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73화 (173/200)

#173화

“선배, 다시 말해 봐요. 알리바바 주식을 40퍼센트나요?”

“그래. 중국 놈들한테 제대로 당한 거지. 안 그래?”

“아, 아니 그게…… 그게 그 회사가 아주, 아주 초대박인데…….”

“뭔 개소리야”

손경영은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아는 극비 정보를 말할 수 없었다.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와 4촌 친척이다.

친척이지만 일본에 사는 그와는 교류가 거의 없는 데면데면한 사이.

하지만 그가, 여기 꽂아 주었다.

은밀한 낙하산이었던 손경영은 우연히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손정의는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가 세상을 양분할 거라고 단언했었다.

그래서 은밀히 주식을 구하려 했지만 자신과 같은 슈퍼 미니멀 개미는 접근할 수 없는 세계.

“선배 그러니까 신화그룹이 알리바바 주식을 40퍼센트 샀다는 거죠?”

“응.”

“어느 계열사예요?”

“그건 모르지…… 전자? 아니면 게임? 조선해양? 증권?”

무심한 말투의 이판수와 달리 손경영의 두 눈은 튀어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니 선배, 그거 초대박이야, 초초초 대박이라고”

“무슨 말이야?”

“무조건 신화그룹 주식 사야 해요. 일본 소프트방크 손정의 회장이 엄청난 주식이라고 했어요.”

빨리 알아내서 주식을 사야 했다.

다급한 마음이 앞섰던 그는 인터뷰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뭐? 누구? 손정의가, 정말이야?”

“네.”

손정의의 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정말 윤정훈의 말대로 알리바바가 세상의 절반을 지배할까?’

허황되어 보이던 윤정훈의 말이 현실이 될 것처럼 느껴졌다.

알리바바 주식을 40퍼센트 가진 신화그룹은 얼마나 커지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이런 예측을 할 수 있는 거지?

신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그의 머릿속에 펼쳐졌다.

이판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손경영과 함께 인터뷰 기사 및 기획 특집을 준비했다.

며칠 동안 손경영의 도움으로 알리바바 주식을 분석하고 인터뷰를 정리했다. 이메일로 친척인 손정의에게 알리바바 지분이 없는 야후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다음 날 온 그의 답변은 단순했다.

‘만약 그렇다면 야후는 그저 그런 포털회사일 뿐이다. 절대로 300억 달러의 가치가 아니야.’

이메일의 끝에 손정의는 야후의 두 창업자를 불쌍한 놈들이라고 아주 측은해했다.

몇 번을 검토한 끝에 인터뷰 기사와 기획 특집 기사를 경제면 1면에 냈다.

언론인의 사명은 정확한 정보 전달.

신화는 야후의 핵심 자산을 움켜쥐었고 스타는 야후의 허울만 가졌다.

‘신화 야후의 심장을 가지다, 스타 야후의 껍데기에 취하다.’

작은 지방지의 인터넷 기사.

큰 반향을 일으킬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타그룹의 주가는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했다.

스타그룹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글이 조금씩 인터넷에 채워지고 있었다.

***

정훈은 중부일보에 나온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야후의 심장을 가진 회사.

식상한 표현이지만 언제나 칭찬은 즐거웠다.

중부일보의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파급력은 부족했다.

정훈은 이 좋은 기사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널리 알려 모두를 이롭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스타그룹의 주식의 사는 짓은 미친 짓이다.

주식시장의 최약자 개미들이 펀드매니저들의 개미핥기에 당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진실을 밝혀야 할 시간이다.

“실장님? 블로그랑 카페에 바이럴 광고 하고 있죠?”

“네, 카페는 지역 밀착형으로 각 지역의 대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고 블로그는 파워 블로그들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타그룹의 야후 인수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득 뿜어내고 있습니다.”

“좋군요. 2단계는요?”

“4대 일간지와 케이블 주식 방송에서 다룰 겁니다. 아, 그리고 이미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들이 스타그룹 주식을 던지고 있습니다’.

“역시, 한발 빠른 놈들이군요. 그건 그렇고 우리가 싸게 주워 먹고 있죠?”

