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40화 (140/200)

#140화

“회장님, 이헌이란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이헌요? 확실해요?”

“네.”

이헌.

이석의 부친이자 하인선의 남편.

그리고…… 은수의 친부로 추정되는 그가 지금 여기 와 있다.

무슨 이유일까?

정훈은 회장실 밖으로 나갔다.

중절모를 쓴 채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섰다.

“이헌이네.”

“안녕하십니까? 윤정훈입니다.”

정훈은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우리가 이렇게 차를 마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 자네가 천지회의 세력을 괴멸시킨 걸 생각하면……”

그는 웃는 얼굴이었다.

“도발하러 오신 건 아닐 테고, 이유가 뭡니까?”

“자네 KP그룹을 노리고 있나?”

“무슨 뜻입니까?”

“레전드 컴퍼니 로버트 윤 자네 아닌가?”

“네?”

놀랐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이제 와 아닌 척 하지 말게. 내가 한국엔 힘이 없어도 미국이랑 일본에는 힘이 좀 있지. 글로벌한 편이야, 하하하.”

도대체 어떻게 알았던 거지?

“궁금한가? 자네 부친과 친구인 임철수가 레전드 컴퍼니를 사장이더군. 그 회사의 주인이 로버트 윤이고. 그리고 함께 출국한 기록도 있고, 서로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더군. 그래서 로버트 윤이 자네라고 추측했네. 어렵진 않았어.”

“저를 막을 생각입니까?”

“글세, 생각 중이네.”

이헌은 예상과 다른 말을 했다.

“KP그룹의 주식을 매집하는 소버린도 천지회의 자금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천지회가 운영하는 자금이지. 내 아들놈이지만 그 괴물 같은 욕심은 정말 대단하지 않나?”

“글쎄요. 충성을 다한 KP그룹을 가로채려는 능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이헌은 그저 웃기만 했다.

자식을 비난하는데 웃는 사람이라……

정훈은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헌 님과 이석 회장은 부자지간이지만 참 다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의 눈빛에 서늘한 살기가 서렸다.

“무슨 말인가 그게?”

“다른 것 같다는데 무슨 뜻이라뇨? 선비 같은 당신과는 좀 다른 무인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하는 말입니다.”

소파의 팔걸이에 걸쳐진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일부러 무인의 기질을 언급했는데,

그의 눈에서 확실히 살기를 보았다.

‘그럼 천성한이 이석의 부친인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확인한다.

“천성한 장군과 많이 닮았습니다. 하하하.”

“이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호통을 쳤다.

정훈은 밀리지 않고 정색했다.

“농담 한 번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시다니. 그리고 남의 사무실에서 예의 없게 소리를 지르십니까? 천한 놈들도 하지 않는 짓을 황족인 당신이 하다니 의외입니다. ”

“흠, 내가 사과하지.”

“저도 다른 뜻은 없습니다. 이석이 천성한의 자식도 아니고 조금 닮았다고 그리 노여워하시다니…… 의외입니다. 아드님을 많이 사랑하시나 봅니다.”

입은 웃고 있지만 그의 눈동자는 불타고 있다.

“허허허, 내가 좀 과민했네. 사과하지. 그럼 본론으로 이야기할까? 서로 나누지.”

“네? 뭘 말입니까?”

“KP그룹 말일세.”

이헌은 왜 이런 제안을 하는 건가?

이석이 KP그룹을 차지하면 자신에게 더 좋은 것 아닌가?

“이유는 묻지 말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우리 신화그룹은 혼자서도 KP그룹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어림없는 소리. 내 아내가 국민연금 운용 본부장의 목에 목줄을 걸었어. 국민연금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버린을 지지할 걸세.”

이헌은 곧장 말을 이었다.

“자네와 내가 합쳐야만 스타그룹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있어.”

“무슨 힘을 가지고 있습니까?”

“9퍼센트의 지분 정도면 충분한 힘이 되지 않을까?”

우리가 가진 주식이 29퍼센트다.

그리고 이헌이 가진 9퍼센트.

24퍼센트를 가진 소버린과 12퍼센트의 국민연금.

어차피 추경석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차기 대표이사다.

그것을 잡으면 그룹을 접수하는 것이다.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다.

“좋습니다.”

“그럼 인수한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자네는 자네가 원하는 거, 나는 내가 원하는 정유를 확보하는 거지.”

“이유가 있습니까?”

“석유가 권력 아니겠나? 하하하.”

정훈도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쯧, 통신이 권력이다. 이 양반아.’

“좋습니다.”

그렇게 서로 합의한 결과가 지금이다.

“반갑습니다. 신화그룹 회장, 윤정훈, 아니 로버트 윤입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KP텔레콤은 신화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합니다.”

