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미친놈인가?’
정훈은 그들의 모습이 우스워 일단 뒷걸음질 쳤다.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이상 말렸다고 바로 주먹을 내지르지 않는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약은…… 빨지 않았다.
눈동자의 초점은 분명했다.
분노를 조절하는 기관이 망가진 것 같았다.
저게 없으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망가진 분노 조절 기관을 새로 선물하기로 했다.
“길 한가운데서 사람을 패면 됩니까? 그만하시죠.”
“뭐 이 새끼야!”
그 남자는 정훈의 차를 힐긋 보았다.
정훈도 그를 따라 자신이 탄 차를 보았다.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 찼다.
테스트 용이었지만 자신이 타는 차를 무시하자 기분이 나빠진다.
“굴러가냐? 저런 똥차. 아, 아스팔트 껌딱지에 붙으면 안 간다고 하던데…… 진짜냐?”
그 말을 듣자 정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도 그렇고 저 자식도 그렇고 하여튼 없는 것들이 꼭 설쳐요. 니미 민주주의가 나라를 개판으로 만들었어.”
“그래?”
“그래? 이게 감히 어디서 반말이야?”
‘반말은 네가 먼저 했는데……’
“나이도 어린 새끼가……”
‘개념을 상실했으니 개념도 많이 선물해야 할 것 같은데…….’
그들에게 줄 선물을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남자의 주먹이 정훈의 눈을 향했다.
깜짝 놀라 황급히 피했다.
‘이게…….’
정훈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자신의 주먹을 남자의 얼굴 한가운데에 선물했다.
-퍽, 퍼벅, 퍼퍼퍼퍼벅, 퍽, 퍼벅
파도처럼 출렁이는 리듬으로 춤을 추듯이 가벼운 손짓, 발짓으로 어루만져 줬다.
“하아……, 하앙…….”
바닥에 쓰러진 그들의 입에서 더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파서 내는 게 확실하지?’
정훈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자신 앞에 쓰러져 있는 두 남자를 보았다.
정신을 차린 남자가 고개를 쳐들었다.
그의 눈에서 전투 의지가 가득해 보였다.
정훈이 발을 들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우리 사촌 형이 KP 그룹 회장이야. 죽여 버릴꺼야. 개새끼, 사돈의 팔촌까지 망하게 해 주겠다.”
“뭐? KP 그룹? 이런 나 실수한 건가?”
“크크크, 왜 무서워?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정훈의 손바닥이 남자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윽.
이 정도로 끝내서 될 놈들이 아니다.
정훈은 그들의 차에 있는 야구 방망이를 보았다.
분명 이걸로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을 것이다.
오늘은 역지사지다.
“엎드려.”
“왜, 왜 그래? 이제 그만하지…… 그만하세요.”
“확, KP그룹 회장님 사촌 동생이라면서, 어서 엎드려.”
정훈이 야구 방망이를 하늘로 치켜들자 황급히 엎드려 뻗쳤다.
“숫자 세. 내가 맷값은 제대로 쳐줄게.”
엉덩이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윽, 윽, 윽
연속 세 대.
“죄송합니다. 살려 주세요.”
“빨리 엎드려라. 허리 나간다.”
-퍽, 퍽, 퍽, 퍽
“남은 3대는 다음에 할 거니까 항상 조심해. 알겠어?”
“네, 형님. 죄송합니다.”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빈다.
정훈은 그들에게 맷값을 얼마로 줄까 고민했다.
마음 같아선 한 대당 일억씩 던져 주고 싶었다
돈 자랑하는 그들에게 돈으로 모멸감을 선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돈은 아껴야 한다.
주머니에 있던 잔돈을 바닥에 던졌다.
-쨍그랑.
동전이 아스파트에 부딪치는 소리르 내며 또르르 굴렀다.
“모자라면 여기로 찾아와.”
명함을 던지자 피땀으로 얼룩진 빰에 철석 붙었다.
“신화그룹 윤정훈…… 설마 그 신화그룹 윤정훈?”
정훈을 얼굴과 명함을 번갈아 본다.
“그럼 다음에 봅시다. 모자라면 맷값 받으러 꼭 와라.”
정훈은 차에 올라탔다.
그들에게 분노 조절 스위치와 개념을 선물했는데 잘 받았는지 모르겠다.
