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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17화 (117/200)

#117화

“은수야!”

바닥에 쓰러졌지만 은수의 의식은 또렷했다.

현수 아저씨가 부르는 목소리가 생생히 느껴졌다.

그의 목소리에 걱정이 가득했다.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환, 안 일어나?”

은수는 일어날 수 없었다.

의식을 잃은 척 바닥에 누워 있으면 조금이라도 덜 맞을 수 있었다.

실눈으로 앞을 보았다.

부처님께서 인자하게 웃고 계셨다.

여인의 손에 들린 작은 죽비가 아이의 여린 살갗을 다시 헤집기 시작했다.

“아이구 우리 환이, 이리 와. 할미가 업어 줄게.”

“오늘은 내가 업을 거야, 이리와 환이야. 이 할미 품에 안겨.”

“안돼, 오늘은 진짜 내 차지야.”

“어이구 우리 불쌍한 것, 이리 이쁜 걸 어찌 이리 괴롭히는지. 천하의 찢어 죽일 년!”

“우리 엄마 욕하지 마!”

아이는 엄마 편을 들며 울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가 더욱 안쓰러워 할머니들은 그를 꼭 껴안았다.

그들이 이환의 몸과 마음에 난 상처를 따뜻이 어루만져 주었다.

악몽에 시달리던 은수는 힘겹게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걱정스런 얼굴의 곽현수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저씨, 비밀로 해 주세요.”

“……그래.”

“올라가죠.”

“조금 더 쉬어. 계속 잠꼬대 했어.”

“뭐라고 했어요?”

곽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이야기해도 돼요. 저도 어렴풋이 기억나요. 꿈인지 과거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살려 달라고 하더구나……. 엄마에게.”

“꿈이겠죠. 엄마라는 사람이 그럴 리 있나요?”

“글쎄, 어머니도 여러 종류가 있지. 남자에게 미쳐 10살도 되지 않은 자식에서 동생을 맡기고 사라진 사람도 엄마는 엄마였지.”

서늘한 목소리였다.

곽현수의 얼굴에 쓰라린 미소가 서렸다.

“조금 더 자. 서울에는 늦게 올라간다고 이야기했다.”

“네.”

은수가 눈을 감고 잠을 청하자 곽현수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이거였었나? 은수가 그렇게 신경 쓰였던 게? 제기랄, 하필이면 더러운 경험을 공유했을 줄이야.’

곽현수는 차로 돌아가 차 안 깊숙히 숨겨 놓은 담배를 꺼냈다.

힘들 때만 피우기로 했던 담배가 이제 5개 남았다.

푸른빛을 띤 하얀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가슴 속에 버티고 있던 오랜 기억을 연기에 담아 날려 보냈다.

기억은 보냈지만, 응어리진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버려진 배신감은 그의 심연에 무겁게 꽈리를 틀고 있었다.

잠깐 고민했지만 보고 해야 했다.

“도련님, 은수가 기절했습니다.”

“네?”

곽현수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환이라고 했습니다. 그 아이를 찾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정훈은 전화를 끊었다.

‘이환.’

이씨 성을 가진 외자 이름.

이헌, 이석, 그리고 이환.

‘아니야, 아무 관련 없을 거야. 은수가 이환일 리 없다. 절대로.’

정훈은 논리적인 비약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환이 은수라고 해도 이헌, 이석과는 연결될 수 없었다.

황실 재건을 꿈꾸는 이씨 핏줄이 절에서 고아처럼 살 수 없었다.

정훈은 차영미에게 지시했다.

“이헌이란 사람을 찾아 줘요. 나이는 20~25세 전후로요.”

“이환? 나쁜 놈이에요?”

차영미의 목소리에 장난기 가득했다.

정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화기에는 침묵이 흘렀다.

“도려언님~~, 왜 말이 없으세요.”

차영미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 장난을 쳤다.

처음 듣는 싸늘한 정훈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렷다.

“차영미 씨.”

‘왜 이래? 오늘 좀 까칠한데.’

차영미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네, 회장님.”

“누구도 알면 안 됩니다, 절대로. 다시 말합니다. 이 이야기는 누구도 알면 안 돼요. 알겠죠?”

확답을 구하는 정훈의 목소리가 커졌다.

“네.”

차영미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콰콰광

통합화력격멸 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승진훈련장.

