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신화모터스 디자인 센터 조병규 대리는 사람들을 모았다.
“자, 다들 걸었습니까?”
D5와 S5의 계약 비율을 놓고 판돈 10만 원의 내기가 벌어졌다.
자신의 부서였던 14명 모두 참여 했다.
모두 140만 원의 큰 도박판이 열렸다.
대부분은 D5가 우세하다는 쪽에 걸었다.
하지만 신입 디자이너 직원 2명은 자신들의 소신대로 S5가 8대2로 승리한다는 데 걸었다.
그때 센터장 이명석이 들어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뭐 하는 거야?”
“깜짝이야! 센터장님 오셨어요.”
S5 가 8대2의 비율로 승리한다는 돈을 건 유미라 사원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크게 놀랐다.
다른 사람들은 D5에 걸어서 안심한 표정이었다.
상황을 이해한 센터장이 말했다.
“이렇게 다들 D5에 걸면 어떻게 하나, 눈치도 없이. 우리 피터 사장님의 S5에도 돈 좀 걸어. 누구 걸 사람 없어?”
미소를 띠며 주변을 씨익 돌아 보았다.
“하하하, D5가 계약의 대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센터장님.”
처세에 능한 조병규 대리가 두 손을 비비며 아부했다.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본 이명석은 품 안에서 돈을 꺼냈다.
“십만 원이야? 그럼 난 S5가 9대1로 이긴다는 데 걸지.”
“하하하.”
모두 크게 웃었다.
어차피 실현 불가능한 수치.
아랫사람들 회식비에 보태라고 주는 것이었다.
“그럼 수고들해. 다들 그동안 고생했어.”
“센터장님도 그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있을 신차 출시를 앞두고 기분 좋은 덕담이 오갔다.
이명석은 집으로 들어가 오랜만에 가족들과 식사를 한 다음 일찍 자리에 들었다.
자신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차가 많이 팔려야 한다.
초조한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렸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선 그는 일부러 대리점을 모두 들른 다음 회사로 들어왔다.
대리점마다 긴 줄이 가득했다.
최소한 흥행은 보장된 것 같았다.
‘비록 어느 차가 더 많이 계약되었는지 모르지만…… 잘 됐어!’
신차의 흥행에 안도했다.
이명석 센터장은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일에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들뜬 마음 때문에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4시였다.
6시 정도면 오늘 계약이 집계된다.
이명석은 책상 앞에 있던 투명한 명패를 보았다.
디자인 센터장, 이명석.
쓰러지고 일어서길 반복한 드래곤 모터스의 산증인이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잡초 같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 드래곤 모터스.
신화모터스로 사명을 변경했지만 정체성은 계승해야 한다.
강인하고 거친 상남자 스타일이 신화모터스의 디자인 코드여야 한다고 확신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윤정훈 회장.
매끈한 곡선만 강조하는 한물간 디자이너.
이번 기회를 통해 신화모터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립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시 의자를 잡아당겨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할 결재 서류가 가득했다.
한참 동안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인터폰이 울렸다.
“센터장님. 다들 모였습니다.”
이명석은 자신의 낡은 시계를 확인했다.
이미 6시였다.
“바로 나가지.”
오늘의 승리를 모두 앞에서 누리고 싶었다.
그리고 내기의 승자를 축하해 줘야 할 의무도 있었다.
6:4? 7:3? 어쩌면 8:2로 D5가 훨씬 많이 계약되길 내심 기대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방문을 벌컥 열고 나간 그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회의실을 향했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자신을 보는 직원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하 이런 옛날 몰래카메라를 하려 하다니. 쯧.’
속아 줘야 한다.
“나오셨습니까?”
아부를 타고난 조대리도 굳은 표정이었다.
‘하여튼 연기하는 끝내준다니까?’
“분위기가 너무 안 좋은데…… 실적이 안 좋아? 6대4 정도밖에 안 된 거야?”
“……”
D5가 6을 했다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뭐 어쩔 수 없지. 그 정도에 만족해야지. 그럼 우리 귀여운 회장님께 전화를 걸어 볼까?”
회의실 문이 열리며 사장 피터 글라이더가 들어왔다.
