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정훈의 말에 이병석도, 천진혁도 눈빛을 반짝였다.
시계를 확인한다.
“시간이 딱 출출할 때입니다. 뭐로 시킬까요? 서대문 떡볶이 어떠세요? 매콤한 게 스트레스 확 풀립니다.”
“그것도 좋은데 달콤한 캐러멜 마키아토에 아이스크림을 올린 브라우니 어떠세요. 요 앞 카페가 아주 맛집입니다.”
이병석과 천진혁은 개인적인 취향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추천했다.
정훈의 입에서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어휴…… 저 이상한 눈치는 어디서 온 건지……”
고개를 흔들었다.
이병석은 황급히 다른 종목을 추천한다.
“그럼 떡, 튀, 순 어떻습니까? 요 앞 분식집이 맛집입니다.”
이번에는 될 것 같다는 확신이 가득한 눈빛이다.
정훈은 그의 눈빛을 무시하고 차영미를 보았다.
‘고생이 많습니다.’
‘제가 많이 참고 있어요.’
소심한 두 사람이 상처 입을까 봐 서로 눈으로만 대화했다.
“리벤지가 일성 게임즈에 인수된 게 언제죠?”
“3년 전입니다. 그때 선배가 저한테 와서 울고불고 사정하더라고요. 돈 좀 빌려달라고.”
“왜 안 빌려줬어요.”
“친구끼리 돈거래 하는 거 아니에욧”
주변을 순식간에 얼린 차영미의 목소리였다.
“그래도 아쉽겠네요.”
“네, 그때 투자하고 지분 10퍼센트 받았으면, 어휴”
눈을 감은 이병석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 찼다.
이미 수배 억 갑부가 되어 풀빌라에서 수영하고 있는 중이다.
“저기요. 저 인간이 보증 선 거, 투자한 거…… 다 계산하면요. 이자 떼고도 10억이 넘어요. 그래서 우리가 아파트도 없이 살았던 거 아니에요.”
자동으로 점점 높아지는 차영미의 목소리에 이병석의 목은 점점 아래로 처박혔다.
이병석이 분명 잘못했다.
“흠, 하여튼 그동안 노력해서 돈도 좀 모았을 테니. 일성 게임즈 주식 사세요. 몇 배는 오를 겁니다.”
“진짜 인수할 거예요?”
“재밌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한번 떨어져 나간 유저는 되돌아오지 않는데.”
“재미있으면 오겠죠.”
‘역주행은 불가능한데.’
게임이든 뭐든 이탈자들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주가도 이렇게 폭락한 것이다.
“저 못 믿으세요?”
“그건 아닌데…….”
“그럼 전 재산 걸어봐요. 쪽박은 차지 않을 겁니다.”
일성게임즈의 리벤지 인수를 시작한다.
일단은 먹이를 살짝 던지고 미끼를 물면 덥석 먹어 치운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정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
“지금 상황은 어때요.”
“흠, 돈에 관심이 많으신 우리 보스. 일단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졌어요.”
“크흠, 그리고요?”
“홈페이지 마비됐고.”
“젠장, AND?”
“회사 전화에 불나고 있고, 아 조금 전에 회사 폭파한다는 협박도 왔어요.”
“뭐? 그 새끼 잡았어요?”
“잡진 못했어요. 그래도 선을 넘은 것 같아서 아이피 추적해서 그 새끼 컴퓨터……“
“자세하겐 말 안 해도 됩니다.”
“살해 협박하는 몇몇 사람은 바로 고발했어요.”
“잘했어요. 갑질하는 놈들은 바로 경찰서로 보내버려요.”
“넹.”
차영미 목소리는 날아갈 듯 들떠 있다.
지금 신화게임즈 주가가 하한가에 회사로 협박 전화가 와도 상관없다.
왜?
곧 처절한 피의 복수를 시작 할 테니.
정훈이 이병석을 통해서 일성 게임즈의 상황을 알아보니 사태가 심각했다.
