거기서 이 천재 차영미가 힌트를 얻었습니다.”

“크흠.”

조용히 있던 이병석이 헛기침을 하며 우리에게 사과의 눈인사를 했다.

하지만 차영미는 개의치 않았다.

겉모습은 만화영화 영심이처럼 순하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 근본 없이 과도한 자신감과 파괴 본능을 가지게 된 걸까?

궁금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천재적인 촉으로 검토한 결과 밀양 산속에 있는 버섯농장과 신안의 염전입니다. 이 두 곳의 전기세가 매달 3천만 원 정도 나옵니다. 안 믿기죠?”

버섯 농장도 염전도 전기가 거의 필요없다.

그녀의 말대로 의심스러운 정황이 분명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토지 소유주가 개인인데 이름이 이헌입니다.”

“이헌이 누굽니까?”

“놀라지 마세요. 주소가 종로구 한남동인데 스타그룹 회장 이석과 같은 주소입니다.”

“설마…….”

‘이헌이 이석의 부친인가?’

“맞습니다. 은둔의 지배자 이헌. 이석은 어쩌면 (얼굴마담에 불과할지도 몰라요. 스타그룹 회장인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회장직을 이었습니다.”

“큰아버지는 왜 돌아가졌죠?”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밝혀진 건 없어요. 당시에 살해당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헛소문으로 치부되었어요. 수사도 살해 혐의없음으로 마무리되었어요.”

“흐음. 그것도 한번 파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네 원하시면 제가 경찰청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정훈은 차영미를 노려보았다.

지난번 일본 방위성을 비롯한 세 곳의 서버를 불태우면서 흔적을 남겼다.

일본에서 한국에 주소가 있는 해커 짓이라고 일본언론에서 난리를 쳤다.

주일대사를 초치할 만큼 심각한 외교 문제를 야기했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흔적을 남기지 않겠습니다.”

“일단 그건 놔두고 저 두 곳부터 정리하죠. 은수야, 우리 둘이 갈까?”

정훈이 은수를 보며 호기롭게 말하자 은수가 흠칫 놀랐다.

“아니. 난 현수 아저씨랑 갈게.”

“그럼, 박창수 씨랑 갔다 올게”

나누어서 같은 날 동시에 공격하기로 했다.

정훈은 오랜만에 본 이병석을 보았다.

“게임 개발은 순조로운가요?”

“네, 회장님이 지시하신 반향으로 궤도를 조금 수정하니까 서버가 폭발했습니다.”

“네? 정말요?”

정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병석의 아재개그에 나름 장단을 맞춰 줬다.

“하하하, 그만큼 인기가 많았습니다.”

“아 네, 놀랐네요, 흠. 잘됐어요. 저번에 이병석 사장님 괴롭히던 사람은 어떻게 지냅니까?”

이병석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아주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회의실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개인 비서로 쓰고 있습니다. 가방도 좀 들게 하면서요. 그동안 당한 거 신나게 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계약 때문에 퇴사하지 못하는 그.

직장인의 애환을 제대로 느끼는 중이었다.

“흠, 과유불급입니다. 조심하세요. 괜히 갑질로 인터넷에 이름 올라오면 그룹 이미지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네 회장님.”

정훈은 그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

“그리고 이병석씨는 이제 개발자가 아닙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제 사장이란 거죠. 개발자의 시선이 아니라 사장의 눈을 가져야 합니다.”

“아. 네”

‘안 그래도 고민이었는데 정확하게 지적하시네.’

“그 문제 때문에 회장님께 보고 드리고 싶었습니다. MBA 과정을 한번…….”

정훈이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최고 경영자 과정 등록했습니다. 거기서 인맥도 쌓고 하세요. 가서 목에 힘도 좀 주고 거들먹거리세요.”

“네?”

이병석의 눈이 찢어질 만큼 커졌다. 차영미의 입꼬리도 활짝 올라갔다.

이병석의 눈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정훈은 자리를 피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벌떡 일어난 그.

“회장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며 정훈에게 안기려 다가오는 이병석.

정훈은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참고 살짝 피했다.

옆에 있던 곽현수를 왁락 껴안았다.

곽현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뭐지? 저 반응은……’

회의를 마친 정훈은 박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을 끌 필요 없다.

만약 저기서 이석 회장이 먹는 마약이 제조된다면 하루빨리 쳐야 한다.

그의 흐릿한 의식은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은수와 곽현수는 신안으로 정훈과 박창수는 밀양으로 출발했다.

