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58화 (158/200)

#158화

‘신화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

-인수 합병의 귀재 윤정훈 회장 드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

-관련 업체 초긴장

-실패가 없었던 그의 투자, 콘텐츠 산업에서 통할 것인가?

신문을 본 이석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런 썅!’

자신의 은밀한 제안을 거절했던 차보아.

그녀를 설득해 스폰서를 받아 주겠다고 큰소리치던 유두식 세이렌 대표가 사라졌다.

조사 결과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10억을 투자했는데, 빌어먹을!’

더욱 자존심이 상한 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그녀 때문이었다.

기회를 봐서 반드시 자신의 돈과 명성으로 굴복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게 수포가 됐다.

이석은 주먹을 책상을 내리쳤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 위에 놓인 찻잔이 쨍그랑 소리를 냈다.

하필이면 신화그룹이 세이렌을 인수하다니.

‘설마 차보아와 윤정훈이? 아닐 거야. 절대로 뺏길 수 없다.’

만약 둘이 그런 사이라면 더욱 포기할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진다.

이석은 차보아의 얼굴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도도하고 기품 있는 하인선과 달리 청순하고 발랄한 여대생 같은 그녀.

이석의 눈앞에 차보아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이석은 손에 쥐고 있던 신문을 돌돌 말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뒤에서 머리를 박고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이봐, 어떻게 할 거야?”

-퍽

그의 뒤통수를 신문지 뭉치로 강하게 내리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려오겠습니다.”

“내가 어떻게 믿지?”

“아이들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서 회장님 앞에 데려다 놓겠습니다.”

이석은 엎으려 있는 남자의 복부를 발로 찼다.

-퍽

“손끝 하나 건드리지 말고 얌전히 데려와, 알겠어?”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문가들을 준비했습니다.”

“그래?”

이석의 비릿한 웃음이 얼굴을 가득 메웠다.

“마지막 기회야, 알겠어?”

“네, 회장님.”

인터폰이 울렸다.

“여사님 오셨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회장실의 문이 열리며 그녀가 들어왔다.

“어머니, 오셨습니까?”

하얀 실크 원피스에 오드리 헵번이 애용했던 챙이 커다란 캐플린 모자를 쓴 그녀.

우아한 자태로 안으로 들어왔다.

거리낌 없이 소파로 가 상석 자리의 왼편에 앉았다.

천천히 다리를 꼰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석을 회장을 보았다.

“우리 회장님 심기가 많이 불편하신가 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랫것들에게 손대면 안 돼요. 체통을 지키세요.”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석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남자의 발을 툭툭 쳤다.

“나가.”

남자가 나가고 둘만 남게 되지 하인선은 모자를 벗어 옆자리에 두었다.

“앉으세요. 이 회장”

“예,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 엔터테인먼트사 하나 인수한다더니……. 미적대다가 일이 틀어졌다면서요?”

“네.”

“타이밍이 중요하죠. 이거다 싶으면 돈이 더 들어도 바로 낚아채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어딥니까? 이 어미가 그쪽에 인맥이 좀 있으니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아닙니다. 어머니.”

“어미가 말할 땐 받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말씀하세요.”

주저하던 이석이 작게 대답했다.

“세이렌이라고 아주 작은 회사입니다. 그런데 신화그룹 놈들이 낚아챘습니다.”

순간 하인선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하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

“세이렌을 신화가 인수했다구요?”

하인선은 의문이 들었다.

성 상납과 스폰서 중개나 하던 소속사를 뭐하러 인수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답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들을 보았다.

왜 그 회사를 인수하려 한 거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으나 들려오는 소문과 보고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 일은 윤정훈에게 감사해야 하나?

“우리 회장님 아버님이 주신 영양제는 이제 끊었습니까? 스타 병원 최 원장이 당분간 끊는 게 좋다던데요.”

“물론입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신 그날부터 먹지 않고 있습니다.”

“잘했어요.”

흐뭇한 미소를 보여 주자 이석도 안심하는 표정이다.

“그건 그렇고 이젠 정말 끝을 봐야 할 것 같긴 합니다. 천성한 장관과 파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그놈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정적을 하나 없애 준다는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귀찮게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해결되는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회장님은 그룹 경영에만 신경 쓰세요. 우리 이석 회장의 길을 막는 것들은 이 애미가 다 쓸어버리겠습니다.”

