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22화 (122/200)

#122화

헌법재판소장 고민수 판사.

백발에 수수한 정장.

돈에 대한 탐욕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식 때문에 박수길에게 약점 잡혀 있었다.

차영미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자식분들이 속을 많이 썩였습니다.”

“허허, 어쩔 수 없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지 않은가.”

“그것 때문에 박수길의 수하가 된 겁니까?”

“수하라니, 말조심하게. 딱 한 번 그에게 더러운 부탁을 했어. 박수길이 그때 말했지, 훗날 자신의 부탁을 한번 들어달라고”

“그게 지금입니까? 박수길의 부탁이 대통령을 탄핵하는 판결을 내리라는 겁니까?”

“그렇네.”

“무슨 일이었습니까?”

잠시 주저하던 고민수가 입을 열었다.

고민수 판사의 아들은 학교폭력의 희생양이었다.

속으로만 참고 있던 아들은 결국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천운으로 다리 하나만 부러진 채 목숨을 건졌다.

부모로서 아들의 고통을 몰랐던 게 한스러웠다.

가해자를 죽이고 싶었으나 자신은 법관이었다.

개인적인 복수는 법관의 양심에 어긋났다.

고민수는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박수길과의 술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박수길이 도와준다며 말만 하라고 했다.

그래서 농담 삼아 죽여달라고 했다.

박수길은 진짜 죽이는 건 어렵지만 죽을 만큼 힘들게 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언젠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장난 같은 그의 제안을 수락했는데…….

며칠 뒤 정말 악랄했던 가해자가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절단되었다.

담담하게 지난날을 이야기하는 고민수 재판관의 얼굴에는 후회가 서려 있었다.

“후회합니까?”

“아버지로는 아니네. 다시 선택하라고 했어도 그랬을 거야. 하지만 법관으로선 후회하지.”

“탄핵 판결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게 무엇이든 약속을 지켜야지.”

“흠, 제 협박도 안 통하겠군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가족을 찾았어. 값을 치러야지. 판결이든 목숨이든.”

“흠, 일단 기다리세요. 좀 이상합니다. 보통 일진은 공부 잘하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런가?”

학교생활이 그렇다.

싸움 일진도 우등생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선생님께 찍히기 때문이다.

“아드님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고현민이네. 이번에 검사가 됐어. 허허허”

“네? 고현민이요?”

“왜 아는 사람인가?”

“아, 아닙니다.”

아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회기 전 자신과 함께 죽음을 겪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현정옥의 상속자임을 알려준 변호사.

지난 생에 왜 고현민이 할머니의 대리인이었지 어렴풋이 이해했다.

고민수 판사의 죽음에 천지회가 어떤 식으로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리라.

원래 역사에서 고민수 재판관은 탄핵 판결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아마 법관으로서의 양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재판관님, 제 추측이지만 어쩌면 모든 게 박수길의 계략일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는 믿지 않았다.

정훈도 사실 믿기지 않았다.

“제가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그때까지 어떤 선택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 알겠네.”

정훈은 고현민의 인적 사항을 받아서 천진혁과 차영미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현민을 악질적으로 괴롭힌 일진 가해자는 부산에서 전학을 왔다.

부산 주소가 천사 보육원, 천지회의 살수들을 키우던 그곳이었다.

정훈은 고민수를 다시 찾았다.

그에게 차분하게 모든 일을 알렸다.

“뭐? 천지회라고? 박수길이 거기에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거야?”

“네.”

“소문으로 듣던 그놈들이 실제하는 것이었나?”

“소문보다 더 잔인하고 거대한 놈들입니다.”

얼굴을 찡그린 고민수는 여전히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믿으셔야 합니다. 제가 그 보육원에서 살수로 키워지던 아이를 구해왔습니다.”

정훈은 고민수에 증거 서류를 보였다.

판사인 그는 서류를 검토했다.

이마의 주름이 더욱 깊게 새겨졌다.

고마웠던 동료였던 박수길은 사라지고 자신에게 올가미를 씌운 사람만이 남았다.

“잘 알겠네. 판결은 공정하게 헌법 정신에 맞춰 이뤄질 거야. 걱정하지 말게.”

“감사합니다.”