상쾌한 기분, 정훈은 속도를 높이고 싶어서 엑셀레이터를 깊숙히 밟았다.
-우우우웅
엔진이 요란하게 울리며 거칠게 부르짖었지만, 속력은 나지 않았다.
-쩝.
자신의 부가티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도로에서 모욕을 당한 KP 그룹 회장의 사촌 추경훈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 모욕을 반드시 갚아야 했다.
“형님, 신화그룹 그 새끼가 저한테 한 짓을 보세요.”
경훈은 자신의 흉측한 얼굴을 사촌인 KP그룹 추경석 회장에게 들이밀었다.
사촌형 추경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일단 가만있어. 그놈이 배가 불렀지. 내가 반드시 복수해 줄게.”
“어떻게 할 겁니까?”
다그치는 사촌 동생 때문에 기분이 상한 추경훈의 눈썹이 치솟았다.
-짝.
추경훈의 얼굴에 붉이 났다.
“내가 복수한다고 했지? 병신 같은 게 그룹 이미지에 먹칠이나 하고. 너 좀 더 맞아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골프채를 잡으러 갔다.
“아, 아닙니다. 형님. 그만 가 보겠습니다.”
추경훈이 황급히 나가자 추경석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
허공을 노려보는 그의 얼굴에 음흉한 웃음이 흘렀다.
“흠, 이제 슬슬 손봐줘야겠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는군.”
***
“현재 의료 기술로는 이 상태가 최상입니다. 죄송합니다. 장관님.”
국군수도병원장이 송구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 나가 보게. 어쩔 수 없지.”
병원장이 장관실을 나가자 천성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티비 앞으로 다가갔다.
신화그룹의 한호 테크놀로지 인수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신화그룹 한호 테크놀로지 전격 인수.’
‘한호 테크놀로지 상한가.’
‘한호그룹 한판수 회장 은퇴. 그룹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화.’
‘한판수 두 번째 도전을 위해 미국 출국.’
모든 게 어그러졌다.
한호 테크놀로지를 가지면 육군의 장성들 30퍼센트를 추가로 장악할 수 있었다.
자신의 손에 육군 통수권이들어왔을 것이다.
해군? 상륙도 못할 놈들.
공군? 활주로에 자주포 몇 방, 아니 공항만 장악해도 끝난다.
모든 계획의 출발점이 한호 테크놀로지였는데.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뉴스에 윤정훈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의 이마에 핏줄이 툭툭 솟아 올랐다.
“즐겨라 정훈아. 곧 네 모든 걸 내가 가지 마.”
천선한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전화벨이 울렸다.
“저예요. 몸은 어때요?”
“이제 괜찮아. 당신은 잠은 좀 자는거야?”
“네. 술이 있으니까요.”
“술…… 너무 많이 먹지 말고.”
“걱정 마세요. 이헌이 준 약 성분이 뭐였죠?”
“잠시만, 지금 확인해 볼께.”
천성한은 책상 서랍에서 봉인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한판수를 제거하려던 날 올라왔는데, 정신이 없어 이제야 확인한다.
“이런 미친 새끼!”
서류를 보던 천성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야, 미친 이헌새끼 죽여 버리겠어.”
거친 목소리였다.
“왜 그래요? 무슨 약이에요?
“메틸아프로티오, 정신을 공격해 감정과 사고를 말살해. 공격적인 성향만을 자극해. 이……”
“……”
하인선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흐른 침묵은 갑작스런 날선 웃음에 밀려났다.
“하하하, 이헌. 꼴에 남자라고 나름대로 반항은 하네요. 그 약을 구해 줘요. 아들이 먹는 약이면 당연히 아버지도 먹여야죠.”
“괜찮을까?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질 텐데.”
“괜찮아요. 어차피 오래 살 사람도 아닌데 마음껏 즐기면서 가게 해야죠.”
“알겠어.”
“천장관 장관님!”
하인선이 단호한 목소리로 불렀다.
“왜?”
“내 아들 이석의 아버지는 절대 나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실패는 괜찮아요. 하지만 포기하는 건 별로예요. 당신의 여자를 실망하게 하지 마세요. 기회는 다시 와요.”
이환이 살아 돌아오고 이석의 비밀이 들통난 지금.
불안했는데 하인선이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그녀.
역시 핏줄은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흔들리면 안 되지. 고마워.”