전투기가 지나가면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선글라스를 낀 천성한 장관이 거만하게 앉아 땅에서 솟구치는 불길을 보고 있었다.

하늘에서 전투기가 표적에 기관포를 쏘았다.

-두두두

‘윤정훈 새끼, 저기다 놓으면 일이 깔끔할 텐데.’

속으로 생각한 천성한은 옆에 앉은 한판수 회장을 보며 웃었다.

“회장님, 방산 분야에서 한호그룹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다 장관님 덕분입니다. 많이 도와 주십시오. 장관님.”

서로 공손하게 예의를 차리면 덕담을 주고 받았다.

화력 시범이 끝나고 한판수와 천성한은 성북동 대원각에서 만났다.

연예인 뺨치는 미모를 가진 정 마담이 들어와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야, 정 마담.”

정 마담이 한판수의 곁에 앉아 술잔을 채웠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정 마담이 의례적인 미소를 지었다.

한판수는 정 마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지분거렸다.

낮에 있었던 자주포의 사격 소리와 전투기의 천둥 같은 굉음 때문에 흥분한 한판수였다.

“오늘은 좀 더 놀다가지 그래? 내 비용은 서운하지 않게 지불하지.”

“아닙니다.”

정 마담이 거절했다.

“이봐, 왜 그렇게 비싸게 굴어? 나 한판수야. 한호그룹 회장 한판수!”

한판수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 짓을 원하시면 아이들을 넣어 드리죠. 즐겁게 해 드릴 겁니다.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굳은 얼굴의 정 마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어, 이거 몸 파는 년이 이렇게 뻣뻣해서야…….”

“크흠, 그만하지. 정 마담 그만 나가 보세요.”

천성한이 한판수를 제지하자 싸늘한 표정을 한 정 마담이 문을 닫고 나갔다.

“무슨 추태야?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이봐, 나 한판수야. 어디 천한 기생년이…….”

“이봐 말조심해! 누구 들으면 어쩌려고.”

“듣기 누가 들어. 그리고 또 들으면 어때 내가 틀린 말 했나.”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네 박현철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몇 대 맞더니 겁먹은 건가? 난 자네가 최소한 복수라도 할 줄 알았는데.”

“…….”

얼굴이 불어진 한판수가 거칠게 술잔을 비웠다.

“복수해야지. 뻣뻣한 그놈의 목을 부러트려야지. 흐흐흐.”

“자네는 법무법인 해송이 안 무서운가?”

천성한이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내 돈으로 먹고사는 변호사 놈들이 뭐가 무서운가? 내 집사나 다름 없는 것들인데.”

“그래도 그놈들 친구들이 검사, 판사들 아닌가.”

“상관없어. 다 돈 벌려고 판검사 하는 놈들이야. 돈 앞에 머릴 숙일거야.”

한판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박현철에게 당했던 모욕이 떠올랐다.

“이봐, 이번 기회에 박현철이 목을 날리는 게 어때? 요즘 윤정훈 때문에 천지회가 뒤숭숭하잖아. 천지회의 친위대가 괴멸된 상황이야. 그리고 박현철은 자기를 지켜 줄 무력이 없어.”

“허허, 술자리에서 한 농담을 무슨 진담처럼 받아들이나. 술이나 먹지.”

한판수는 진지하게 다가오는 천성한을 경계했다.

천지회 회원들 사이에 진실이 오가는 순간은 저승에서 만났을 때뿐이다.

“그래? 자네 보기보다 겁이 많나 봐. 박현철에게 제대로 겁먹었나 보군.”

‘저 새끼가 왜 계속 자존심을 건드리지?’

빈정상한 한판수는 술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이봐, 천성한이 말이 심한 거 아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괜히 사람 속만 뒤집지 말고.”

“박현철의 목.”

한판수는 천성한의 입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 그건 목숨만 거는 게 아니야. 가진 전부를 걸어야 해. 박수길의 해송 법무법인, 그 힘을 깨부술 수 있나?”

“물론. 내가 가진 힘이 지금 가장 위협적인 걸 자네도 알지 않나.”

한판수는 생각했다.

얼마 전 마약 공장이 파괴되고 천지회 소속의 조폭들이 절반 이상 괴멸했다.

친위대도 마찬가지였다.

남은 것은 강남을 장악하고 있는 조폭들.