염전노예보다 못한 코딩노예들로 살고 있었다.
주 90시간은 기본이고 주 70시간 하면 칼퇴라고 신나하는 노예들이 되었다.
이병석을 통해 리벤지 사장에게 인수 의향을 물었다.
리벤지 개발팀은 환영했지만, 일성이 자신들을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했다.
돈 버는 게임 쉽게 놓아 주지 않는다.
그럼 일성게임즈를 먹으면 된다.
우선은 이미 괴롭히고 있던 리벤즈를 제대로 물 먹였다.
천재 개발자 이병석이 핵 프로그램 두 개를 추가해 중국 커뮤니티에 뿌렸다.
이제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으면 게임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몰렸다.
핵 사용에 거부감이 없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유저들은 모두 손절.
이제 미끼를 던졌다.
이 사태의 배후를 신화게임즈라고 흘렸다.
직접 해킹하면서 아이피도 흘렸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흘리면 의심을 해야 하건만 쯧.
하여튼 지금 일성에서 대대적인 해킹을 하고 있다.
뭐 가만히 놔둔다.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서 법으로 할까 생각했다.
정훈은 차영미를 불렀다.
“이 정도가 다 맞아 준거죠?”
더 맞아 줄 수도 있는데, 실력이 형편없었다.
“지금 상황이 저놈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인 거죠?”
“네, 증거는 다 확보했어요.”
“우리 시스템과 게임 복구는 얼마나 걸려요?”
“어…… 30분? 재촉하면 15분 정도요?”
“흠, 좋네요. 역시 가끔 미친 것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실력은 좋네요.”
“네? 미친? 제가 잘못 들은 거죠.”
“아, 잘못 들은 겁니다. 그럼 일성에 가서 다 가져올게요.”
“네, 보스. 아, 그 입 조심하세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경고를 날린 할리퀸을 뒤로하고 정훈은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오랜만에 부가티에 앉아 시동을 켜고 액셀을 힘껏 밟았다.
-우우웅
지하주차장이 거친 엔진음이 떨렸다.
-부우웅, 부우웅
다시 한번 액셀을 힘껏 밟자 엔진의 진동이 핸들에서 심장까지 전해진다.
새로운 먹이를 사냥하러 갈 시간이다.
정훈의 부가티 번쩍이는 광을 내며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하, 새끼들 그러게 적당히 설쳐야지. 이 천재 해커를 뭐로 보고.”
일성게임즈 사장 이두팔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옛날 꽤 이름을 날리던 해커 출신.
한때 세계 99위까지 찍었다.
지금은 은퇴해 게임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이렇게 해킹으로 무수한 회사를 인수했다.
서비스를 박살 내면 게임회사는 하루 만에 망한다.
“신화 게임즈도 이렇게 한번 슬쩍 먹어볼까?”
대어를 낚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입이 길게 늘어졌다.
이럴 때 미리미리 전화를 걸어야 한다.
“이두팔입니다. 신화그룹 관련해서 회장님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회장님, 이두팔입니다.”
일어서 예를 갖추고 전화를 한다.
모름지기 예의를 갖추면 일이 잘 풀린다.
동방예의지국.
“잘하면 신화게임을 손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허 그러면 두둑한 보상을 내려야죠. 한 번 좋은 소식 들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지금까지 당해오기만 했는데 일성 게임즈 이두팔의 말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첫 번째 승리를 들은 선조와 이승만 대통령의 기분이 이렇게 좋았을까? 날아갈 것 같았다.
‘신화게임을 시작으로 신화그룹을 다 먹어 치워야지.’
이석 회장도 즐거운 상상을 빠져들었다.
“그럼 최선을 다해서 사냥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두팔은 전의를 불태웠다.
“야, 서버 완전히 다운시켜 버려. 그거 아직도 못하는 거야?”
“네, 그게 이상하게 완전히 다운되지는 않습니다.”