순간 하인선의 얼굴에 광기어린 살기가 스쳐지나갔다.

이석은 그녀의 섬뜩한 표정에 당황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이 십니까?”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렸습니다.”

“아버님은 괜찮으십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제 멋대로인 양반입니다.”

“네, 어머니.”

아버지는 일본을 다녀온 뒤로 급격하게 말수가 줄어들었다.

혼자 술만 드시고 계셨다.

히스테리를 부리는 날이 많았다.

“그럼 일 보세요. 당분간은 호텔에서 지내세요. 아비라는 작자가 하는 짓이 별로입니다. 요새 하는 짓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자신을 쥐 잡듯 잡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권유로 호텔에 피신해 있었다.

하인선은 푹신한 소파에서 느릿하게 일어섰다.

세이렌 프로덕션을 들었을 때 하지 못한 말을 지금 해야 했다.

‘세이렌.’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럽다.

높은 계약금을 제시해 신인을 속여 계약한 다음 그 계약을 핑계를 협박을 일삼는 양아치 회사.

목표는 스폰서와 성 상납.

쉽게 쉽게 돈을 버는 게 그들이 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계집질에 정신을 팔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하인선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석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 회장님. 아까 이 어미의 말을 흘려듣지 마세요. 남자뿐만이 아니에요. 계집년들도 함부로 손대지 마세요. 체통을 지키셔야 합니다. 지난 과오를 잊지 않으셨죠?”

“네?”

하인선의 말에 이석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다급하게 일어선 그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어, 어머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잊지 않았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차보아 같은 요물은 이제 그만 잊으세요.”

심장이 쪼그라 들었다.

이석은 너무 놀라 대답도 못했다.

그저 알겠다는 듯 공손한 자세로 고개만 다급히 끄덕였다.

어머니가 나간 뒤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어떻게 아신 거지?’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는 문을 잠갔다.

그런 다음 책상 뒤에 있는 금고가 조심스럽게 다이얼을 열었다.

무거운 문을 열고 하얀색 약통을 꺼냈다.

다시 한번 문을 확인한 그는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약을 꺼내 한 알을 삼켰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온몸을 완전히 기댔다.

등받이가 완전히 꺾이며 평온한 안식이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석이 약에 반응했다.

기괴한 쾌락의 미소가 그의 얼굴을 채우기 시작했다.

회장실을 나온 하인선은 지하 주차장으로가 자신의 차에 올랐다.

운전기사이자 비서가 서류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서류를 거칠게 뜯은 다음 안에 있던 사진을 꺼냈다.

“이게 차보아 그년이야?”

“네.”

“여사님을 많이 닮았습니다.”

하인선의 얼굴이 완전히 구겨졌다.

하인선과 같이 찍힌 남자의 얼굴이었다.

“그 남자는 정은수란 놈인데 애인인 것 같기도 하고 친구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인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배로 나온 둘이 한 여자를 두고 싸운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위험한 년이군.’

하인선은 자신의 에르메스 가방에서 전화기를 꺼냈다.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나야.”

“예 사모님.”

“차보아, 완전히 정리해. 재기 불가능하도록.”

“네……?”

당황한 목소리였다.

“정말…… 그 정도까지 합니까?”

“두 번 말할까?”

서릿발 같은 차가운 목소리였다.

“용, 용서하십시오. 조치한 다음 보고 드리겠습니다.”

자신이 봐도 매력적이고 청순한 여인이었다.

길고 짙은 속눈썹, 하얀 피부.

청순함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묘하게 자신과 닮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을 걸고 지키는 아들과 완전히 버렸던 아들이 한 여자를 보고 있다.

둘이 만날 일은 없겠지만 불행의 싹은 짓밟아야 하는 법.

그리고 우리 사랑스러운 이석 회장은 지금 절대 한눈팔아서는 안 된다.

하인선은 섬뜩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

아침을 알리는 요란한 자명종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시계를 확인한 차보아는 비명을 질렀다.

12시……다.

큰일이다.

오후 1시부터 연기 수업이 있는데.

