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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61화 (161/200)

#161화

은수와 보아를 향해 다가온 세 명의 남자는 한눈에도 불량해 보였다.

조폭들이 입는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

누가 봐도 건달인 걸 알 수 있게 티를 내고 있었다.

“차보아 씨?”

“누구세요?”

“잠깐 같이 가시죠.”

은수가 앞으로 나서려 하자 차보아가 말렸다.

“안 돼, 은수야. 위험한 사람들이야. 내가 해결할게.”

차보아는 침을 한 번 삼킨 다음 앞으로 나섰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이석 회장님이 뵙고 싶어 합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모르는 사람을 만날 이유는 없어요. 한 번 더 이런 식으로 접근하시면 스토킹으로 고소할 거에요.”

“스토킹으로 고소할 거예요.”

남자 한 명이 차보아를 따라 하며 비웃었다.

“야, 고소한다는데, 어떻게 할까?”

“고소는 참기름이 고소하지, 중국산 말고 국산. 크크크.”

웃기지도 않는 개그를 한 남자가 보아의 손목을 낚아채려 했다.

은수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여린 손목을 낚아채려는 거친 손을 발로 차 쳐냈다.

“어이, 그만하지.”

보아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은수를 보았다.

자신이 알던 여린 은수와는 완전히 다른 거친 상남자의 분위기였다.

“하, 뭐야 넌?”

남자는 자신의 손을 발로 쳐낸 은수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아가야, 일진 놀이 좀 했나 본데…… 어른들 일에 끼어들면 혼난다. 집에 가서 엄마 젖이나 먹고 오렴! 크크크.”

“엄마 없는데.”

“하, 이 새끼가…… 형이 좋게 말하는데, 자 뒤돌아서 앞으로 가! 아니면 너 죽어. 너 이석 모르지? 스타그룹 이석.”

“내가 알아야 하나?”

“말이 계속 짧다. 뒈지고 싶구나.”

남자는 품에서 팔뚝만 한 길이의 칼을 꺼낸 다음 칼날을 혀로 스윽 핥았다.

비릿한 웃음을 지은 다음 은수를 보며 말했다.

“이쁜아, 나서지 말고 빠져. 예쁜 얼굴 상해. 얼굴이 예뻐서 봐준다.”

은수의 예쁜 얼굴에 자신의 험상궂은 얼굴을 디밀었다.

“흐흐흐. 자, 그럼 뒤돌아서 앞으로 갓!”

손에 쥐고 있던 칼로 은수의 볼을 톡톡 쳤다.

칼을 보고 놀란 차보아는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하, 하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

은수는 더 이상 예쁘다는 말에 욱하진 않았다.

하지만 젊은 혈기가 가득한 20대.

자신을 비아냥대는 낯선 남자를 내버려 둘 만큼 자비롭진 않았다.

특히 사심이 절대 없는 예쁜 친구 앞에서 자신을 모욕하는 사람을 용서할 만큼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아가리 닥쳐, 이 새끼야.”

은수가 거칠게 포효했다.

갑작스런 고함에 건달의 몸이 뒤로 흠칫 밀려났다.

“뭐? 뭐 이 새끼야?”

“입 냄새나, 그 아가리 좀 닥쳐!”

“하, 얼굴이 예뻐서 봐주려고…….”

은수를 비웃던 남자는 자신의 하던 말을 끝내지 못했다.

-퍽

눈 깜짝할 사이에 인중을 강타당한 남자는 바닥에 쿵하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입술 다물라니까, 쯧, 입 냄새 때문에 기절할 뻔했다. 야, 너희들도 이리 와 봐.”

같이 온 일행은 쓰러진 남자를 보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를 두고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리 가.”

“이석이 시켰다고?”

은수가 그들을 잡으러 앞으로 다가갔다.

그때 등 뒤에서 차보아의 비명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젠장, 3명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뒤에도 있었다.

자신의 앞에선 녀석들은 미끼였다.

“멈추지. 안 그럼 이 예쁜 얼굴이 다칠 거야, 너 때문에.”

“이…….”

은수는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보아의 목을 날카롭게 위협하고 있는 서늘한 칼.