“아니야, 내가 고맙지. 감춰진 진실을 밝혀주지 않았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네.”

그의 눈에서 이채가 서렸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법관과 맞먹는 파워를 가진 자리다.

그곳의 수장이 각성했다.

정훈은 두 번째 목표인 방승헌 재판관을 호텔로 불렀다.

목에 힘을 가득 넣은 채 방으로 들어온 그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부동산 투기, 음주운전 무마, 성매매, 재벌 기업에 받은 골프장 회원권.

그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이봐, 이 정도 없는 고위 법관이 있는 줄 아는가? 이 정도를 해야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어.”

비릿한 웃음이 그의 얼굴에 가득 찼다.

정훈은 그의 음흉한 얼굴을 보고 생각했다.

‘하긴 모든 재판관이 고민수 헌법재판관 같을 순 없겠지.’

“얼굴을 보니 이미 탄핵 판결을 내렸군요.”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격이 떨어지는 자를 둘 수 없지 않나?”

구한수가 지방대학교 출신을 비꼬아서 하는 말이었다.

사법고시를 차석으로 합격하고 생계 때문에 바로 변호사가 된 그.

하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그의 평생 족쇄였다.

“판결을 내리려면 정당한 논리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근본이야.”

신념에 찬 목소리였다.

그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론하고 설득하고 타협하는 것은 말이 통하는 사람들에게 해야 한다.

“그럼 이것도 그럴까요?”

정훈은 그 앞에 세 장의 사진을 건넸다.

아들의 마약, 딸의 호스트바 출입, 그리고 아내의 불륜이었다.

그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근본 있는 집안인데 가족들이 문제가 많네요. 이유를 아십니까?”

“…….”

“가족에 소홀히 하니 그렇죠.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는데, 다들 대답을 못 하시더군요.”

“이, 이……”

그의 주먹이 하늘로 치솟았다.

정훈은 경고했다.

“잘 생각하세요. 그 손을 내리치면 전 언론사에 배포됩니다. 가족들의 일탈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거죠. 방 판사님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겁니다.”

가족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의 명예를 중시하는 자였다.

허공에 멈춘 그의 주먹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치졸한 협박이나 하는 놈.”

“더러운 위선자보다는 낫습니다.”

“제대로 판결을 내리세요. 법관의 양심에 따라서요. 그게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는지 모르지만.”

정훈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분노? 저 눈에 공포를 심어야 한다.’

“이건 당신 사생활입니다. 맛보기로 공개하죠. 아, 어쩌면 사람들은 여기에 더욱 관심을 보이겠네요.”

“그, 그건…….”

자신의 은밀한 성향이 나오자 겁을 집어먹었다.

“어떻게 할까요?”

“제발, 부탁이네.”

정훈은 전화를 걸었다.

“지금 공개하세요.”

정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안돼, 부탁하네. 제발 그것만은 막아주게.”

정훈은 대꾸하지 않고 일어섰다.

그는 법관의 체면에 팽개쳐 놓고 정훈의 다리를 잡고 사정했다.

“제발 부탁합니다. 제가 똑바로 하겠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누구라도 자신의 추잡하고 수치스러운 행위가 전 국민에 노출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당신이 하는 걸 보겠습니다.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의 뺨을 힘껏 후려졌다.

“아, 동영상에서는 이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 제 감사의 표시입니다.”

반대쪽 뺨도 힘껏 쳤다.

마음 같아서는 그를 인천 창고로 데려가 흠씬 두들겨 패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고려해서 참았다.

헌법재판관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정훈은 이 정도면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리라 생각했다.

정훈은 전화를 걸어 차영미에게 보류하라고 전했다.

“보스, 그 재판관님은 왜 그렇게 맞는 걸 좋아한 데요?”

“글쎄요? 사람 성향이 다다르니까요. 원래 판사님들이 스트레스가 심한 직종입니다.“

법률가가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한지 훗날 고위급 검사장이 길거리 음식점 앞에서 공중을 상대로 자위를 하다 검거되었다.

변태적인 그의 행동에 전 국민이 경악했다.

그가 그런 행동을 저지른 이유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어휴, 아무리 그래도 회초리와 채찍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네요. 크크크”

탄핵심판은 9명의 헌법재판관중 과반수에 의해 결정된다.

