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이마에 송송 맺힌 땀방울이 모여서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얀 손수건으로 땀을 닦은 구창훈 회장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험험,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신화텔레콤과 AR플러스의 합병을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갑작스런 합병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3G 통신을 넘어서 4G, 5G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회사 덩치를 키우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회견이 한창 진행 중일 때 현정옥 여사가 옆에 앉았다.
기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곧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손자인 윤정훈 회장을 대신해 나오신 겁니까?”
“아닙니다.”
짧게 대답한 현정옥은 손을 드는 기자들 중 낯익은 남자를 보며 손짓했다.
“질문하세요.”
“현 여사님, 문화일보 박성훈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덕분에 건강히 지내고 있습니다. 차는 계속 그 차 타고 다닙니까?”
“아닙니다. 덕분에 독일 차로 바꿨습니다.”
현정옥이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신화그룹을 대리하는 게 아니면 거기 왜 계십니까?”
현정옥이 구창훈을 보았다.
결심한 얼굴을 한 구창훈은 현정옥의 손을 슬며시 쥐었다.
“흠, 흠 오늘 이 자리를 빌려서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긴장한 그는 뜸을 들였다.
자신 앞에 놓인 물을 마신 다음, 이마 가득한 땀을 닦았다.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우리 결혼합니다.”
정적.
완벽한 침묵이었다.
“어…… 그러니까 AR 그룹 회장님과 미래 금융지주 현정옥 회장님이 결혼하신다는 건가요? 하하하 합병을 그렇게 표현 하신 거죠? 하하하”
비현실적 상황에 박성훈 기자가 웃음으로 무마했다.
“아니요. 저 구창훈과 현정옥이 백년가약을 맺기로 했습니다. 결혼식은 따로 하지 않을 겁니다. 오늘 이 자리가 우리의 결혼을 알리는 자리이자 결혼 피로연입니다.”
“두 분이 어떻게……”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자신들의 러브 스토리를 주절주절 이야기했다.
하지만 처음 호기심을 보인 기자들도 10분이 넘어가는 이야기에 지루해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할머니 천천히 손으로 머리를 쓸었다.
반응이 없자 계속해서 머리를 만졌다.
손가락 사이로 영롱하게 반짝이는 다이아가 정훈의 눈길을 끌었다.
‘할머니도 다이아몬드를 자랑하고 싶은 건가? 아니, 저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은 거겠지?’
정훈은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뿌듯했다.
자신이 그녀의 인생을 바꿨다.
혼자 쓸쓸한 노년을 보냈던 그녀.
황혼에 대한민국 재벌 노인과 재혼한다.
물론 돈은 그녀가 더 많지만.
그녀의 인생에 행복을 준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기자들이 알아봐 줄 때까지 머리를 매만지는 그녀.
아이 같았다.
“할머니 귀여우시지?”
다혜가 정훈에게 기대며 말했다.
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감미로운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지금 이 순간은 모두가 행복한 순간이었다.
기자들은 눈썰미가 없었다.
“어, 저건 빛나는 다이아몬드는 설마 천사의…….”
정훈이 소리쳤다.
그러자, 드디어 손가락 사이로 반짝이는 주먹만 한 다이아몬드가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혹시 저 반지, 천사의 눈물입니까?”
어깨에 힘을 잔뜩 준 구창훈이 호탕하게 말했다.
“하하하, 제 마지막 선물일 수 있어서 좀 무리했습니다.”
수조 원의 자산을 가진 구창훈 회장은 검소했던 평소와 달리 백억짜리 다이아 반지를 할머니에게 선물했다.
핑크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천사의 눈물.
헌신적인 사랑에 감동한 천사가 흘린 눈물이 핑크색 다이아몬드로 변했다는 신화가 전해지는 반지였다.
재벌가 자제들의 결혼식은 가끔 보았지만 두 재벌의 결혼은 처음이었다.
그건 정훈도 궁금했다.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떻게 순식간에 만리장성을 쌓은 것일까?
티격태격해도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 행복하기 기원했다.
신화 텔레콤과 AR 플러스의 합병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세기의 커플은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연일 그들의 로맨스가 사람들의 회자되었다.