은수는 두 손을 어깨 위로 올리며 싸울 의사가 없음을 표시했다

겁에 질린 그녀가 은수를 걱정하며 말했다.

“은, 은수야 도망가. 어서, 위험한 놈들이야.”

“닥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은수의 머리를 향해 쇠 파이프를 내리쳤다.

“안 돼! 은수야……”

-꺅

은수는 자신의 머리를 공격하는 쇠 파이프를 피했다.

쇠 파이프가 허공을 가르며 바람 소리를 냈다.

은수는 그의 안면에 주먹을 꽂았다.

-퍽

“그만해. 안 그러면 진짜 다친다…….”

“은수야, 도망가 어서. 이 사람들 무서운 사람들이야.”

“야, 어떻게 널 두고 가냐, 내가 지켜 줄 테니까 나만 믿어.”

“미친, 허세가 대단하네. 이번에도 피하면…… 아니 피해 봐, 무슨 일이 생길지 나도 궁금해. 크크크.”

-캭

보아의 하얀 블라우스를 상의를 칼로 쭉 찍었다.

비명과 함께 그녀의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황급히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그, 그만해.”

은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가 다시 일어났다.

입 안에 있던 피를 퉤하고 내뱉은 그는 손에 쥔 쇠 파이프를 다시 한번 움켜쥐었다.

“은수야, 도망가! 어서.”

차보아의 외침에 은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젠장, 여기서 어떻게 도망가냐.”

은수가 옅게 웃었다.

“안 돼!”

은수 뒤에 있던 남자가 머리를 향해 그대로 내리쳤다.

-퍽

둔탁한 소리를 내며 쇠 파이프가 은수의 머리를 때렸다.

은수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퍽, 퍽,

남자는 쇠 파이프로 바닥에 쓰러진 은수를 쉬지 않고 매질했다.

“안 돼!”

죽을 것 같았다.

자신을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은 아이가 죽을 위기 처했다.

막아야 해.

자신의 목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칼을 무시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칼로 위협하던 남자는 갑자기 앞으로 튀어 나간 그녀의 움직임에 깜짝 놀랐다.

목표가 상해서는 안 된다.

순식간에 칼을 거뒀다.

차보아는 쓰러진 은수의 몸을 작고 가냘픈 제 몸으로 꼭 덮었다.

“그만해요. 갈게요. 그럼 되잖아요.”

다행히 더 이상의 매질은 없었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은수를 꼭 안았다.

은수를 안고 있던 차보아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이 아이를 자신의 몸으로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바닥에 쓰러진 그를 다시 한번 꼭 안았다.

자신의 등 뒤에서는 둔탁한 파열만 들려왔다.

-퍽, 퍽

-윽, 윽

“그만, 살려 주세요.”

“아아악”

남자들의 고통스러운 비명도 들렸다.

‘꿈인가?’

누가 와서 우릴 구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차보아는 은수를 강하게 다시 한번 꼭 끌어안았다.

지금 여기에는 그와 자신밖에 없었다.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깊은 적막만이 지하 주차장을 감싸고 있었다.

은수는 자신을 감싸 안은 포근한 온기에 정신이 들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그녀가 자신을 안고 있었다.

고개를 움직여 주변을 살폈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

‘새끼, 좀 일찍 오지. 대가리 깨질 뻔했네.’

은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수야.”

차보아가 고개를 들어 은수를 보았다.

커다란 눈이 은수의 눈앞에 있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을 처음 받아 보았다.

마음이 그녀를 향해 움직인 건 누군가를 닮아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곁을 맴돌던 그녀,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그녀의 눈길 때문이었다.

“보아…… 너, 좀 예쁘다.”

은수는 손을 움직여 그녀의 볼을 감쌌다.

‘갖고 싶다.’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그리고 작은 머리를 당겨 입술을 당겼다.

차보아는 입술에 닿은 촉감에 감전되어 버렸다.

짜릿한 전기에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 채 두 눈만 깜박였다.

이럴 상황이 아닌데.

심장이 쿵쿵거린다.

온몸이 멈추지 않고 미세하게 떨고 있다.

눈앞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깜빡이고 있다.