뒤이어 애송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인 그룹 회장도 따라 들어왔다.
이명석은 자신의 얼굴에 그려진 웃음을 황급히 지웠다.
“나오셨습니까?”
이명석은 정중하게 인사했다.
자신의 승리가 분명한 상황.
깊이 숙일수록 자신이 빛난다.
“센터장도 여기 있었군요. 결과 들었죠?”
“아직 못 들었습니다.”
정훈은 이명석의 얼굴에 그려진 옅은 웃음을 보았다.
‘대인배인가? 아니면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 정신이 나간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여기는 결과 못 받았어요?”
정훈은 모여 있던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아, 그게…… 받았는데 아직 센터장님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말씀하세요.”
쭈뼛대던 부하직원이 그에게 다가갔다.
“센터장님이 내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뭐 내가 이겼다고? 잘됐…….”
입꼬리를 실룩이던 이명석이 움직임을 멈추고 눈만 깜빡였다.
고장 난 인형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는 중이었다.
“뭐 내가? 9대1이라는 거야? S5가 9? 확실해?”
센터장을 보던 직원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파악한 그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얼굴이 붉어졌다.
수치스러웠다.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다시 들 힘이 없어 그 상태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간 그는 건물 밖으로 나가 심호흡을 했다.
9대1?
진짜?
하, 이명석 끝났네. 끝났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자신의 완벽한 패배이자 디자이너로서의 생명도 끝난 순간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쓰윽 돌아보았다.
20년이 넘도록 보아 왔던 정든 풍경이었다.
‘너무 오래 다녔어. 이제 끝내야지!’
결심한 그는 몸을 돌려 건물로 들어갔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밟으며 사람들이 모여 있던 회의실로 들어갈 때였다.
품 안에 있던 전화가 짧게 울렸다.
아내의 문자였다.
‘여보, 그동안 고생했어. 오늘 신화모터스 대박 났던데, 축하해! 오늘 삼겹살 파티 오케이? 일찍 들어와. 애들도 기다리고 있어.’
아내의 축하 문자.
그동안 숱한 파산 위기를 넘어오며 자신의 곁을 지켜왔던 아내다.
생활비가 모자랄 때는 마트 알바로 생활비를 충당하던 강인한 여인.
그녀를 생각하자 센터장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사직은 안 돼!’
아직 사직할 수 없다.
이제 회사가 날아오르는데, 고생한 아내에게 호강은 못 시켜 줘도 제대로 된 월급은 가져다 주고 싶었다.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낡고 오래된 회의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모두 이명석을 보았다.
피터 글라이더 사장과 윤정훈 회장 앞으로 갔다.
“피터 사장님, 그리고 윤정훈 회장님 제가 졌습니다. 제 능력은 이것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사표를 쓰고 싶은데 그동안 고생한 가족들 생각에 아직 퇴직할 형편은 못 됩니다. 아파트 대출금도 많이 밀려 있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이명석이 피터와 윤정훈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정훈이 피터에게 눈짓했다.
“사직이라뇨? 무슨 말입니까? D5 디자인은 승용차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개성이 있었습니다. 차기 프로젝트 G시리즈 디자인 맡아 주세요.”
“G시리즈요?”
“네.”
승자의 미소를 띤 피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켜보던 정훈이 나섰다.
품 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종이 위에는 거친 사막을 질주할 것 같은 남성미 가득한 SUV가 그려져 있었다.
“이거 센터장님이 디자인한 거죠? 피터가 이걸 보고 극찬하던데요. 찰기 SUV 프로젝트인 G시리즈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근육이 꿈틀대는 느낌이라던 걸요.”
“아니 그걸 어떻게?”
“피터가 저한테 알려 주던데요. 사실 저는 이 센터장을 해고하려고 했는데 피터가 이 종이를 가져왔어요.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인재라고. 뛰어난 디자이너라면서 기회를 주자고 했어요.”
“정말입니까?”
이명석이 피터를 보았다.
“흠, 흠”
이명석의 시선을 마주친 피터는 무안한지 고개를 돌렸다.
이번 내기에서 지면 사직을 결심했었다.
