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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88화 (188/200)

#188화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이 집안을 가득 메웠다.

티비를 보던 현정옥의 얼굴이 완전히 구겨졌다.

‘저 미친 영감탱이가, 내 재산 거덜 내네!’

그녀는 잘됐다고 생각했다.

답답한 뉴스 때문에 짜증이 가득 나 있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명분이 없었다.

명분!

딱 만들어 준다.

기다려라.

쌓여 있던 울분을 풀기에 좋은 기회.

그녀는 흠흠 거리며 터트릴 준비를 했다.

“야!”

거대한 쓰나미 같은 거친 일갈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집이 파르르 떨었다.

다시.

-쨍그랑.

참을 수 없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달려갔다.

바닥에는 산산조각이 난 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150년 된 영국산 빈티지 커피잔이 조각나 있었다.

현정옥은 살기를 내뿜으며 구창훈을 향해 걸어갔다.

“돈으로, 돈으로도 못 구하는 걸…….”

그녀의 눈에 서린 광기.

구창훈이 몸을 피하려 했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

퇴로가 막힌 상황.

그때 그를 구원하는 전화벨이 들렸다.

-따르릉

“기다려, 이 영감탱이야.”

현정옥은 거실로 가 요란하게 울려대는 전화를 받았다.

“네, 현정옥입니다.”

아직 가시지 않는 살기가 목소리에 드러났다.

“여사님 접니다……”

평소와 다른 기세에 그녀의 안부를

확인했다.

“괜찮으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그런데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조금 전에 도련님이랑 통화했습니다. 이제, 시작하신다고 합니다.”

“……그래?”

“지금이 기회라고 합니다.”

“기회라……. 하긴 지금 상황이 제격이지. 하여튼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힌다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시작해야지. 시작하기 전에 파티라도 해야 하는데.”

“끝내고 하시죠. 처음 도련님을 찾을 때랑은 다릅니다.”

만호의 말에 그날이 생각났다.

손자 찾기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전 함께했던 마지막 식사.

두려움이 앞선 순간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했다.

만호의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건 그렇지.”

현정옥도 승리를 확신했다.

이제는 질 수 없는 싸움.

“……승률은?”

“쿠데타만 막으면 90퍼센트 이상입니다.”

“결국 천성한 그놈을 제압해야 하는군.”

“네, 하지만 이미 쉽게 움직일 수 없을 겁니다.”

“그놈 뒤통수 맞을 때 그놈 얼굴을 한번 봐야 하는데.”

“네, 뒤통수 맞으면 아프죠.”

현정옥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놈들이 고생했어. 신념을 감추고 놈들 밑에 비위나 맞추고 있었다니.”

“대의를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고생한 놈들을 위해 큰 선물을 준비해야겠어.”

“네, 어르신, 그건 제가 신경 쓰고 챙기겠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선물을 받을지 걱정입니다.”

“그건 그렇네. 순수하고 고집도 센 놈들이라…… 하여튼 부탁하네.”

전화를 끊었다.

고개를 돌려 주방을 보았다.

여전히 잊지 않고 있었다.

저 안에 자신의 재산을 거덜 내는 저 영감탱이.

하지만. 큰일을 앞둔 상황이다.

그녀는 소파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짧은 한숨을 쉰 다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깬 컵만 20개.

시가 1억이 넘는다.

그래도 용서해야지.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영감!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진짜!”

***

정훈은 부가티를 타고 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으로 향했다.

부가티는 폭발할 듯한 거친 엔진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반포대교를 지났을 때부터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꽉 막힌 길.

길가를 가득 메운 차들이 거북이보다 느리게 기어가고 있었다.

답답했지만 참았다.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들이 감췄던 얼굴을 드러낸 이상 우리도 드러낸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 변절까지 하면서 속내를 숨겨 왔던 언더커버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을 지나자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길 위에 가득했다.

경찰이 나와 차들을 우회시켰다.

여기까지 왔으면 금방 도착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뜨거운 열기와 함성이 궁금하기도 했다.

서초대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그들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정훈은 근처 주차장에 차를 넣고 걸었다.

가족들과 함께.

친구와 함께.

직장 동료와 함께.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대검찰청을 포위하듯 에워싸고 있었다.

검찰청 앞에서 선 그들은 침묵과 함성을 번갈아 가며 결집한 힘을 보여 줬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저 공고한 성은 철판보다 두꺼운 염치로 양심을 짓누르며 시민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있었다.

