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38화 (138/200)

#138화

“곽현수 씨가 저를 습격했습니다.”

“목소리를 보니 크게 다친 데는 없나 보군요.”

“네, 죄송합니다. 감추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곽현수 씨는 강하더군요. 제 모든 것을 드러냈지만 패배했습니다.”

“모든 것을 드러낸 게 맞습니까?”

“저는 조선 왕의 비밀 친위조직인 ‘천본(天本)’의 대장 박대용의 후손입니다. 조부의 한을 풀기 위해서 힘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박창수는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박창수의 고향 사람들이 있는 그곳에서 그 옛날 금광을 캤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자 신화개발이 채굴하고 있는 광산 주변이 궁금해졌다.

근처에 금맥이 묻혀 있을 가능성도 컸다.

신화개발에 금맥을 탐사하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하인선에게 집중하자.’

그녀의 배후를 캐면 더 많은 것이 나올 것 같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하인선이 어디로 가는지 반드시 추적하세요. ……아마 천성한의 집으로 갔을 겁니다.”

천성한과 내연관계인 그녀, 당연히 천성한의 그늘에 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은밀히 추적하겠습니다.”

원래 하인선이 도망갈 수 있도록 느슨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도망치면 결국 자신의 은신처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뒤를 은밀히 추적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하인선을 감시하던 부하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사라졌다.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세력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박창수는 하인선이 탄 차를 조심스럽게 뒤쫓았다.

추적되지 않도록 미행하는 차를 3대나 운영했다.

차 3대를 교차해 가면서 추적했다.

하이선이 탄 차는 대궐 같은 집들이 모여 있는 남산으로 들어갔다.

중턱에 있는 큰 집 앞에서 섰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박창수는 사라지는 차를 추적하려다 멈췄다.

‘저 집은 분명히…….’

친일 황족 이헌의 집이 분명했다.

저 여자가 왜 그 집으로 들어간 걸까?

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타그룹 이석의 부친인 이헌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헌요? 천성한이 아니구요?”

“네, 이헌의 집이 확실합니다.”

박창수가 이헌의 집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정훈은 확인해야 했다.

“이헌을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이헌아 바로 금괴를 빼앗고 우리를 도륙한 친일 황족의 직계 후손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헌은 황족도 아닙니다. 천한 신분의 배에서 나고 자란 사생아입니다. 대가 끊긴 황실의 양자로 들어간 놈입니다. 이미 친일이든 아니든 황족들의 맥은 끊겼습니다.”

박창수의 목소리에서 깊은 분노가 느껴졌다.

하지만 정훈은 그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이헌, 이석, 이환…….

‘젠장!’

언제나 최악은 현실이 되었다.

천성한과 하인선의 사이는 분명 애틋했다.

그런데 하인선의 말에 의하면 은수는 더럽혀져서 나은 자식이라고 했다.

정훈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하인선은 더럽혀져서 나은 아이라고 했다. 그녀는 천성한을 증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인선은 이헌을 증오한다.

그럼 지금 이헌의 아들 이석은?

확실히 이석은 이헌의 친자가 아니다.

증오하는 이헌의 친자는 바로 내 친구 정은수였다.

‘씨팔!’

이 미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훈은 이것을 은수에게 말해 줘야 하는지 궁금했다.

은수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지, 원 쯧쯧. 체면을 좀 차리면서 다니세요.”

마스카라가 번진 얼굴에 뭉개진 화장과 머리.

초췌한 그녀의 얼굴을 본 이헌은 걱정 대신 조롱을 하며 말했다.

“서로 그런 신경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서재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괜찮을까? 환이는……. 약을 먹지 않고 어떻게 거기서……’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입술을 깨문 그녀는 전화기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저예요. 저번에 준 약. 효과가 어떻게 되는 거죠?”

“일정량 이상을 먹어야 죽어. 효과를 보긴 까다롭지만 어떤 흔적도 남지 않지. 왜? 사용한 거야? 누구 이헌?”

천성한의 목소리에 긴장이 묻어 있었다.

“아니요. 아니에요. 다시 구해 주세요. 병이 깨졌어요.”

“뭐? 깨져?”

천성한은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망치로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통에 들어 있는 약품이었다.

“알겠어. 다시 준비하지. 그런데…… 괜찮아?”

“네, 괜찮아요. 감기 기운이 좀 있나 봐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늦었어요. 다음에 전화 드릴게요.”

“그래. 피곤해 보이는데 쉬어.”

하인선은 다시 지옥에 빠졌다.

환이의 안부가 걱정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져 주길 원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이환의 엄마로서 아이가 살아 있길 간절히 기도했다.

이석의 어머니로서 이번에는 제대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지옥의 늪 속으로 자신의 발이 빠져들고 있었다.

***

은수는 다음날 일어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훈은 은수를 신화병원으로 옮겼다.

VIP실에 입원시킨 다음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곁을 지키다 되돌아왔다.

은수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자신이 항상 도피했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탐닉했다.