중간에 아내 때문에 생각을 바꾸긴 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인정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의 광대가 올라갔다.
‘하, 결국은 인정이었나?’
지금까지 피터를 인정하지 못했던 이유가 열등감 때문인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배우는 자세로 하겠습니다.”
“네, 앞으로 잘해 봅시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해 주세요.”
피터의 인자한 웃음에 이명석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늘은 간단하게 삼겹살에 소주 어때요?”
피터의 제안.
정훈은 품에서 슬쩍 블랙 카드를 꺼내 그에게 쥐여 주었다.
“이걸로!”
“감사합니다. 회장님.”
“한도는요?”
“인당…… 무제한!”
피터의 눈엔 감동의 눈빛이 가득했다. 블랙 카드를 주고 유유히 사라지는 남자를 보았다.
젊은 거인이다.
반신반의했던 한국행이었다.
하지만 그룹의 지원 덕분에 자신의 역량을 쏟아부은 차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최고의 순간이다.
문득 자기 디자인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폭스바겐 회장의 얼굴이 생각났다.
‘잘 지내는가? 한스! 기다리게 신화모터스가 폭스바겐을 넘어설 테니.’
피터 글라이더의 뇌리에 새로운 목표가 새겨졌다.
정훈은 신화모터스 본관 앞으로 갔다.
자신이 주문한 S5가 매끈한 자태를 뽐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다시 봐도 잘 빠졌어.’
부가티보다는 못하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 만한 디자인이었다.
정훈은 차를 좋아하는 은수를 생각했다.
‘짜식, 친구 잘 둔 덕이다.’
시동을 켠 그는 천천히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S5는 미끄러지듯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정훈은 가죽 냄새가 물씬 풍기는 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
비닐 커버도 뜯지 않은 S5를 가지고 제천에 있는 요양 병원으로 갔다.
한때 천진혁이 머물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은수가 놀고먹고 있다.
별로 이상 없어 보이는데.
할머니를 방패 삼아서 끈질기게도 요양 병원에서 나오지 않으려 했다.
정훈은 약 냄새 나는 로비를 지나 은수가 머물고 있는 병실의 문을 두드렸다.
익숙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자신의 방보다 넓은 방 안에는 푹신해 보이는 소파와 커다란 티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VIP 룸이었다.
정훈의 이마에 주름이 새겨졌다.
‘꾀병인 놈이 VIP 룸이라니, 6인실로 옮겨야겠다.’
“정훈아, 어쩐 일이야?”
할머니가 정훈을 불렀다. 그리고 그녀 옆에는 할아버지라고 부르긴 조금 어색한 구 회장님이 계셨다.
“안녕하세요, 구회장 님.”
“정훈이 왔구나!”
정훈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은수는요?”
“치료받으러 갔어. 연락도 없이 웬일이냐?”
“저요? 은수 선물 주려구요. 그런데 할머니는 여기서 뭐 하세요?”
“그 녀석이 어찌나 심심하다고 어리광을 부리는지, 구 영감이랑 바람도 쐴 겸 왔어. 지금 소강당에 있어. 가보렴. 연극 치료라는데 가서 구경해 봐.”
“네, 갔다 올게요.”
정훈은 병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벽에 걸린 명화들을 감상하며 작은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꺼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무대 위에 사람들이 있었다.
은수는 무대 한가운데서 오글거리는 대사를 읊고 있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발성도, 표정 연기도, 심지어 몸짓도.
모든 것이 다 좋았다.
같이 연기를 하는 사람들도 은수의 얼굴만 보고 있다.
“컷, 아주 좋았어요. 은수 씨. 정말 연기해 볼 생각 없어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누구지? 아는 사람 같은데 생각하면서 무대 앞으로 갔다.
“야, 정은수,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웬일이냐? 바쁘신 우리 윤 회장님이!”
은수의 말에 환자들을 보고 있던 여인이 고개를 황급히 돌렸다.
“차보아 씨.”
“윤정훈 씨? 아니 윤정훈 회장님이 여기 웬일이세요?”
“저요? 저 새끼……가 아니라, 정은수가 제 친구입니다.”