그것이 천지회의 마지막 힘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가장 강력한 힘은 천성한이 비밀리에 키운 특수부대 조직들이다.

“이유가 뭐야?

“자네랑 같은 이유지. 사대부들의 목을 치고 싶어서지. 박현철이 내심 우리를 깔보는 건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물론이지, 아비에게 잔뜩 겁먹은 강아지 주제에……. 맨날 핏줄 타령이나 하면서. 크크크 ”

“대가리에 똥만 찬 놈들은 이제 보내야지. 하하하.”

천성한이 호탕하게 웃었다.

“원한다면 마음대로 하게. 난 중립을 지킬테니.”

“중립은 무슨 자네도 참전해야지. 모든 걸 걸 테니 자네도 걸게. 우리 둘이 천지회를 양분하는 거지. 자네는 경제를 나는 힘을.”

기분 좋게 장단을 맞추던 한판수가 정색했다.

“크흠, 자네 많이 취했군.”

“자넨 손을 떼는 건가? 아쉬운데……. 지금 함께하면 그래도 동업인데…….”

비릿한 천성한의 얼굴에서 한판수는 공포를 느꼈다.

“자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술은 여기까지만 하지.”

“그래, 오늘 화력 시범 때문에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랬나 봐. 그런 건 항상 정복욕을 자극하잖아.”

“그래.”

잠시 후 앳된 여인이 들어와 한판수의 손을 잡아 끌었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끌려 나갔다.

천성한이 크게 소리쳤다.

“이봐, 좋은 시간 보내게.”

혼자 남은 천성한은 전화기를 꺼냈다.

“시작하겠습니다. 협조하지 않으면 매장되도록 해야죠.”

“수고해 주세요. 항상 몸 조심하시구요.”

“네, 염려 마십시오. 한판수가 우리에게 붙으면 박현철을 치는 건 쉽습니다. 그런데 박수길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건 제가 처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자도 구린 냄새가 보통이 아닙니다. 제 손에 가진 것 절반만 풀어도…….”

“조심하세요. 무서운 자입니다.”

“네.”

천성한은 전화를 끊고 술잔을 비웠다.

박현철과 박수길을 치면 이헌을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그러면 그녀와 자신이 천지회의 모든 권력을 손에 쥔다.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천성한의 음흉한 웃음이 입가에 번졌다.

한편 정신없이 여체를 탐하던 한판수는 우당탕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뒤를 돌아보았다.

활짝 열린 문으로 건장한 남자가 플래시를 터트리고 있었다.

“뭐 하는 짓이야?”

“회장님, 많이 급하셨네. 민증은 확인했어야죠. 미성년자 성매매하셨네요.”

비릿한 웃음을 짓는 남자.

교성을 짓던 여인은 순식간에 울음을 터트리며 온몸에 스스로 상처를 냈다.

“저 새끼가 싫다는데 강간했어요. 이건 성폭행이에요. 흑흑흑.”

“아, 미성년자 성폭행이군요.”

카메라가 돌아가고 플래시가 터졌다.

정 마담이 한판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몸 파는 년한테 제대로 코가 꿰이셨네요. 우리 회장님.”

한판수 앞으로 간 정 마담이 그의 머리를 툭툭 내리쳤다.

“이봐 내가 미안하네, 정 마담. 장난이었어. 내가 사과할게.”

한판수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았다.

정 마담은 침대 옆에 있던 영롱한 유리 재떨이를 손에 쥔 다음 그 머리통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퍽

머리가 터지며 여기저기 피가 흩뿌려졌다.

정 마담은 침대 위에 쓰러진 그를 보며 짧게 말했다.

“천성한 장관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 모든 것을 지원해. 알겠어?”

“으으으”

한판수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올가미에 걸려 버렸다.

***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자신의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꼿꼿한 허리, 치켜 올라간 눈썹.

정정한 그의 기세가 느껴졌다.

서류를 검토하던 그의 입에서 고성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전하를 제대로 보필하는 게 사대부의 덕목임을 모르는 거야?”

“죄송합니다.”

“무릇 사대부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직언을 해야 하는 법이야.”

“네, 아버님. 명심하겠습니다”

“못난 놈!”

박현철은 부친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10분 넘게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천성한의 움직임은 어때?”

“별다른 건 없습니다. 전하의 명에 따라 윤정훈을 제거할 준비 중입니다.”