“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이제 신문과 방송 같은 거대 미디어에 노출된다면 주가 하락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우려라고 치부하고 있을 뿐이다.

“회장님, 깨톡 발표회장으로 출발할 시간입니다. 강당에 기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오케이.”

“그런데 정말 그렇게 발표하실 거예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하한가 갈 수도 있어요.”

“그럼 좋은 기회죠. 자사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잖아요.”

“하, 그건 그런데…….”

“신화그룹에게 그 정도 손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시잖아요.”

차영미는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할 수 없었다.

메신저를 공짜로?

윤정훈 회장의 의견에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러다가 전화도 무료로 할까 걱정했는데 정말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문자만 해도 손실이 엄청난데, 나중에 전화까지 무료로 풀면…….

‘자선사업에 빠졌나?’

KP그룹에서 인수한 신화통신은 생각하지 않는 건가?

한국 1위 통신사를 인수한 다음 하는 짓이 무료 메시지 앱을 개발하고 나중에 통화까지 무료로 하는 것이라니.

차영미는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확고한 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실적, 그가 지금까지 쌓은 실적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그의 경영 실적.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정말 그의 예상대로 무료 메신저 앱을 전국민이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모인다면 손해만 보지 않을 것이다.

윤 회장의 말대로 막대한 광고 수입과 메신저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

생각은 깊어지고 두통은 더욱 밀려왔다.

차영미는 생각을 멈췄다.

“그럼, 회장님, 화이팅!”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 뒤 몸을 풀었다.

기자들 앞에 나서는 건 항상 약간의 긴장을 동반한다.

긴 팔다리를 움직여 몸을 이리저리 쭉쭉 풀었다.

회장실을 나온 그는 대회의실을 걸어가며 오늘 발표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대한민국을 지배할 모바일 무료 메신저.

국민 앱 깨톡.

노란색의 아이콘이 인상적이었다.

가능하면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모든 기능과 디자인을 똑같이 했다.

그리고 다른 어떤 분야보다 선점이 중요한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

정훈은 깨톡을 원래 역사보다 몇 년을 앞당겨 오늘 출시했다.

강당의 문을 열었다.

기자들의 시선이 정훈에게 쏠려 있었다.

얼굴에 기대가 가득했다.

정훈은 항상 최선을 다해 신제품 발표에 집중했다.

특히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 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국의 다른 어떤 기업보다 신화그룹의 제품 발표회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어두운 실내에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비췄다.

자리에 앉아 있는 기자들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께 혁신적인 메신저를 공개합니다.”

지루한 서론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정훈의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노란색으로 디자인된 앱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료 메신저 깨톡입니다.”

일순간에 정적이 깔렸다.

기자들의 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옆에 앉은 동료에게 물었다.

“야? 잘못 들은 거지?”

“어, 잘못 들은 걸 거야, 무료라니 하하하.”

하지만 서로 눈치를 보더니 순식간에 손을 번쩍 들어 질문했다.

“무료 맞습니까?”

“네.”

그 한마디면 끝이다.

기자들은 정훈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며 빠르게 기사를 송고하기 시작했다.

지금 기자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은 무료 메신저.

그것뿐이었다.

발표가 나자마자 신화통신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그리고 신화그룹의 주가도 같이 떨어졌다.

회장실에서 티비를 보던 정훈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그려졌다.

주가가 하락한다는 건, 신화에서 발표한 무료 메신저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이 얼마나 큰지 말해 준다.

걱정과 우려만큼 떨어진 주가, 정훈은 앞으로 얼마나 상승할지 잔뜩 기대되었다.

‘무료? 한 달간 무료?’

‘평생 무료인데.’

‘회사 포기했나?’

‘헐, 전국민 대상 자선사업?’

사람들은 대부분 정훈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했다.

‘헐, 이러면 신화통신이 모바일 인터넷을 장악하겠는데.’

오직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정훈의 계획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

회장실에서 티비를 보던 이석의 눈썹이 치솟았다.

4일째 계속되는 주가 하락.

오늘은 반등할 줄 알았는데도 하락을 지속했다.

“비서실장님.”

“네.”

“김준혁 비서실장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 거지?”