소설과 시를 보며 환상과 망상이 뒤섞인 세계를 부유했다.

날카로운 유리가 뒤덮인 현실에 내려오기엔 그의 발은 아직 너무 여리고 섬세했다.

정훈은 계획된 일을 계속 추진해야만 했다.

KP 그룹을 압박해서 굴복시켜야 했다.

소버린 인베스트먼트가 KP그룹 주식을 14.9 퍼센트까지 매집했다고 공시했다.

경영 참여를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소버린 인베스트먼트에 KP 그룹을 빼앗길 위기였다.

“지금 주식 얼마나 확보했죠?”

“지금 29퍼센트 확보했지. 이제 중요한 건 국민연금이야. 그들이 백기사를 자처하면 물 건너가. 하지만 의결권을 포기하면 우리가 이겨. 고작 24퍼센트밖에 없거든.”

“임시주총을 해야겠군요.”

“언제로 할까?”

“한 달 뒤로 하죠.”

“그래, 그렇게 준비할게.”

임철수와 전화를 마친 정훈은 앞에 놓인 신화전자의 최신 휴대폰을 보았다.

울트라 슬림 에디션.

슬림화 추세에 맞춰 경쟁작인 레이저보다 더 얇은 두께.

그리고 슬라이드 방식.

지금도 애니타임 브랜드로 이미 국내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상황이지만, 이 울트라 에디션을 출시한다면 분명 선두를 굳힐 수 있을 것이다.

정훈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이 폰은 초대박 난다.

이 휴대폰으로 KP그룹의 KP텔레콤을 압박할 생각이었다.

“KP그룹 회장이랑 점심 약속 좀 잡아 줘요.”

압박하면 결국 실수를 하거나 악수를 둔다.

히딩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압박 축구의 묘미였다.

며칠 뒤 하얏트 호텔 스위트 룸에서 정훈과 추경석이 만났다.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재벌 회장들이 흔히 쓰는 방식이었다.

“반갑습니다. 회장님.”

“반갑습니다.”

탐색하는 분위기를 감춘 채 정중하게 대화가 오고 갔다.

서로의 사업에 대한 칭찬과 덕담이 오갔다.

그리고 정훈이 먼저 말을 꺼냈다.

“KP그룹의 자금 상황이 안 좋은 걸로 압니다.”

“누가 그럽니까? 황금알을 낳는 텔레콤이 있는데 상황이 안 좋다뇨? 하하하 헛소문입니다.”

정훈은 그의 눈에 스쳐 지나간 긴장을 확인했다.

‘훗, 많이 다급한가 보군. 포커페이스가 깨질 정도라니.’

정훈 가방에서 최신형 휴대폰을 꺼냈다.

“이번에 신화전자에서 나온 최신형 휴대폰입니다.”

정훈은 추경석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그는 화면을 밀어 올리며 버튼을 눌렸다.

“슬라이드 방식이군요.”

이리저리 확인한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흘렀다.

“아주 좋습니다.”

“스타 전자, 아 죄송합니다. 신화전자와 우리 KP 그룹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에게 많은 물량 부탁드립니다.”

“저야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으니 밑에서 잘 알아서 판단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밀어주시면 더 많이 팔아드리겠습니다.”

그의 얼굴에 자신감이 역력했다.

‘팔아 준다…… 이 새끼 정신 못 차리지.’

“하하하, 많이 팔아 주신다니 말만 들어도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제 안 팔아 주셔도 됩니다.”

“네? 아니 국내 1위인 KP 텔레콤이 팔지 않으면 그 많은 물량을 어떻게 팝니까? 아직 세계 시장에서는 애니타임이 많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정훈은 분명히 깨달았다.

저건 도발이다.

지난번 추 씨 형제들 팬 것 때문인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KP텔레콤으로 갈 물량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나오니……

“애니타임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제가 인수한 다음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만든 최신형 휴대폰입니다. 제 자존심이 걸려 있지요.”

정훈은 디자인, 하드웨어, 그리고 소프트웨어까지 최고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혁신을 강조하며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세계에서 우수한 제품이 아니라 세계 최고.

노키아를 넘어서는 휴대폰을 사람들의 손에 쥐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관성에 길들어 있는 사람들은 쉽게 변화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서 신화전자의 체질을 바꿀 생각이었다.

정훈은 신화전자의 모든 상품의 재고품 전체를 창원에 있는 신화 테크놀로지 공장으로 보냈다.

신화전자의 생산직원과 사무직, 연구직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인원을 신화 테크놀로지로 집합시켰다.

공장에 도착한 그들은 눈앞에는 신화전자의 모든 제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 그들은 거친 소음에 귀를 막아야 했다.

정훈은 10년 전 스타그룹의 회장이 했던 것보다 더 과감하게 신화전자의 직원들의 정신을 개조할 생각이었다.

웅웅대는 거친 엔진음 때문에 땅이 흔들렸다.

멀리서 신화가 개발한 최신 전차가 굉음을 내며 운동장으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신화 테크놀로지에서 생산된 최첨단 전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10대의 전차는 산처럼 쌓여 있는 제품들 앞에 멈춰 섰다.