더 이상 가까이할 수만큼 가까운 두 눈.

그 순간 차보아는 깨달았다.

‘아…… 좋아해, 너를.’

납치당할 위기의 순간.

자신들을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마지막 순간 이 아이와 함께하고 싶다.

차보아는 두 눈을 감고 부드럽게 밀려오는 그를 받아들였다.

***

정훈은 잠을 뒤척였다.

눈을 감아도 생각이 나서 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금광이라니.

어제 오후 신화개발 유민철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혹시나 해서 조사해 보라고 한 건데 정말 금맥이 발견되었다.

예상 매장량이 100톤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었다.

우리 돈으로 2조 원의 가치.

거기다 경제성도 뛰어났다.

톤당 2그램의 금이 채굴되면 우수한 편인데 이번 금광에서는 톤당 20그램의 금이 채굴되었다.

대박, 아니 초대박이 분명했다.

다음 날 정훈은 박창수와 함께 괴산으로 향했다.

어제 잠을 설친 탓에 차에 타자마자 잠에 빠졌다.

잠에 취해 있던 정훈의 귀에 박창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이제 곧 도착합니다.”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켰다.

“운전 실력이 좋네요. 덕분에 푹 잤네요.”

“차가 좋았습니다. 이번에 새로 뽑은 롤스로이스 승차감이 대단합니다. 너무 편안해서 운전하면서 졸 뻔했습니다. 하하하”

명불허전이었다.

차를 타고 있는 건지 침대에 누워 있는 건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편안했다.

차는 어느새 유정리 마을 회관 앞에 도착했다.

정훈이 차에서 내리자 이미 유민철 사장과 마을 이장이 나와 있었다.

“축하합니다. 회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유 사장님!”

정훈은 유민철 사장을 보았다.

신화개발 지분 덕분에 수천억의 자산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했다.

지나친 재산은 행복에 독이 된다는 이유였다.

대구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명품 옷은 입지 않았다.

수수하면서도 깔끔하게 다녔다.

다만 안전을 생각해서 차만 벤츠 G-바겐을 타고 다닌다.

그것도 돈 아낀다고 중고차를 샀다.

“여전히 검소하시네요. 돈을 펑펑 쓰셔야 나라의 경제가 발전합니다, 하하하.”

“네? 이미 많이 쓰고 있습니다.”

“기부를 많이 한다고 많이 쓰는 건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도 좀 쓰고 있습니다.”

정훈은 호탕하게 웃는 그를 보자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사장으로 선택한 사람이 회사를 잘 이끌고 기부도 많이 한다.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다.

거기다 지나가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했던 지시까지 열심히 수행해 금광을 발견했다.

정훈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아 매우 흡족했다.

“참 이렇게 내려오신 김에 마을도 한번 구경하시죠.”

이장이 제안하자 박창수가 나섰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박창수가 성장했던 고향 마을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다 쓰러져 가던 집을 헐고 새로 지었다.

오래된 한옥은 뼈대를 보존하며 리모델링 했다.

좁은 마을 도로도 넓게 확장했다.

별 볼 일 없는 농촌 마을에서 전원주택 단지로 변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건 바로 자신들이 받는 배당금이었다.

박창수는 자신의 곁을 걷고 있는 정훈을 보자 그날이 생각났다.

“우리 마을에 사는 분들은 대부분 독립운동하신 분들이었습니다. 금광이 있어서 몸은 고됐지만 벌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금맥이 고갈되면서 다들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독립투사들이 어렵게 사는 건 보기 그렇군요.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무예를 계승하고 또 ‘신청’이란 적들을 추적하고 있었던 겁니까?”

“네.”

정훈은 결심했다.

“제가 좀 돕겠습니다.”

“이미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어르신들이 신화병원에서 좋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고생한 분들은 부귀영화를 누려야 합니다.”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신화개발은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배당금이 충청도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누가 제 이야기를 함부로……혹시 차영미 씨가 그랬나요?”

“아니요, 그분 남편이 입이 좀 가볍더군요. 흠흠.”

“신화개발에서 나오는 제 배당금의 10퍼센트를 이 마을 어르신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회장님.”