정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KP그룹은 최대한 빠른 시기에 KP정유를 비롯해 비핵심자산을 매각합니다. 매각 대금은 불안정한 지배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신화 텔레콤도 당연히 글로벌 넘버 1 통신사로 도약할 것입니다.”

정훈은 주주들 앞에서 KP그룹, 특히 KP텔레콤의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브리티시 텔레콤(British Telecom) 을 능가하는 글로벌 넘버 원 통신사를 목표로 정했다.

3G를 넘어 4G 통신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을 다짐했다.

정훈이 지금까지 보여 준 결과는 항상 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했다.

사람들은 정훈의 비전을 흥미롭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정훈은 회장실로 올라갔다.

추경석이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챙길 게 많습니까? 뭘 그리 많이 챙깁니까?”

정훈은 창가로 가 그의 골프채를 들고 이리저리 휘들렀다.

“회장님 별명이 골프왕이더군요. 여기서 퍼팅 연습하면 임원들 이도 많이 부러졌다면서요. 골프 좋아하시는 줄 알았으면 그날 골프채랑 공도 준비할 걸 그랬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 기분이 참 좋을 것 같은데…….”

정훈이 퍼팅 연습기에서 골프공을 툭하고 쳤다.

또르르 굴러가 구멍에 쏙 들어갔다.

추경석의 등골이 다시 오싹해졌다.

그날의 공포가 전해지며 사타구니에 힘이 빠졌다.

“그만 모욕하지. 거의 다 챙겼네. 그런데 내 사촌동생들은…… 정말 장기가 다 사라진 통나무가 되었나?”

“글쎄요. 연변 놈들한테 두 배를 줬습니다. 저한테 하기로 했던 걸 하라고 했으니 아마도…….”

“두 배라면…… 착수금 5억에 잔금 10억이었으니…… 30억인가?”

“네? 1억의 두 배 2억 아닙니까?”

“뭐? 이런 개자식들이…….”

추경석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자신을 속인 놈들에 대한 분노로 눈동자가 활활 타올랐다.

“진정하세요. 어차피 불귀의 객이 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을 겁니다.”

“크흠, 그래. 그럼 앞으로 KP그룹을 잘 부탁하네. 내가 피땀 흘려 키운 회사야.”

“풋, 피땀 흘려 키웠다구요? 막대한 로비로, 정권의 하사품으로 받은 건데, 노력이라니, 하하하”

추경석은 불쾌한 얼굴로 침음을 삼겼다.

“아, 회장님. 이제 곧 도착할 겁니다. 이왕 정리할 거면 벌여 놓은 횡령이랑 분식 회계도 제대로 처리해야죠.”

“그게 무슨 말이야?”

추경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훈이 닫혀 있던 문을 활짝 열었다.

밖에는 강철중 검사가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그는 추경석의 이마에 체포 영장을 붙었다.

“대검찰청 강철중 검사입니다. 제가 국밥 맛있게 말아 드리겠습니다. 가시죠.”

강철중이 그에게 수갑을 채운 다음 끌고 나갔다.

나가면서 정훈을 보며 윙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강철중 같은 상남자의 윙크는 생각보다 심각하게 불쾌했다.

***

“오늘 KP그룹의 지주회사인 (주)KP의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추경석 전회장이 검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지난번 장기 밀매범을 소탕하며 두 명의 목숨을 구한 강철중 검사가 추경석 회장을 체포했습니다. 법무부 장관을 구속하고 뒤이어 재벌과 조폭을 구속한 강철중 검사는 이번 체포를 통해 온라인 카페의 팬클럽 회원이 5만 명을 넘고 있습니다.”

거실에서 뉴스를 시청하던 이헌은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을 집어 들었다.

“이헌입니다.”

이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머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하잇…… 하잇 ……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전화를 끊은 그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그려졌다.

야쿠자 조직원 이천 명이 부산에 상륙하고 부산을 시작해 서울까지 점령한다.

우선 내일 야쿠자의 최정예 살수 200명이 선발대로 들어온다.

이헌은 화신유통이 장악한 대한민국의 밤을 야쿠자들로 평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면 지금 판로가 막힌 마약을 본격적으로 유통할 수 있다.

매년 수조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을 되찾아야 했다.

그런 다음…… 윤정훈을 먼저 칠지, 천성한을 먼저 칠지 고민했다.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것.

이번 거래를 위해 KP정유를 미쓰비시 화학에 헐값으로 헌납했다.

그들은 한국 제일의 석유화학 회사인 KP정유를 오랫동안 탐냈다.

그래서 최정예 야쿠자 살수들과 조직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세력을 확장할 자신을 생각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서재의 문이 열리며 하인선과 이석이 거실로 나왔다.

“당신은 이번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견이 있으신가요?

“무슨 의견 말이요? 평소에도 두 모자가 잘 해 드셨으면 앞으로도 알아서 해 드세요.”