“다시 연락할게요.”
전화를 끊은 천성한은 한판수와 작성한 계약서를 꺼내 불을 붙였다.
활활 타오르며 검은 재가 되는 계약서.
‘윤정훈, 너도 이렇게 활활 태워 주마.’
천성한의 눈에 다시금 검은 의지가 불탔다.
***
“회장님, 한 회장님 부녀 오셨습니다.”
정훈은 한판수와 한유라를 맞이했다.
출국 전 인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그럼, 자네 병원에서 푹 쉬니까 몸이 30대가 된 거 같군.”
“감사합니다, 회장님. 신화병원 병원장님이 병원 매출을 크게 올려 주셨다고 감사하답니다.”
“하, 그 녀석이 그래서 비싼 비타민을 그렇게 추천했었군. 소주 한 병 달라고 노래를 했는데 주지는 않고.”
한유라의 서늘한 눈빛이 아버지의 얼굴을 사정없이 쏘아댔다.
“술 먹다가…… 죽을 뻔한 분이 술 타령이에요?”
“크흠.”
한판수가 헛기침으로 말을 끊었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유라가 정훈에게 말했다.
“사람 목숨이 걸려 있는데 죽게 내버려 둘 수 있나요. 그리고 저도 아버님을 구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그래도 정말 고마워요.”
한유라가 수줍은 듯 정훈에게 말했다.
‘저 말 하는 게 부끄러운가?’
“미국 가면 바쁘시겠군요.”
“네.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매진할 거예요. 태양광과 수소전지 산업에 뛰어들 생각이고요. 2차전지는 경쟁력이 부족할 것 같아서요.”
“좋은 선택입니다. 투자 필요하면 말씀하십시오. 우리 신화그룹도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번 매각 대금으로 실탄이 충분하지만 그래도 자금이 많이 들 것 같아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한유라가 손을 내밀었다.
정훈도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
손을 놓지 않는다.
정훈은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시선을 보았다.
할 말이 많아 보였는데…….
“흠흠, 유라야 늦었을 때라고 생각했을 땐 많이 늦은 거야.”
한판수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당황한 그녀가 아버지를 쏘아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욧? 아버지가 생각하는 그런 말 아니에요.”
“그래? 아님 말고. 참 윤 회장, 한호 테크놀로지 잘 부탁하네.”
“네, 회장님. 앞으로 세계 제1의 방산 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정훈의 말에 한판수가 기대감을 나타냈다
“멋지군. 세계 1위라……. 나는 감히 꿈꾸지 못했는데 자네는 가능 할거야.”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도움은 무슨. 그런데 자네 손에 해군의 절반과 육군의 1/3이 좌지우지되는데…… 설마 쿠데타 같은 거 일으킬 건 아니지? 하하하.”
“하하하, 쿠데타 말씀입니까? 21세기에 가능하겠습니까? 혹시나 그런 헛된 생각하는 놈들이 있다면 날뛰지 못하게 해야겠지요.”
한판수의 눈빛이 짧은 순간 빛났다.
‘역시, 모종의 음모가 있는 것 같은데, 천지회는 분명히 아니었고…… 천성한이 개인적으로 꾸미는 건가?’
그는 한호 테크놀로지가 신화그룹으로 들어간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도 신화그룹을 흔들 수는 없다.
“천성한을 조심하게. 무서운 놈이야. 알려지지 않은 게 많아.”
“알겠습니다. 회장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정훈은 한판수를 보았다.
욕심 많고 표독스럽던 그가 인자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여유롭고 위트가 넘치는 분이었습니까?”
정훈이 물었다.
“물론이지. 원래 이렇게 살고 싶었어. 한번 죽다 살아나니 더 미룰 수 없더군. 이제 다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려고.”
“멋지십니다. 욕심 가득한 얼굴이 이제 조금 평화로워 보입니다.”
“뭐? 조금? 아직 더 내려놔야 하는가 봐. 갈 길이 멀구만, 허허. 이봐……, 윤 회장…… 고마워, 정말 고맙네.”
한판수의 얼굴에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였다.
“사실 이 말을 내 입으로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여기 왔어. 물론 유라가 꼭 인사해야 한다고 극성을 떤 이유도 있지만.”