신념과 갈망을 조롱하고 있었다.

눈앞에 불을 환하게 밝힌 대검찰청이 보였다.

정훈은 사람들을 비집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검찰총장실로 들어갔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서가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총장님 뵈러 왔습니다.”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만날 수 없습니다.”

그녀는 경비원을 부르려는 듯 수화기를 들었다.

“그럼, 한수 퍼시픽 때문에 신화그룹 윤정훈 회장이 왔다고 전해 주세요.”

“네? 한수 퍼시픽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정훈을 보았다. 그의 얼굴을 알아보았는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만요, 회장님”

수화기를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 벌컥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들어오시죠. 자넨 나가 있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정훈은 소파의 상석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앞에 있는 낮은 테이블에 두 다리를 턱하고 올렸다.

검찰총장의 이마에 검은 핏줄이 툭툭 튀어 올라왔다.

“이봐 윤 회장, 새파랗게 젊은 놈이 지금 뭐 하는 짓이지? 감히 이 대한민국 검찰총장 앞에서! 자네, 얼마 안 있으면 구속될 텐데. 마지막 발악인가?”

“총장님, 나이가 들어가 귀가 안 들리세요? 사람들의 함성이 전혀 들리지 않습니까?”

“뭐? 밖에서 들리는 저 소리? 저걸 우린 개 짖는 소리라고 해. 저거야 주인이 나가서 발길질 한 번, 아니 발만 살짝 드는 시늉만 해도 금방 잠잠해져,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닌데.”

“뭐? 개 짖는 소리?”

정훈의 눈썹이 치솟았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했다.

어차피 그는 뒤통수가 얼얼할 상황에 처할 게 분명하다.

“개들에게 물리면 아프지 않을까요?”

“글쎄, 주인을 무는 개들은 이미 대부분 정리했지. 눈앞에 있는 자네 빼고. 왜인 줄 아나? 키워서 잡아먹으려고, 크크크. 고맙게도 회사를 쑥쑥 키워 주더군. 이제 자네도 정리할 때가 된 것 같아.”

총장은 책상으로 가 인터폰을 눌렸다.

“대검차장 들어오라고 해, 신화그룹 파일 들고.”

그는 고개를 돌려 정훈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왕 이렇게 얼굴을 마주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신화를 먹을지 브리핑해 주지.

“뭐?”

정훈이 반문하자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왜? 예상을 못 했나? 당연히 준비하고 있는 줄 알았지.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한 윤정훈이라면 그 정도 대비는 하고 있어야지.”

“글쎄, 누가 예상하지 못했는지 지켜보지.”

정훈도 그를 향해 웃음을 날렸다.

전혀 당황하지 않는 정훈을 본 총장의 이마에 주름이 새겨졌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오히려 그가 불안해 보였다.

“하여튼 그 무모한 허세는 인정하지. 배짱이 좋군”

“두고 봅시다. 이제 곧 시작합니다.”

“뭐?”

의문스러운 정훈의 말에 총장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그의 가슴속에 있는 일말의 불안도 커지는 것 같아 보였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총장님 차장입니다.”

“들어와”

그는 손에 서류를 가득 들고 들어왔다.

책상 앞에 엉덩이를 기대고 서 있던 총장은 검지로 정훈을 가리켰다.

“저기 우리 회장님께, 설명 좀 해 드리게. 앞으로의 진행 계획에 대해서.”

“네, 총장님.”

차장검사가 소파 쪽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정훈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자리를 차지한 다음 테이블에 서류를 펼쳤다.

정훈도 다리를 내리며 자세를 바로 했다.

“네, 잘 지내셨습니까, 차대욱 차장님. 오늘 총장님 들어가면 대행이 되는 겁니까?”

“그런 셈입니다.”

“저번에 보내 주신 자료는 잘 받았습니다.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예상했던 대화와는 전혀 다른 말을 서로 주고받았다.

답답한 듯 인상을 잔뜩 구긴 총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차장검사와 정훈은 그를 보고 피식 비웃음을 날렸다.

총장의 어깨가 순간 움츠러들었다.

“한수 퍼시픽은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그리고 검찰총장이 평검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재벌과 사회지도층으로부터 수사를 뭉개는 대가로 받은 돈이 입금되어 있습니다.”

“야 이 새끼야, 뭔 개소리야 조용히 안 해?”

전혀 개의치 않았다. 쉬지 않고 그의 비리를 줄줄 읊었다.