***

밀양의 깊은 산골에 어울리지 않는 표고버섯 농장.

어디에도 버섯을 납품하지 않았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외딴 섬 같은 곳에 있는 농장.

의심스럽기 그지 없었다.

“얼마나 데려왔습니까?”

“스무 명 정도입니다.”

“그럼 바로 들어갈까요?”

“네.”

선두에선 덤프트럭이 정문 바리케이트를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뒤에서 두 대의 포크레인을 밀어넣었다.

버섯 농장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습격에 허둥지둥 댔다.

포크레인의 긴 팔이 여러 차례 건물을 찍어 눌렀다.

안에 있었던 사람들이 황급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농장에 어울리지 않는 하얀색 전신 방호복을 입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박창수의 조직원들이 그들을 제압했다.

정훈은 안으로 들어갔다.

지독한 화학 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약을 만드는 사람에게 확인했다.

여기서는 필로폰만 제작하고 있었다.

박창수에게 지시해 그들을 전부 경찰서로 보냈다.

그리고 표고버섯 농장 바닥에 석유를 잔뜩 뿌렸다.

정훈은 라이터에 불을 붙였다.

-듀퐁

사람들의 영혼을 좀 먹는 공간.

불태워 버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화르륵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으며 검은 연기가 가득 찼다.

한편 은수와 곽현수 신안에 있는 창고를 급습했다.

그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곽현수의 지시 아래 창고를 습격하고 사람들을 경찰서로 보냈다.

그리고 다행히 거기서 이석의 마약을 대량으로 발견했다.

“도련님, 약을 일단 가져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공장은 확실히 불태우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거래처 명단 같은 것 없던가요?”

“네.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산 공장과 유통업자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 무사히 철수하세요. 서울에서 만나죠.”

“네.”

“아저씨.”

은수가 현수를 불렀다.

“왜?”

“여기 마약 만들기에 너무 아름다운 거 같아요.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와 산…….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좋아요. 포근하고.”

“그래? 정리하고 근처에서 가서 밥 먹고 올라가자.”

“네.”

은수와 곽현수는 박창수의 부하들에게 마약 공장 직원들을 인계했다.

그들이 경찰서 앞에 내려 줄 것이다.

다음으로 휘발유를 가득 부은 다음 불을 붙였다.

뜨거운 불길이 공장을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태웠다.

***

“여긴 다 한상차림 같은 거네”

“전 상관없어요.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요.”

근처 유명한 맛집으로 들어온 둘은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잎밥을 시켰다.

수십 가지의 반찬이 상을 가득 채웠다.

두 사람은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해 허기졌던 배를 서둘러 채웠다.

“정말 많이 먹었어. 정말…… 멈출 수 없는 맛이었어.”

“후우, 저도요. 이제 더 안 들어갈 것 같아요.”

은수가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후식으로 수정과 가져다드릴까요?”

백반집의 할머니가 두 사람에게 마지막 후식을 제안했다.

“네. 수정과 주세요. 저 그거 정말 좋아해요.”

“젊은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하던데…….”

잠시 후 할머니가 수정과를 가져오셨다.

“그런데 학생은 참 낯이 익어. 혹시 고향이 여기야?”

“아니요. 제 고향은…… 중부시예요.”

태어난 곳을 모르는 은수는 자신이 자란 곳을 고향이라고 대답했다.

“미안해요. 학생이랑 닮은 아이가 있었어. 네 살도 안 된 아이가 어찌나 이쁘던지……. 절에서 키우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사라졌어.”

갑자기 사라졌다는 말에 은수의 눈빛이 변했다.

“사라졌어요?”

“응, 하루아침에 절에서 사라졌어. 이름이 환이 그래 ‘이환’이었어. 외자였지.”

은수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귀에서 낯선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환아, 이환.’

‘방에 들어가 있어.’

‘조용히 해. 이환, 혼난다.’

날카로운 여인의 목소리만 귓가에 가득했다.

“그 애미라는 년이 아이를 어찌나 못살게 굴던지. 지금 같으면 아동 학대로 잡혀갔을 거야.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아이를 키웠어.”

주인 할머니가 옛 생각에 잠겨 이야기했다.

“아……. 그랬군요. 아저씨 이제 그만 가죠. 잘 먹었습니다.”

은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은수는 밖으로 나갔다.

몇 발자국을 걸어간 후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은수야, 정은수!”

“환아, 야 이환.”

은수의 귀에 두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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