냉소적인 말투로 조소했다.

“그게 지금 할 말입니까?”

“뭐? 할 말? 당신이 저지를 짓 때문에 천지회가 우리를 어떻게 보는 줄 아시오? 충성을 맹세한 대가로 적대적 인수를 시도했어요. 차라리 성공했다면 힘으로 찍어누를 수도 있지. 실패해서 치부만 드러났소.”

하인선이 이헌을 쏘아보았다.

“그러게 당신이 가진 막대한 부동산을 팔아서 KP그룹 지분 확보에 힘을 실었어야죠! 그랬으면 우리가 이겼겠죠.”

하인선이 표독스럽게 그를 노려보았다.

이헌도 그녀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진짜에만 투자합니다, 하하하. 힘쎄고 튼튼한 천성한 장군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이헌의 조롱에 가까운 말에 하인선은 흠칫 놀랐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녀의 얼굴의 심각하게 굳어졌다.

‘당신도 명을 재촉하는군요.’

영문을 모르는 이석은 하인선만 보고 있었다.

기묘한 웃음소리만 남긴 이헌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음 날 부산-시모노세키를 오가는 관부 여객선에는 날카로운 눈빛을 한 건장한 남성들이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은 웃지도 않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배가 항구에 닿자 일사불란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배에서 내렸다.

준비된 버스 4대에 나눠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

그리고 늦은 밤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고 나오는 그들은 화신유통이 운영하는 나이트클럽과 파친코와 카지노를 동시에 습격하며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박 사장, 습격이야. 후우.”

거친 호흡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잠결에 전화를 받은 박창수는 어이가 없었다.

“누굽니까?”

“야쿠자야. 몸조심하게. 나는 틀린 것 같아. 뒤늦게 자네 만나서 재미있었네.”

“김 형! 김 형!”

날카로운 금속이 살을 꿰뚫는 소리와 남자의 신음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 소리도 곧 사라졌다.

“형님!”

박창수는 포효하듯 외쳤지만 아무런 대답도 전해지지 않았다.

전화가 끊겼다.

정신을 차린 박창수는 곰곰이 생각했다.

‘야쿠자가 왜 우리를 치는 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는 급히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상세히 알려야 했다.

박창수의 전화를 받은 정훈은 비상소집을 지시했다.

모두가 회장실로 모였다.

차영미가 CCTV를 통해 파악한 영상 자료를 모두에게 보여 줬다.

얼마 뒤 곽현수와 지현복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두들 고수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야쿠자 인원은 총 200명입니다. 모두 야마구치구미 소속 최정예로 판단됩니다.”

인터넷으로 그들의 정보를 파악한 천진혁이 브리핑했다.

“박창수 씨 야쿠자가 우리를 칠 이유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일단 방어에 총력을 가하고 그들을 부산에 묶어 둡니다. 차후에 밀어 버려야겠습니다.”

“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천진혁과 차영미는 야마구치구미 감시하세요. 혹시나 더 많은 놈들이 들어올 수 있으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면밀히 감시하세요.”

“네, 보스.”

모두가 나간 다음 정훈은 곰곰이 생각했다.

왜 일본 야쿠자가 공격했을까?

이유는 천지회밖에 없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

신화전자의 최신 휴대폰 슬라이드 2가 출시되었다.

슬림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경쾌한 분위기와 그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튼튼함을 탑재한 최신 휴대폰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슬라이드 2로 나무에 못을 박았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총알을 막았다는 소문도 돌 만큼 신화전자의 역작이었다.

모두들 구하지 못해서 안달이난 슬라이드 2.

정훈은 개발에 최선을 다한 신화전자 직원들에게 무료로 휴대폰을 돌렸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발이 튀어나왔다.

인터넷에는 정훈을 비난하는 기사나 넘쳤다.

소비자도 못 구하는 휴대폰을 자사 직원들에게 먼저 돌리는 정신 나간 회장이라고 악플이 달렸다.

반면 신화전자 사내 인트라넷에는 윤정훈 회장을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윤비어천가가 매일 수백 건씩 올라왔다.

하지만 타 계열사 직원들은 질투에 미친 나머지 신화전자에 망하라고 악다구니를 쏟아 냈다.

갈등이 겹쳐 증폭되고 있었다.

정훈은 우선 이걸 해결해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룹 전체에 휴대폰을 뿌리고 싶었지만 여론이 급격히 나빠질 거 같았다.

지금도 수급 불안정 때문에 줄을 서면서 기다리는 상황이다.

머릿속에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정훈은 신화텔레콤 사장을 급하게 호출했다.

매출도 올리고 직원 복지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아이디어였다.

깐깐한 신화텔레콤 한정의 사장이 회장실로 들어와 인사했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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