정훈은 신제품을 향해 포를 조준했다.

마이크를 든 정훈이 입을 열었다.

“세계 1위가 우리의 목표입니다. 내년에 1위를 하지 못하면 이렇게 됩니다.”

정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10개의 포신이 굉음과 함께 불을 뿜었다.

순식간에 공기가 사람들을 뒤로 밀어냈다.

그리고 전차는 엔진음을 키우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전차포를 맞아 나뒹구는 제품들을 수십 톤의 무게로 휴짓조각처럼 짓눌렀다.

납작하게 짓이기며 앞으로 밀고 나갔다.

전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들만 남았다.

“오늘 이 제품들의 가치는 5천억 원입니다. 내년에 1위를 달성하지 못하면 한 번 더 할 생각입니다. 그다음에도,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그래도 안 되면 이따위 회사 파산시킵니다.”

모두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대신 1위를 달성하면 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합니다.”

당근을 잊지 않았다.

그날 정훈이 저질렀던 짓은 한국을 넘어 해외 토픽으로 방송되었다.

휴대폰 200억 원어치를 태웠던 스타그룹의 전 회장을 능가하는 미친 짓에 모두가 경악했다.

그 덕분에 모두가 정신을 최선을 다했다.

공포 때문인지 당근 때문인지 불량률은 낮아졌고 고객 A/S 평가도 좋아졌다.

연구원들은 아이디어를 쏟아 냈다.

미친 짓을 한 다음 첫 번째로 나온 결과가 이번 슬라이드 휴대폰이었다.

모두가 사활을 걸고 개발한 역작인데…….

말 한마디는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반대로 망하게도 한다.

“제 자존심이 걸린 휴대폰입니다. 그래서 한번 제대로 팔아 보고 싶습니다. 통신 시장 1위인 KP텔레콤에 기대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 능력을 확인하고 싶군요.”

“무슨 말입니까?”

“말한 그대로입니다. KP텔레콤에 공급하지 않고 한번 팔아 보려고요. 우리 휴대폰의 가치를 한번 확인하고 싶습니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하하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제가 열심히 팔아 드리겠습니다.”

“팔아 준다……. 안 팔아 주셔도 됩니다.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애니타임이 꼬라박는지 훨훨 비상하는지. 그리고 KP텔레콤 점유율이 얼마나 박히는지를요.”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 윤 회장 갑자기 그러면…….”

“사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다른 통신사는 기회를 달라고 애원하는데…… 팔아 준다는 표현이 좀 거슬리네요.”

정훈이 방을 나가자 혼자 남은 추경석은 멍했다.

아직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

KP 그룹 임원들은 귀를 의심했다.

애니타임의 최신 휴대폰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회장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회장님. 사실입니까?”

“네, 윤회장이 직접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며칠 지나면 괜찮겠죠. 그리고 그따위 휴대폰 없어도 상관 없어요. 폰 만드는 놈들 많아요. 자 다음 안건은 뭡니까?”

KP텔레콤 사장이 손을 들었다.

“회장님, 그거 못 받으면 우리 회사 망합니다.”

“뭐라고?”

하는 짓 하나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텔레콤 사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목을 치고 싶지만, 실적 때문에 함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말해 봐.”

“이번에 나오는 애니타임 슬라이드 못 받으면 우리 점유율 10퍼센트 이상 날아갑니다.”

“확실해?”

“네, 밑에서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했습니다.”

“당신 자리 걸 수 있어?”

“물론입니다. 그럼 회장님도 자리를 거시죠.”

‘하 저 새끼가?’

“좋아요. 그럼 한번 같이 걸어 봅시다.”

“아니 회장님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어떻게든 슬라이드를 받아야 합니다.”

“알았어. 씨발, 골프채를 안 잡으니 내가 우스워? 이만 회의 마칩시다.”

추경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골프채를 쥐었다.

임원들이 황급히 자기를 떴다.

텔레콤 사장 윤석훈은 천천히 회의실을 나갔다.

그의 시선에서 자신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회장실로 돌아온 추경석은 기분이 언짢았다.

골프채로 책상을 내리치면서 회의를 해야 제맛인데…….

지난번 회의가 언론을 타 몸을 사려야만 했다.

텔레콤 사장 윤석훈이 자신을 무시했다.

‘니미럴, 저 새끼 이번에 목을 쳐야겠어. 실적 때문에 놔뒀더니 기강이 안 사네.’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일단 한번 털어 보자.

인터폰을 눌렀다.

“감사실에 윤석훈이 탈탈 털라고 해.”

“네, 회장님. 그리고 지금 사촌 동생분들 오셨는데 들어가라고 할까요?”

“하, 그래. 그 새끼들 들여보내.”

한량 백수 두 마리가 회장실로 들어왔다.

비릿한 웃음이 얼굴에 가득했다.

“형님, 저 왔습니다. 윤정훈 그 새끼 배때기를 제대로 담가 버리죠.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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