수십 년만의 모습을 드러낸 전설의 핑크 다이아몬드, 천사의 눈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기업의 합병보다는 세기의 로맨스가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했다.
***
정훈과 다혜는 오랜만에 바닷가를 찾았다.
구창훈 회장과 할머니가 바닷가 석양이 보고 싶다고 하도 졸라대서 서해안으로 캠핑을 갔다.
네 사람이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특급호텔을 예약할까 했지만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일몰이 아름다운 태안반도 근처의 한적한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전체를 예약했기 때문에 캠핑장엔 우리뿐이었다.
지현복과 곽현수가 근처에서 우리를 경호했고 박창수의 화신유통 직원이 보이지 않는 먼곳에서 대기했다.
짐을 풀고 텐트의 개수를 확인했다.
3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정훈, 다혜, 그리고 두 노년의 신혼부부.
흠…… 절대로 쉽지 않았다.
정훈이 바비큐 화로에 있는 마른 장작에 불을 붙였다.
하얀 연기를 내뿜는다.
하지만 연기만 내뿜고 곧 꺼지고 말았다.
여러 번을 시도했지만, 처음이라 어려웠다.
구창훈 회장이 다가와 눈을 반짝였다.
재벌 회장님에게서 전문가의 아우라가 보였다.
“마지막으로 아궁이에 불을 붙인 게 60년 전인가?”
혼잣말을 한 그는 장작의 위치를 이리저리 옮긴 후 성냥을 켜고 붉을 붙였다.
꺼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거짓말처럼 활활 타올랐다.
“내가 옛날에 불 좀 붙였지.”
“잘하십니다. 회장님.”
“흠, 내가 풀은 못 뽑아도 불은 좀 붙이지.”
모처럼 그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시간이 지나 마른 장작이 모두 붉은 빛을 내는 숯이 되었을 때 정훈은 불판 위에 두껍게 썬 목살을 올렸다.
바비큐 화로로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 치이익
고기 위에 육즙이 가득 쌓이고 색깔이 노릇노릇하게 변할 때쯤 한 번 뒤집었다.
고기에 있던 기름이 떨어지며 불이 타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불이 꺼지며 은은한 숯의 열기로 더욱 노릇노릇하게 익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할머니와 구 회장님의 접시 놓아드렸다.
그리고 고기 한 조각을 집게로 집었다.
입을 벌린 다혜가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입에 넣자 아기 새처럼 받아서 오물오물 씹는다.
반달 눈을 한 그녀가 두 손으로 쌍 엄지를 치켜세운다.
-컥
심장이 멈출 뻔했다.
준비한 목살을 구워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정훈은 고기 한 접시를 챙겼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쓸쓸한 침묵 속에서 바다만 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 갔다.
같이 먹자고 해도 극구 사양하던 두 사람을 위해서 먹을 것을 따로 챙겨 와야만 했다.
하여튼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보스. 괜히 민폐만 끼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흐흐흐”
지현복이 너스레를 떨었다.
곽현수는 말없이 고개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두 눈이 커졌다.
“고기 굽기도 천재적이네요. 보스는 도대체 못하는 게 없네요.”
정훈은 예전에 고깃집에서 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이 일하고 한 달 뒤부터 매출이 급증했다.
손님들은 이유없이 자신만 찾았고 정훈은 질리도록 고기를 구어야만 했다.
지루하게 손님에게 고기를 구워줄 때 정훈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 고기 구울 날을 꿈꿨었다.
한낱 헛된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이 올거라 상상도 못 했다.
사람들의 만족한 표정을 보며 캠핑오길 잘했다고 느꼈다.
***
“정훈아”
텐트에서 깜빡 졸고 있을 때였다.
다혜의 속삭이는 목소리에 잠을 깼다.
눈앞에 다혜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두 눈을 지긋이 내리뜬 그녀는 정훈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이른 저녁 텐트 앞으로는 다채로운 붉은색이 하늘을 뒤덮었다.
자연스럽게 손을 위로 뻗어 그녀의 따스한 볼을 쓰다듬었다.