“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뭐? 그럼 지금까지 주가 관리 안 한거야?”

“아닙니다. 오늘부터는 자사주를 매입해서라도 주가를 방어하겠습니다.”

이석은 자신의 앞에서 서 있던 이준혁에게 바짝 다가갔다.

박자에 맞춰 주먹으로 그의 가슴팍을 세게 쳤다.

-퍽, 퍽, 퍽

“잘 좀 합시다, 이.준.혁 씨팔 실장님!”

“알겠습니다.”

“나가!”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하인선이 들어왔다.

굳은 표정으로 들어온 하인선은 이석이 차지했던 상석을 차지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석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지만 재빨리 감췄다.

아버지가 주실 재산의 절반이 어머니에게 간다.

엄청난 돈이다.

이석의 눈이 반짝였다.

하인선의 곁에 앉은 그는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완전히 그댄 어머니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

“어머니!”

“기어이 인수를 했어요. 30조가 넘는 돈을 주고.”

“분위기가 좋습니다. 이미 언론에서 칭찬이 자자 합니다.”

하인선은 기대에 가득 차 있는 아들의 눈을 보았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아들이지만, 한심했다.

언론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

엎을 수도 없어서 참았다.

언론은 광고라도 얻을 생각에, 임원들은 욕먹지 않기 위해 하는 칭찬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거대한 스타그룹을 끌고 가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냈다.

자신이 도와주면 사랑스러운 이석은 이 거대한 배를 충분히 이끌 수 있다.

“그래요. 모두가 칭찬하더군요. 하지만 인수자금 때문에 그룹의 현금 흐름이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네, 회사가 가진 부동산과 아버님의 상속 부동산으로 융통하면 문제없습니다.”

하인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헌의 부동산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박수길이 지금 키를 쥐고 있는 상황.

답답했다.

“그런데 어머니 상속 절차는 언제쯤 진행됩니까?”

“글쎄요, 박수길 대표가 연락하겠죠.”

“전 이해가 안 됩니다. 굼벵이도 아닌데 일을 왜 이렇게 처리하는지. 제가 한번 족쳐야겠습니다.”

“놔 두세요.”

조용히 아들을 타일렀다.

“아닙니다, 어머니. 박수길을 족쳐서 사대부 놈들의 기를 죽여야 합니다.”

“놔 두세욧! 어미가 말하지 않습니까?”

날카로운 목소리에 당황한 이석.

“예…….”

“상속 문제는 어미가 잘 처리할 테니, 우리 이 회장은 현금이나 확보하세요. 생각보다 주변의 우려가 큽니다.”

“네? 그까짓 거 상속만 받으면”

“이석 회장!”

다시 커진 목소리.

“네, 어머니 알겠습니다.”

오늘따라 유독 날카로운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입술을 짓이기던 하인선은 박수길과의 일이 떠올랐다.

자신의 욕망만 채운 그는 아직도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해도 건성으로 ‘기다리라’라는 말만 반복했다.

‘사지를 찢어 죽인다는 경고를 허투루 듣지 않아야 할 텐데.’

하인선의 눈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싸늘한 살기가 번뜩이고 있었다.

***

정훈은 스타그룹의 주가를 면밀히 지켜보았다.

꾸준히 하락하는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쯤이면 상속 자금이 들어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없었다.

‘누가 받을까? 이석? 하인선? 설마 은수는 아니겠지……그 자식이 상속받으면, 배가 좀 아프겠는데.’

정훈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친김에 궁금증을 해소하기로 생각했다.

이헌의 상속과 관련해 궁금한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그는 법무팀 이판호 변호사를 불렀다.

“법무팀 이판호 변호사 왔습니다.”

“들어오세요.”

서글서글한 표정의 이판호가 쭈뼛거리며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네, 확인할 게 있어서요.”

“저한테 말입니까?”

“이헌 씨의 유언장과 관련해서 물어볼 게 있습니다.”

이판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정훈은 이판호에게 아직까지 이헌의 유언장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판호는 굳은 표정으로 짧게 말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대답은 없습니다.”

“네?”

예상하지 못한 그의 대답에 정훈도 얼굴이 굳어졌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