제대로 판결 내린다면 당연히 기각이다.

원래부터 탄핵당할 사유가 없었다.

탄핵 사유도 되지 않은 거로 탄핵당한 상황.

결국, 그를 끌어내리겠다는 천지회의 의중이었다.

정훈도 손을 써야 했다.

3명은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었다.

2명을 확보했다.

4명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다 기회주의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이제 역사의 흐름대로 열린당이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

민심을 읽지 못한 민주당과 보수당이 저지른 역풍은 어마어마했다.

시민들은 서울의 밤을 촛불로 환하게 밝히며 국회의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

시민들도 잘못된 탄핵이란 걸 느끼고 있었다.

민주당과 보수당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국회의원 선거.

열린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흘러갔다.

2004년 4월 15일 제17대 총선 투표가 시작되었다.

그날 오후 정훈은 조영진을 호텔 스위트룸에서 만났다.

“기분이 좋으시겠습니다. 어르신.”

“좋긴 한데…… 기분을 억누르는 중이야.”

“왜 누릅니까?”

“하늘로 붕붕 날아갈 것 같아서.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지. 분수를 잊어버릴 수 있거든.”

정훈은 괜한 걱정을 했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그가 권력에 취해 폭주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찬희 의원과는 어떻습니까?”

“흠, 내가 실세가 됐지. 허허허”

“자네가 큰 힘이 되었다고 이찬희 의원이 말하던데, 어떻게 홀린 건가?”

“제가 가진 걸 크게 배팅했습니다.”

“흠, 얼마를 했길래……. 설마 천억을? 아니야. 아무리 자네라도 그 정도로 돈을 넣진 못했을 거야.”

“흐흐흐, 비밀입니다, 어르신.”

정훈은 입이 근질거렸지만 참았다.

‘1조’

누가 그 금액을 베팅했다고 상상할 수 있을까?

조영진은 자신 앞에 놓인 물을 들이켠 다음 물었다.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는 뭔가?”

“선거는 열린당이 압승할 겁니다.”

“확신하는가?”

“네, 질 수 없는 선거였습니다. 구한수 대통령이 좋은 미끼가 되었습니다. 민주당과 보수당이 미끼를 물었지요.”

“허허허, 그런가? 자넨 구한수가 거기까지 생각한 거라고 보는군. 어쨌든 이제 여유롭던 좋은 시절은 다갔구만. 많이 바빠지겠어.”

“바쁘실 겁니다. 그런데 올해가 열린당의 정점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이 생각보다 짧을 수 있습니다.”

조영진은 정훈을 보았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확신하는 거지?’

사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아직 당내에서 화합적 결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

혼란이 생길 것 같아 걱정이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분명히 거대한 반격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다.

짧은 정점과 긴 하락…… 뿌리가 얕으면 말라죽을 수도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나?”

“국민만 보고 가십시오. 해야 할 입법은 최대한 서둘러야 합니다. 초반에 밀어붙이지 않으면 천지회 놈들에 의해 저지당합니다.”

“알겠네. 이번에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20명 넘게 당선되었어. 그 정도 세력이면 사람들을 더 끌어당기지. 그 힘으로 개혁 입법을 밀어붙이겠네.”

“그리고…… 구한수를 끝까지 안고 가십시오.”

“알겠네. 나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정치인이니 어렵지 않아. 걱정하지 말게. 그건 그렇고 탄핵은 어떻게 될 것 같나?”

“기각되도록 하겠습니다.”

“…… 하겠다…… 자네가 힘을 쓰고 있나 보군.”

“네.”

“허허, 이거 원 너무 거대해지더니 이젠 무서워지려 하네. 하하하”

“천지회가 개입된 탄핵입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이야, 자네가 있어서.”

조영진의 얼굴엔 정훈에 대한 신뢰가 가득했다.

조영진과의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정리되었다.

그는 자신의 힘을 활용해 좋은 법안을 상정할 것이다.

열린당의 힘이 가장 센 지금이 천지회를 압박해야 할 때다.

선거가 끝나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던 헌법재판소는 드디어 탄핵 심판에 대한 선고를 내렸다.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헌법재판소장 고민수.