깜빡이던 두 눈이 천천히 감겼다.
부드럽게 당기자 그녀의 빨간 입술이 가까워졌다.
서로 수줍어하던 두 입술이 하나가 되었다.
한참을 입구에서 실랑이하던 입술이 열리며 뜨거운 숨결이 서로 하나로 연결되었다.
재즈 음악처럼 느긋하지만 강렬하게 서로의 속살을 나눴다.
“흠, 흠”
텐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다혜의 커다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정훈아, 우리 해변에 갔다 올게.”
할머니가 크게 외쳤다.
그녀와 구창훈 회장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그녀.
정훈은 발갛게 상기된 그녀의 볼을 양손으로 잡았다.
가벼운 입맞춤을 한 정훈이 다혜를 보았다.
그녀도, 자신도…… 원하고 있지만.
“우리 일몰 보러 나갈까?”
정훈이 힘겹게 내뱉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후, 절대로 참을 수 없다.
“그, 그래.”
아쉬운 표정으로 입술을 살짝 깨문 그녀를 보았다.
정훈은 다혜의 손을 잡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석양이 바다와 하늘을 물들였다.
둘은 말없이 해변을 걸었다.
손을 꼭 잡은 채 한참을 걸은 후 다혜가 입을 열었다.
“정훈아, 나 검사가 되려 했는데 진로를 바꿨어.”
“뭐로?”
“변호사가 될 거야,”
“변호사?”
“응, 해송을 가져야겠어.”
“뭐? 정말이야?”
다혜의 할아버지 박수길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해송.
대한민국 넘버원 로펌이다.
거기를 가지겠다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바꾼 이유가 있어?”
정훈의 질문에 다혜는 정훈을 보았다.
“너 때문이지. 너한테 앞으로 제일 필요한 게 변호사들 같아서. 지금 신화그룹 법무팀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흠, 그것도 그렇네.”
“검찰은 아빠랑 철중이가 있어서 괜찮을 거야.”
“아빠랑은 어떻게 지내?”
정훈이 다혜에게 묻자 인상을 찡그린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너희 집에 있는 게……. 좋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나 봐.”
“아…….”
정훈은 박현철 총장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적들로부터는 안전하지만, 정훈으로부터는 위험했다.
이중적인 감정이 들 수 밖이다.
딸 가진 부모의 어쩔 수 없는 숙명.
정훈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다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어깨에 기댔다.
잊을 수 없는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다혜의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 딸, 뭐해?”
“아, 아빠……”
다혜가 정훈을 보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 정훈이랑 할머니, 할아버지랑 캠핑왔어.”
“뭐? 캠핑……. 둘이서?”
박현철이 다급히 되물었다. 역시 끝까지 듣지 않는다.
“둘이 아니라 네 명이야. 할아버지, 할머니 다 같이 왔어. 이상한 상상 하지마!”
“험, 험. 아니 내가 무슨 상상을 했다고 그래. 거긴 어디야?”
“왜?”
“궁금해서 그러지.”
“여기 목포야. 서울이랑 엄청나게 멀어.”
“아, 아주 멀구나, 그런데 오늘 금요일이니…… 알겠다. 다혜야 끊어. 재미있게 놀고 있어.”
다혜의 얼굴에 불안이 가득했다.
통화를 엿듣고 있던 정훈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헤헤, 그래 설마……”
아무리 내일이 토요일이라지만……
“절대 아닐 거야”
다혜가 소리쳤다.
정훈도 아니길 기도했다.
저녁은 근처에 있는 횟집으로 가 해결했다.
모두 돌아와 장작불을 구경했다.
이리저리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지난 시간을 생각했다.
할머니, 구회장님, 다혜, 그리고 지현복과 곽현수.
지난 생과는 모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 그들의 얼굴은 더없이 평화롭게 행복해 보였다.
늦은 밤.
잠이 들려고 할 때였다.
나뭇가지가 부서지는 소리였다.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며 귀를 쫑긋 세웠다.
분명 사람의 발소리다.
조심스러운 발걸음 두 개가 텐트 근처로 다가오고 있었다.