“연예인 마약 사건 무마, HK 자제들의 집단 폭행, HJ그룹 자제 음주운전 사건, ST그룹의 비자금 사건, DD금융 회장 성추행 사건 등을 무마하면서 막대한 뒷돈을 챙겼습니다. 지금까지 최소 200억입니다.”

“고작 200억에 자신의 양심을 팔다니, 저런 병신 새끼.”

검찰총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 듯 보였다.

“여기 녹취록과 계좌 내역도 다 있습니다. 이 정도면 최소한 10년입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될 겁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야 너 미쳤어?”

그때서야 통수를 세게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차대욱, 네 놈이 어떻게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차대욱을 향해 고함을 질렸다.

정훈이 총장에게 말했다.

“이백억 다 날리고 감옥에 가실 겁니까? 아니면……”

“아……니면?”

총장이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정훈에게 되물었다.

정훈은 소파에서 일어나 그에게 갔다.

긴장한 그는 얼굴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연신 닦아 내고 있었다.

“제 밑에서 개처럼 짖겠습니까?”

그의 검은 동공이 지진 난 듯 흔들렸다.

그리고 결심한 듯 두 주먹을 꼭 쥐고.

바닥에 개처럼 엎드렸다.

“유, 윤 회장님. 개처럼 짖겠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제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목숨은 당연히 살려 드리죠. 돈만 뺏을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그에겐 돈이 생명이다.

정훈의 발목을 잡고 애원했다.

“부탁드립니다.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돈은 제발!”

총장의 비굴한 모습에 차장검사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쯧쯧, 뭔가 자존심 같은 건 있을 줄 알고 물었는데, 완전 실망입니다.”

“그러게요.”

정훈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자신의 발아래 개처럼 엎드려 있는 그를 보았다.

“시키는 대로 한다고 하셨으니 말씀드리죠. 감옥에서 모범수로 지내세요. 네?”

“윤 회장님! 제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모든 것을……”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문이 벌컥 열리며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서울 광역수사대장 서호철입니다. 총장님 체포영장 집행하겠습니다.”

“저리 가, 이 새끼들아, 내가 누군지 알고.”

가지 않으려는 그가 일어서서 거칠게 반항했다.

형사 한 명이 그에게 수갑을 채우려다 뺨을 맞았다.

서도철 광역수사대장이 검찰총장의 뺨을 후려쳤다.

“이런 미친 새끼가 어디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을 패. 야 이 새끼 공무집행 방해도 추가해.”

“네.”

경찰은 끌려 나가지 않으려는 그를 개처럼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

다시 조용해진 총장실.

정훈은 아까 앉았던 소파에 다시 앉았다.

“차장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이제 시작입니다.”

“서호철 대장님도 여기까지 온다고 고생했습니다.”

“다 여사님과 윤 회장님의 도움 덕분입니다.”

정훈이 일어나 머리를 숙이며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윤 회장님, 이러시면 부담스럽습니다. 썩어있던 저를 일깨워 주신 게 현 여사님과 윤 회장님입니다. 제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합니다.”

차대욱 차장검사가 말했다.

뒤이어 서호철 서울 광역수사대장이 말을 이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도현 반장님이 그렇게 되고 현 여사님과 회장님이 나서서 목숨을 구해 주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정훈은 눈을 감고 그들을 말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강도현의 심복이던 서호철 형사.

헤븐그룹 회장에 의해 살해될 뻔했었다.

그의 목숨을 구하고 막대한 돈을 쓰며 그를 서울로 올렸다.

그리고 광역수사대장의 위치까지 올렸다.

쉽지 않았지만 돈으로 해결했다.

정훈은 알고 있다.

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지.

그들의 희생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지금 광수대가 대대적으로 체포하고 있습니다. 여기 차대욱 차장님이 체포 영장을 신청하고 영장판사인 조영익 판사님이 바로 발부하고 있습니다. 오늘 대부분을 체포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정리하면 법조인들을 대부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정훈의 전화벨이 울렸다.

법무부로 간 김수호 검사였다.

“법무부 장관도 체포했습니다.”

슬레이어 김수호 부장검사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축하합니다. 이제 대법관과 검찰총장에 이어 법무부 장관까지.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다 회장님 덕분입니다. 하하하”

“그럼 마무리 부탁합니다.”

“네, 회장님,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궁금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김수호 검사님이 법무부도 잘 정리했다는군요.”

“그럼 이제 다음 일만 남았군요.”

“네.”

정훈의 눈이 반짝였다.

‘이제 스타그룹이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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