탄핵이 기각되었다.

시민들은 환호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대통령의 환한 얼굴이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세상일은 웃는 사람이 잊으면 반대로 우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

“미친 것들이 감히 내 명을 거역해?”

박수길은 손에 쥔 리모컨을 집어 던졌다.

그런데도 분이 풀리지 않아 티비를 들고 바닥에 내리쳤다.

-퍽

‘어떻게 된 거지? 분명 고민수는 긍정적인 뉘앙스였다. 방 판사도 탄핵에 동조하는 의견이었는데…… 어떤 놈이 수를 쓴 거지?’

박수길은 누가 자신의 계획을 방해했는지 고민했다.

윤정훈? 이석?

둘 중 하나였다.

이석이 그랬다면 큰일이다.

아직 그에게 숨겨진 힘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윤정훈이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재계에만 발휘되는 그의 영향력이 법조계까지 치고 들어온 것이다.

자신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박수길의 전화가 울렸다.

“당장 들어오세요.”

박수길은 이석의 호출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회장실로 들어가자마자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렸다.

“일어서세요. 사대부 체면이 있지. 쯧. 이리와 앉으세요.”

“전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분명 자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이석의 얼굴에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박수길은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이석, 네 놈 짓이구나. 멍청한 네 놈이 일을 그르친 것이구나.’

박수길은 이석이 개입해 탄핵 판결이 기각된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얼굴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됐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겁니까? 그의 지지율이 너무 높아졌습니다.”

박수길은 머리를 굴렸다.

임기응변이라도 그를 만족시켜야 한다.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단 그의 정책에 제동을 걸겠습니다.”

“뭘요?”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위헌 소송 중입니다. 위헌으로 결론 내도록 하겠습니다.”

“자신 있습니까? 박 영감님. 이미 끈 떨어진 호랑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이번엔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이번엔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우리 허락도 없이 감히 천도를 논하다니.”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그래요, 열심히 하세요. 나가 봐요.”

박수길이 나간 뒤 얼마 후 하인선이 들어왔다.

“어머님”

“준비가 거의 끝나갑니다. 이번 기회에 버릇없는 사대부 놈들 제대로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 하겠습니다. 어머님”

“우리 황제는 이 어미만 믿으면 됩니다. 제가 우리 아드님 가는 길을 막는 건 모조리 쓸어 버리겠습니다.”

하인선의 얼굴에 서늘한 살기가 서렸다.

이석도 그녀의 기세에 눌려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이리 오세요. 내 황제! 이 어미가 한 번 안아 보고 싶습니다.”

“네, 어머니”

하인선은 이석을 자신의 품에 꼭 안았다.

‘이 어미는 너만 있으면 돼. 너를 해하려는 건 모조리 죽일 거야. 그게 네 아버지라도’

그녀의 눈에는 남몰래 감춰뒀던 지독한 살기가 다시 떠올랐다.

***

정훈은 성북동에 있는 대원각으로 갔다.

기품있는 한옥이 몇 채나 되는 대궐 같은 고급 요정.

지난번 할머니와 온 이후로 두 번째였다.

회원제라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이었다.

들어가면서 지나친 종업원의 얼굴 중에서 한 사람이 낯익었다.

‘누구지? 분명 한번 본 적 있는데.’

기억을 더듬었다.

마침내 기억해냈다.

예전에 수금재를 습격했을 때 잡지 못했던 매니저였다.

인사파일에서 사진으로만 봤지만 분명 그녀였다.

‘왜 여기에 있지? 설마 수금재와 관련이 있는 건가?’

안으로 들어가자 미모의 여인이 다가와 정훈에게 인사를 했다.

중년은 안됐지만 20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젊었다.

얼굴도 웬만한 연예인을 능가하면 미모였다.

“정 마담입니다. 윤정훈 회장님 맞습니까?”

“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따라서 오시지요.”

여인은 안으로, 더 안으로 갔다.

마침내 문 앞에 도착한 그녀가 문을 열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지요.“

정훈이 안으로 들어가자 그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윤 회장”

“반갑습니다.”

대원각의 가장 깊은 밀실에서 구한수 대통령이 윤정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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