허겁지겁 머리를 감고 말리지도 못했다.

화장도 못하고 급하게 립스틱만 발랐다.

차보아는 거울 옆에 있던 옷걸이를 보며 옷을 골랐다.

서둘러야 했지만 옷은 신경 써야 한다.

흰색 남방을 골랐다.

자신에게 흰색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 말한 아이.

항상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 아이를 생각하자 옅은 웃음이 스쳐지 나갔다.

순정 만화를 찢고 나온 것 같은 얼굴과 키.

배우로서의 재능도 특출났다.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어 주던 얼굴을 생각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그와 자신은 좋은 친구……다.

회사가 신화그룹에 인수되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건들대며 자신을 훑어보던 모든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자리를 연예계 진짜 전문가들이 채웠다.

날카로운 눈빛과 직감으로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전문가들이 소속 배우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한강을 건너는 전철에서 창밖을 보았다.

강 물결에 반짝이는 햇살이 차보아는 좋았다.

지루한 흑백 영화 같은 인생이 신나는 뮤지컬 영화가 되었다.

지금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신화엔터테인먼트의 문을 열며 큰 목소리로 활기차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모두 상냥한 얼굴로 맞이했다.

연습실로 가는 복도에 은수가 있었다.

“은수야!”

“어, 보아야, 빨리 왔네.”

차보아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은수의 곁에 섰다.

“자, 이거.”

은수가 손에 든 생수 한 병을 자신의 손에 쥐여 줬다.

얼굴에 그려진 미소가 들킬까 황급히 감췄다.

“뭐야? 갑자기 웬 생수야? 나 생각해서 주는 거야? 큭.”

일부러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든 은수가 한숨을 쉬었다.

“어유, 돈이 남아서 하나 더 뽑았어. 나중에 목마를 때 마셔.”

“칫, 땡큐.”

“흰색이 잘 어울리네.”

“어…… 아. 고마워. 요즘 옷에 통 신경 쓸 수가 없어서 흰색만 입게 되네.”

“그러게. 일주일째 계속 흰색이네. 큭 천사냐? 크크크.”

차보아의 발이 자동으로 은수의 정강이를 찼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기분은 나빠졌다.

한참을 고른 건데.

“야, 놀리지 마.”

다시 한번 반대쪽 정강이를 찼다.

-악!

짧은 비명과 함께 양발을 교차하며 깽깽거리던 은수.

연습실로 들어가 이미 사라진 그녀의 빈자리를 보았다.

‘아닌가?’

일주일째 자신이 좋다고 한 향수만 뿌리고,

좋은 향기라고 칭찬했던 샴푸만 쓰고,

예쁘다고 한 색깔의 옷만 입는 그녀.

내심 좋았는데.

차라리 잘됐다.

은수는 자신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인선을 닮아서 그녀를 좋아한 건지, 그녀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있는 건지.

그녀가 다가와서 좋아하는 건지, 내가 먼저 좋아하는 건지.

혼란스러운 감정이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은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숨을 여러 번 내쉬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런 다음 연습실 문을 열었다.

신화엔터테인먼트에서 마련한 새 연습실에 연기 지망생들이 모여 있었다.

나무 냄새를 풍기는 마룻바닥에 특별한 건 없었다.

하지만 세이렌 소속이었던 배우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높은 계약금만 보고 덥석 계약한 이후로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트레이닝은커녕 재벌, 정치인과의 술자리를 주선하기만 했다.

몇몇은 달콤한 사탕에 빠져 꿈을 버리기도 했다.

“아, 아 다들 모이셨습니까? 고창훈 대리입니다.”

“어, 승진하셨어요?”

“하, 네! 감사합니다.”

슬쩍 승진한 걸 자랑했는데 센스 있는 차보아 씨가 캐치해서 사람들 앞에서 자랑해 줬다.

“축하해요 고 대리님.”

우수찬 얼굴이 매력인 윤수아도 거들었다.

고창훈의 입이 길게 늘어졌다.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연기 수업이 시작될 겁니다. 어렵게 모신 분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고창훈이 유리문을 열고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다.

“선생님, 들어오세요.”

잠시 후 노신사가 들어왔다.

-어, 어, 헉,

연습실에 있던 배우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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