정훈은 천천히 일어났다.
텐트 입구에 몸을 바짝 붙였다.
텐트의 지퍼가 천천히 내려가며 눈앞에 검은 머리가 보였다.
주먹을 내지를 때
“아빠”
황급히 주먹을 뒤로 빼야만 했다.
밖으로 나가자 눈앞에는 뒤로 벌렁 나자빠진 박현철이 있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분명 목포라고 했는데…….”
다혜가 혼잣말했다.
“크흠, 나 대한민국 검찰총장이야. 내 정보력을 무시하지마. 전화 한 통이면 다 알 수 있어. 위치 추적을 했는데 너희 전화기가 너무 가깝게 붙어있어서. 크흠.”
다혜가 인상을 찌푸렸다.
“정훈아.”
“형”
강철중이었다.
박현철 총장은 강철중도 데려 왔다.
요즘 어디를 가나 데리고 다닌다.
그가 검사인지 박현철 비서인지 헷갈린다.
부모의 원수와는 같은 하늘에 있지 않는 게 무림의 법도인데…….
언젠가 터질 갈등이 조금 쓰인다.
“할머니!”
철중이 할머니를 꼭 안았다.
“축하해요. 저분이 일을 하도 시켜서 결혼식에 가지도 못하고.”
“괜찮아. 얼굴이 환한 게 보기 좋구나.”
할머니와 철중이 이야기를 마치고 모두 텐트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다혜는 아쉬운 얼굴로 투덜대며 자신의 텐트로 들어갔다.
정훈도 이제 정리를 해야 했다.
정훈과 철중, 그리고 박현철은 침묵 속에서 서로를 보았다.
한숨을 내쉰 다음 고개를 푹 숙인 정훈이 텐트로 들어가 공간을 만들었다.
두 사람이 뒤이어 들어와 누웠다.
2인용 텐트에 남자 3명이 누워야 하는 비극적 순간이었다.
문득 정훈의 머릿속에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다혜가 어떻게 알았던 거지?”
자신의 텐트로 오고 있었던 건가?
그 생각을 하자 깊은 분노가 다시 치솟았다.
철석이는 파도소리에 화를 삭이며 잠에 들었다.
***
3월에 했던 캠핑 이후로 특별한 일은 없었다.
미래금융지주 회장에 만호 아저씨가 취임했다.
지난 수십 년간 할머니의 일을 처리한 그는 아무 문제 없이 회사를 이끌어 나갔다.
신화모터스는 이제 곧 신차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KP그룹도 통신 시장을 혁신하며 점유율을 60퍼센트를 넘긴 상태.
2006년은 시작부터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정훈은 할머니의 호출을 받고 신화고등학교로 갔다.
정원을 가꾸고 계신 그녀는 시골 촌부가 입는 얇은 작업복 바지를 입고 수건으로 얼굴을 칭칭 감고 있었다.
물론 그 옆에는 똑같은 스타일을 한 창훈 회장이 곁을 지키고 있다.
“아, 그건 뽑는 거 아니라니까?”
두 사람은 여전히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할머니 저 왔어요.”
“정훈이 왔구나.”
“아, 왔구나. 이제 들어가자.”
“나와서 풀 뽑은 지 5분 지났어, 이 노친네야. 당신은 여기서 풀이나 뽑고 있어.”
“크흠,”
안으로 들어가 쉬려던 구창훈 회장의 고개가 푹 숙어졌다.
정훈은 그를 뒤로하고 이사장실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은 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그리고 허리에 찬 복대를 뒤적여 열쇠와 숫자가 적힌 종이를 정훈에게 건넸다.
“여기 있다. 보물이 가득한 금고를 여는 행운의 열쇠와 돼지은행의 계좌번호와 암호다.”
“네?”
열쇠와 계좌번호?
‘그럼 두 개를 준다는 건데.’
갑작스런 횡재.
돈이 아무리 많아도 많아질수록 즐거운 게 돈이다.
정훈의 입술이 길게 늘어졌다.
행운의 열쇠를 잡은 순간 엄청난 돈 냄새가 정훈의 코를 간지럽혔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