“쩝, 그럼 어쩔 수 없고. 이미 맛 간 게임 며칠만 이렇게 유지하면 끝이다.”
“사장님, 손님 찾아오셨습니다.”
비서의 말이 무섭게 문이 벌컥 열렸다.
“누구세요?”
깜짝 놀란 이두팔이 물었다.
“윤정훈이다.”
다짜고짜 반말하는 젊은 놈의 기세 눌렸다.
정신을 차리고 호통을 쳤다.
“뭐 하는 새끼야, 어디 감히.”
‘뭐? 윤정훈? 신화그룹 회장?’
순식간에 방으로 들어와 소파 상석에 앉은 그.
얼굴을 보니 정말 윤정훈이었다.
“앉지.”
‘하, 새끼 말이 짧네. 그런데 여기 내방인데.’
이두팔은 기분이 상했지만…….
재벌 회장이라 참았다.
“여긴 무슨 일입니까?”
“우리 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해킹을 하고 있는데 가만있을 수 없지. 협상하러 온 거야.”
‘뭐야 이 새끼? 협상하러 온 놈 말투가 왜 이래?’
“그럼 그쪽에서도 리벤지 서비스 방해 멈추세요. 그럼 우리도 해킹 멈출 테니.’
“쯧, 눈치가 없네. 이봐 이두팔이, 잘 들어. 100억에 일성게임 팔아. 그렇지 않으면 일성 게임즈 박살 내버릴 테니”
“협박이 지나칩니다. 윤 회장. 그리고 말이 너무 짧은데…….”
잘나가던 해커였던 이두팔은 평소에 격투를 즐겼다.
태어나서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격투의 신이라 스스로 생각했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상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이봐, 어디 새파랗게 어린놈이 반말이나 찍찍대고.“
“말이 짧은 게 아니라 네 눈치가 짧은 거겠지.”
자리에서 일어선 정훈의 얼굴에 무시하는 표정이 가득 했다.
“이 자식이.”
-퍽
주먹을 뻗으며 다음은 어디를 때릴까 계획했다.
그런데 생각과 현실은 언제나 달랐다.
핵 주먹 타이슨의 말이 자막처럼 눈 앞으로 흘러간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생각이 끊기며 몸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퍽.
창문에 부딪힌 몸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 걸 느꼈다.
-으으윽.
“눈치가 없다고 하더니 진짜군. 잘 들어. 어차피 일성게임즈의 모든 게 해킹으로 빼앗은 것들이야. 다 해서 천억에 매각해. 많이 쳐준 거야.”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왜 이해가 안 돼? 이해되게 해줄까?”
정훈이 쓰러져 있는 그를 향해 다가가자 뒷걸음질 치며 벽에 바짝 붙었다.
“아닙니다.”
“자, 하루 준다. 지금부터 일성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이 다운될 거야. 좋은 답변 기다리지.”
이두팔은 멀어지는 윤정훈의 뒤를 보며 멍하게 있었다.
한참 동안 정신을 놓았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내가 꿈을 꾼 건가?’
“얼굴이 많이 상했어요.”
내연녀이자 비서인 미주가 측은한 얼굴로 자신을 보았다.
운영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전체 서비스가 다운됐습니다.”
“뭐?”
“신화게임즈는 어떻게 됐어.?
“그게…….”
“빨리 말해 새끼야, 답답해 뒤지는 꼴 보고 싶어!”
고성을 내질렀다.
“모두 복구되어 정상 서비스 중입니다. 거기다 며칠간의 서비스 문제를 사과하면 한 달 무료를 선언했습니다.”
“젠장, 우리도 빨리 복구시켜.”
이두팔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병신같은 놈들. 해킹의 기본도 모르는 놈들을 대신해 내가 나선다.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조금도 복구할 수 없었다.
일성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은 그대로 죽은 상태였다.
심지어 자신의 컴퓨터도 해킹당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두팔은 자리에 일어나 방을 나섰다.
직원들 모두 손을 놓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완벽한 패배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깊은 무력감이 이두팔을 집어삼켰다.