“그래? 그것만 할 놈이 아니야. 일송과 헤븐그룹이 무너졌다. 그리고 스타그룹의 전자와 전지가 넘어갔어. 천지회가 흔들린다고 생각할 거야. 분명 꿍꿍이가 있어. 천한 그놈 눈빛에 항상 욕심이 가득해.”

“별 볼 일 없는 무인, 힘 자랑이나 할 줄 아는 놈입니다.”

“멍청한 놈! 안일하게 생각하지 마. 네 놈에게 이 해송을 맡길 생각을 하니……. 어휴.”

“죄송합니다.”

머리를 조아린 박현철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박수길의 책상에 놓인 인터폰이 울렸다.

“박다혜 양이 왔습니다.”

“지금?”

“네, 곤란하시면 나중에 오라고 할까요?”

“아니야. 들여보내.”

“네.”

박현철이 입을 열었다.

“가 보겠습니다.”

“쯧 자식도 하나 제대로 통제 못 해서 어떻게 이 거대한 해송을 손에 쥐려는 건지…… 나가!”

박현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꾸벅 인사한 다음 방을 나섰다.

***

다혜는 옆에 있는 정훈의 손을 꽉 쥐었다.

함께 인사를 와 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의 집안과 자신의 집이 어떤 악연인지 모르지만 화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할아버지의 사무실 앞에서 있을 때 방안에서 호통 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

“언니, 누가 저렇게 혼나요? 신입 변호사예요?”

“아니, 그게…… 그게 말이지…….”

비서실 언니는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하지 못했다.

문이 열리고 나온 사람은 신입 변호사라기에는 경력이 너무 화려한 사람이었다.

대한민국 대검찰청 차장검사 박현철.

자신의…… 부친이었다.

‘할아버지가 아빠를 저렇게 엄하게 대했던거야? 나는 왜 몰랐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무시했다.

문밖을 나서는 그를 보고 고개를 획하고 돌렸다.

그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사라졌다.

그와 나는 선택한 길이 달랐다.

정훈이만 예의를 차리며 그에게 인사했다.

‘바보같이.’

“할아버지.”

“우리 공주 왔구나!”

박수길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다혜를 보고 환하고 웃었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오는 사내를 보고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노회한 그는 곧바로 얼굴을 풀고 인자한 미소로 그를 대했다.

“할아버지 제 남자친구예요. 같은 학교 같은 과.”

다혜는 학벌을 중시하는 할아버지에게 정훈도 같은 학과인 걸 강조했다.

“윤정훈입니다. 대법관님.”

“은퇴한 지가 언젠데. 젊은이 이름은 많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더군요.”

“감사합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많은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하하하, 겸손하기까지 하다니. 우리 다혜는 어디서 이렇게 대단한 남자친구를 얻었대?”

“칫, 할아버지, 그래도 제가 아까운 거 아니에요. 네?”

박다혜는 할아버지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그렇지. 우리 다혜가 아깝지. 법대 다니면서 사법고시를 수석합격 사람이 네가 처음이지?”

“네.”

기분이 좋아진 다혜가 환하게 웃었다.

“할아버지. 오늘 인사드리러 왔어요. 사법고시 합격한 것도 알려 드리고 남자친구도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그래 잘했어. 참 다른 변호사들한테 아직 인사 안 했지?”

“네.”

“그럼 온 김에 가서 인사하고 와. 이제 정말 선배님들 아니냐?”

박다혜는 정훈에게 일어나라고 눈짓했다.

“다혜야, 이 친구는 여기 좀 둬. 할애비랑 잠깐 이야기나 나눠야지.”

“네?”

박다혜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정훈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갔다 와. 난 대법관님이랑 이야기하고 있을게”

“그래.”

다혜가 나가고 박수길 대법관이 정훈은 보았다.

인자했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자네, 여기랑 일송이랑 다를 것 같나? 자네 아비와 어미가 방심해서 죽은 걸 잊었나?”

“제가 방심해서 왔겠습니까?”

정훈은 박수길을 쏘아보며 대답했다.

‘일부러 왔다는 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박수길은 자신만만한 얼굴을 한 정훈을 보았다.

“허울뿐인 해송이 무너지고 있는데 대법원장님만 모르시네요.”

정훈의 말에 박수길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매섭게 부딪히고 있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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