“아닙니다. 회장님. 새로운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다음에 만나면 내가 좋은 위스키 준비해 놓겠네. 아, 그리고 혹시…… 여자친구 있나.”
핀잔을 줄 것 같았던 한유라도 귀를 쫑긋했다.
“네, 있습니다. 박현철 총장님 딸입니다.”
“뭐? 박다혜? 유라야 안 되겠다.”
얼굴과 미모를 겸비한 완벽한 신붓감으로 소문난 박다혜였다.
한유라의 얼굴이 잠깐 어두워졌다가 펴졌다.
“아빠, 무슨 말이에요. 이제 그만 일어나요. 저희 그만 가 볼게요. 그럼 건강하세요.”
한판수와 한유라가 방을 나갔다.
한호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되고 정훈은 한호 테크놀로지와 그의 연기군 토지를 2조에 매입했다.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언젠가 행정복합도시가 되어 연기군 땅값이 폭등하면 한판수의 속이 쓰릴까?
아니다. 그는 이제 욕심 없는 인자한 노인이었다.
***
정훈은 오랜만에 중부시에 들렀다.
신화고등학교 이사장인 할머니를 찾았다.
정원을 손질하고 계셨다.
“이 노친네야 이걸 왜 뽑아?”
현정옥 여사가 옆에서 풀을 뽑는 일꾼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평소에 저럴 분이 아닌데……
의아했다.
“어? 잡초 아니야?”
“잡초 같은 소리하고 있네.”
“할머니!”
할머니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정훈이 왔구나. 전화하고 와야지.”
“할머니한테 오는데 왜 전화하고 와요?”
“할미도 사생활이 있지 않겠니……”
할머니가 계속해서 일꾼을 힐긋거리며 눈치를 줬지만, 그는 묵묵히 풀을 뽑고 있었다.
모자에 마스크, 선글라스까지 두른 탓에 정훈은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거 잡초 아니라니까! 어휴, 이제 그만 가 봐!”
“아니, 정훈…….”
할머니가 일꾼의 발을 강하게 밟았다.
-윽
정훈의 귀에 들린 그의 목소리는 매우 낯익었다.
‘아, 요즘 같이 사시나? 결혼도 안 하고?’
“아이고, 구창훈 AR 그룹 회장이 풀 뽑다가 죽겠네.”
정훈이 피식하고 웃었다.
엄살을 피우는 남자는 내 여자라며 드러내고 싶고 부끄러운 여자는 감추고 싶은 건가?
이 정도 했으면 알아차려 주는 게 예의.
“구 회장님은 더 정정해지신 것 같습니다.”
“아니, 어떻게 알았어?”
이름을 말했는데 모를 수가……
할머니가 그를 흘겨보았다.
“여기까지 웬일이야?”
“한판수에게 팔았던 연기군 땅을 다시 샀습니다.”
“그래? 싸게 사서 비싸게 파고 다시 싸게 샀다고?”
“네.”
“하여튼 내 손자지만 재주가 있어.”
“그럼 얼마를 번 거야?”
구창훈 회장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직 얼마 안 됩니다. 이제 더 비싸게 키워 봐야죠.”
“어떻게?”
“거기에 신도시를 지을 겁니다.”
“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라스베이거스도 아무것도 없는 사막이었습니다. 혹시 모르죠. 언젠가 그곳으로 대한민국 수도가 정말 이전할지 모르잖아요.”
현정옥과 구한수가 정훈을 보았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미친 소리 하네.’
하고 비웃었겠지만 정훈의 말은 무게감이 달랐다.
그는 자본이 있고 거대한 건설 회사도 있다.
할 수 있다고 마음먹으면 못할 게 없었다.
거기다 실패하지 않는 능력.
다들 돈 귀신이 붙었다고 부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훈이 회사를 사면 초호황이다.
대표적인 게 조선업이었다.
돈을…… 쓸어 담는 수준이 아니라 포크레인으로 퍼담는 수준이다.
거기다 게임 회사도 엄청난 영업이익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대가 되는데. 그런데 자네 드래곤 자동차 혹시 관심 없나?”
“드래곤 자동차요? 무슨 일 있습니까?”
정훈은 일단 모르는 척 했다.
“이번에 매각 공고 났는데. 나는 자네가 인수전에 뛰어들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정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입맛을 다셨다.
화룡정점의 마지막 단계, 자동차 회사를 인수할 순간이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