늦은 밤이지만 바로 보고해야 한다.
“회장님, 이두팔입니다.”
-후우, 후우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
짜증 가득한 목소리였다.
“일성 게임즈의 모든 게임이 다운 됐습니다. 윤정훈 짓입니다.”
이석은 움직임을 멈췄다.
“뭐? 이새끼야! 신화 게임을 갖다 바친다며!”
“죄송합니다. 함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떡할 거야?”
“일성게임즈를 매각하라고 합니다.”
“뭐? 얼마에?”
“천억입니다.”
이석의 눈빛이 반짝였다.
지금 그룹 자금 사정도 안 좋은데 천억이면 나쁘지 않은 금액이다.
어차피 서비스도 개판인 회사.
팔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서 천억 받아와, 개새끼야!”
이석은 벽을 향해 전화를 집어 던졌다.
-퍽.
-꺅.
여인의 비명이 들렸다.
“쉿, 조용히! 거슬리게 하지 말고 알겠어?”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던 여인의 얼굴엔 어느새 공포가 가득했다.
“네”
“계속해”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다시 움직임을 시작했다.
천정을 보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이석.
복수심에 불타고 있다.
윤정훈, 이 새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죽여버리겠다.’
그의 움직임은 평소보다 훨씬 더 거칠어 졌다.
전화를 끊은 이두팔은 안도했다.
다행히 매각 허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이두팔의 눈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푼이라도 더 챙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음날 신화게임을 찾아간 이두팔은 윤정훈과 협상을 시작했다.
“비록 지금은 서비스가 잘 안 되지만 한때 1위였던 게임입니다. 1100억은 받아야 합니다.”
“1100억? 일성의 모든 자산을 포함해서?”
“맞습니다.”
“그렇게 하지.”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100억을 챙길 기회가 눈앞에 보인다.
“계약서는 세금 문제로 이중계약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불가합니다.”
“편한 대로 하세요. 1000억은 계좌로, 나머지 100억은 현금으로 보내줄게.”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이렇게 일이 잘되다니.
오늘은 정말 운수 좋은 날이다.
“가, 감사합니다.”
윤정훈이 내민 서류를 몇 번이고 살폈다.
특별히 불리한 조항은 보이지 않았다.
일성게임즈를 매각하는 것이다.
서명란에 이두팔,
자신의 이름을 적은 다음 그에게 전달했다.
“그럼 망한 게임이지만 제대로 살려 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안 그래도 재미있다고 해서 사는 거야. 그래서 무료로 한 1년 풀어볼까 해.”
“뭐? 무료로?”
“왜 너무 짧나? 1년이면 이탈한 유저들 다 돌아온다던데…….”
젠장,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무료로 게임을 풀어서라도 유저를 모았어야 하는데.
해킹으로 회사만 강탈하다 보니 상식이 마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중요하지 않다.
주식도 없는 자신.
돈이라도 챙기자.
지금은 눈앞의 백억이 중요했다.
“그리고 일성게임즈가 옛날에 인수한 리벤지. 그 사장이 쓸데없는 회사에 투자를 많이 했더라고.”
“그랬지. 그래서 우리한테 인수당했지. 크크크”
“그래? 멍청한 놈. 그중에 금광이 있는 줄도 모르고. 쯧쯧”
‘뭐? 그 안에 금광이 있다고?’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그에게 윤정훈이 일갈했다.
“그만 나가봐, 냄새나!”
자신의 회사로 돌아온 이두팔은 왠지 패배한 느낌이다.
하지만 가방과 차에 가득 채운 현금 100억을 생각했다.
오늘 승자는 자신이다. 분명하다.
“미주야, 이거 봐. 이제 우리 이걸로 놀면서 살자. 차에도 더 있어.”
“어머, 오빠 이게 뭐야. 이 돈이 얼마야?”
“놀라지마, 백억이야.“
-꺅
괴성을 지르며 눈으로 하트를 날렸다.