“하, 과대망상증 환자인 줄 알았더니 진짜네요.”
“여기서 뭐 하세요?”
“저요? 자원봉사요. 연극 치료 프로그램 자원봉사 중이에요.”
황당한 만남이었다.
정훈은 강당 의자에 앉아 은수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눴다.
차보아는 주변을 맴돌며 정훈을 힐긋거렸다.
차보아는 정훈과 이야기하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정훈은 차를 주고 빨리 올라가야 했다.
그녀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차보아 씨, 반가웠어요. 제가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가 볼게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아, 네.”
정훈은 은수를 데리고 강당을 빠져나왔다.
병원 입구로 가면서 은수에게 질문했다.
“야, 너 언제 퇴원할 거야?”
“어? 아직 많이 아픈데. 밤에 식은땀도 나고 밥 먹으면 금방 채하고 하여튼 많이 아파.”
정훈은 요양 병원 밖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은수를 데려갔다.
반짝이는 새 차 S5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때? 잘 빠졌지?”
“와, 죽이는데……. 역시 디자이너가 바뀌니까 확실히 달라. 대박 났다면서.”
“응, 한 달 만에 30만 대 계약했어. 지금 새 차 받으려면 6개월 기다려야 해.”
“와, 나 진짜 갖고 싶은데.”
“그래? 그럼 퇴원해.”
“아프다니까!”
은수가 정훈을 향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럼 어쩔 수 없고. 너 주려고 가져왔는데. 아픈 사람이 운전하면 안 되지. 다시 가지고 가야겠다.”
“하, 이 개자식이 아니라…… 참 착한 친구 보소. 나 주는 거야?”
“그럼. 아직 비닐도 안 뜯었다. 친구 좋은 게 뭐냐?”
“목적은?”
은수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목적은 무슨…… 그냥 이렇게 숨는다고 해결되는 거 없다는 거지.”
정훈은 이헌에 대해 이야기할까 생각했다가 접었다.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후우, 나갈 생각 하니 벌써 가슴이 답답하네.”
“답답할 땐 시원하게 달리는 것도 좋은데.”
정훈은 은수의 얼굴 앞에서 S5의 키를 찰랑거리도록 흔들었다.
“흠……. 드라이브는 부가티가 제맛인데. 손맛이 달라!”
부가티를 탐내며 눈을 반짝이는 은수.
정훈도 급히 방어했다.
“남의 차보다는 자기 차가 더 재미있을걸?”
“그렇긴 한데, 체급 차이가 좀 심하네!”
“그럼, 네 돈으로 사. 그럼 되지.”
은수의 눈빛에 살기가 서렸다.
“은수야, 나 올라간다. 집으로 와. 병원비 축내지 말고. 아, 내일부터는 병원비 네가 내야 해. 알지? 하루 30만 원인 거.”
“야잇…….”
은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꺼져, 새끼야!”
“그래, 내일 집에서 보자.”
정훈의 부가티가 굉음을 내며 한적한 요양 병원을 빠져나갔다.
사라지는 부가티를 보던 은수는 자신의 S5의 비닐을 조심스럽게 뜯었다.
자신의 몸에 맞게 미러와 시트를 세팅한 다음 핸들을 꽉 쥐었다.
“그래, 오래 있었어. 피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야…… 이제 해결해야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은수는 결심한 표정으로 먼 산을 보았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푸른 산을 하염없이 보기만 했다.
***
회사로 돌아온 정훈은 차영미를 불렀다.
“일본 상황은 어때요?”
“그게, 저대로 오픈하면 백 프로 서버 다운될 것 같은데요.”
“하, 그놈들은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운대요?”
“그게 사무라이 정신이잖아요. 똥꼬집.”
차영미가 키득거렸다.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인상을 쓴 채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정훈이 물었다.
“지금 추세면 2시간 내로 다운될 것 같은데요.”
“흠, 지금 그 친구들은 뭐 하고 있어요? 관광 중이에요?”
“네,”
“투입!”
“옙”.
신화 게임에서 준비한 정훈의 특공대가 이미 도쿄에 상륙해 대기 중이다.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그들이 수니 게임의 심장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