“10퍼센트라 얼마 안 됩니다. 매년 100억 정도 나올 겁니다.”

“네?”

박창수는 다시 생각해도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었다.

매년 100억 마을로 들어왔다.

집을 짓고 학교를 지었다.

그리고 전국에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을 모았다.

그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전수했다.

“이번에 서울대를 2명이나 들어갔다고요?”

“네, 이번엔 2명인데 내년엔 10명 정도로 예상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좋네요. 선조들의 과거 덕분에 후손들이 덕을 보내요.”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선조들의 선택이 후손에게 복이 되어 돌아왔다.

최고의 교육과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들 회장님께 고맙다고 꼭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옛날에는 독립운동을 한 게 자식들에게 부끄러웠는데 이제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아도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제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했을 일입니다.”

정훈은 박창수를 보았다. 눈시울 붉어져 있었다.

피해야 할 순간이 왔다.

“흠, 마을은 잘 정비되어 있네요. 집도 아름답고요. 보기 좋습니다. 저는 올라가 보겠습니다. 박창수 씨는 오랜만에 고향에 왔는데 좀 쉬다가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정훈은 눈물을 훌쩍이는 박창수를 뒤로하고 마을 회관을 향해 걸었다.

함께 내려오던 유민철 사장에게 물었다.

“몇 시 정도 됐습니까?”

정훈이 시간을 묻자 유민철 사장은 소매를 걷었다.

천천히 슬로 모션처럼 움직여 햇빛에 반짝이는 시계를 보았다.

“2시입니다.”

‘설마.’

파텍필립?

그의 팔을 감싼 것은 분명 5억짜리 명품 시계 파텍필립이었다.

돈 좀 쓰다는 말이 저것 때문이었나?

그의 말대로 그도 자신을 위해 돈을 쓴다.

수천억의 자산가가 5억짜리 시계를 사는 건…… 사치가 아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네, 회장님.”

정훈과 유민철 사장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씨익 웃었다.

눈웃음을 교환한 정훈은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

“회장님 최태원 사장님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잠시 후 회장실의 문이 열리고 최태원 사장이 들어왔다.

표정이 상당히 굳어 있었다.

“앉으세요.”

자리에 앉은 그는 서류를 꺼내 정훈에게 줬다.

“<트랜스 로봇>은 배급권을 백억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르타쿠스 결사대>는 20억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훈은 의견을 물었다.

“둘 다 아닌 것 같습니다. 백억은 너무 많습니다. 50억 정도가 적당합니다. 그리고 결사대는 10억도 많습니다. 스토리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맞지 않습니다.”

“그래요?”

정훈은 최태원 사장의 말에 귀 기울였다.

“네, 한국 사람은 무조건 스토리가 있어야 됩니다. 이유 없이 무턱대고 부수고 잔인하게 찔러 죽이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흠, 이번에도 역시 저랑 생각이 다르네요. 내기 한번 할까요?”

“네?”

최태원 사장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정훈을 뚫어지게 쳐다본 다음 입을 열었다.

“더 드래곤에 100억 투자한 거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디 가서 고개를 못 듭니다. 돈이 썩어 나냐고 다들 비웃습니다. 내기를 할게 아닙니다, 회장님. 이 두 영화는 절대 안 됩니다.”

“그러니 내기를 합시다. 이 두 영화가 300만을 넘는지 못 넘는지.”

“하, 정말입니까? 좋습니다. 정 원하시면 그렇게 하죠. 회장님 명을 어떻게 거스르겠습니다. 대신 회장님이 지면 신화엔터 경영에 손을 떼십시오.”

“좋아요. 그럼 제가 이기면 앞으로 제 말에 토 달지 않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아, 이왕 하는 김에 트랜스 로봇은 후속편까지 계약하세요.”

“네?”

최태원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 보세요.”

최태원은 화산처럼 붉은 얼굴로 꾸벅 인사를 한 다음 회장실을 나갔다.

정훈은 소파에 몸을 완전히 기대며 천장을 보았다.

‘휴 미래를 아는데 어떻게 질 수 있나…….’

정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은 실패를 경험을 해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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