몸을 밀착시키며 입술을 부딪치는 그녀.
“흐흐흐, 이러면 못 참지?”
“기다려봐, 오빵 잊지 못할 최고의 서비스를 해줄게.”
미주가 문을 닫고 커튼을 내렸다.
냉장고로 가 박카스 하나를 꺼냈다.
“이거 마시고 나 죽여줭, 응.”
“흐흐흐 오빠가 죽여줄게”
더러운 미소를 날린 다음 시워한 박카스를 잡고 고개를 젖혔다.
상남자처럼 꿀꺽꿀꺽, 한 번에 비웠다.
그리고…….
“어이 두팔이”
미주 목소리가 왜 이렇지?
“미주야……”
두통이 밀려 왔다.
바지와 팬티를 급하게 아래로 내린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하, 이 좆도 좆만 한 새끼가……. 겁도 없이 회장님 뒤통수를 쳐?”
짧게 자른 머리에 거친 피부를 한 남자가 이두팔의 아래를 보고 비웃었다.
“무슨 말입니까? 뒤통수를 치다니요.”
“1100억에 매각한 회사를 1000억이라고 사기를 쳐?”
“오해입니다. 저기 가방에 돈 있습니다. 회장님께 비자금으로 드리려고 했습니다.”
“가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미주야, 야 미주야.”
-퍽
이두팔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조용히 해, 시끄러워 죽겠네.”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십시요.”
“글쎄, 회장님이 결정하실 거야,”
이두팔의 입을 하얀 거즈로 막았다.
발버둥 치던 이두팔의 몸에 힘이 빠지고 두 눈이 감겼다.
‘미주야, 어디 있어? 윤정훈 개새끼!
오늘 분명히 운수 좋은 날이었는데. 운수 좋은 날이었는데’
그것이 이두팔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누가 보스를 제대로 씹나 봐요.”
천진혁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던 정훈을 보며 말했다.
“이두팔이겠지. 이석에게 동영상 보냈으니 아마 어딘가로 끌려가서 장기가 싹 털려 통나무 되어 냉동실에 있지 않을까?”
“어우, 그거 생각만 해도 무서운 데요.”
“잔인한 새끼들이지만 배울 게 많아요. 배신에 대한 처절한 복수. 그건 나도 배워야겠어. 우리 신화병원 수술실에서…… 아 안 그래도 병원장이 이식할 장기가 많이 모자라다고 했는데……”
“흠흠, 알았어요. 일절만 하세요. 보스. 밥맛 떨어지게.”
차영미가 주절주절 협박하던 정훈의 입을 막았다.
“자, 그럼 본 게임 시작할까요?”
“네, 리벤지에 있는 라잇 게임 주식이 20퍼센트 있는 거 확실하죠.”
“네, 그런데 라잇이 그렇게 중요해요?”
“우연히 베타 테스트 해봤는데 정말 재밌어서…….”
“보스가 게임도 하고 신기하네요. 평소에 게임 안 하지 않았어요?”
“우연히.”
라잇 게임.
일명 LAL로 불리는 게임을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트린다.
정훈은 게임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우연히 이병석과 일성게임즈 인수를 논의하던 중 리벤지 사장이 라잇게임에 투자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지분을 일성게임즈가 쥐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신화게임의 손에 들어왔다.
“일단은 20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죠.지금 베타서비스 중이라서 입소문이 많이 안 나서 다행이에요”
“소문나면 가격이 더 오를 거에요. 소문나기 전에 빨리 인수하죠.”
문이 벌컥 열렸다.
“보스,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LAL 이 다음 주에 정식 오픈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네??
랄이 출시되면 인기는 폭발할 것 이 분명하다.
그러면 쉽게 인수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일성게임즈에 했던 것처럼 해킹으로 서비스를 방해할 수도 없다.
일성게임즈 놈들은 그렇게 커온 놈들이라서 참교육 차원에서 한 건데…….
정훈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